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란꽃을 논하면서 시선 이백(李白, 701~762)의 그 유명한 칠언(七言) 악부시(乐府诗) 청평조(清平调)를 빠뜨릴 수는 없다. 이백이 한림원에서 근무할 당시 당현종과 양귀비가 침향정에서 모란을 감상하다가 악사들에게 노래와 춤의 공연을 시키면서 새로운 곡을 부르라고 명하여 급하게 이백을 불러서 새로운 악장을 즉석에서 작사하게 한 것이라고 한다. 일설에 의하면 술에 취한 상태에서 급하게 불려가 약간의 술주정을 부리면서 즉석에서 지은 시인데도 이 정도이니 그야말로 그의 천재성을 여실히 보여주는 명시로 널리 알려져 있다. 그런데 이 시는 모란의 아름다움을 예찬하는 것인지 당현종 앞에서 양귀비의 미모를 칭찬하는 것인지 분간하기 어렵게 둘을 묶어서 칭송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환관의 심기를 건드리고 양귀비를 이미지가 좋지 않은 한나라 미녀 황후 조비연에 비유하였다고 이 시로 말미암아 나중에 파직을 당한다. 워낙 자유분망한 사람이라서 관직에 적응이 안되어 스스로 떠난 것일 수도 있다. 일부에서는 양귀비에 푹 빠진 당현종을 풍자한 것이라고 해석하는데 부족한 내 눈에는 최소한 이 시에서는 그저 양귀비의 미모를 마냥 찬양하는 것 같다. 하지만 아닌게 아니라 한성제의 미녀 황후인 조비연이 꾸미고 나온 모습과는 비교할 만하다고 한 것은 실수라면 실수라고 할 수 있겠다.
여기서 청평조(清平调)는 당나라 시대의 곡명이며 나중에는 이런 걸 사패(词牌)라고 했다. 그리고 요대(瑶台)는 전설의 서왕모(西王母)가 기거하는 궁전을 말하며 군옥산(群玉山)은 서왕모가 거주하는 지역 산이름으로서 옥석이 많아서 붙인 이름이라고 한다. 회(会)는 응당이라는 뜻이며 왕(枉)은 헛되이라는 뜻이고 가련(可怜)은 可憐(가련)의 간체자이다. 침향정(沉香亭)은 당현종이 정무를 보던 흥경궁(兴庆宫)의 용지(龙池) 동쪽에 있는 최고급 목재 침향목으로 만든 정자를 말한다.
이 시에 대한 중국인들의 평은 다음과 같다.
첫 번째 수는 공간적 각도에서 묘사하여 모란과 양귀비의 미모를 비교하고
두 번째 수는 시간적 각도에서 묘사하여 양귀비가 총애받고 있음을 표현하고
세 번째 수는 이어서 모란과 양귀비 그리고 군왕을 묶어서 하나로 융합하고 있다.
시 전체의 구상이 정교하고 문장은 화려하며 꽃과 사람을 융합하여 한꺼번에 묘사하고 사람과 꽃이 어우러지고 아련하고도 황홀하게 장면을 그려서 시인의 뛰어난 예술적 실력을 보여준다.
청평조(清平调) 3수(三首) - 李白(이백)
其一
云想衣裳花想容(운상의상화상용)
春风拂槛露华浓(춘풍불람로화농)。
若非群玉山头见(약비군옥산두견)
会向瑶台月下逢(회향요대월하봉)。
찬란한 의상은 구름인 듯 고운 얼굴은 꽃인 듯
봄바람 난간을 스치고 진주 이슬 꽃잎에 맺혔네
서왕모의 군옥산 정상에서 본 선자가 아니라면
필시 곤륜산 요대 달빛 아래서 만날 선녀이리라
其二
一枝秾艳露凝香(일지농염로응향)
云雨巫山枉断肠(운우무산왕단장)。
借问汉宫谁得似(차문한궁수득사)
可怜飞燕倚新妆(가련비연의신장)。
농염한 진주 이슬 맺힌 꽃가지 향기 날리니
물거품된 무산 운우를 애절타한 것이 헛되구려
한나라 궁중에 어느 미녀가 있어 견줄까나
가련한 조비연이 새단장하고 와야만 될 듯하다.
其三
名花倾国两相欢(명화경국양상환)
长得君王带笑看(장득군왕대소간)。
解释春风无限恨(해석춘풍무한한),
沉香亭北倚阑干(침향정북의난간)。
모란꽃과 절세미인이 만나 서로가 기뻐하니
바라보는 임금님 만면 미소 그칠 줄 모르고
살랑이는 봄바람에 온갖 근심 날려 보내며
흥경궁 침향정 북쪽 난간에 기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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