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목탐구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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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4 동백나무 어원 탐구 (동백나무 이름 유래)

낙은재 2016. 10. 21. 18:06

완도수목원 동백


이제 차나무과 마지막으로 동백나무속을 탐구한다. 우리나라에 등록된 수종만 거의 300종이나 되는 거대한 속이다. 그 중 우리 자생종은 동백나무와 그 변종 흰동백나무 그리고 차나무 단 세 개의 수종 밖에 없으나 이렇게 많은 종들이 등록된 것은 다분히 국내 최대 동백 컬렉션을 자랑하는 완도수목원 덕분일 것이라 판단된다. 이런 수목원들의 노력으로 우리는 국내서 다양한 동백을 감상할 수 있는 것이다.


완도수목원 동백


참고로 우리나라에 많은 수종이 등록된 목본 과(科)들을 살펴보면 장미과가 750종으로 단연 가장 많고 그 다음 475종이 등록된 진달래과이다. 장미과는 장미속 자체도 종류가 많지만 일반인들이 이해할 수 없는 무려 49개라는 방대한 속을 거느리고 있기 때문에 부동의 1위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사과부터 벚나무, 산사나무에다가 조팝까지 봄에 피는 꽃 거의 다 포함된다. 그래서 최근에는 소규모로 분리하는 추세이지만 우린 그대로 방치하고 있다. 진달래과도 25개 속이 포함되지만 그 중 엄청난 만병초의 종류가 많은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그 뒤를 감탕나무과가 368종으로 잇고 있는데 이는 다분히 천리포수목원의 엄청난 호랑가시나무의 컬렉션 때문일 것이다. 동백나무 때문에 방대해진 차나무과는 317종으로 네 번째로 많으며 그 다음이 목련인데 312종이다. 이 목련 또한 고 민병갈원장이 세계의 목련이란 목련은 죄다 모아다 심은 천리포수목원 때문일 것으로 판단된다.


동백나무는 우리나라에서만 한자로 冬柏 또는 冬栢으로 표기하는데 나무목에 흰 백(白)을 붙이던 일백 백(百)을 붙이던 모두 동일하게 측백나무를 뜻하는 측백 백자이다. 이 동백의 어원을 대부분 겨울에 꽃피는 잣나무라고 풀이한다. 나는 여기에 강한 의문을 품는다. 동백의 어느 점이 잣나무를 닮았다는 것인가? 앞에서 본 노각나무를 일본에서 하동백이라고 하는 것은 동백 비슷한 꽃을 여름에 피우기 때문에 그런 이름이 붙은 것이다. 이런 경우는 이해가 된다. 그러나 동백과 잣나무는 잎모양이나 꽃모양, 나무 수형, 줄기 어느 것 하나 비슷한데라고는 없다. 따라서 절대 동의하기 어렵다. 이런 의문은 나만 갖는 것인가 하고 찾아보니 고려조 이규보선생이 그랬고 조선조의 다산 정약용이 그랬다는 기록이 남아 있다. 


그럼 왜 무엇이 문제인지부터  알아보자. 우선 동백나무를 한자 冬柏으로 표기하는 것이 맞다면 당연히 겨울을 뜻하는 동(冬)과 측백나무를 뜻하는 백(柏)을 합친 말이 된다. 그럼 여기서 백이 문제다. 백은 원래 측백나무를 지칭하는 것인데 우리나라에 와서 느닺없이 잣나무를 지칭하는 한자로도 둔갑을 한다. 잣나무는 소나무과이므로 송(松)의 한 종류이지 결코 백(柏)이 될 수가 없는데 왜 이런 변형이 되었는지 모르겠다. 실제로 중국에서는 잣나무를 홍송(紅松), 과송(果松) 또는 조선송(朝鮮松)으로 부르고 일본에서도 조선오엽(朝鮮五葉)이라고 부르지 백이란 말은 쓰지 않는다. 아마 측백나무가 흔하지 않던 시절 절개의 상징 송백(松柏)이라고 중국 문헌에 자주 등장하니까 우리 주변에 흔히 볼 수 있는 늘 푸른 소나무와 잣나무를 송백으로 잘못 해석한 것이 아닌가 한다. 요즘도 나무에 관심이 없는 사람들은 나무라고는 무궁화와 단풍, 벚나무, 목련 정도만 아는 경우도 꽤 있으니 옛날이라고 다를 바 있을까 싶다.



이 나무가 잣나무인데 어디가 동백나무를 닮았는지 알 수가 없다.


따라서 冬柏의 백을 잣나무로 해석하는 것 자체가 문제가 있어 한자 풀이를 하려면 측백으로 해석해야 옳다. 그런데 백을 측백으로 해석하더라도 동백과 연관성은 보이지 않는다. 측백나무로 상징되는 백과(柏科)에는 측백나무만 있는 것이 아니고 편백, 나한백, 애백, 취백등 많은 나무들이 더 있는데 어원과 관련이 있을 법한 우리 자생종으로는 측백나무(侧柏)외에 노간주나무(杜松)와 향나무(圓柏)가 있다. 그러나 측백나무 또는 향나무, 노간주나무 그 어느 나무를 갖다 붙여도 결코 동백나무와 비슷한 점이라고는 그저 겨울에도 푸르름을 유지하는 상록이란 것 외에는 없다. 따라서 동백나무의 동백은 冬柏이라는 한자의 뜻을 풀이하면 전혀 자연스럽지 않다. 순수 우리말이거나 다른 말에서 변형된 것인데 한자가 공용문자이던 시절 그 음을 빌어 억지 한자화한 즉 표음한 글자가 아닌가 한다. 즉 동백(冬柏)은 그저 발음만 해야지 뜻을 풀이할 필요는 없다는 뜻이다.



측백나무이다. 

동백나무의 한자 冬柏을 풀이하면 겨울에 꽃피는 측백이 된다.

동백과 측백은 전혀 어울리지 않는다.


자 그러면 중국과 일본에서는 이 나무를 뭐라고 하는지 알아보자. 특히 중국 영향을 절대적으로 많이 받던 시절이므로 중국명이 중요하지 않을 수 없다. 중국은 물론 일본에도 동백(冬柏)이란 말은 없다. 있다면 우리나라 동백섬 또는 우리나라 영화제목 동백아가씨를 말할 뿐이다. 중국에서는 동백나무를 산다(山茶)라고 한다. 산에서 자라는 차나무라는 뜻이다. 우리는 차나무과 동백나무속 동백나무로 분류하는데 중국에서는 산다과 산다속 산다로 분류한다. 수춘(藪春) 산춘(山椿) 등 이명이 많은데 그 중 내동(耐冬)이라는 것도 있다. 추위를 이기고 꽃을 피우기 때문에 붙은 별명이다. 이 것이 우리 동백나무 이름과 가장 근접하지만 직접적인 연관성이 있을 것 같지는 않다. 


일본은 엉뚱하게 참죽나무나 가죽나무를 뜻하는 한자 춘(椿)으로 쓰고 쯔바키로 읽는다. 원래 춘(椿)은 중국에서는 죽나무 새순이 돋을 때 쯤이면 겨울이 완전히 물러가고 완전한 봄이 왔음을 알리는 신호라고 나무 목(木)에 봄 춘(春)을 합하여 만든 글자이다. 그런데 일본의 쯔바키의 다양한 어원설이 있는데 중국의 이명 산춘(山椿)에서는 찾지 않고 춘(椿)은 자기들이 만든 일본식 한자라고 주장한다. 아마 중국 이명 산춘이 역으로 일본 영향을 받은 이명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든다. 쯔바키의 어원 중 하나가 우리나라 동백(冬柏)의 일본 발음 쯔쿠바쿠에서 온 것이라는 설도 있다니 흥미롭다. 


그럼 여기서 우리 선조들은 어떤 생각을 했는지 알아보자. 우선 선조들이 동백의 백을 잣나무로 잘못 인식했는지 측백나무로 제대로 인식했는지 알 길이 없는데 대부분의 최근 한글 풀이는 잣나무로 되어 있어 못마땅하다. 우선 고려시대 문신 이규보는 우리나라 최초로 동백을 언급한 한시에서 겨울에 꽃까지 피는 동백이 백(柏)보다 뛰어나니 동백이란 이름이 옳지 않다고 말하고 있다. 그 당시는 이 나무를 중국명인 산다와 함께 동백을 혼용하였다는 것은 문헌에 나온다. 물론 약간 뉘앙스는 다르지만 일단 동백이라는 이름에 대하여 못마땅함을 이야기 한 것은 분명하다. 


이규보, 동백화(冬栢花),  (동국이상국전집)


桃李雖夭夭

복사꽃 오얏꽃 비록 아름다워도 

浮花難可恃

부박한 꽃 믿을 수 없도다 

松柏無嬌顔
송백은 아리따운 맵시 없지만 

所貴耐寒耳
추위를 견디기에 귀히 여기도다 

此木有好花
여기에 좋은 꽃 달린 나무가 있어

亦能開雪裏 
눈속에서도 능히 꽃을 피우도다

細思勝於栢 
곰곰 생각하니 잣나무보다 나으니

冬栢名非是 
동백이란 이름이 옳지 않도다 


출저 : 동백꽃과 문학 (이상희저 꽃으로 보는 한국문화 3)


산림청장과 내무부장관 등을 역임한 이상희님의 저서 [꽃으로 보는 한국문화]는 정말 좋은 정보가 많은 것 같다.



이왕 책 이야기가 나왔으나 또 하나의 소중한 책을 소개한다.

경북대 박상진교수님의 저서이다. 단순하게 기존 자료를 옮긴 것이 아닌 살아있는 정보가 많다.


다음은 조선 후기 정조조의 대학자 다산 정약용은 어원연구서인 아언각비의 [산다] 편에서 그는 이 나무의 이름을 중국에서 산다라고 한다는 것을 정확하게 알고 있었으며 이 산다를 동백이니 춘백, 취백, 총백 심지어는 만다라라고까지 하면서 산다라고는 하지 않는 것에 대하여 아예 탄식한다고까지 말한다. 아마 고려시대에 산다와 동백으로 혼용되던 이름이 조선 후기에 와서는 산다는 거의 사라지고 동백으로 많이 통용되었음을 짐작할 수 있다. 다산이 무작정 중국 이름을 고집한 것이 아니라 여러 방면에 박학다식한 그로서는 전혀 닮지 않았는데도 백(柏)이라는 이름으로 다양하게 불리는 것이 못마땅하였을 것이고 나아가 그는 동백이 순수 우리말이고 冬栢이라는 한자는 단지 음을 빌어 이를 표기한 것에 불과하다고 짐작했을 수도 있어 보인다. 아래에 다산의 산다(山茶) 원문과 부족한 실력으로 풀이한 것을 올려본다.


정약용의 아언각비(雅言覺非)에 있는 산다(山茶)


山茶者 南方之嘉木也 

산다는 아름다운 남부수종이다. 


酉陽雜俎云 山茶高者丈餘 花大盈寸 色如緋 十二月開 

유양잡조에 의하면 산다는 한길 높이에 한치 크기의 붉은 꽃을 12월에 피운다


本草云 山茶産南方 葉頗似茶 而厚有稜 深冬開花

본초에 의하면 남부지방에 있는 산다는 잎이 차나무와 비슷하고 두터우며 거치가 있고 엄동에 개화한다.


蘇軾詩云 葉厚有犀角健 花深少態鶴頭丹 

소동파의 시에 의하면 잎이 두껍고 목서와 같이 뾰족하고 튼튼하다. 꽃은 깊고 많이 피지는 않지만 학머리 같이 붉다.


又曰, 爛紅如火 雪中開 

흐드러진 붉음이 불과 같고 눈 속에도 핀다.


설중 개화한 동백나무


余在康津於茶山之中 多在山茶 雖其花品少態 誠如子瞻之言 葉旣冬靑 花亦冬榮 尤其實多瓣相合 略似檳 以之搾油 塗髮不 婦人貴之 亦嘉卉也 東人忽以山茶 名之曰冬柏 其春榮者 謂之春柏 大芚寺多茶樹 名曰長春洞 嘗閱長春洞詩卷 或稱翠栢 或稱叢栢 卒無山茶二字 可嘆也已 (陳氏花鏡 一名曼陀花 恐非) 漢淸文鑑 謂之岡桐.


내가 강진 다산에 있을 때 주변에 산다가 많이 있었다. 비록 그 꽃이 많이 피지는 않아 실로 소동파의 말과 같았으나 잎이 겨울에도 푸르고 꽃 또한 겨울에 핀다. 더우기 그 열매가 많아 마치 야자수 같으며 이로써 기름을 짜 모발에 바르면 끈적이지 않아 부인들이 귀하게 여기니 또한 이로운 나무이다. 우리나라서 산다를 동백이라 이름하고 봄에 개화하는 것을 춘백이라 부른다. 대둔사에 산다가 많아 장춘동이라고 한다. 일찌기 장춘동시권을 열람하니 혹은 취백이라 일컫고 혹은 총백이라 일컬으며 끝내 산다라는 두 글자가 없었다. 가히 탄식할 뿐이다 (진씨화경에 일명 만다라꽃이라 하나 아닌 듯하다.) 한청문감에서는 강동이라 일렀다


유양잡조(酉陽雜俎)는 중국 당나라 단성식이 지은 설화문학집이다.

소식은 당송팔대가의 한 사람으로서 자는 자첨 호가 동파거사이다. 


다산 정약용의 아언각비


이 나무는 한겨울에 꽃이 피므로 벌 나비가 없는 계절인데 어떻게 수정을 할까? 그 건 바로 벌 나비가 아닌 특이하게도 새가 매개가 되어 수정하는 조매화이므로 가능한 것이다. 그 새 이름이 동박새이다. 우리나라와 중국 일본에 서식하는 텃새인데 동박새란 이름은 순수 우리 이름이다. 중국과 일본에서는 이 새의 눈이 아름답다고 그와 관련된 암록수안조(暗绿绣眼鸟) 또는 수안아(绣眼兒)로 불리므로 이 동백나무 이름과는 무관하다. 우리만 동백나무와 공생관계에 있는 이 새를 나무이름과 비슷하게 동박새라고 부른다. 드디어 여기에서 하나의 실마리가 보인다. 


동백나무에 앉은 동박새 - 공생관계에 있다.

마침 네이버 산토리님의 블로그에 기가막힌 사진이 있어 퍼왔다.

사진출처 바로가기

http://blog.naver.com/koreajic/140181953432


그렇다면 혹시 동박새의 이름에서 동백나무 이름이 오지 않았을까 의심이 들어 찾아보니 아니나 다를까 이미 환경청 등에서 일했던 순천의 최종만이란 분이 벌써 이런 비슷한 주장을 하고 '동박꽃' 이란 소설책까지 펴냈다. 그 분의 주장은 제주도에서 동박으로 불리던 나무가 뭍으로 오면서 동백으로 변했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 동박의 어원은 한꺼번에 꽃이 깨끗이 떨어지는 이 나무의 특성에서 온 동박(同薄)이라고 추정하고 있다. 실제로 지역에 따라서 방언으로 동백을 동박으로 부르고 동백기름을 동박지름이라고 했다고는 사전에도 나온다. 물론 사전의 동박은 순수 우리말이다. 동박의 어원을 한자에서 굳이 찾자면 무려 10cm까지나 되는 큰 꽃이 동시에 떨어지므로 하나로 묶여져 있다는 의미로 동박(同縛)이라는 풀이도 가능하겠다는 생각이 든다.


그렇다면 결국 원래는 동박나무와 동박새인데 나무는 뭍으로 오면서 동백으로 변하여 한자가 공식글자이던 시절 억지로 동백(冬柏)이라는 한자를 빌어다가 순수 우리말인 동백을 표기한 일종의 표음문자에 불과한 것이고 새에는 나무를 뜻하는 백(柏)을 붙일 수가 없어서 그대로 동박으로 남았다는 이야기가 된다. 따라서 결론적으로 동백나무의 어원을 전혀 비슷하지도 않은 측백나무나 잣나무와 연관시켜 찾는 것 보다는 동박새와 더불어 애초에 동박나무로 불리다가 나중에 동백나무로 변했다는 쪽에서 찾는 것이 훨씬 더 설득력이 있어 보인다.



동백나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