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목탐구이야기

시(詩)/漢詩(한시)

山园小梅(산원소매) - 林逋(임포)

낙은재 2025. 4. 9. 10:51

 

 

매화와 학과 더불어 일생을 시를 쓰면서 독신으로 지낸 중국 대표적인 매화 애호가 임포

 

 

 

중국인들의 매화사랑은 지극하여 손문(孫文)의 신해혁명 이후 국화로 지정한 적도 있었으며 공산화 이후에도 모택동이 무척 매화를 사랑하여 그대로 매화를 국화로 지정하려고 하였으나 뜻이 이루어 지지는 않았다. 이는 아마 대만에서 먼저 매화를 국화로 지정한 것도 한 몫을 했을 것으로 보인다. 참고로 중국에는 국화가 아직 없으며 현재도 매화와 모란이 대립하고 있는 상황이다. 그 이전부터 중국 문인들은 매화를 무척 사랑하여 수많은 시를 남겼는데 이번에는 일생을 매화(梅花) 그리고 학(鶴)과 더불어 살면서 매화를 아내로 학을 자식으로 삼아서 매처학자(梅妻鶴子)라는 별호까지 가진 북송의 은일시인(隱逸詩人) 임포(林逋, 967~1028)의 시를 소개한다.

 

절강성 항주(杭州) 서호 부근 고산(孤山)에 은거하던 그는 산원소매(山園小梅) 이수(二首)라는 시 중에 疎影橫斜水淸淺(소영횡사수청천) 暗香浮動月黃昏(암향부동월황혼)이라고 써 疎影(소영)과 暗香(암향)이라는 유명한 구절을 남긴다. 그리고 暗香浮動(암향부동)이라는 말이 여기서 생긴다. 훗날 우리나라에서 매화 관련 시를 많이 남긴 고려 말 대학자인 목은(牧隱) 이색(李穡)은 그의 시 매화(梅花)에서 임포(林逋)의 바로 이 시의 구절을 많이 인용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그만큼 임포를 무척 동경하였다는 말이다. 목은선생의 임포사랑이 훗날 퇴계 이황에게도 영향을 끼친 것으로 보인다. 퇴계 이황선생은 북송 임포의 풍류적인 은둔생활을 본받고자 했음을 숨기지 않고 있다. 그래서 퇴계가 매화를 유난히 사랑하였는지도 모른다.

 

중국에는 월별 화신(花神)이 따로 있는데 백화신(百花神)에서 매화선자(梅花仙子)는 여인들이 이마 가운데 매화문양을 붙여서 화장하는 매화장(梅花妆) 전설에 얽힌 송나라 수양공주(壽陽公主)이며 12월화신(十二月花神)에서도 매화는 정월화신(正月花神) 수양공주라고도 하지만 일각에서는 정월이나 이월화신으로 매처학자(梅妻鶴子) 임포(林逋, 967~1028)를 꼽기도 한다. 그만큼 임포는 중국의 대표적인 매화 애호가이라는 말이다.

 

 

 

山园小梅二首(산원소매이수) 其一(기일) – 임포(林逋)

 

 

衆芳搖落獨暄姸(중방요락독훤연)

占盡風情向小園(점진풍정향소원)。

 

疏影橫斜水淸淺(소영횡사수청천)

暗香浮動月黃昏(암향부동월황혼)。

 

霜禽欲下先偸眼(상금욕하선투안)

粉蝶如知合斷魂(분접여지합단혼)。

 

幸有微吟可相狎(행유미음가상압)

不須檀板共金樽(불수단판공금준)。

 

온갖 꽃들이 진 다음 홀로 예쁘게 피어

작은 정원의 정취를 다 차지하였네.

 

성긴 그림자 맑은 물에 비스듬 드리우고

은은한 향기 달뜨는 황혼에 흩날리고 있네.

 

겨울 새 내려 앉으면서 흘깃 훔쳐보고

여름 나비 알았다면 넋이 빠졌으리라.

 

다행히 시를 읊으며 감상할 수 있으니

풍악에 좋은 술이 굳이 필요치 않다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