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란이 부귀의 대명사라고 우리 선조들은 항상 베갯머리 등에 모란을 수놓거나 모란 병풍이나 모란도를 벽에 걸어두곤 하였다. 그런데 모란이 왜 부귀를 상징할까? 모란이 부귀 상징이 된 유래를 찾아보니 나름대로 반전이 있다. 이는 북송 유학자 염계선생(濂溪先生) 주돈이(周敦颐, 1017~1073)에서부터 비롯한다. 그는 성리학(性理學)의 기초를 닦은 사람으로 알려져 있다. 송나라 유학의 형이상학적 사유는 바로 이 주염계선생으로부터 시작된다고 한다. 그래서 주자(周子)로 불리는 그는 정자(程子)로 불리는 정호(程顥, 1032~1085) 정이(程頤, 1033~1107) 형제의 스승이었으며 이들의 학통을 이어받은 남송 주희(朱熹, 1130~1200) 즉 주자(朱子)가 나중에 성리학을 완성시키게 된다. 어릴적 어른들로부터 가끔 듣기만 했던 이름 염계선생 그 분의 글을 오늘 필자가 직접 접하게 되다니 감회(感懷)가 남다르다.
그가 1063년에 쓴 애련설(爱莲说)이라는 산문(散文)에 '予谓菊(여위국) 花之隐逸者也(화지은일자야) 牡丹(모란) 花之富贵者也(화지부귀자야) 莲(연) 花之君子者也(화지군자자야)'라는 글귀때문에 모란이 부귀(富貴)를 상징하는 꽃이 된 것이다. 그런데 여기서의 반전은 사실 염계선생은 모란을 예찬하려는 것이 아니라 연꽃을 좋아하는 이유를 설명하면서 세인들이 좋아하는 모란을 약간 비하한 내용으로 쓴 것이다. 그 내용은 도연명은 국화를 좋아하고 당나라 이래 대부분의 사람들은 모란을 좋아하지만 자기는 진흙탕에서 자라지만 오염되지 않고 꿋꿋하게 곧장 위로 자라며 향도 좋다는 등의 이유를 나열하면서 연꽃을 더 좋아한다는 뜻을 피력한 것이다. 국화는 꽃중에 은일자이고 모란은 부귀자이지만 연꽃은 군자(君子)라는 것이 요지이다. 유학자인 주돈이선생으로서는 세속에는 관심이 거의 없는 군자가 최상의 덕목이겠지만 일반인들이야 부귀가 최상의 바람이 아닐까? 그래서 중국인들이 과거에는 부용(芙蓉)이라고 불렀고 현재는 하화(荷花)라고도 부르는 연꽃(蓮花)이 아름답기는 하지만 가장 사랑하는 꽃이라고는 말하지 않는 이유인 것으로 보인다. 중국 역대 최고의 미인으로 꼽히는 서시(西施)가 상징하는 꽃은 연꽃이라고 할 수 있다. 그래서 연화화신(蓮花花神)은 서시(西施)가 차지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연꽃이 중국인들에게 가장 사랑받는 꽃 순서에서는 매번 모란이나 매화에 밀리고 있는 것은 바로 세속과는 거리감이 있는 꽃이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그러니까 결국 염계선생의 의도와는 달리 그의 애련설(爱莲说)은 중국 사람들의 모란 사랑을 촉진하는 기폭제가 된 셈이다. 글쎄 최근 우리나라에서도 물질을 중시하여 과거 조선시대 성리학자들의 평가가 예전만 못한 것과도 약간은 맥을 같이 하는 것으로 보인다.
爱莲说(애련설) - 周敦颐(주돈이)
水陆草木之花(수륙초목지화)
可爱者甚蕃(가애자심번)。
晋陶渊明独爱菊(진도연명독애국)。
自李唐来(자이당래)
世人甚爱牡丹(세인심애모란)。
予独爱莲之出淤泥而不染(여독애련지출어니이불염)
濯清涟而不妖(탁청련이불요)
中通外直(중통외직)
不蔓不枝(불만부지)
香远益清(향원익청)
亭亭净植(정정정직)
可远观而不可亵玩焉(가원관이불가설완언)。
수륙에 사는 풀과 나무 꽃 중에는
아름다운 것들이 매우 많다.
진나라 도연명은 홀로 국화를 좋아했다.
이씨 당나라 이래
세상 사람들이 모란을 매우 사랑했다.
나 혼자 진흙탕에서도 오염되지 않는 연꽃을 좋아한다.
맑은 물에 자라도 요염스럽지 않고
중심은 비어 있어도 겉은 꼿꼿하다.
덩굴도 아니고 가지도 없다.
향은 멀어질수록 더 그윽하고
꿋꿋하게 우뚝솟아 서있다.
멀리서도 볼 수 있으나 만지작거릴 수는 없다.
予谓菊(여위국) 花之隐逸者也(화지은일자야)
牡丹(모란) 花之富贵者也(화지부귀자야)
莲(연) 花之君子者也(화지군자자야)。
噫(희)!菊之爱(국지애) 陶后鲜有闻(도후선유문)。
莲之爱(연지애) 同予者何人(동여자하인)?
牡丹之爱(모란지애) 宜乎众矣(의호중의)!
국화는 꽃 중에서 은둔자이고
모란은 꽃 중에서 부귀자이다.
연꽃은 꽃 중에서 군자이니라
아! 국화 사랑은 도연명 이후 듣지 못했다.
나처럼 연꽃을 사랑하는 사람이 누가 있던가?
모란을 사랑하는 사람들은 무수히 많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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