가래나무과는 전세계 9개 속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우리나라는 그 중 가래나무속과 카리아속 그리고 굴피나무속과 개굴피나무속 등 4개 속이 등록되어 있다. 그리고 가래나무속은 전세계 21종이 분포하고 있으나 우리나라는 자생종인 가래나무와 쪽가래나무에다가 외래종인 호두나무와 흑호두나무 및 키네레아가래나무 등이 추가되어 모두 5종이 등록되어 있다. 1753년 린네가 식물분류학을 창설하면서 열매가 매우 맛이 좋아서 로마 신화 속 신들의 왕인 주피터가 먹는 견과라고 즉 Ju(Jupiter)의 glans(nut)이라는 뜻의 속명 Juglans을 붙였다. 그리고 당연히 이 속의 모식종은 터키와 중동 그리고 히말라야까지 넓게 분포하는 열매가 가장 맛이 좋은 학명 Juglans regia L.인 호두나무로 삼는다. 그래서 중국에서는 이 속을 호두나무속이라고 부르지만 우리는 국내서 자생하는 학명 Juglans mandshurica Maxim.인 가래나무를 대표로 삼아서 가래나무속이라고 부른다. 현대 우리들은 호두나무나 그 열매인 호두는 모르는 사람이 없어도 가래나무나 그 열매인 추자(楸子)를 모르는 사람들이 대부분이다. 하지만 가래나무는 우리 자생종이고 호두나무는 외래종이므로 과거에는 현재와는 정반대이었다. 현재도 시골 노인들은 추자를 다 알고 있으며 심지어는 일부 지방에서는 호두도 추자라고 부른다. 즉 호두보다는 가래가 먼저라는 말이다.
중국에서 호도(胡桃) 즉 호두나무가 고려시대 또는 그 이전에 도입되었을 가능성이 높지만 어디까지나 외래종인 데다가 내한성도 다소 약하여 왕궁이 있던 개경이나 한성에서는 제대로 결실하지 못하여 주로 경기도 이남 지역에서만 재배가 가능하다는 지리적 제약이 있었다. 따라서 유실수로 재배하기 위한 본격적인 연구와 대대적인 보급이 이루어진 것은 극히 최근인 1960년대 이후부터라고 한다. 그 반면에 가래나무는 상대적으로 내한성이 강하여 우리나라 거의 전 지역 산기슭과 계속에서 저절로 자생한다. 호두에 비하여 추자라고 불리던 가래나무 열매는 크기가 비슷하지만 외피가 엄청 두껍고 딱딱하기만 하고 그 알맹이인 과육은 작아서 어렵게 까야만 먹을 수가 있어 소위 가성비가 낮다. 따라서 먹거리로서는 미흡하지만 그래도 가을 이후 땅에 떨어져서도 쉽게 부패하지 않아서 오랫동안 고스란히 보존되어 한겨울이나 이른 봄 춘궁기에 간식용 먹거리로 활용되었던 것이다. 그래서 가래나무 또는 그 열매를 추자(楸子)라고 부르던 과거 우리 선조들은 호두를 당나라 즉 중국에서 도입된 추자라고 당추자(唐楸子)라고 불렀던 것이다. 요즘은 거꾸로 가래나무를 토종 호두나무 또는 자생종 호두나무라고 설명하는 것과 상반되는 모습이었던 것이다.
가래나무라는 이름은 1937년 조선식물향명집은 물론 1921년 발간된 조선식물명휘에서도 가래나무라고 기록되어 있는 순수 우리말이다. 흙을 파헤치거나 떠서 던지는 농기구인 가래라는 것이 있는데 가래나무의 열매를 반으로 쪼개면 그 모습이 가래를 닮았다고 가래나무라는 이름이 붙었다는 설이 널리 인정받는 우리말의 어원이다. 여하튼 가래라는 이름은 오래 전부터 사용하던 이름으로서 조선시대 기록은 물론 고려시대부터 사용하던 우리말 이름이라는 기록이 남아 있다. 그게 바로 중국 북송의 관리 손목(孫穆)이란 사람이 고려 숙종(肅宗) 8년 즉 1103년에 봉사고려국신서장관(奉使高麗國信書狀官)으로 고려를 방문한 후 당시 보고 들은 고려의 조정제도와 풍속 및 고려 방언 약 360개 어휘를 채록하여 저술한 견문록이자 어휘집인 계림유사(鷄林類事)에 호도(胡桃)를 조선에서는 갈래(渴來)라고 발음한다고 기록하고 있다. 여기서 渴來는 무슨 뜻이 있는 것이 아니고 우리말 가래를 발음이 가장 근접한 중국어로 쓴 것이다. 손목이 목격한 것이 실제로 호도(胡桃)인지 아니면 가래나무의 열매인 추자(楸子)인지는 알 수 없지만 이미 그 당시에 가래라는 명칭은 존재하였다는 것은 확실하게 입증하고 있다.
그리고 우리 선조들은 가래나무를 한자어로 추(楸)라고 썼으며 한글이 없던 시절은 물론 한글이 창제된 이후에도 거의 모든 문서에 추(楸) 또는 추수(楸樹)나 추목(楸木)으로 기록하였다. 최초의 한자 기록은 고려말 대학자인 목은(牧隱) 이색(李穡, 1328~1396)선생의 봉산 십이영(鳳山十二詠) 중 백척추(百尺楸)라는 시인 것 같은데 여기 百尺老楸樹(백척노추수)의 추수가 개오동나무일 가능성이 전혀 없지는 않지만 그래도 가래나무일 가능성이 높아 뭐라 단정하기는 어렵다. 하지만 조선조 후기 문신인 상촌 신흠(申欽, 1566~1628)선생이 기록한 상촌집(象村集)의 청창연담(晴窓軟談) 중에 나오는 楸樹高花欲揷天(추수고화욕삽천)은 중국 소동파가 쓴 시인 데다가 그 내용으로 봐서는 가래나무는 아닌 개오동나무를 지칭하는 것으로 보인다. 그러니까 우리 고문헌에 나오는 추(楸)를 무조건 가래나무라고 번역해서는 안 된다는 말이다. 왜냐하면 원래 중국에서는 추(楸)가 나무 목(木) 자에 가을 추(秋)를 합한 글자로서 오동나무와 더불어 낙엽이 빨리 떨어져 가을이 왔음을 맨 먼저 알리는 개오동나무속 수종들을 지칭하는 한자어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중국에서는 오동나무과 오동나무속 수종들과 능소화과 개오동나무속 수종들을 합하여 오추(梧楸)라고 부르기도 한다. 하지만 특이하게도 호두나무과 호두나무속의 가래나무의 명칭이나 별명으로도 쓰였다. 특히 동북지방에서 주로 자생하는 가래나무를 중국 정명으로 호도추(胡桃楸)라고 부르고 별명으로 핵도추(核桃楸)라고 부른다. 호도(胡桃)나 핵도(核桃)는 모두 호두를 말하고 여기에 개오동나무를 뜻하는 추(楸)를 붙여서 부르는 것이다. 그리고 동북지방 민간에서 가래나무 또는 그 열매를 흔히 그냥 추(楸) 또는 추자(楸子)라고 부르기 때문에 이 한자어가 우리나라에는 개오동나무가 아닌 가래나무로 알려진 것으로 보인다. 그렇게 하여 주로 가래나무 추 자로 옥편(玉篇)에 실리게 된다. 실제로 중국에서 호도나무속 수종들 중에서 가래나무만 호도추(胡桃楸) 또는 핵도추(核桃楸)라고 부른다. 그리고 가래나무를 제외한 그 어떠한 호두나무속 수종들을 중국에서 추(楸)라고 부르지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에서는 추(楸)를 가래로만 풀이 했다. 1446년에 발간된 훈민정음해례본을 비롯하여 1527년의 훈몽자회, 1610년에 완성된 동의보감 그리고 1613년 발간된 시경언해(詩經諺解)에서 그렇게 풀이 했다. 1800년대에 들어와서 출간된 것으로 추정되는 작자 미상의 어휘서인 광재물보(廣才物譜)에서는 그동안 동일시 하던 추(楸)와 재(梓)를 분리하기 시작하였지만 재(梓)는 노나무 즉 개오동나무로 제대로 풀이 하였지만 추(楸)는 여전히 가래나무로 풀이했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조선의 석학 다산 정약용선생은 1818년에 저술한 그의 저서 아언각비(雅言覺非)에서 개오동나무 즉 재(梓)를 중국에서 가(檟) 또는 추(楸)라고 하는데 우리나라에서는 중국의 산핵도(山核桃)라고 부르는 가래나무(加來南于)를 추자(楸子)라고 부른다며 안타까워했다. 하지만 이런 오류가 발생한 원인을 알 수가 없다라고 언급했다. 조선후기 실학자인 유희(柳僖, 1773∼1837)선생이 1824년경에 펴낸 물명고(物名攷)에서 재(梓)와 추(楸)는 같은 종류이며 노나무라 하고 가래는 추(楸)가 아닌 핵도(核桃) 즉 호도의 일종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추자로 불리는 것을 농기구 가래 즉 초(鍫, 鍬)를 닮았기에 鍫子(초자)로 불리며 호도는 당초자(唐鍫子)라고 한다고 설명하고 있다. 유희선생은 추(楸)와 재(梓) 모두 노나무 즉 개오동나무속 수종들이며 호도와 가래나무가 호도나무속 수종임을 놀랍게도 정확하게 간파하고 있었지만 호도나무속 수종들 중에서 유독 가래나무만 중국에서도 추(楸) 또는 추자(楸子)라고 불린다는 점을 미처 간파하지 못한 것으로 판단된다. 그래서 추자의 어원을 농기구 가래 즉 초자(鍫子)에서 찾은 듯하다. 농기구 가래는 처음에는 목재로 만들었기에 중국에서 杴(험)으로 쓰다가 나중에 금속으로 만들자 鍁(흠) 또는 鍫(초) 鍬(초) 鍤(삽)으로 쓰는데 국내서 호두(胡桃)를 이르는 말인 당추자(唐楸子)를 무리하게 당초자(唐鍫子)로 풀이한 것이다.
여하튼 다산선생이나 유희선생 덕분인지 국내 일부 옥편에서 추(楸)의 풀이에 가래나무에다가 노나무 즉 개오동나무가 추가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호두나무속과는 전혀 무관한 재(梓)는 오늘 현재 이 시점에도 개오동나무가 아닌 가래나무라고 엉터리로 풀이하고 있다. 중국에서도 동북지역에서 주로 자생하는 학명 Juglans mandshurica인 이 호도나무속 수종을 왜 호도추(胡桃楸)나 핵도추(核桃楸)라고 하는지에 대한 시원한 설명은 없다. 다만 나름대로 그 원인을 찾아보면 다음과 같다. 가래나무의 아래로 처지는 수꽃차례가 열매가 아래로 길게 처져 수사동(垂絲桐)이라고도 과거에 불렸던 개오동나무와 비슷한 모습이다. 게다가 목재의 품질이 매우 우수한 개오동나무들이 자생하지 않는 동북지방에서는 핵도추(核桃楸)로 불리는 가래나무가 수곡류(水曲柳)로 불리는 들메나무와 황벽(黃檗)나무와 더불어 동북삼대명귀목재(东北三大名贵木材)로 꼽힌다. 그래서 목재시장에서는 추목(楸木)으로 불리는 개오동나무의 대용품으로 가래나무가 널리 사용된다는 것이다. 개오동나무는 재질이 무르면서도 내구성이 높아 인쇄용 활자나 악기 및 목관의 재료로 인기가 높아 최고의 목재로 불리고 있다. 특히 국내서 만주개오동으로 이름을 잘못 붙인 학명 Catalpa bungei인 수종은 재질이 매우 단단하여 목왕(木王)이라는 별명으로도 불리는데 이 수종의 중국 정명이 바로 추(楸)이다. 동북지방에서는 자생하지 않는 바로 이 수종의 대용품으로 가래나무가 사용되면서 현지에서 추(楸) 또는 추수(楸樹)로 널리 불린 것이 아닌가 한다. 그래서 중국에 근대 식물분류학이 도입되면서 ‘추라고 불리는 호도’라는 의미에서 호도추(胡桃楸)라는 중국 정명을 붙인 것으로 추정된다. 그리고 가래나무는 결실적령기가 20년이나 되어 매우 길기 때문에 동북지방에서는 예로부터 不结果的胡桃为楸(불결과적호도위추) 즉 ‘결실하지 않는 호도를 추(楸)라고 한다.’라는 말도 있다고 한다. 결론적으로 재질이 워낙 뛰어나 황실 장례용 관 제작에 쓰이거나 거문고 제작에 사용되는 개오동나무 즉 추(楸)의 대용품으로 목재의 품질이 좋고 아래로 길게 처지는 모습 또한 비슷한 가래나무를 동북지방에서는 추(楸)라고 예로부터 불러왔기에 우리나라에서도 추(楸)를 가래나무라고 번역한 것으로 보인다는 말이다.
원종은 자생하지 않고 두 개의 변종만 자생하는 일본에서는 가래나무를 만쥬우구루미(マンシュウグルミ) 즉 만주호도(満州胡桃)라고 부르고 쓴다. 1856년에 러시아 식물학자인 Karl Maximovich(1827~1891)에 의하여 명명된 학명이 Juglans mandshurica Maxim.이기 때문이다. 아마 표본이 처음 만주 흑룡강 유역에서 발견된 것으로 보인다. 일본에서는 우리와는 달리 가래나무를 추(楸)라고 하지 않는다. 그래서 일본에서는 도우키사사게(トウキササゲ) 즉 당추(唐楸)라고 하면 호두를 지칭하는 우리와는 달리 만주개오동 즉 중국의 추(楸)를 지칭하게 된다. 따라서 가래나무를 추(楸)라고 인식하고 더 나아가 재(梓)까지 가래나무라고 잘못 번역하는 것은 우리뿐이라는 말이다. 그래서 옛 중국 사람들이 조상의 묘소에 송추(松楸)를 많이 심었다고 가래나무를 심으면 안 되는 것이다. 여기서 추(楸)는 의론의 여지가 없는 개오동나무를 말한다. 말이 나왔으니 말인데 분묘 주변에 송백(松柏)을 심으면 좋다고 잣나무를 심어서도 안 된다. 송백은 소나무와 향나무 또 측백나무를 말한다. 상식적으로도 가래나무와 잦나무는 너무 크게 자라는 나무이므로 분묘 주변에 심어서 좋을 것이 없는 수종이다. 끝으로 과거에는 가래라고 하다가 요즘은 반드시 가래나무라고 하는 이유는 우리나라에 자생하는 가래라고 불리는 또 다른 다년생 초본인 수생식물이 있기 때문이다.
등록명 : 가래나무
학 명 : Juglans mandshurica Maxim.
분 류 : 가래나무과 가래나무속 낙엽 교목
원산지 : 자생종, 중국 러시아 대만
중국명 : 호도추(胡桃楸) 핵도추(核桃楸) 산핵도(山核桃)
일본명 : 만쥬우구루미(マンシュウグルミ) - 만주호도(満州胡桃)
영어명 : Manchurian walnut
수 고 : 20m
수 피 : 회색 천종렬
가 지 : 유지 단용모
엽 편 : 기수우상복엽
일반지 : 최대 80cm 길이 잎자루 9~14cm 소엽편 15~23매 6~17 x 2~7cm
개화지 : 최대 40~50cm 길이 엽병5~9cm 기부 팽대 단유모 성망상모 소엽편 9~17매
잎모양 : 타원형 장타원형 난상타원형 장타원상피침형 변연 세거치
잎면모 : 상면초기희소단유모 후중맥제외 무모
잎색상 : 심록색 하면담색 첨복적단유모 및 성망상모
소엽편 : 측생대생 무병 산던점첨 기부왜사 절형지근심장형 정생소엽기부설형
웅화서 : 유제화서 9~20cm 화서축 단유모 웅화 단화병
포 편 : 정단둔 소포편2매 포편기부에 위치
화피편 : 1매 정단에 위치 포편과 중첩 2매 화기부양측에 위치
수 술 : 12매 (13, 14) 화약 1mm, 황색 약격급첨 혹 미요 회흑색세유모
자화서 : 수상화서 4~10 암꽃 화서축 용모 자화 5~6mm 길이 용모 하단선질유모
화피편 : 피침형 선상피침형 유모
화주두 : 선홍색 배면첨복적유모
과 서 : 10~15mm 길이 부중 통상 5~7과 서축단유모
열 매 : 구형 난상 타원상 정단첨 선질단유모밀생 3.5~7.5 x 3~5cm
과 핵 : 2.5~5cm 표면 8조 세로 능 양조 현저 각릉간 불규칙추곡 및 곡혈 정단첨두
내과피 : 벽내 다수 불규칙 공극(空隙)
개화기 : 5월
결실기 : 8~9월
내한성 : 영하 29도
용 도 : 식용, 목재용, 관상용, 식물성농약, 약용 - 위통 신경성피부염 체질허약 페허해수 신허요통 세균성이질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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