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치원에 이어서 우리나라에서 두견화(杜鵑花)를 언급한 시가 신라 6두품 출신으로 고려초 문하시중 직책까지 지낸 최승로(崔承老, 927~989)의 문집인 금중잡저시고(禁中雜著詩藁)에 수록된 장생전후백엽두견화(長生殿後百葉杜鵑花)라는 제목의 시가 등장한다. 안타깝게도 그의 문집 금중잡저시고(禁中雜著詩藁)는 현재 남아 있지 않지만 그 중 시 4수가 최자(崔滋, 1188~1260)가 1254년 파한집의 속편으로 편찬한 보한집(補閑集)에 실려 있어 남아 있는 것이다. 여기서 장생전(長生殿)은 고려 궁궐의 전각 이름이며 백엽두견화(百葉杜鵑花)는 꽃잎이 여러 장인 두견화를 말하는데 그렇다면 우리 자생종으로 그런 품종은 겹산철쭉 또는 만첩산철쭉이라고 부르는 학명 Rhododendron yedoense인 우리 자생종을 이르는 것으로 보인다. 왜냐하면 겹산철쭉은 아주 흔한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찾아보면 야생하는 것이 더러 보이는 종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제목을 풀이하자면 장생전 후원 겹산철쭉이 된다. 최승로는 고려 광종때부터 경종에 이어 성종때까지 시중을 지냈기에 어느 왕 시대인지는 모르지만 보한집에 광종(光宗, 재위 949~975) 대(代) 시중(侍中)이라고 언급한 것으로 봐서는 광종이 꽃이 아름답게 핀 백엽두견화 즉 겹산철쭉을 두고서 시를 지으라며 명하였기에 신하들이 응하여 시를 지은 즉 응제(應製)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니까 최소한 975년 이전의 작품이라는 말이다.
長生殿後百葉杜鵑花(장생전후백엽두견화) – 최승로(崔承老)
去年曾是滿朱欄(거년증시만주란),
今日芳姿又一般(금일방자우일반).
伹願此花開萬轉(저원차화개만전),
微臣長奉聖人歡(미신장봉성인환).
작년에 정원 화단을 가득 채우더니
오늘도 아름다운 자태 마찬가지 이로구나.
다만 이 꽃이 천만 번 피고지는 동안
미천한 신이 오래토록 성인을 기꺼이 받들고 싶습니다.
朱欄(주란)은 붉은 색을 칠한 울타리나 난간을 의미하는데 주로 정원 가운데 세워진 누각 장식용으로 사용하기에 아름다운 정원을 상징하게 된다. 그리고 伹(저)는 但(단)과 같은 의미로 쓰인 글자이며 단지 또는 다만, 오로지 등을 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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