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목탐구이야기

무환자나무과/단풍나무속

441 털고로쇠나무 - 고로쇠나무들의 원종

낙은재 2018. 1. 10. 10:43

털고로쇠나무

잎 뒷면에 털이 밀생하여 비로드같은 느낌이라고 한다.



털고로쇠나무


과거 한동안 고로쇠나무의 변종으로 분류되던 털고로쇠나무는 일본과 우리나라에만 자생하는 키가 매우 큰 단풍나무이다. 당초 식물분류학을 창시한 린네가 세계 각 지역의 식물을 조사하기 위하여 여러 명의 제자들을 보내는데 동아시아를 담당한 툰베리가 1775년부터 1777년까지 일본에 머물면서 채집한 표본을 근거로 유럽에 돌아가 고로쇠나무 중에서 가장 먼저인 1784년 Acer pictum으로 명명하였으나 방대한 표본을 정리하여 묘사 발표하는 과정에서 그만 헷갈려서 함께 명명하였던 음나무(Acer septemlobum)와 혼동하고 만다. 묘사도 정확하지 않고 표본도 음나무라고 판명된다고 본인도 인정하게 되어 Acer pictum은 비합법명이 되어 버린 것이다. 그 후 1857년 러시아 식물학자 맥스모비치가 시베리아에서 채취한 표본을 근거로 고로쇠나무를 Acer mono로 명명하여 이 학명이 오랫동안 통용되어 왔다. 


그러나 1993년 일본학자 히로요시 오하시(大橋広好 : 1936~ )에 의하여 Acer pictum이 극적으로 부활하게 되는데 그 경위는 이렇다. 툰베리가 일본에서 수집한 표본을 토대로 1784년 같은 해에 3개의 인쇄물을 통하여 발표하였는데 스웨덴계 독일 식물학자 Johan Andreas Murray가 정리 발간한 Systema Vegetabilivm의 내용 중에서 음나무가 아닌 고로쇠나무의 묘사라고 인정할 부분이 있었고 몇 년 후에 발간된 다른 자료에서 고로쇠나무의 잎을 묘사한 그림마저 발견되어 툰베리의 Acer pictum은 털고로쇠나무를 지칭하는 것이 맞다고 주장하여 이것이 국제 명명위원회에서 수용된 것이다. 그래서 시베리아에서 자생하는 고로쇠나무를 묘사한 Acer mono가 원종일 때는 우리나라와 일본에서만 자생하는 털고로쇠나무는 고로쇠나무의 변종으로 분류되었으나 Acer pictum이 부활하면서 원종으로 신분상승하였고 그 반면에 그동안 원종 노릇을 하던 고로쇠나무는 털고로쇠나무의 아종으로 전락하게 된 것이다. 



요한 안드레아스 머레이가 편찬한 이 책의 912쪽 아랫부분에 Acer의 10번 pictum이 묘사되어 있으며 그 내용 중에 잎의 열편에 톱니가 없다는 뜻으로 integris라고 기재되어 있다. 그래서 음나무일 수는 없다고 오하시가 주장한 것이다.


나중인 1805년 재발간된 일본식물지에 Acer pictum의 그림이 추가되어 있는데 줄기에 가시가 없고 잎에 톱니가 없어 음나무가 아닌 고로쇠나무 잎으로 보인다.


따라서 Acer mono var. ambiguum 등으로 학명 표기하던 털고로쇠나무를 이제는 Acer pictum 또는 Acer pictum subsp. pictum으로 표기하는 것이다. 일본에서는 이 나무를 잎이 크다고 오니이타야(オニイタヤ : 鬼板屋)라고 부르며 별명으로 털이 있다고 케이타야(ケイタヤ : 毛板屋)라고 하는데 바로 이 모판옥(毛板屋)에서 우리 이름 털고로쇠나무가 유래되었음이 분명해 보인다. 잎 뒷면에 짧은 털이 밀생하기 때문이다. 바로 이점에서 고로쇠나무와 구분이 되며 잎이 고로쇠나무에 비하여 크다는 주장도 있지만 여타 부분이 너무 비슷하여 둘의 관계에 관한 연구가 더 필요한 분야라는 학자도 있다.  


왼쪽이 털이 밀생하는 털고로쇠나무 오른쪽이 털이 거의 없는 고로쇠나무의 잎 뒷면


등록명 : 털고로쇠나무

이  명 : 산고로쇠나무(?)

학  명 : Acer pictum C.P. Thunberg ex A. Murray

이  명 : Acer pictum Thunb.

이  명 : Acer pictum subsp. pictum

이  명 : Acer mono var. ambiguum

분  류 : 무환자나무과 단풍나무속 낙엽 교목

원산지 : 우리 자생종, 일본

일본명 : オニイタヤ(鬼板屋), 별명 -ケイタヤ(毛板屋)

수  고 : 20m

엽  편 : 잎몸은 길이 10~25cm, 폭 6~14cm로 손바닥 모양으로 5~7갈래로 분열한다. 

열  편 : 폭은 고로쇠 나무보다 넓고 끝부분이 뾰족하다.

잎  색 : 표면 보통 무모, 무광택, 이면 전체 단모 밀생

화  서 : 자웅 동주. 하나의 꽃차례에 수꽃과 양성꽃 혼생

꽃  색 : 연두 색 꽃이 피면 나무 전체가 담황색이 된다.

열  매 : 시과. 날개는 직각, 예각으로 벌어진다.

화  기 : 4~5월

내한성 : 영하 29도


우리나라 국표식에서는 산고로쇠나무를 털고로쇠나무의 이명으로 기재하고 있으나 이는 나카이가 명명한 열매가 수평으로 벌어진다는 Acer mono var. horizontale 즉 일본명 ミヤマイタヤ(深山板屋)을 말하는 것 같으나 이는 일본에서는 털고로쇠나무가 아닌 고로쇠나무의 이명으로 처리하고 있다. 그리고 이 학명은 비합법명인지 이상하게 우리나라와 일본을 제외하고는 그 존재를 찾을 수가 없다.



털고로쇠나무


털고로쇠나무


털고로쇠나무

잎이 전반적으로 고로쇠나무에 비하여 크다.


털고로쇠나무


털고로쇠나무


털고로쇠나무


털고로쇠나무


털고로쇠나무


털고로쇠나무

잎 뒷면 털은 낙엽이 될 때까지 계속 남아 있다.


털고로쇠나무


털고로쇠나무

일단 웅화만 보인다.


털고로쇠나무

꽃자루와 꽃받침과 날개의 밑부분에도 털이 많다.


털고로쇠나무

양성화


털고로쇠나무

개화기에는 온통 꽃으로만 보인다.


털고로쇠나무

예각 또는 직각으로 벌어진다.


털고로쇠나무


털고로쇠나무

속에서 털로 덮힌 인편이 나온다.


털고로쇠나무

가지가 물을 많이 머금고 있다.



털고로쇠나무


털고로쇠나무


털고로쇠나무

물이 많은 나무라서 이끼가 많이 자란다. 그래서 외국에서는 방화림으로도 활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