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목탐구이야기

콩과/미모사아과

817 자귀나무와 붉은자귀나무 그리고 자귀나무 '서머 초콜릿'

낙은재 2019. 10. 1. 00:48


붉은자귀나무


붉은자귀나무

이제는 자귀나무에 통합되는 추세이다.


콩과 미모사아과에 속하는 자귀나무속은 전세계 모두 130여 종의 교목 또는 관목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아시아 아프리카 아메리카와 오세아니아 등 전세계 열대와 아열대 전지역에 골고루 폭넓게 분포한다. 자귀나무속의 모식종인 자귀나무는 우리나라를 포함하여 중국 인도를 거쳐 중동에까지 아시아 거의 전역에서 자생하는 교목이다. 자귀나무의 학명 Albizia julibrissin는 1772년 이탈리아 식물학자 Antonio Durazzini(1740~1820)가 명명한 것인데 속명 Albizia는 이 자귀나무를 18세기 중엽 유럽에 최초로 도입한 이탈리아 귀족 Filippo degli Albizzi의 이름에서 온 것이다. 그래서 가끔 Albizia를 Albizzia로 잘못 쓰는 경우도 있다. 종소명 julibrissin는 페르시아어에서 파생된 언어인데 그 뜻은 silk flower 즉 비단 꽃이라는 뜻이다. 자귀나무의 꽃을 비단같은 꽃으로 표현한 것이다. 


자귀나무의 중국이름

자귀나무를 오래 전부터 재배하고 약으로 사용한 중국에서는 이 나무를 합환(合欢)이라고 부르는데 워낙 오래 전에 쓰여진 중국 최고(最古)의 본초학 경전인 신농본초경에서 이미 합환이라는 이름을 사용하였기에 한의학계에서는 그 이름이 그대로 현재까지 이어져 오고 있으며 우리나라 한의학계에도 그대로 전해져 주로 줄기나 뿌리의 껍질과 꽃을 약재로 사용하므로 합환피(合欢皮)와 합환화(合欢花)라고 널리 알려져 있다. 식물명으로도 다른 이명이 그다지 존재할 여지가 없어서인지 합환(合欢)과 비슷한 맥락인 야합환(夜合欢)이나 야합수(夜合树) 등의 이름이 있고 서양의 학명 즉 silk flower와 맥을 같이 하는 이름인 융화수(绒花树)나 조융수(鸟绒树) 또는 마영화(马缨花) 등의 이명이 있다. 중국 이름을 훑어보는 이유는 혹시 우리나라 이름 자귀와 관련된 것이 있나 살펴보기 위함이다. 잘 알다시피 합환은 이 자귀나무 잎이 밤이 되면 서로 마주하여 합쳐지기 때문에 붙은 이름이다. 합환(合歡)이란 모여서 기쁨을 함께 함이라는 뜻과 남녀가 함께 자면서 즐긴다는 합금(合衾) 또는 합궁(合宮)이라는 뜻도 있다.


신농본초경에서 약재명을 이렇게 부른 것은 이 자귀나무의 약효도 한 몫을 했을 것으로 판단이 된다. 본경에서 합환(合歡)은 안오장(安五脏), 화심지(和心志) 영인환락무우(令人欢乐无忧)라고 기록하고 있다. 오장을 안정시켜 마음을 편안하게 하고 사람을 즐겁고 걱정이 없게 만든다라는 뜻이다. 현대 중의학에서도 자귀나무는 울결흉민(郁结胸闷) 실면건망(失眠健忘) 자음보양(滋阴补阳) 안질(眼疾) 및 신경쇠약(神经衰弱)을 치료한다고 설명하고 있다. 볕이 잘들고 물이 고이지만 않으면 잘 자라는 자귀나무는 분홍색 꽃이 아름다운데다가 향기도 좋아서 정원수나 가로수 등 관상수로 인기가 높으며 속성수이지만 황회갈색 심재와 황백색의 변재로 구성된 목재는 내구성이 강하여 중국에서 가구나 공구용으로 사용되었다. 그리고 어린 잎은 식용하였으며 성장한 잎은 세탁용 세제로도 사용되었고 수피는 구충제로도 활용되었으며 신경안정제의 역할을 하여 위와 같은 용도의 약재로 사용된 것이다.


중국 호북성 석가장시에 가로수로 심어진 자귀나무

얼핏봐도 키가 10m 이상까지 클 나무로 보여 왜성종인 우리나라 붉은자귀나무와는 달라 보인다.  


그런데 우리나라에서는 자귀나무가 거의 모두 소교목 정도 즉 키가 3~5m이고 일부에서 8m라고 말하는데 중국과 서양에서는 무려 16m까지 자라는 교목이라고 한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자귀나무의 내한성이 영하 10도에 불과하여 그 이하에서는 견디기 어렵다고 한다. 그럼 영하 20도까지도 가끔 내려가는 우리나라 중부지방에서도 잘 자라는 자귀나무는 뭐라는 것인가? 알고보니 아마 우리 주변에서 보이는 자귀나무는 원종이 아니고 변종인 Albizia julibrissin var. rosea일 가능성이 높다. 이 변종의 특징은 꽃이 더 붉고 내한성이 강하여 영하 25도까지 감내하고 키가 5~7m인 왜성종이라는 점에서 차이를 보인다. 이를 우리나라에서는 붉은자귀나무라고 자귀나무의 변종으로 국가표준식물목록에는 최근에 등록한 것 같다. 


그래서 아직 국내서 자귀나무와는 달리 붉은자귀나무를 다룬 도감이 전혀 없는 것 같다. 그러니까 우리나라는 우리 자생종 붉은자귀나무에 대한 정보는 없고 엉뚱한 나무의 정보만 파악하고 있었다는 황당한 이야기가 된 셈이지만 반전이 있다. 그 이유는 최신 분류시스템에서 국제적으로는 붉은자귀나무를 자귀나무에 통합시켜 버렸기 때문이다. 아직도 변종으로 인정하는 학자도 있지만 다수는 자귀나무에 통합시켜 분류하고 있으므로 결국 붉은자귀나무도 자귀나무에 포함되는 것이다. 그리고 여기서 알아 둘 것은 시중에서 붉은자귀니 홍자귀니 하면서 판매하는 열대수종 칼리안드라속은 붉은자귀나무와는 전혀 다른 수종이므로 혼동하면 안된다는 것이다.


칼리안드라 원예품종으로서 열대식물이며 자귀나무속과는 다른 수종이다.

그런데도 시중에서 홍자귀나무 등의 이름으로 유통되고 있다.


자귀나무의 일본 이름

이번에는 이 자귀나무의 일본 이름을 알아보고 우리이름 자귀나무의 어원을 탐구해 보자. 일본에서는 자귀나무를 야간에 잠을 잔다는 것에서 유래된 이름으로만 부르고 있어 별다른 이명은 없어 보인다. 네무노키(ネムノキ)라고 발음하고 한자어로는 중국 이름 그대로 합환목(合歓木)이라고 쓰지만 원래 네무노키(ネムノキ)는 眠い에서 온 말로서 한자 잔다는 뜻의 면(眠) 자(字)에서 유래된다. 결국 일본 이름은 밤에 잠자는 나무라는 뜻의 眠りの木이거나 그와 비슷한 것 뿐이라서 그 유래는 단순하다. 그리고 일본에서는 칠석날 강물에 자귀나무 가지와 콩잎을 흘려보내 사기(邪気)를 물리치는 행사가 있었다는 기록이 있다.


자귀나무의 이름 유래는?

그럼 이제부터는 우리나라 이름 자귀나무의 유래가 뭔지 알아보자. 우리나라 국표식에는 단 하나의 이명도 없이 정명 자귀나무만 기재되어 있을 뿐이다. 그 자귀나무라는 이름은 1937년 간행된 정태현 등의 조선식물향명집에 근거를 한다. 그리고 그 유래는 경기방언이라고 알려진 것이 전부이다. 불과 82년 전에 명명한 것인데도 더 이상의 정보가 없으니 답답한 것이다. 따라서 현재 여러 도감이나 사이버 공간에서는 매우 다양한 이름 유래설들이 난무하고 있다. 다양한 설이 난무한다는 것은 뚜렷한 정설이 없다는 것과 같은 뜻이 된다. 자귀나무의 어원에 대한 설은 대개 아래 5개 정도로 정리되는 것 같다. 하나하나 그 타당성에 대하여 짚어 보자.

1. 자귀의 손잡이를 만드는 나무 - 짜귀대나무(서남방언), 짜구대나무

2. 잠과 관련된 이름 - 잠자는 나무 또는 잠자는 모습이 귀신같다는 나무

3. 잡귀를 물리치는 나무

4. 짝나무 → 짜기나무 → 자귀나무

5. 자귀목(佐歸木) = 자괴(佐槐)  자괴나모/작와남우 → 자귀나무


첫째 자귀 즉 도끼를 닮은 공구의 손잡이를 만드는 나무로 많이 사용되었다고 자귀대나무에서 자귀나무가 되었다는 설인데 이를 뒷받침하게 짜귀대나무 또는 짜구대나무라는 서남방언이 있다고 주장한다. 대패집을 만드는 나무라고 대팻집나무라던가 옹이가 없어 도리깨를 만든다는 도리깨나무(감태나무)의 예에서 볼 수 있듯이 얼마든지 가능성이 있어 보이는 설이다. 그 외에도 나무의 용도에 따른 이름이 많다. 참빗을 만든다는 참빗살나무, 고기잡이용 작살을 만든다는 작살나무, 윷가락을 만든다는 윤노리나무, 고리나 키를 만든다는 키버들과 그 이명 고리버들 그리고 윤노리나무는 쇠 코뚜레도 만든다고 우비목(牛鼻木)이라고도 불린다는 것 등이 그것들이다. 게다가 이 자귀나무의 재질이 견고하여 공구 손잡이로 사용하기에도 적합하다고 할 수 있어 더 설득력이 있어 보인다. 다만 경기 방언이라고 하였는데 짜구는 서남방언 즉 전라도와 충청남도 그리고 경상도의 방언이라는 점이 걸리고 과연 짜구대나무라는 방언이 실제 존재하는지가 궁금하다. 물론 남부지방에서 경음으로 발음된 방언이 있었다면 경기지방에서는 자귀대나무라는 방언이 얼마든지 있었을 수도 있다.


자귀

출처 : 온양민속박물관


둘째 잠과 관련된 이름이라는 설이다. 잠자는 나무에서 자귀나무가 되었다는 것인데 이는 일본의 네무리노키(眠りの木)가 네무노키(ネムノキ)가 된 것의 영향을 받을 설로 보인다. 하지만 이 설도 조선조 명종시대에 벌써 자귀나무라고 부른 우리나라에서 그 당시 일본에서 이 나무를 네무노키(ネムノキ)라고 부른다는 것을 미리 알았을 것 같지가 않다. 또 다른 해석은 자는 것을 귀신같이 아는 나무 또는 잠자기의 귀신나무라고 자귀나무라고 한다는데 무슨 말인지 이해가 잘 안된다. 마지막으로 일부에서는 자는 모습이 귀신같이 보인다거나 귀신이 잠자는 모습같이 보인다고 자귀나무가 되었다고 주장한다. 아닌 게 아니라 낮에 멀쩡하던 나뭇잎이 밤에 되자 갑자기 오그라들어 축 처지면 처음보는 사람은 귀신에 홀린 듯 놀랄 것 같기는 하다. 


자귀나무가 야간에 잎을 오므린 모습


세째 잡귀(雜鬼)를 물리치는 나무에서 자귀나무가 되었다는 설인데 일본의 풍습 사기(邪気)를 물리치는 것과 맥이 닿아 있는 것 같다. 국내에 있었던 오래 전부터 시행되던 풍습이 별도로 있었다면 가능성이 없지 않은 설이다. 하지만 과연 우리의 전래 풍습인지가 궁금하고 만약 일본의 영향을 받아서 일제시대에 건너온 것이라면 이치적으로 합당하지 않은 설이 된다. 자귀나무라는 말은 이미 최소한 조선시대 임진왜란 이전부터 사용된 말이기 때문이다.


네째 짝나무에서 짜기나무 그리고 자귀나무로 변했다는 설인데 짝을 남녀간의 짝짓기로까지 확대해석하지 않더라도 밤이면 잎이 짝을 지어서 합한다는 의미로 보면 전혀 설득력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짝에서 자귀로 변하는 과정이 약간 어색하다. 참고로 중국에서도 합환(合欢)을 반드시 남녀의 합금(合衾)을 의미하는 것으로 해석하지는 않고 다음과 같이 해석한다. “合欢”寓意“言归于好,合家欢乐”之美意,合欢花象征永远恩爱、两两相对、是夫妻好合的象征. "합환"은 "화해하는 것, 온 가족이 즐거운 것"이라는 아름다운 뜻의 비유어이며, 합환화는 영원한 은애를 상징하며, 둘이 서로 마주 대하는 부부 화합을 상징한다.


다섯째 자귀목(佐歸木) = 자괴(佐槐)에서  자괴나모/작외남우 → 자귀나무로 변했다는 설인데 이는 말도 안되는 것이다. 이 한자들은 차자(借字)이기 때문이다. 즉 자귀나무라고 우리말로 불리던 것을 단순히 한자의 음을 빌려 표기한 것이므로 우리말이 먼저인데 거기에서 우리말이 유래되었다는 것은 본말이 전도된 말 자체가 성립되지 않는다. 명종실록에 의하면 명종 9년 3월 3일에 '日赤無光微雲。雨草實, 或如雀豆, 或如佐槐子 즉 해가 붉고 빛이 없었다. 희미하게 구름이 끼고 하늘에서 풀씨[草實]가 내렸는데 작두(雀豆) 같기도 했고 자귀(佐槐)나무의 열매 같기도 했다.'라는 기록이 있다. 명종 9년은 1554년으로서 1592년 임진왜란이 발발하기도 한참 전이다. 여기서 괴(槐)가 같은 콩과 회화나무를 지칭하므로 자괴(佐槐)가 나름대로 자귀나무를 지칭하는 중국어로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사실은 중국에는 그런 말이 없고 더구나 자귀나무를 자귀목(佐歸木) 또는 자괴(佐槐)로 표기한 것이므로 차자(借字)가 분명해 보인다.


결론은 어느 설이 타당한지 지금에 와서 어떻게 판단할 수가 있겠나 싶다. 다섯째를 제외한 모두가 가능성이 전혀 없지는 않으며 그 중에서 첫째와 둘째가 가능성이 가장 높아 보이기는 하지만 단정하기 어렵다. 참고로 우리나라 식물이름에 자귀풀이라는 것이 있는데 잎 모습이 자귀나무와 비슷하고 야간에 잎이 접히는 것 또한 같다. 같은 콩과 자귀풀속 초본으로서 학명은 Aeschynomene indica로 표기된다. 이 또한 1937년 정태현의 조선식물향명집에 근거하는 국명인데 이 초본의 이름 유래는 명확하다. 자귀나무를 닮은 풀이라는 뜻인 일본의 이름 쿠사네무(クサネム) 즉 한자로 초합환(草合歓)으로 표기되는 이름을 그대로 따라한 것이다. 하지만 자귀나무 자체는 정태현박사가 그 당시에 새로이 만들어 명명한 것이 아니고 이미 최소한 조선시대 이전부터 사용되던 이름을 그대로 따른 것이므로 그 유래를 우리가 쉽게 알 수가 없는 것이다.


자귀풀

이 초본 또한 밤이면 잎을 접는다.


여기서 자귀나무와 유사한 또 하나의 식물 이름을 살펴보면 자귀나무 이름의 유래를 밝히는데 도움이 되지 않을까 한다. 그게 바로 미모사라는 것이다. 이 식물은 야간뿐만 아니라 낮에도 사람이 건드리면 잎이 접혀서 아래로 처져 자귀나무와 매우 흡사한 식물인데 초본이다. 이 식물의 중국 이름이 함수초(含羞草)인데 이는 부끄러워하는 풀이라는 뜻이다. 일본명 오지기소우(オジギソウ)는 절하는 풀이라는 뜻이며 일본 이명에 네무리구사(ネムリグサ)라는 것이 있는데 이는 한자로 眠り草로 쓰며 잠자는 풀이라는 뜻이다. 그리고 영어권에서도 여러 이름이 있지만 그 중에 sleepy plant라는 것이 있다. 이렇게 밤에 잎이 접히는 모습을 보고서 서양이나 동양이나 모두들 잠자는 것으로 이해한 것이다. 이 초본의 학명이 Mimosa pudica인데 우리 국명은 그냥 속명 그대로 미모사라고 하고 있다. 그래서 그런지 국내 여러 학자들이 감응초 신경초 등 새로운 이름을 제시하였는데 그 중에는 이창복박사가 1980년 제시한 '잠풀'이 있다. 이것은 이창복박사가 자귀나무의 이름 유래를 잠자는 것과 관련이 있다고 봤다기보다는 영어명과 일본 이명 등에 영향을 받은 것으로 보인다.


미모사


미모사

밤에 잠을 잔다고 잠풀이라는 이명이 있다.


미모사는 밤이 오지 않아도 건드리면 잎을 접는다.


자귀나무의 특성

이제 끝도 없고 답도 없이 골치 아픈 이름의 유래 파악은 그만하고 자귀나무의 특성을 파악해 보자. 자귀나무는 꽃도 아름답고 잎이 접히는 것도 특이하지만 무엇보다도 개화시기가 봄꽃이 다 지고난 6~7월 초여름이라는 것이 큰 장점이다. 정원에 여러 종류의 정원수를 심는 입장에서는 일년내내 계절마다 꽃이 피는 나무를 안배하여 심는 것이 중요하다. 꽃이 귀한 이 시기에 수국은 말할 것도 없고 노란꽃이 피는 모감주나무와 흰꽃이 피는 쉬땅나무 등과 함께 분홍색 꽃이 피는 자귀나무가 있다면 결코 봄이 부럽지 않을 것이다. 꽃은 두상화서로 가지 끝에 10 ~ 20개 모여서 피며 그 두상화서들이 모여서 전체적으로는 원추화서의 형상을 하고 있다. 붉게 보이는 것은 꽃잎이 아니고 주로 수술이며 수술 가운데 흰 암술이 섞여 있다. 잘 보이지는 않지만 긴 꽃술 아래 녹색인 꽃받침과 짧은 꽃잎이 있으며 5개로 갈라지는 5기수이다. 열매는 9~15cm의 긴 꼬투리형이고 8~10월에 성숙한다. 


봄꽃이 사라진 다음 초여름에 핀 자귀나무꽃과 모감주나무꽃

사진 출처 : 경남도민일보


녹색의 꽃받침과 5개로 갈라진 꽃잎이 보인다. 흰선은 수술과 암술이다. 


두상화서가 모여서 원추화서를 이룬다.


나무 높이는 5~16m로 편차가 크며 6~12mm길이에 1~4mm 너비의 쌀같이 생긴 작은 잎이 10~30쌍 모여서 우상복엽을 형성하고 이 우상복엽이 다시 4~12쌍이 모여서 2차 우상복엽을 형성하는데 모두 우수(偶數) 우상복엽(羽狀復葉)이다. 그래야 합환할 때 짝이 맞기 때문일 것이다. 작은 잎은 위로 향하게 기울어져 있고 잎의 중맥은 가운데 있는 것이 아니고 한쪽에 치우쳐 있다. 그래야 폈다 접었다 할 때 용이해서 그럴 것이다. 그리고 총엽병 기부 근처에 선체(腺体)가 하나 있어 자귀나무 꽃에는 향기가 나는 것이다. 작은 가지에는 능각이 있고 어린 가지와 화서와 엽축에는 융모 또는 단유모가 있으며 탁엽은 선상 피침형이다. 햇볕을 좋아하고 건조하고 척박한 땅에서도 잘 자라지만 물이 고인 지역에서는 잘 자라지 못한다.


2회우상복엽

소엽 10~30쌍이 모여 중엽을 만들고 중엽 4~12쌍이 모여 대엽을 만든다.


중맥이 한쪽으로 치우쳐 있으며 잎이 위쪽으로 향하고 있다.


엽축에 털이 많다.


총엽병의 기부 근처에 선체(腺体) 즉 밀선(蜜腺)이 있다.


자귀나무는 2회우상복엽으로 잎이 구성되어 있어 전체적으로 봤을 때 잎이 빈약하지는 않지만 실제 소엽은 매우 작아 쌀톨같이 생긴데다가 소가 잘 먹는다고 소쌀나무라는 향명이 있다는 이야기가 있다. 글쎄 소가 좋아하는 먹이 나무가 어디 한둘일까마는 자귀나무의 소엽이 쌀알같이 생긴 것은 맞다. 그리고 실제로 가을에 낙엽이 질 때 잎이 전체적으로 떨어지는 것이 아니라 이 작은 소엽이 한참 동안 무수한 낱개로 떨어지다가 나중에 잎 축이 떨어져 그 아래를 매우 지저분하게 만든다. 과거 정원에 한 그루 심었다가 응달이라서 꽃도 제대로 피지 않고 아름답게 단풍도 들지 않으면서 낙엽만 지저분하게 떨어졌던 기억이 난다. 그래서 양지쪽 물이 고이지 않는 장소 중에서 낙엽이 떨어져도 무방한 장소를 선택하여 심어야 하는 것이다. 


이 나무의 가장 특이한 점은 밤이 되면 서로 마주보는 잎이 모여서 합해지는 것이다. 이런 특징을 보이는 식물이 자귀나무 외에도 자귀풀, 미모사, 차풀 등 콩과에는 더러 있다. 이런 잎의 개폐현상을 영어로 nyctinastic movement라고 하고 우리말로는 취면운동(就眠運動) 또는 수면운동(睡眠運動)이라고 하는데 이는 엽침(葉枕) 즉 소엽의 뿌리 근처 볼록한 부분의 내부 압력을 변화시키는 구조에 의하여 잎을 접었다 폈다 하는 것이다. 밤이 되면 접고 낮이 되면 펴는데 이를 조명에 따라서 그런 반응이 보이는지를 일본에서 실험한 결과 주위 조명의 명암보다는 시간에 의하여 변화하는 것으로 판명되었다고 한다. 즉 자귀나무 체내 시계에 의한 일주기 생체 리듬에 따라서 개폐하는 것이라고 한다. 실제로 서양에서 연구결과 빛과 온도의 차이와 관련이 있지만 실질적으로는 체내 시계에 의하여 통제된다고 한다. 낮의 태양 광선과 야간의 빛 즉 근적외선 량의 차이에 의하여 밤낮을 구분한다고 한다. 그러므로 일시적인 조명 변화로는 영향을 주지 못하는 것이다. 그런데 아직 왜 그런 행동을 하는지 알 수가 없다. 그 잎을 유난히 좋아한다는 소 등 초식동물이 먹는 것이 싫어서 일까? 그건 아니다. 밤에는 소도 잠을 자기 때문이다. 다윈의 관찰에 의하면 무려 86개 속 식물이 그런 현상을 보인다고 하는데 다윈은 그 원인으로 야간에 잎에서 열을 빼앗기는 것을 방지하기 위함이라는 가설을 제시한 바 있다. 


자귀나무 잎


자귀나무 수면운동 전후 모습


소엽의 뿌리 근처 볼록한 부분인 엽침(葉枕)의 압력 변화에 의하여 수면운동이 일어난다.


자귀나무도 콩과의 식물이기 때문에 공기중의 질소를 고정시키는 뿌리에 작은 혹으로 존재하는 뿌리혹박테리아가 있다. 그리고 그 외에 특이한 점은 자귀나무는 10여 개의 꽃이 모여서 두상화서를 이루지만 그 중에서 가장 꼭대기에 있는 정생화(頂生花)가 나머지 측생화(側生花)에 비하여 크고 길다는 것이다. 꽃잎관이 길고 수술의 기부도 합체가 되어 화관 밖으로 길게 나와 구분이 되는데 특이한 점은 정생화에만 꿀이 있다는 것이다. 주변의 측생화에는 꿀이 없지만 벌나비가 정생화의 꿀에 이끌려 왔다가 다른 꽃에도 수분을 하는 것이라고 한다. 또 하나 특이한 점은 이들 정생화는 자방은 있지만 결실을 하지 못한다고 한다. 


자귀나무 뿌리혹박테리아


자귀나무 정생화(central flower)와 측생화(external flower)  


가운데 가장 긴 하나가 정생화이다.

아래가 희고 위가 핑크색인 것은 모두 수술이다.


정생화에는 매개충들을 유인할 꿀이 있다.


가운데 가장 긴 하나가 정생화이다.


생화

꿀은 없지만 자방이 있어 나중에 결실을 할 수도 있다.


그리고 자귀나무는 자가수분을 피하기 위하여 웅성선숙(雄性先熟) 하므로 수컷이 먼저 꽃가루를 내고 시든 다음에 하얗고 긴 암컷이 모습을 드러낸다. 수술은 기부는 희고 끝부분은 빨가며 끝에 동그란 작고 노란 꽃밥이 붙어 있는데 수술의 수는 약 30개 된다. 웅성기에서 자성기로 넘어감에 따라 수술의 꽃밥은 갈색으로 변하고 수술대가 시들게 되면 아래위 모두 흰색인 암술이 늘어나서 눈에 띄게 된다. 


자귀나무 수술의 역할이 끝날 때쯤 암술이 보이기 시작한다.


자귀나무

수술이 시들자 암술이 성숙하고 있다.



중국인들의 자귀나무 사랑

중국에서는 합환(合欢)이라는 이름에 걸맞게 자귀나무를 상서로운 나무로서 원한을 해소하고 화해시키는 나무라고 고래로부터 가정의 정원에 많이 심었다고 한다. 합환을 부부간의 화목과 가족들의 단결 그리고 이웃과 평화롭고 우애롭게 지낼 수 있게 하는 나무라고 생각하였기 때문이다. 청나라 사람 이어설은 다음과 같이 자귀나무 즉 합환을 예찬한다. 萱草解忧(훤초해우),合欢蠲忿(합환견분),皆益人情性之物(개익인정성지물),无地不宜种之(무지불의종지). "원추리는 근심을 해소하고 자귀는 분노를 삭혀 모두 사람들에게 이로운 식물이므로 심지 못할 땅이 없다."라는 뜻이다. 凡见此花者(범견차화자),无不解愠成欢(무불해온성환),破涕为笑(파체위소),是萱草可以不树(시훤초가이불수),而合欢则不可不栽(이합환즉불가부재). "이 꽃을 본 사람들은 누구나 화를 풀고 기뻐하게 되며 울음을 멈추고 웃게 된다. 따라서 원추리는 심지 않을 수는 있어도 합환은 심지 않을 수는 없다."라는 뜻이다. 참고로 원추리(萱草)는 중국에서 시경에 근거하여 망우초(忘忧草)라고도 부르며 또한 장자의 소요유편에 근거하여 훤(萱)은 남의 어머니를 높여 부르는 말로서 남의 아버지를 높여 부르는 춘(椿)과 함께 부모를 뜻하여 명절에 椿萱并茂(춘훤병무)라는 문구를 덕담으로 교환한다. 그런 원추리를 심지 않더라도 자귀나무는 반드시 심겠다는 뜻이다.


중국에서 어머니를 상징하며 근심을 잊게 해준다는 원추리


그 외에도 중국에서는 자귀나무 즉 합환에 대한 이런 풍속도 있다. 合欢花的小叶朝展暮合(합환화적소엽조전모합),古时夫妻争吵(고시부처쟁초), 言归于好之后(은귀우호지후),共饮合欢花沏的茶(공음합환화절적차). 해석하자면 "합환화의 소엽은 아침에 펴지고 저녁에 합해진다. 옛날 부부가 다투고 나서 화해한 다음 같이 합환화차를 마셨다." 人们也常常将合欢花赠送给发生争吵的夫妻,或将合欢花放置在他们的枕下,祝愿他们和睦幸福,生活更加美满, 朋友之间如发生误会, 也可互赠合欢花,寓意消怨合好. "또한 사람들은 종종 합환화를 부부싸움한 가정에 선물하거나, 합환화를 그들의 베개밑에 둬서, 화목하고 행복하며 생활이 더욱 원만하기를 기원한다. 친구 사이에 오해가 생기면 합환화를 보내는데 이는 원한을 풀고 화해하자는 의미가 담겨 있다고 한다." 자귀나무는 중국 산동성 위해시의 시수로 지정되어 있다.


중국의 아름다운 합환(合欢)



등록명 : 자귀나무

학  명 : Albizia julibrissin Durazz.

분  류 : 콩과 자귀나무속 낙엽 소교목 또는 교목

원산지 : 아시아 전역

중국명 : 합환(合欢), 별명 - 야합수(夜合树), 융화수(绒花树), 마영화(马缨花)

일본명 : 네무노키(ネムノキ)

영어명 : Persian silk tree 또는 pink siris

높  이 : 16m

꽃색상 : 분홍색

개화기 : 6~7월

결실기 : 8~10월

내한성 : 영하 10도


우리나라에 특히 중부지방에 자생하는 자귀나무는 모두 붉은자귀나무일 가능성이 높은데 이는 1871년 프랑스 식물학자 Élie Abel Carrière(1818~1896)에 의하여 독립된 종인 Albizia rosea Carrière로 명명되었으나 나중인 1894년 프랑스 식물학자 Pierre Mouillefert (1845~1903)에 의하여 자귀나무의 변종인 Albizia julibrissin var. rosea로 명명된 것이다. 나중에 미국 식물학자 알프레드 리더교수에 의하여 품종으로 명명되기도 하였으나 현재 국제적으로 변종으로 인정하거나 아예 원종인 자귀나무에 통합시켜 분류하는 추세에 있다. 이 변종은 우리나라 외에도 중국 동북지방에서도 자생하는데 키가 7m 미만으로 소교목이며 내한성이 강하고 꽃 색상이 핑크색이 진하다는 점에서만 자귀나무와 차이를 보인다. 


등록명 : 붉은자귀나무

학  명 : Albizia julibrissin var. rosea (Carrière) Mouillefert

신학명 : Albizia julibrissin Durazz.

분  류 : 콩과 자귀나무속 낙엽 소교목 

원산지 : 한국, 중국

중국명 : 왜합환(矮合欢)

수  고 : 5~7m

꽃색상 : 진한 분홍색

내한성 : 영하 25도

특  징 : 영국 왕립원예학회(RHS)로부터 우수 정원수(AGM)로 선정됨


자귀나무


자귀나무


자귀나무


붉은자귀나무


붉은자귀나무


자귀나무 수피


자귀나무 열매


자귀나무 종자


자귀나무

유관속은 3개이며 동아는 그 속에 숨어 있으며 위에 돌출된 부분은 부아이다.


자귀나무

어린 가지에도 피목이 보인다.


자귀나무

가지는 지그재그로 자란다.


우리나라에는 자귀나무와 그 변종인 붉은자귀나무 외에 원예종인 자귀나무 '서머 초콜릿'이 등록되어 있다. 이 품종은 1990년 일본 사이타마에서 오코이 마사코박사가 육종한 것으로 2003년 미국의 Hines Nurseries, Inc. 명의로 특허를 취득한 품종이다. 내한성은 영하 23도이고 나무 높이는 6~12m이다. 암적색 잎이 특징인 이 품종의 학명은 Albizia julibrissin 'Summer Chocolate'이다.


자귀나무 '서머 초콜릿'


자귀나무 '서머 초콜릿'


자귀나무 '서머 초콜릿'