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목탐구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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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4 해당화(海棠花)의 어원, 중국 해당(海棠)과 우리 아가위, 아가위나무

낙은재 2017. 4. 21. 15:48

수사해당(垂絲海棠) = 할리아나꽃사과

중국 해당4품 중에 하나


해당화(海棠花)

우리나라에서 자생하는 토종 장미이다. 중국 해당과는 아무런 관련이 없다.


중국이나 일본에서는 사과나무속 꽃사과나무들에 붙이는 이름인 해당화로 부르는 우리 토종 장미나무가 있다. 한자로 海棠花(해당화)로 표기하는 것으로 봐서는 우리 독자적인 이름은 절대 아닌 것이 분명한데 왜 이런 이름을 붙였는지 모르겠다. 그저 깊은 생각없이 불렀거나 뭔가 착각을 하여 붙인 것이 분명해 보인다. 예나 지금이나 식물이름은 우리 독창적으로 지어서 부르거나 아니면 남의 나라 이름을 차용하려면 제대로 정확하게 붙여야지 안그러면 원래의 그 이름을 가진 식물이 나중이라도 국내 들어올 때 많은 혼란이 오게 된다. 이 해당화도 마찬가지이다. 


요즘 국내 정원수 시장에 가보면 중국에서 들어온 여러 종류의 해당화들이 있다. 그런데 그 모양이 장미의 일종인 우리 토종 해당화와는 판이하게 다른 사과나무 모습을 하고 있다. 열매를 먹는 과일용 사과나무가 아닌 꽃을 보는 꽃사과나무들을 수사해당이니 서부해당이니 심산해당이니 하면서 부르고 있는 것이다. 이들의 상당수에 대하여는 이미 앞에서 탐구를 마쳤으나 다시 한번 간단하게 살펴보고 그 다음 왜 우리 토종 장미에다가 해당화라는 이름이 붙었을까를 추적해 보자.


서부해당(西府海棠) = 개아그배나무

중국 해당4품 중에 하나


첩경해당(贴梗海棠) = 산당화

중국 해당4품 중에 하나


모엽해당(毛叶海棠) = 카타이엔시스명자

중국 해당4품 중에 하나


우선 우리 해당화를 두고서 '명사십리 해당화'라고 하는 것은 이 장미속 나무가 염분에도 강하여 해변가 모래사장에도 잘 적응하므로 백 번 옳은 말이고 실제로 함경도 원산에 있는 명사십리(明沙十里) 해변에는 해당화가 많이 자라고 있었다고 한다. 그러나 우리 해당화를 두고서 중국의 시인이 화중신선(花中神仙)이나 백화지존(百花之尊)이라고 칭송하였다거나 당나라 양귀비와 얽힌 해당춘수(海棠春睡)라는 고사를 들먹이며 화지귀비(花之贵妃)나 화존귀(花尊贵)라고 설명한다면 정말 웃기는 이야기가 된다. 여기 중국에서 말하는 해당(海棠)은 우리 해당화(海棠花)가 아니고 꽃사과나무를 지칭하는 것이므로 전혀 다르다. 우리가 해당화라고 부르는 것은 중국에서는 매괴(玫瑰)라고 부르며 서양의 Rose에 대응하는 중국어로 인식하고 있으며 신선이나 지존 그리고 귀비 같은 좋은 의미 보다는 줄기에 가시가 있다고 그와는 반대되는 개념인 자객이나 협객 등의 상징으로 불려왔다.


해변가 모래에서도 잘 자라는 해당화


우리 해당화의 어원을 찾으려면 일단 중국의 해당(海棠)을 알아보지 않을 수가 없다. 중국의 해당은 해(海)와 당(棠)의 합성어이다. 중국에서는 원래 당(棠)은 배나무의 일종인 당리(棠梨) 즉 두리(杜梨)를 지칭한다. 당리(棠梨)가 중국에서 간혹 우리의 콩배나무인 두리(豆梨)나 목리(木梨)의 이명으로도 불리기도 하는데 이들이 매우 비슷하기 때문이다. 당리 즉 두리(杜梨)는 우리나라에는 자작잎배나무로 등록된 Pyrus betulifolia를 지칭한다. 나무 키가 10m까지 자라고 지름이 10mm 안팎의 매우 작은 열매가 달리는 배나무의 일종이다. 여기에 해(海)는 원래 '바다를 건너온' 이라는 뜻으로 좋고 귀한 것에다가 중국인들이 붙이는 접두사이다. 따라서 해당(海棠)은 작고 '둥근 열매가 달리는 아름다운 꽃이 피는 귀한 나무' 정도로 이해하면 된다. 그러나 열매의 크기는 콩배 수준이 아닌 큰 열매가 달리는 나무도 간혹 해당이라고 하는데 그 좋은 예가 우리가 모과라고 부르는 것을 중국에서 해당이라고도 한다. 



당리(棠梨) 즉 두리(杜梨)


당리(棠梨) 즉 두리(杜梨)


당리(棠梨) 즉 두리(杜梨)


콩배나무인 중국의 두리(豆梨)

꽃술은 당리와 비슷하나 키가 좀 작고 소지와 엽병과 과병에 털이 없다는 점에서 차이가 난다. 


그럼 중국에서 해당이라고 불리는 수종들이 무엇무엇이 있는지를 알아보자.

중국 해당의 종류

사과나무속 : 수사해당, 하남해당, 호북해당, 농동해당, 산사해당, 서부해당, 창강해당, 서촉해당, 삼엽해당, 해당화, 변엽해당, 화엽해당, 전지해당 등

명자나무속 : 첩경해당(산당화), 모엽해당(카타이엔시스 명자), 왜해당(풀명자), 해당(모과)

이 중에서 서부해당과 수사해당 그리고 첩경해당 및 모엽해당을 중국에서 해당4품(海棠四品)으로 꼽는다.


위에서 보듯이 어디에도 장미의 일종인 우리의 해당화는 없다. 그리고 원래 중국에서 당(棠)이 의미하는 배나무의 일종도 어느 것 하나 해당이라고는 하지 않는다. 다만 두리(杜梨)를 이명으로 해당리(海棠梨)라고 부를 뿐이다. 결국 중국의 해당(海棠)은 사과나무속 일부 꽃사과들과 명자나무속 나무들을 통칭하거나 속칭하는 말이므로 특정 수종을 지칭하는 것은 아니다. 다만 일부 지방에서 우리가 모과라고 부르는 나무를 해당이라고 하며 해당화(海棠花)라 불리는 사과나무속 나무도 있는데 이 나무의 우리나라 등록명은 스펙타빌리스꽃사과이며 우리 주변에서도 가끔 볼 수 있다.


그럼 다시 중국의 당(棠)으로 돌아가서 이 글자를 지금 밝혀진 자작잎배나무 당(棠)자로 풀이하면 그만이겠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그동안 우리나라에서는 한자 당(棠)자를 아가위 당으로 풀이하여 왔다. 하지만 그 아가위의 정체를 시원하게 정의해 주는 사람은 없다. 한자의 본 고장인 중국에서만 있고 우리나라에는 없는 나무라서 식물에 대하여는 별 관심이 없었던 우리 선조들이 제대로 파악하기는 불가능하였을 것이다. 그래서 지금 한글 사전에 아가위나무를 검색하면 산사나무라고 대부분 설명하거나 '1. 아가위(산사자 : 山査子 = 산사나무의 열매) 2. 팥배나무(장미과의 낙엽 활엽 교목) 3. 산앵도나무'라고 이질감 있는 나무를 몇 개 나열하고 있어 더욱 혼란스럽기만 하다.


산사나무


산사나무

이 열매를 아가위또는 산사자라고 한다.


우선 산사나무는 우리나라 식물학계에서도 이명으로 아가위나무라고 부르므로 아가위나무를 산사나무로 풀이하는 것은 국어학계와 식물학계가 일치한다. 그러나 팥배나무는 다소 엉뚱한데 국내는 없었던 중국의 杜梨(두리)를 팥배로 잘못 인식한 것 같다. 우리나라에는 팥배나무라고 마가목속의 다른 나무가 있으므로 이 배나무속 두리를 팥배나무로 번역해서는 안된다. 저 아래 있는 시경의 소남 감당이라는 시에서 감당이 바로 당리 즉 두리인데 이를 우리나라 많은 문헌들이 팥배나무로 번역하는 오류를 범하고 있다. 차라리 감당나무라고 하는 것이 옳다. 중국에서도 팥배나무는 수류화추(水榆花楸)라고 배나무와는 무관하게 부르며 그 어느 이명에도 배(梨)가 들어간 이름은 없다. 


팥배나무

중국의 당(棠)이나 감당(甘棠)을 팥배나무로 오역하면 안된다.


팥배나무

중국 이름은 수류화추(水榆花楸)이며 배나무속이 아닌 마가속으로 분류된다.


그리고 산앵도나무는 정말 뜬금이 없다. 우리 자생종 산앵도나무는 Vaccinium hirtum인 중국의 홍과월귤(红果越桔) 변종인데 진달래과이므로 과(科) 자체가 다른데도 여기에 등장하는 이유는 중국에서 산사를 홍과(红果)로 부르기도 하기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홍과는 홍과월귤과는 전혀 거리가 멀다. 그리고 여기에는 없지만 산앵도나무와 비슷한 이름을 가진 산앵두나무(산이스라지)도 끼워들 자격은 충분하다. 그것은 중국에서 벚나무속 이스라지를 욱리(郁李)라고 부르는데 이명으로 당체(棠棣)라고도 하기 때문인데 이 당체(棠棣)는 산사나무 중 넓은잎산사의 이명이기도 하다. 그러나 이들 둘은 모두 키가 작은 관목에 불과하여 소백이라는 재상이 그늘 아래서 진을 치고 정무를 볼 정도의 나무는 절대로 아니다.


산앵도나무

중국 홍과월귤(红果越桔)의 변종


산앵두나무 = 산이스라지

중국 별명이 당체(棠棣)


그럼 왜 아가위를 산사나무라고 우리나라 모든 사전에서 풀이를 할까? 아가위는 원래 아그배에서 온 말로서 작은 배가 달리는 나무라는 뜻이라는 주장이 설득력이 있어 보이며 그렇다면 그런 나무의 대표격인 우리 자생종 산사나무의 이명이 된 것이고 중국의 당을 아가위로 풀이하였을 가능성이 높다. 정확하게 그 선후를 알 수는 없지만 그 옛날 우리나라에는 없는 중국의 당리(棠梨) 즉 두리를 우리 자생종 산사나무와 동일한 것으로 추정한 것이 아니겠는가 한다. 우리나라서는 산사나무를 오랫동안 배나무의 일종으로 판단하고 있었으므로 아가위나무 외에도 아그배나무나 찔구배나무, 질배나무, 동배나무 등 다양한 배나무라는 우리식 이명을 가지고 있다. 


결국 이제까지 매우 골머리 아프게 파헤쳐 보았지만 결국은 산사나무와 팥배나무를 배나무의 일종으로 인식하고 있던 시절 중국의 당(棠)을 우리 자생종 팥배나무나 산사나무로 파악하고 산사나무의 우리 이름 아가위나무로 당(棠) 자를 풀이하였으며 그 산사나무의 중국 별명인 홍과라는 별명을 같이 가진 산앵도나무까지도 아가위나무의 범주에 포함시킨 것으로 추정이 된다. 그렇다면 왜 산사(山査)나무의 사(査) 자를 아가위 사자라는 풀이는 없는지 여전히 의문은 남는다.


그러나 이제는 더 이상 중국의 당(棠)에 대하여는 논란해서도 안되고 할 필요도 없다. 사진이 있고 국제적으로 통용이 되는 학명으로 분명하게 표시되는 분류체계가 있는 이상 학명 Pyrus betulifolia Bunge로 표기되며 중국 정명이 두리(杜梨)인 나무로 특정된 중국의 (棠)을 우리나라 등록 정명인 자작잎배나무라고 불러야 한다. 학명의 종소명 betulifolia에 내포된 자작잎배나무로 명명된 우리나라 등록명이 매우 적절하다고 판단된다. 따라서 우리말 아가위나무는 중국의 당(棠)과는 별개로 그냥 작은 배 모양의 열매가 달리는 나무의 통칭으로 정의하던가 아니면 산사나무의 우리말이라고 풀이하고 한자 (棠)자의 풀이를 자작잎배나무로 바꾸는 것이 옳지 않겠는가 판단한다. 


시경에 서주시절 신하의 신분으로 최고 권력을 가진 공화정을 최초로 실시한 소목공 희석(姬奭)이라는 재상이 남쪽을 순행하면서 감당이라는 나무 아래서 머물면서 선정을 베풀었기에 이를 기리는 소남 감당(召南·甘棠)이라는 시가 시경(诗经)에 실려있는데 이 감당(甘棠)이 바로 두리(杜梨)라고 중국에서 주석을 한다. 소백(召伯)님이 노숙하고(茇) 휴식하고(憩) 머무신(说) 저 고귀한 감당나무(두리)는 아무도 베지도(伐) 꺽지도(败) 훼손하지도(拜) 말라는 내용이다. 그러나 국내 많은 한문학자들이 감당을 팥배나무라고 잘못 풀이하고 있다. 


蔽芾甘棠, 勿剪勿伐, 召伯所茇。폐불감당, 물전물벌, 소백소발

蔽芾甘棠,勿剪勿败, 召伯所憩。폐불감당, 물전물패, 소백소식

蔽芾甘棠, 勿剪勿拜, 召伯所说。폐불감당, 물전물배, 소백소세


소백(召伯)이 감당나무 아래서 정사를 보고 있다.


천자문에도 이와 관련된 내용이 나온다. 存以甘棠 去而益詠(존이감당, 거이익영) 감당나무를 그대로 두어 (소백)님이 가신 후에도 칭송이 높았다. 지방에 가서 순시행정을 하면서도 민폐를 줄이고자 배나무 아래서 야영을 하며 선정을 베푼 소백을 기념하여 그 나무를 잘 보존하고 길이길이 칭송하였다는 말이다. 그래서 지방 관리 책임자를 방백(方伯)이라는 말이 나왔다고도 한다. 우리나라 강원도 삼척에 가면 황희정승을 기리는 소공대라는 곳이 있는데 이 또한 황희정승을 중국의 소공(召公)에 비유한 것이라고 한다. 이미 3천 년 전에 중국에는 왕권이 아닌 민권에 의한 선정이 있었건만 아직도 중국은 완전한 민권정치 체제는 아닌 것 같아 아이러니하다. 본론에서 너무 멀리 왔다. 


다음은 토종 장미인 해당화에 대하여 구체적으로 알아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