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팝나무
이팝나무
겨울에 피는 동백꽃을 제외하면 이름 봄 가장 먼저 피는 꽃은 아마 산수유와 생강나무가 아닐까 한다. 그 뒤를 개나리와 진달래, 매화 등이 봄 소식을 전하자마자 남녘에서는 벚꽃축제가 벌어진다. 화려한 벚꽃잔치가 끝나고 모든 나무들과 풀의 새싹이 돋아나 세상이 온통 녹색으로 변하고 온갖 봄꽃들이 필 무렵 벚꽃 못지않게 화려하게 다가오는 우리나라 자생 큰 꽃나무가 둘이 있다. 그게 바로 야광나무와 이팝나무가 아닌가 한다. 이 두 나무들이 만약 벚꽃과 비슷한 시기인 이른 봄에 개화를 한다면 아마 벚꽃 이상의 감동을 주기에도 충분하지만 시기적으로나 주위 환경적으로나 벚꽃에 비하면 매우 불리한 조건에서 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벚꽃에 비하여 결코 손색이 없으며 오히려 그 희소성을 감안할 때 그 이상이라고 할 수 있다.
이 중 꽃향기까지 나는 이팝나무는 원래 우리나라에서는 전남과 경남 등 남부 일부지방에서만 자생하는 세계적인 희귀수종인데 이제는 남부지방은 말할 것도 없고 서울시를 포함한 중부지방의 공원이나 가로수로 많이 심어져 있어 제법 흔하게 볼 수 있는 나무가 되었다. 지구온난화 때문인지 아니면 원래부터 내한성이 강한데 남쪽에서만 자생하였는지는 모르지만 현재 우리나라에 존재하는 노거수는 거의 모두 경남과 전라남북도에만 있으며 무려 8개나 지정하여 관리하고 있는 천연기념물도 모두 그 지역에 있다.
이팝나무
김해 천곡리 천연기념물 307호 수령 500년 추정
이팝나무 또한 물푸레나무과로 분류되며 이팝나무속(Chionanthus)이다. 이 속에는 전세계적으로 약 100종 안팎이 분포하는데 동양 3국에 자생하는 이팝나무와 미국 동부지역에 자생하는 버지니아 이팝나무 단 두종만 온대지방에 분포하는 낙엽수이고 나머지는 모두 열대 또는 아열대지방에 분포하며 대부분이 상록수이다. 그래서 학자에 따라서는 이 열대 수종들을 별도의 리노키에라속(Linociera)으로 분리 분류하기도 하는데 이 열대 수종도 자생하는 중국에서는 이 리노케에라속을 이람(李榄)속이라고 부른다.
이팝나무의 학명은 Chionanthus retusus인데 속명 Chionanthus는 snow + flower의 뜻으로 눈같이 하얀 꽃을 말하며 종소명 retusus 둥글면서도 끝이 뾰족한 잎모양을 뜻한다. 이팝나무라고 부르는 우리 이름의 유래에 대하여는 두 가지 설이 있다. 하나는 이 나무 꽃이 쌀밥과 비슷하다고 니밥에서 이밥으로 다시 이팝이 되어 이팝나무가 되었다는 설이고 또 다른 설은 이 나무 꽃이 여름이 시작되는 입하(立夏)절기에 핀다고 붙은 이름 입하나무가 이팝나무가 되었다고 한다. 참고로 입하는 양력 5월 5일 또는 6일 경이다.
이팝나무
실제로 입하(立夏)일에 어느 작가에게 포착된 이팝나무꽃이 만개한 모습
이밥의 원형은 니밥이며 니는 입쌀이나 메벼를 뜻하는 고어로서 우리가 삼시세끼 먹는 끼니의 니와 같은 뜻이다. 즉 끼니는 끼마다 먹는 니를 말한다. 따라서 이밥은 입쌀밥을 뜻하며 쌀밥을 뜻하는 경상도 사투리이기도 하다. 그리고 또 이밥에 대한 다른 풀이는 고려말 귀족들의 토지를 몰수하여 토지대장을 모두 불태우고 농민들에게 나눠져 농민들도 쌀밥을 먹게 되었는데 그 때 이성계 덕분에 쌀밥을 먹게되었다고 이씨가 내린 밥이라고 이밥이라고 했다는 설도 있으며 한편에서는 왕족 이씨들이나 먹는 귀한 밥이라고 순쌀밥을 이밥이라고 했다고도 한다.
또 하나의 다소 개연성이 약해 보이는 설은 이 나무의 꽃이 피는 순서나 만발 여부에 따라서 풍년과 흉년을 점칠 수 있었다고 신목(神木)으로 취급받아 꽃이 만발하면 풍년이 온다고 이팝나무라고 했다고 한다. 과학적인 기상관측이 어렵던 시절 사실 이 문제는 우리가 상상할 수 없이 중요한 최대 관심사였을 것이다. 풍년이 오면 이밥을 구경이나 할 수 있겠다는 심정에서 이 나무를 보고 풍년나무도 아닌 이밥나무라고 했다기에는 비약이 심하여 약간의 억지성이 느껴진다. 그러나 이 나무가 느티나무, 팽나무, 회화나무 등과 더불어 우리나라서 몇 안되는 신목으로 인정받았다는 것은 그 당시로는 매우 중요한 것임에는 틀림이 없다.
문제는 이 나무 어디 어떤 모습이 흰쌀이나 흰쌀밥을 닮았는지에 대하여는 그 누구도 시원한 설명이 없다. 꽃이 핀 모습이 즉 꽃차례가 고봉으로 퍼담은 이밥그릇을 연상시킨다는데 그게 나로서는 납득이 잘 안된다. 그렇게 마치 술같은 긴 줄 모양의 꽃잎으로 구성된 꽃을 둥그렇게 눌러서 퍼담은 밥그릇에다가 비유하다니 이 무슨 비약이라는 말인가? 세상에 어느 쌀밥이 이렇게 길쭉하게 늘어지게 생겼단 말인가? 아마 꽃의 암술과 수술이 좁쌀같이 노랗게 생겼기 때문에 조팝나무로 불리는 또 다른 꽃나무의 영향을 받아 이팝나무를 이밥에다가 무리하게 결부시킨 것이 아닌가 한다.
조팝나무
가운데 노란 수술과 암술들이 마치 좁쌀같이 보여서 조팝나무라 한다.
결국 이팝나무는 이 나무가 실제로 많이 자라던 전라도지방의 향명이 입하목(立夏木)인 것으로 봐서도 입하에 개화하는 나무라는 데서 그이름이 유래하지만 조팝나무의 영향으로 이밥에다가 결부시킨 설이 오히려 대세가 되어 버린 것이 아닌가 한다. 그러나 우리나라 이명으로 니암나무 또는 니팝나무가 있는 것으로 봐서는 이밥 즉 쌀밥과 연관이 전혀 없다고 단정하기도 어렵다. 그리고 중국에서도 일부에서 이 나무를 찹쌀에 비유하기도 하는데 중국에서는 꽃모습이 아니라 꽃망울이 터질 무렵 모양이나 크기 및 색갈이 찹쌀(糯米)을 닮았다고 나미화(糯米花)라고 부르며 그 잎을 차로 즐긴다고 나미차(糯米茶)라고 부른다고 분명하게 설명 한다.
이팝나무 꽃망울
중국에서는 이 모습에서 찹쌀을 닮았다고 별명으로 나미화(糯米花)로도 부른다.
이팝나무 꽃망울
중국에서는 찹쌀로 만든 이 과자를 아예 나미화(糯米花)라고 부른다.
이 나무의 원산지인 동양 3국 중에서는 우리나라에서만 최근에 여러 지역의 가로수로 심기도 하여 개체수가 많아져 비교적 흔한 나무로 취급하지만 중국과 일본에서는 매우 희귀한 수종으로서 양국 모두 멸종위기 2급 보호식물로 지정 관리하고 있다. 중국명은 유소수(流苏树)인데 유소를 술을 뜻하므로 이팝나무의 영어이름 fringe tree와 거의 동일한 의미이다. 중국의 별명은 위에서 언급한 나미화나 나미차 외에도 무생채와 같은 모습의 꽃이 핀다고 부르는 나복사화(萝卜丝花)와 사월설(四月雪) 등이 있는데 이는 눈같이 피는 꽃을 의미하는 학명과 일맥상통하는 이름이다. 참고로 나복(萝卜)은 채소 무우를 말한다.
좌(위) 서양의 fringe, 우(하) 중국의 유소(流苏)는 거의 같은 의미이다.
위 fringe 또는 유소(流苏) 즉 술과 이팝나무의 꽃잎이 비슷한 느낌을 준다.
일본에서는 이 나무를 히도츠바타고(ヒトツバタゴ)라고 부르는데 이는 일엽(一葉) 물푸레나무라는 뜻으로 물푸레나무와 비슷한 꽃이 피지만 잎은 우상복엽이 아닌 단엽이라는 뜻이다. 앞에서 향선나무를 코바타고(小葉タゴ)로 부르는 것과 같은 맥락이다. 일본에서 말하는 물푸레나무는 정확하게 학명 Fraxinus lanuginosa인 일본쇠물푸레를 칭한다. 그리고 일본에서도 녹나무, 보리자나무, 느릅나무와 개벚나무 등과 더불어 우리나라 당산목과 비슷한 의미의 난쟈몬쟈(ナンジャモンジャ)나무로 일종의 신목으로 취급하여 동경의 메이지진구 등 많은 신사에 심어져 있다.
일본쇠물푸레
꽃모습은 비슷하지만 잎모양이 이팝나무와 전혀 다르게 우상복엽이다.
그래서 일본에서는 이팝나무를 일엽물푸레나무로 부른다.
등록명 : 이팝나무
학 명 : Chionanthus retusus Lindl. & Paxton
분 류 : 물푸레나무과 이팝나무속 낙엽 교목
원산지 : 우리 자생종, 중국, 일본
중국명 : 유소수(流苏树), 나복사화(萝卜丝花), 사월설(四月雪)
일본명 : 히도츠바타고(ヒトツバタゴ : 一葉-)
영어명 : Chinese fringe tree
수 고 : 20m
가 지 : 회갈색혹흑회색, 원주형, 개전, 무모, 유지담황색혹갈색, 소피혹밀피단유모
엽 편 : 혁질, 박혁질, 장원형, 타원향혹원형, 란형혹도란형, 도란상피침형
잎크기 : 3~12 x 2~6.5cm
잎모양 : 선단원둔, 요입혹예첨, 기부원혹관설형, 설형, 희천심형
잎거치 : 전연, 약엽 소거치혹 복거치, 엽연초반권
어린잎 : 상면연맥피장유모, 하면밀혹소피장유모, 엽연첩모(睫毛)
성숙잎 : 상면연맥피유모, 하면연맥밀피장유모, 희피소유모
잎면맥 : 중맥상면요입, 하면철기
잎자루 : 05~2cm, 밀피황색권곡유모
꽃차례 : 취산상원추화서, 3~12cm, 지단정생, 근무모
포 편 : 선형, 2~10mm, 소피혹밀피유모, 화장1.2~2.5cm
성정체 : 단성자웅이주 혹 양성화
꽃자루 : 0.5~2cm, 섬세, 무모
꽃받침 : 1~3mm, 4심렬, 열편첨3각형혹피침형, 0.5~2.5mm
화 관 : 백색, 4심렬, 열편선상도피침형, 1.5~2.5cm x 0.5~3.5mm
화관관 : 단, 1.5~4mm
수 술 : 화관관내 장 혹 초신출, 화사장 재0.5mm미만
꽃 밥 : 장란형, 1.5~2mm, 약격돌출
방향성 : 향기 유
자 방 : 난형, 1.5~2mm, 주두구형, 초2렬
열 매 : 과타원형, 피백분, 1~1.5cm x 6~10mm, 남흑색혹흑색
개화기 : 3~6월
결실기 : 6~11월
용 도 : 차용, 미향, 방향유, 견중세치 목재 기구용, 약용 청량해독, 목서 대목
우리나라에서는 잎이 보다 좁고 화관 열편의 너비가 1~1.5mm인 종을 긴잎이팝나무(Chionanthus retusus var. coreana)로 하나 더 등록하고 있지만 국제적으로는 이팝나무의 이명으로 처리되는 것 같다.
이 나무 과거에는 우리나라 남부지방에서만 자라 현재 오래된 노거수는 거의 모두 남쪽에 있지만 실제로는 내한성이 매우 강하여 영하 20도 이하에서도 잘 견딘다. 따라서 중부지방은 물로 북한 황해도에서도 노지에서 잘 자라며 중국에서도 북부인 감숙성, 하북성 등에서도 자생하여 남부수종은 처음부터 아니었던 것 같다. 습지와 응달은 싫어하지만 내한성이 높고 가뭄에도 강하며 수명은 매우 긴 나무이지만 성장이 느려 일반 가정의 정원수로도 손색이 없어 보인다. 그리고 도감에는 이 나무 자웅이주라고 설명하지만 실제로는 단성 암그루는 안보이고 수그루이거나 양성화가 피는 나무만 존재한다. 따라서 열매를 보려면 양성화가 피는 나무를 골라야 한다.
이팝나무 양성화
이팝나무 양성화
이팝나무 양성화
이팝나무 웅화
이팝나무 웅화
이팝나무
잎이 대생이지만 가끔 아래와 같이 약간 어긋나기도 한다.
이팝나무 종자
이팝나무 동아
이팝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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