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당화
우리가 이 토종 장미를 해당화라고 하는 것은 주로 해변가에서 많이 자라기 때문일 것이다.
그래서 서양에서도 Beach Rose라고 하며 일본에서도 하마나스(浜梨)라고 같은 맥락으로 부른다.
이제 전세계 거의 모든 사람들이 친숙하게 알고 있을 법한 장미를 탐구하러 간다. 너무나도 흔한 것이라서 종류는 많아도 내용은 간단할 것으로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실상은 정말 어려운 수종이다. 아무리 들여다 봐도 전혀 감이 잘 잡히지 않는 수종이 바로 장미인 것 같다. 그것은 우리 인류가 그만큼 오랫동안 사랑하여 왔기에 매우 다양한 품종과 원예종들이 개발된 종이기 때문일 것이다. 학자에 따라서는 작게는 100여 종 많게는 3백 종이 넘는 수종이 분포한다고 하며 이들의 교잡종이나 원예종들은 그동안 몇 만 종이 개발되었으며 현존하는 것만도 수천 종을 헤아린다고 하니 실로 방대하다고 할 수 있다. 따라서 평소 그다지 관심이 없던 나로서는 이 방대한 장미의 세계를 제대로 파악하기는 거의 불가능하다고 판단되고 다만 그 극히 일부분에 지나지 않는 우리 자생종과 관련된 부분을 중심으로 알아본다.
우선 엄밀하게 말하면 장미라는 특정 나무는 세상 그 어디에도 없다. 그러므로 당연히 우리나라 국가표준식물목록에도 장미라는 특정수종은 없다. 그럼 장미(薔薇)는 무엇이란 말인가? 우리 국어대사전에는 장미는 장미과 낙엽관목이라고만 되어있다. 얼핏 특정수종을 지칭하는 것 같이 보인다. 그러나 최근 다음이나 네이버 등의 인터넷 사전에는 장미과 장미속 관목의 총칭이라고 특정 수종이 아닌 포괄적인 용어라고 구체적으로 명시하고 있다.
이는 다분히 일본의 バラ(薔薇)의 풀이를 인용한 것 같다. 일본에는 장미 즉 서양의 rose가 바로 バラ(바라)인데 이는 いばら(이바라)에서 전와된 말로서 가시가 있다는 자(茨)나 형(荊) 또는 극(棘)의 뜻이며 한자로는 중국을 따라 薔薇라고 쓴다. 일본에는 우리와 마찬가지로 몇 종류의 장미속 식물이 자생하는데 해당화를 제외한 모두의 이름 끝에 바라(バラ)라는 것이 들어간다. 예를 들면 찔레꽃의 경우 노이바라(ノイバラ : 野茨)로 부르는 것이다. 그리고 그냥 バラ(薔薇)는 개량 원예종들을 총칭하고 있다. 따라서 일본에서의 바라 즉 장미는 장미속 전체를 총칭하는 말로서 사용하지만 좁게는 원예종들을 지칭한다.
무려 82종이나 되는 장미속 식물이 자생하는 중국은 약간 다르다. 물론 중국도 학명의 Rosaceae(장미과) Rosa(장미속)을 薔薇科(장미과) 薔薇屬(장미속)이라고 부르기는 하지만 장미를 장미속 전체를 통칭하는 용어로는 잘 쓰지 않고 주로 덩굴성 장미의 변종이나 원예종을 지칭하는 한편 야장미(野薔薇)의 이명으로도 사용하는데 그 야장미가 바로 우리나라의 찔레꽃이다. 즉 중국 고서에 등장하는 장미를 야장미 즉 찔레꽃이라는 중국 최고의 장미 전문가 유덕준교수의 주장을 일단 널리 인정하는 분위기이다. 그런데 중국에서 서양의 rose를 곧바로 장미(薔薇) 즉 장미속 전체를 아우르는 통칭으로 받아드리지 않고 있는 이유는 중국에서는 이미 널리 사용되는 다른 용어가 두 개나 더 있기 때문이다. 그 하나는 중국인들이 가장 좋아하는 꽃 중 하나인 중국 토종 장미인 월계화(月季花)라는 것이고 또 다른 하나는 우리 해당화를 이르는 매괴(玫瑰)라는 것이다. 실제로 중국에서는 rose를 매괴로 인식하는 경우가 일반적이다. 따라서 중국에서는 서양의 rose를 장미와 매괴 또는 월계로 크게 세 개의 품종으로 분류하여 인식하는 것으로 보면 되겠다.
찔레꽃
중국과 일본에서 이 것을 들장미라고 부른다.
특히 중국에서는 고서화 등에 등장하는 장미는 이 찔레를 지칭하는 것이라고 보고 있다.
중국의 월계화
서양장미 못지 않게 아름다워 중국 10대 명화로 뽑힌다.
그럼 우리나라는 어떨까? 여러 정황으로 봐서 장미를 장미속 전체 관목을 통칭하는 말로서 사용하기도 하지만 좁게는 주로 해외에서 들어온 개량 원예종을 지칭하는 것으로 인식하는 것 같다. 따라서 일부 도감에서는 아예 그 원예종을 상징적으로 대표하는 학명 Rosa hybrida로 장미의 학명을 표기하기도 한다. 장미는 중국을 중심으로 하는 아시아가 주 원산지이며 일부가 유럽이나 아프리카 그리고 북미 등 널게 분포하는 식물인데 중국 종들이 서양에 들어가면서 서양종들과의 다양한 교잡이 반복적으로 이루어지면서 품종 개량이 되어 와서 이제는 그 족보를 따질 수도 없는 상황이 된 경우가 많다. 따라서 이런 종들을 교잡종이란 의미에서 통칭 묘사하는 임의 학명이 바로 Rosa hybrida인 것이다. 그래서 우리나라에서는 장미라는 용어는 장미속 전체를 아우르는 통칭이라기 보다는 이런 교잡 원예종을 지칭한다고 보면 되겠다.
따라서 우리나라에서도 약 8종 또는 그 이상의 장미속 식물이 자생하는데도 불구하고 이들을 아무도 장미라고 불러주지도 않고 장미라고 인식조차도 하지 않고 있는 것이다. 그들 즉 우리 자생종의 이름은 인가목, 생열귀나무, 흰인가목, 제주찔레, 용가시나무, 찔레꽃, 둥근인가목 그리고 해당화 등이다. 이들 모두 이웃 중국이나 일본에서는 당연히 장미로 인식하고 있는데 우리는 아무도 장미로 인식하지 않는다. 그래서 심지어는 '장미와 찔레의 구분법' 을 알려고 애쓰는 사람들도 적게 않게 보인다. 특정한 실체도 없는 장미와 장미의 엄연한 중심에 있는 야생 수종인 찔레꽃은 처음부터 아예 비교 대상이 아니다. 그런데도 이런 허황된 노력을 하게 만든 것은 바로 우리나라 식물학계가 아니면 누구의 책임이겠는가?
중국이나 일본 그리고 서양에서 뭐라고 부르던 우리는 찔레던 해당화던 얼마든지 우리식으로 이름을 지어 부를 수는 있다. 그러나 국제적인 분류체계를 따라서 분류를 하고 그 체계를 인정하는 이상 Rosa(장미속)의 중심에 있는 찔레꽃이나 해당화 등을 장미로 인식해야 하고 특히 중국과 일본에서 공히 들장미라고 부르고 있는 우리 자생 찔레꽃을 더 이상 홀대하지는 말아야 할 것 같다. 거듭된 성형으로 그 근본도 알 수 없게 된 서양장미의 그 현란한 화장빨에 미혹되어 우리 산야의 여기저기서 누가 가꾸지 않아도 저절로 잘 자라서 청초하고 소박하며 은은한 향기까지 나는 하얀 꽃을 피워주는 우리 토종 찔레를 장미로 인정조차 하지않으며 푸대접할 이유는 없다고 판단된다.
생열귀나무
생열귀나무
그럼 여기서 과연 우리나라에는 어떤 장미들이 있는지 부터 파악하고 가자. 우리나라에는 모두 23개의 자생 장미속 학명이 등록되어 있다. 이들을 국제적으로 인정받고 있는 종으로 유사종을 통합하면 아래와 같이 8개의 종과 3개의 미분류 보류종으로 정리할 수 있다. 따라서 국제적으로는 통폐합된 것까지 포함한 23개 종 모두를 파악할 필요는 없겠지만 최소한 국제적으로 인정된 아래 굵은 글씨의 8개 종과 1개의 변종에 대하여는 그 특성과 차이점 등에 대하여 파악해야 할 필요성은 있다. 아래 표에서 보듯이 우리 토종 장미들은 그 이름이 장미인 것은 하나도 없고 인가목과 생열귀나무 그리고 찔레와 가시나무 및 해당화라는 5개의 이름이 등장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모두 장미를 칭하는 용어로 보면 될 듯하고 특히 가시나무와 찔레는 거의 같은 용어로 혼용되고 있음이 보인다.
우리나라 자생 토종 장미들 일람표
국 명 |
학 명 | 비 고 |
조 분 류 | 중 국 명 |
인가목 | Rosa acicularis Lindl.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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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미조(桂味組) | 자장미(刺薔薇) |
생열귀나무 | Rosa davurica Pall.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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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미조(桂味組) | 산자매(山刺玫) |
흰생열귀나무 | Rosa davurica f. alba (Nakai) T.B.Lee | 유사종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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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생열귀 | Rosa davurica var. ellipsoidea Nakai | 유사종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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흰인가목 | Rosa koreana K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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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엽조(芹葉組) | 장백장미(長白薔薇) |
제주찔레 | Rosa luciae Franch. & Rchb.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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합주조(合柱組) | 광엽장미(光叶蔷薇) |
흑산가시 | Rosa kokusanensis Nakai | 유사종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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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가시나무 | Rosa wichuraiana Crep. ex Franch. & Sav. | 유사종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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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돌가시나무 | Rosa wichuraiana f. ellipsoidea Nakai | 유사종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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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돌가시나무 | Rosa wichuraiana f. rosiflora Nakai | 유사종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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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가시나무 | Rosa maximowicziana Regel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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합주조(合柱組) | 산화장미(伞花蔷薇) |
왕용가시 | Rosa maximowicziana var. coreana (R.Keller) Kitag. | 유사종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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털용가시 | Rosa maximowicziana var. pilosa (Nakai) Nakai | 유사종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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찔레꽃 | Rosa multiflora Thunb.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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합주조(合柱組) | 야장미(野蔷薇) |
털찔레 | Rosa multiflora var. adenochaeta (Koidz.) Ohwi | 변 종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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좀찔레 | Rosa multiflora var. quelpaertensis (H.Lév.) Nakai | 유사종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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둥근인가목 | Rosa pimpinellifolia L.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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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엽조(芹葉組) | 밀자장미(密刺蔷薇) |
해당화 | Rosa rugosa Thunb.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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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미조(桂味組) | 매괴(玫瑰) |
민해당화 | Rosa rugosa var. chamissoniana C.A.Mey. | 유사종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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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해당화 |
Rosa rugosa var. kamtschatica (Vent.) Regel | 유사종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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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생열귀 | Rosa silenidiflora Nakai | 미해결학명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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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청가시나무 | Rosa taisensis Nakai | 미해결학명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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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경찔레 | Rosa jaluana Kom. | 미해결학명 |
장미의 영어명 rose는 원래 불어에서 왔으며 이의 라틴어가 바로 속명 rosa이다. 참고로 서양에서는 rose가 장미속 식물을 뜻하기도 하지만 장미빛 즉 분홍색이라는 뜻으로도 통하며 심지어는 연한 레드 와인을 뜻하기도 한다. 아마 rose의 어원이 red에 근거하는 것과 무관하지않은 것 같다. 이 장미속은 그 아래 단엽장미아속과 장미아속 등 4개의 아속으로 분류되는데 우리 토종 장미는 모두 장미아속으로 분류된다. 그 장미아속(Subgen. Rosa)을 다시 11개 조(section)으로 재분류하는데 우리나라 자생종들의 조(組)분류는 위 표에 있듯이 모두 3개의 조에 속한다. 그들은 조별로 모으면 아래와 같다. 아래의 조분류를 살펴보면 우리나라 이름 인가목 생열귀나무 그리고 해당화와 찔레가 아무런 기준이나 어떤 일관성이 있어서 달리 부르는 것이 아니고 그냥 모두 토종 장미를 지칭하는 용어로 혼용되고 있다는 것을 다시 한번 확인시켜 주고 있다.
계미조 Sect. Cinnamomeae DC.
직립관목, 가시, 소엽편 5~15, 탁엽, 화다송이, 포편관대, 악편전연, 화후직립, 숙존, 화주이생, 불외신
인가목, 생열귀나무, 해당화
인가목
인가목
생열귀나무
해당화
근엽조 Sect. Pimpinellifoliae DC.
직립관목, 가지 직립, 가시, 소엽편 7~9, 소형, 좁은 탁엽, 화단생, 무포편, 악편전연, 직립, 숙존, 화주이생, 불외신
흰인가목, 둥근인가목
흰인가목
흰인가목
흰인가목
둥근인가목
둥근인가목
합주조 Sect. Synstylae DC.
덩굴성 관목, 만곡 가시, 소엽 5~9, 희3, 탁엽전연, 치상분열, 화다타산방상화서, 악편우열, 화우반절, 조락, 화주연성, 신출악통외
제주찔레, 용가시나무, 찔레꽃
제주찔레(돌가시나무)
제주찔레(돌가시나무)
용가시나무
용가시나무
찔레꽃
그럼 다음부터는 이 우리 자생 8종의 장미에 대하여 자세하게 그 특성과 차이점 등에 대하여 알아보기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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