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목탐구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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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5 해당화(海棠花) - 우리 토종 장미

낙은재 2017. 4. 22. 17:21

해당화


해당화

우리나라 국생정에는 진한 분홍색 꽃이 핀다고 되어 있으나 흰색도 해외서는 해당화로 본다. 


이제 우리 토종 장미 중 하나인 해당화를 알아보자. 거듭 해당화를 토종 장미라고 반복 강조하는 이유는 우리나라서 아무도 이 해당화를 장미라고 불러주는 사람이 없기 때문이다. 장미가 서양에서 들어온 개량 원예종만을 지칭하는 용어라면 해당화를 장미라고 굳이 말할 필요가 없지만 국민 대다수가 장미는 장미속 관목의 총칭으로 인식하고 있으며 사전에서도 그렇게 설명하는 마당에 우리 토종 장미들은 해당화니 인가목이니 생열귀나무 또는 찔레꽃 등으로 우리 독자적인 이름으로 부르고 있으므로 아무도 장미라고 인식하지 않고 있다는 점이 못마땅하기 때문이다. 이건 근거없는 엉뚱한 주장은 아니다. 전세계가 우리 토종 장미들을 모두 장미라고 불러주고 있는데 우리만 장미로 부르지도 장미로 인식하지도 않고 있으니까 그런 것이다. 가장 못마땅한 것은 우리 토종 장미들이 밖에서는 rose로 불린다는 것을 뻔히 알면서도 그 어느 도감에서도 이들을 장미라고 설명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저 장미과 관목이라는 상투적인 설명만 늘어놀 뿐이다. 우리 정보가 항상 이런 식이므로 내가 이렇게 직접 일 년 반이 넘도록 열 일을 제쳐두고 목본탐구에 매달려 있는 이유이기도 하다.   


'명사십리 해당화야 꽃진다고 서러마라'로 시작되는 노래를 모르는 세대들도 '해당화 피고지는 섬마을에~'는 들어 봤을 것이다. 그렇다 해당화는 바로 명사십리같은 해변이나 섬마을에 많이 자란다는 것을 노래 가사에서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 이름 자체도 해당화(海棠花)라고 바다라는 의미가 들어가 있다. 이 나무를 우리만 그렇게 부르는 것은 아니다. 해당화는 원래 우리와 중국과 일본 그리고 시베리아 등 극동지역이 원산지이지만 그 꽃의 아름다움과 향기 그리고 강한 내한성 때문에 유럽과 미주 등 전세계 추운 지역으로 널리 분포되어 있는데 영어권에서는 이 나무를 beach rose라고도 부르고 있어 우리 해당화와 일맥상통하며 이웃 일본에서도 같은 맥락으로 해안을 뜻하는 하마(濱)와 배를 뜻하는 나시(梨)의 합성어에서 전와된 하마나스로 부르고 있다.    


해변에서 자라고 있는 해당화 모습

완도에 가면 명사십리라는 아름다운 해변이 있고 거기에도 해당화공원이 있다.

그러나 그 명사십리(鳴沙十里)는 노래에 나오는 원산의 명사십리(明沙十里)와는 다른 것이다. 

해당화는 워낙 추운 지방에서 자라는 나무라서 더운 완도에서 잘 자라는지 모르겠다.


중국에서는 이 해당화를 매괴(玫瑰)라고 부르는데 이는 원래 아름다운 붉은 옥의 이름이다. 해당화의 아름다움을 붉은 옥에 비유한 것인데 그런 의미에서는 서양의 장미 즉 rose가 원래 붉다는 red에서 파생된 이름인 것과 통한다고 볼 수 있다. 세계 어디나 사람 생각은 비슷한가 보다. 해당화를 학명으로는 Rosa rugosa로 표기하는데 종소명 rugosa는 주름이 있다는 뜻으로 해당화 특유의 잎 주름에서 왔다. 그런데 우리 이름 해당화가 문제이다. 한자로 海棠花로 표기하는데 중국이나 일본에서 이렇게 표기하지 않는 것으로 봐서 우리나라에서 독창적으로 만든 한자어로 판단된다. 주로 바닷가에서 서식하므로 해(海)는 좋은데 가운데 당(棠)이 문제가 된다. 중국에서 수사해당이니 서부해당이니 하는 해당(海棠)이라는 중국 이름을 가진 꽃사과나무들이 요즘 많이 들어오고 있어 혼란스럽기 때문이다. 


중국명 해당화(海棠花)

우리나라 등록명은 스펙타빌리스꽃사과이다.


중국 해당화(海棠花)의 열매

스펙타빌리스꽃사과


해당화 열매

비타민 C가 풍부하므로 생으로 먹어도 되고 술을 담거나 잼으로 이용도 가능하다.


그럼 왜 우리 토종 장미가 해당화가 되었을까? 여기에 대하여는 아무도 설명하지 않는다. 그래서 스스로 추적해 보는 수 밖에는 없다. 우선 해당화의 당(棠)은 우리말 아가위를 한자어로 표현한 것 같다. 즉 바닷가에 주로 서식하는 아가위나무를 해당화로 한자식으로 표기하였을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그 근거로는 해당화와 비슷한 우리 토종 장미의 이름이 생열귀나무라는 것이 있는데 이 열귀 또한 아가위의 방언이라고 하며 심지어는 찔레도 그 어원은 딜위인데 이 또한 작은 배같은 열매를 뜻한다고 하니 우리가 해당화로 부르기 이전에 우리 조상들이 그런 작은 배같은 열매가 달리는 토종 장미나무들을 열구나무 열귀나무 아그배나무 또는 아가위나무 등으로 불렀으며 그 아가위나무를 한자로 바꾸니 바로 아가위 당(棠)자로 되었을 것이다. 


게다가 여기에 또 하나 살펴볼 것은 초창기 우리 식물 이름에 많은 영향을 끼친 일본의 이름이다. 일본의 해당화 이름인 하마나스(浜梨)도 바닷가 배나무라는 뜻이므로 일본의 배나무 리(梨) 대신에 우리는 아가위 당(棠)이 들어간 것이 된다. 아가위가 아가배 즉 작은 배가 되므로 결국 뜻은 같은 것이 된다. 개인적인 추측으로는 일본에는 이미 그전부터 꽃사과나무들을 예를 들면 서부해당을 실해당(實海棠)으로 수사해당을 해당(花海棠)으로 부르고 있었으므로 이 나무를 해당화로 부를 수는 없었을 것이다. 따라서 우리가 일본 이름에서 힌트를 얻어 해당화로 불렀던가 아니면 일본이 우리를 따라하려다가 해당화를 피하여 하마나스(浜梨)로 불렀을 가능성도 없지는 않아 보인다. 이부분은 누군가에 의하여 나중이라도 밝혀질 것으로 기대한다.


일본의 해당화 (하마나스)


지금의 현실에서 보면 배나무와는 많은 거리감이 있는 해당화에서 예쁜 꽃보다는 그 조그마한 열매를 먹거리로 생각하여 그런 이름을 지었다는 것이 생뚱맞기는 하다. 하지만 우리나 일본이나 배고프던 시절에 먹거리가 최우선이었다는 것을 감안하면 이해가 간다. 결국 해당화의 열매나 산사나무의 열매나 아그배나무의 열매나 모두 같은 차원에서 작지만 먹을 수 있는 열매로 인식하였다는 것을 말하고 있다. 중국에서 붉은 미옥(美玉)이라는 뜻인 매괴라고 부르는것에 비하면 모양새가 좀 빠져 보이기는 하지만 서양에서도 열매가 토마토를 닮았다고 sea tomato라는 이름으로도 불린다는 것을 보면 반드시 그렇게 생각할 일만은 아니다.


참고로 바로 앞 포스팅에서 언급한 바와 같이 중국에서는 사과나무속 꽃사과들과 명자나무속 나무들을 통틀어 해당이라고 부른다. 그리고 해(海)는 원래는 '해외에서 들어 온 것'을 뜻하지만 현재는 '귀하고 좋은 것'을 뜻하며 당(棠)은 당리(棠梨) 즉 두리(杜梨)라는 특정한 배나무를 지칭한다. 따라서 우리의 해당화의 당을 '배같은 모양의 작은 열매가 달리는 나무'로 해석을 한다면 중국의 당과 그 의미에서 별반 차이가 없다. 다만 중국에서는 당(棠)이라고 하지 않는 장미속 나무들에게까지 그 범위를 넓힌 점만 다르다. 그리고 우리의 해(海)는 실제로 바닷가를 뜻하지만 중국의 해는 바다와는 무관한 아름다운 꽃으로 변질된 점에서 차이가 있다. 


처음에는 우리의 해당화라는 이름이 별 생각없이 지어진 이름일 것으로 판단하고 최근에 밀려오는 중국의 진짜 해당화들과 혼동된다고 투덜거렸으나 나름대로 바닷가에서 주로 서식하며 작고 둥근 열매가 달리는 나무이므로 해당화라고 해서 안될 이유는 없다고 판단된다. 다만 당(棠)을 아가위로 풀이하고 그 아가위를 산사나무의 열매라고만 풀이하는 사전들과는 부합하지 않을 뿐이다. 그리고 이미 이미자님 덕분에 전국민이 해당화라고 알고 있는 것을 누가 감히 고칠 수 있으랴? 게다가 고칠 이유도 전혀 없다. 다만 중국의 해당화와 우리 해당화가 이름은 같으나 다른 뜻이며 다른 나무라는 점만 파악하고 있으면 될 듯하다.


등록명 : 해당화

학  명 : Rosa rugosa Thunb.

분  류 : 장미과 장미속 낙엽 관목

원산지 : 우리 자생종, 중국, 일본, 러시아

중국명 : 매괴(玫瑰)

일본명 : 하마나스(浜梨)

영어명 : beach rose, sea tomato, Japanese rose

수  고 : 2m

줄  기 : 직립, 조장, 총생

가  지 : 밀피융모, 유침자와 선모, 직립혹만곡, 담황색의피자, 피자외융모

소  엽 : 5~9, 연엽병장 5~15cm

소엽편 : 타원형혹타원상도란형, 1.5~4.5 x 1~2.5cm

잎모양 : 선단급첨혹원둔, 기부원형혹관설형, 변연유첨예거치

잎상면 : 심록색, 무모,엽맥하함, 주름

잎하면 : 회록색, 중맥돌기, 망맥명현, 밀피융모와선모, 유시선모불명형

잎자루 : 엽축과 함께 융모와 선모

탁  엽 : 대부첩생우엽병, 이생부분란형, 변연유대선거치, 하면융모

꽃차례 : 화단생, 엽액생, 수타족생, 포편란형, 변연선모, 외피융모

꽃자루 : 5~22.5mm, 융모와 선모

꽃크기 : 직경 4~5.5cm

꽃받침 : 넌상피침형, 선단미상점첨, 상유우상열편이확전성엽상, 상면희소유모, 하면유모와선모밀생

꽃부리 : 도란형, 중판, 반중판

방향성 : 있음

꽃색상 : 자홍색, 백색

암술대 : 이생, 피모, 초신출악통구외, 비웅예단흔다

열  매 : 편구형, 직경 2~2.5cm, 전홍색, 육질, 평활, 악편숙존

개화기 : 5~6월

결실기 : 8~9월

용  도 : 방향유(꽃잎), 기름 식용 및 화장용, 담금술, 차용, 약용, 식용(비타민C)

특  징 : 내한성이 영하 40도 거뜬하고 병충해에도 강함


우리나라에는 해당화 외에도 줄기에 가시가 거의 없고 잎의 주름이 적은 품종을 민해당화라고 하며 여기에 꽃과 열매까지 적은 것을 개해당화라고 별도로 자생종으로 등록하고 있으며 중국에서 들어 온 흰꽃이 피는 흰해당화와 겹꽃의 만첩해당화를 재배종으로 등록하고 있으나 국제적으로는 이들은 모두 해당화로 통합 즉 Rosa rugosa Thunb.의 유사종으로 이명처리하고 있다. 따라서 원예종이거나 노랑해당화로 등록된 Rosa xanthina를 제외한 해당화라는 이름으로 우리나라에 등록된 모두를 하나로 통합 해당화로 인식하면 되겠다.


 우리집 해당화인데 봄부터 가을까지 계속 꽃을 피우는 변종이다. 요즘은 이 또한 해당화로 통합 분류한다.

정확한 학명은 Rosa rugosa var. rubra이다.



만첩해당화


만첩해당화


해당화 종자


해당화의 꽃과 열매는 약효가 매우 뛰어나 중국은 물론 우리나라에도 알려져 있는데 중국의 본초정문(本草正文)에 꽃은 탁하지 않고 맑으며(清而不浊),사납지 않고 부드러우며(和而不猛),간을 부드럽게 하고 위를 깨우며(柔肝醒胃),기를 소통시키고 피를 움직이게 한다(疏气活血) 따라서 부작용이 없이 막힌 것을 뚫는 데는 최고라고 설명하고 있다. 특히 꽃잎을 증류하여 채취하는 증류액을 매괴로(玫瑰露)라고 하는데 남성 호르몬과 정자의 생성을 돕고 피부를 좋게하며 혈액순환과 신진대사에 이롭다고 한다. 여기에 대하여는 우리나라 국생정에도 잘 기재되어 있다. 꽃잎 보다는 못하지만 열매 또한 비타민C 등이 많아 술을 담거나 잼이나 꿀에 재워 먹으면 성인병 예방에 좋다고 한다. 식물을 사랑하는 사람으로서 채 피지도 않은 꽃망울을 따서 약을 만드는 것은 마뜩하지 않지만 열매를 따서 활용하는 것은 관심이 간다.


해당화 꽃망울


매괴 꽃망울 약 50송이로 직접 매괴로를 만들기도 하며 술로 담아 매괴로주라고 팔기도 한다.


모두 rose로 통하는 서양에서 분류체계상 장미는 4개의 아속으로 분류하고 그 중 장미아속을 다시 11개 조로 세분하는 것과는 별도로 중국에서는 일반적으로 장미속을 크게 매괴와 월계 그리고 장미로 3분한다. 각기 원예종들이 많이 개발되어 구분이 애매한 경우도 있으나 대개 매괴(玫瑰)는 일 년에 한 번만 꽃이 피며 향기가 있는 품종을 말하고 월계(月季)는 향기는 없거나 약하지만 년 중 수시로 꽃이 피는 종을 말하며 대부분 꽃의 사이즈가 크다. 끝으로 장미(蔷薇)는 주로 덩굴장미를 말하며 꽃이 작은 대신에 일 년에 한번 많은 송이가 한꺼번에 피는 품종이다. 원래 장미라는 이름은 담장(墙)에 기대어 자라는 궁궁이(蘼)같다고 장미(蔷蘼)로 불리다가 현재의 장미(蔷薇)가 되었다고 본초강목에서 이시진이 풀이한 바와 같이 중국 내에서는 주로 덩굴장미를 뜻한다. 따라서 우리나라의 찔레꽃을 중국에서는 야장미(野蔷薇)라고 하는데 이를 중국 장미의 원종으로 보고 있다.


따라서 일 년에 한번 향기가 있는 꽃을 피우는 서양 장미의 대부분은 중국에서 매괴라고 부른다. 따라서 중국인들은 서양의 rose에 대응하는 말은 월계나 장미 보다는 거의 매괴로 인식하고 있다. 용어의 어원 자체도 붉은 색에서 비롯된 점 또한 로즈(rose)와 매괴가 동일하다. 그리고 그 매괴 중에서 우리 토종 해당화는 최근에 들어 병충해에 강하고 내한성이 매우 강하며 향이 좋아 많은 관심을 받고 있다고 한다. 즉 해당화는 장미의 대국 중국에서 결코 변두리가 아닌 중심에 있는 품종이라는 것이다. 이쯤대면 누가 우리 토종 장미인 해당화를 무시하겠는가? 그럼 여기서 중국의 매괴와 월계 그리고 장미의 일부 품종들을 구경하자. 

 

매괴

해당화가 이정도라면 누가 무시하랴!


약수매괴


평음매괴


향수월계


등본월계


분단장미


하화장미


장미 칠자매


찔레꽃, 중국명 야장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