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목탐구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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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NS에 많이 떠도는 화격(花格)과 품격(品格)에 대하여

낙은재 2026. 7. 15. 08:20

 

 

 

최근 특별한 출처가 밝혀지지 않은 아래와 같은 꽃의 서열이 떠돌고 있는데 이에 대하여 알아본다.

 

  • 1품: 눈 속에서 핀다고 하여 매화
  • 2품: 서리를 맞고 핀다고 하여 국화
  • 3품: 진흙 속에서 핀다고 하여 연꽃
  • 4품: 북향으로 떠난 님을 향해 핀다고 하여 목련
  • 5품: 가시가 돋아나 스스로를 지킨다고 하여 장미

 

우리나라 조선시대에도 꽃의 등급을 매긴 분이 있었다. 강희안 선생보다 훨씬 후인 영정조시대 황해도 선비 유박(柳璞, 1730~1787)이라는 분이 저술한 화암수록(花庵隨錄)에 화목구등품제(花木九等品第)라고 9개 등급으로 분류한 내용이 있는데 거기에 매(梅)와 국(菊) 연(蓮)은 송죽(松竹)과 더불어 1등품으로 나온다. 그리고 장미는 3등품으로 목련은 7등품으로 기록되어 있다. 그리고 중국에서도 가장 좋아하는 꽃나무 10종에 대하여 설문조사 하면 항상 매화와 국화 장미 연꽃은 포함된다.  

꽃의 등급이야 주관적이므로 사람에 따라 달라질 수 있지만 傲霜斗雪(오상투설) 凌寒獨開(능한독개)하여 高洁志士(고결지사)의 상징인 매화(梅花)를 1위로 꼽고 육조시대 전원시인인 도연명(陶淵明, 365~427)이 그토록 사랑했던 능상탄연(凌霜綻姸) 국화(菊花)를 2위로 북송 유학자 염계선생(濂溪先生) 주돈이(周敦颐, 1017~1073) 선생이 지극히 여겼던 출니불염(出泥不染) 연꽃(蓮花)을 3위로 서양인들이 가장 사랑하는 꽃나무인 장미(薔薇)를 5위로 꼽은 것은 누가 봐도 수긍이 간다. 

다만 개인적으로는 충분히 동의하지만 일반적으로 잘 꼽지 않은 목련(木蓮)을 북향 한다는 특징을 잡아서 4위로 인정한 것은 매우 이례적이다. 북향화(北向花)라는 이름은 우리 선조들이 독창적으로 목련을 부르던 이름인 데다가 과거에는 우리나라나 중국에서 크게 각광받던 수종이 아니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 점은 최근에 다양한 색상의 왜성 목련 품종들의 높은 인기 때문이거나 아니면 육영수 여사를 추모하는 가곡 목련화 때문인지는 모르겠다. 여하튼 이 서열을 만든 원작자가 누구인지는 몰라도 원예에 조예가 깊은 분이라고 생각되기는 한다. 

 

참고로 난초는 사군자(四君子) 중 중국에서 가장 먼저 군자라는 칭호를 얻었는데 이는 공자가 공자가어(孔子家語)에서 芝蘭生於深林(지란생어심림) 不以無人而不芳(불이무인이불방) 君子修道立德(군자수도입덕) 不謂窮困而改節(불위궁곤이개절)이라고 즉 “깊은 숲속 난초는 주변에 사람이 없다고 향기를 멈추지 않듯이 군자가 수련함에 있어서 궁곤을 이유로 변절하지 않는다.”라를 뜻으로 난초를 곤궁한 가운데서도 절개를 지키는 군자에 비유하면서부터이다.

 

따라서 당연히 중국 10대 명화(名花)에 이름을 올리며 강희안 선생의 양화소록 17종에도 포함된다. 하지만 황해도에 살았던 유박 선생은 반드시 그런 것은 아니지만 주로 노지에서 재배할 수 있는 내한성 강한 수종들을 선정하였기에 난초가 화목구등품 45종에서 빠진 것이 아닌가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