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나라 시인 백거이(白居易, 772~846)는 815년에 쓴 산석류기원구(山石榴寄元九)라는 제법 긴 시 가운데 두견화에 대하여 다음과 같이 최고의 찬사를 표현한 바 있다. “花中此物是西施(화중차물시서시), 芙蓉芍药皆嫫母(부용작약개모모)” 풀어서 해석하면 꽃 가운데 두견이야말로 서시(西施)에 비유할 수 있고 연꽃과 작약은 이에 비하면 모모(嫫母)에 불과할 뿐이라는 이야기이다. 서시는 중국 역사상 최고의 미인이고 모모는 가장 추한 여인으로 비유되는 인물이다. 두견화의 아름다움을 강조하는 것은 좋지만 그렇다고 꽃이 아름답기로 유명한 연꽃과 작약을 이렇게 과감하게 깎아 내리는 비유는 백낙천이 아니면 감히 누가 할 수 있겠는가? 1987년 상해에서 실시한 약 15만 명이 참가한 국민투표에서 두견화는 당당 6번째로 중국인들이 가장 사랑하는 꽃으로 선정된다. 참고로 백낙천이 모모(嫫母)에다가 비유한 부용과 작약을 포함한 모란 둘 다 10대 명화에 포함이 되어 실제로는 두견화와 우열을 가리기 어려운 꽃들이다.
모모(嫫母)는 오행 중 토덕지서(土德之瑞)를 가져 황제(黃帝)로 불리는 중국 고대 화하(華夏)민족의 최초의 전설적인 황제(皇帝) 헌원(轩辕)의 차비(次妃)인데 그 모습이 추하지만 현덕(賢德)하여 중국 고대 4대 추녀로 꼽힌다. 황제(皇帝) 헌원(轩辕)은 그 당시 성행하던 창혼(抢婚) 즉 약탈혼(掠奪婚) 풍습을 고치기 위하여 품성이 좋고 현숙하며 성격이 온유하지만 얼굴이 못 생긴 여인을 골라서 자기의 네 번째 아내로 맞이한 것이다. 그러면서 황제는 다음과 같은 말을 남긴다.
重美貌不重德者(중미모불중덕자)
非真美也(비진미야)
重德轻色者(중덕경색자)
才是真贤(재시진현)。
미모만 중시하고 덕을 중시하는 않는 자는
진정으로 아름다운 것이 아니고
덕을 중시하고 용모를 가볍게 여기는 자가
진정으로 현명한 자이다.
예뻐지려는 성형수술이 일반화가 된 요즘 세태에 귀감이 되는 말인데 이미 5천 년 전에 중국에서 그 당시 임금이 한 말이다. 실제로 모모(嫫母)는 황제가 천하를 주유(周游) 순시(巡视)하는 도중에 황후 누조(嫘祖)가 병으로 죽자 그 장례 절차를 도맡아 현명하게 지휘하여 나중에 황제로부터 방상씨(方相氏)라는 직책까지 받았으며 중국에서 최초로 면경(面鏡) 즉 거울을 발명하였다고도 한다. 사정이 이러하니 비록 얼굴은 못생겼지만 모모도 서시 못지않게 훌륭한 여인이다. 그래서 백거이가 부용(연꽃)과 작약을 모모(嫫母)에다가 비유한 것으로 보인다.
이 시의 제목의 산석류는 중국에서 현재는 학명 Catunaregam spinosa인 꼭두서니과 소교목을 이르는 말이지만 과거에는 두견화의 별명이었다. 백거이 자신도 시의 부제목에서 일명 산철쭉과 두견화라고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그리고 기원구의 寄(기)는 편지 등을 부친다는 뜻이고 원구(元九)는 원씨 집안 아홉 번째 아들 즉 백거이의 절친인 원진(元稹, 779~831)을 말한다. 백거이와 원진은 서로 편지 형식으로 여러 차례 시를 지어 주고 받으면서 발표하였기 때문이다. 습유(拾遗)는 원진이 역임했던 간관(谏官) 직책을 말한다. 이 시의 두견화도 일반적으로 진달래속 다수의 수종들을 통칭한다고도 볼 수 있지만 굳이 특정하자면 앞 게시글 이백의 선성견두견화와 마찬가지로 현재 중국에서 두견(杜鵑)이라고 부르는 학명 Rhododendron simsii인 심스아잘레아라고 보면 되겠다. 다음은 제법 긴 시 원문 중 가운데 일부분만 소개한다.
山石榴寄元九(산석류기원구) - 白居易(백거이) 중 일부
山石榴(산석류) 一名山踯躅(일명 산척촉) 一名杜鹃花(일명 두견화)
杜鹃啼时花扑扑(두견새가 울 때 꽃이 활짝 핀다.)
日射血珠将滴地(일사혈주장적지)
风翻火焰欲烧人(풍번화염욕소인)。
闲折两枝持在手(한절양지지재수)
细看不似人间有(세간불사인간유)。
花中此物似西施(화중차물사서시)
芙蓉芍药皆嫫母(부용작약개모모)。
奇芳绝艳别者谁(기방절염별자수)
通州迁客元拾遗(통주천객원습유)。
햇살에 붉은 진주처럼 물들어 떨어지려 하고
바람이 화염을 뒤집어 사람 마음을 불지르네.
한가로이 두 가지를 꺾어 손에 들고
자세히 보니 인간세상에 있는 것이 아니구나.
꽃 중에서 이 꽃이 절세미녀 서시와 같으니
부용 작약은 모두 현숙한 추녀인 모모같구나.
기이한 향기와 꽃을 두고 이별한 사람 누구던가?
바로 통주로 좌천되어 가는 원습유이로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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