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목탐구이야기

콩과/실거리나무아과

837 결명자와 소결명

낙은재 2019. 11. 6. 17:14


소결명 Senna tora, 원산지 인도 중국 등 아시아

잎자루가 꽃자루에 비하여 두 배 이상 길고 샘점이 두 개가 있다.


결명자 Senna obtusifolia, 원산지 미주대륙

잎자루와 꽃자루의 길이가 비슷하고 샘점이 하나이다.


콩과 Cassia속으로 분류되는 3개의 식물이 우리나라에 등록되어 있다. Cassia속은 1세기경 그리스 식물학자로서 약학의 아버지로 불리는 디오스코리데스가 이 식물들을 Kasia로 불렀던 것에 유래하는 속명인데 한때 1,000종 이상이 속하기도 하였으나 나중인 1800년대와 1900년대에 와서 세나속(Senna)이나 차풀속(Chamaecrista) 등으로 대거 이동하여 현재는 100종 미만으로 축소된 조그마한 속이 되었다. 그 결과 우리나라에 등록된 카시아속 3종은 모두 현재 세나속(Senna)으로 분류가 된다. 따라서 기존에 세나속으로 등록된 3종을 포함하면 세나속은 모두 6종이 되는데 그 중에는 결명자도 있다. 결명자는 그 종자가 워낙 예로부터 간이나 눈 그리고 변비에 좋다고 널리 알려져 있는 약용식물로서 우리나라에서는 대개 초본 형태이지만 온난한 지역에서는 아관목 형태로도 자란다. 하지만 초본이던 아관목이던 1년생이라는 점이 특이하다.


현재 240여 종으로 구성된 세나속 즉 Senna는 1754년 창설된 속으로 아랍어 sana에서 온 말인데 sana는 아라비아 지역에 자생하는 가시있는 관목으로서 그 잎과 열매로 완화제 즉 변비치료제로 사용한 나무이다. 결명자에는 가시는 없지만 열매를 변비 치료에 쓰는 것은 결코 우연이 아니다. 그런데 결명자를 파악하자니 매우 복잡하여 결코 간단치는 않다. 우선 우리는 이를 결명자(决明子)라고 하고 중국에서도 결명(决明)이라고 하며 일본에서는 エビスグサ(에비스구사)라고 하고 한자로는 夷草(이초) 또는 恵比須草(혜비수초)라고 쓴다. 일본의 (에비스)는 오랑캐 즉 외국이라는 뜻이고 동경의 지명으로 익숙한 恵比須(에비스)또한 일본의 칠복신 중 하나이지만 외래신이라는 뜻도 있어 결국 해외에서 건너온 풀이라는 뜻이다. 


우리나라도 결명자(决明子)라는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중국에서 건너온 약재인데 중국에서는 그 출전이 가장 오래된 의서인 신농본초경(神农本草经)이라니까 역사가 유구하다. 간의 기능을 회복시키고 장을 원활하게 통하게 하는 효능이 있으며 특히 눈을 밝게 한다고 결명이라는 이름이 붙었다. 이 결명자가 일본에는 1716~1736 사이에 중국에서 도입되었다고 기록되어 있다. 우리나라는 언제인지는 정확하게 모르겠으나 최소한 인조 19년 즉 1641년 문서에 결명자(决明子)가 등장하고 있어 일본보다는 앞선다. 그런데 현재 중국과 우리나라는 결명자 학명을 Senna tora라고 표기하고 있는데 일본에서는 Senna obtusifolia라고 표기하고 있으며 별도로 Senna tora를 ホソミエビスグサ 즉 좁은결명자라고 구분하여 부르고 있다. 그러니까 우리나라와 중국에서는 결명자는 구분 없이 Senna tora라고 하지만 일본에서는 Senna obtusifolia와 Senna tora로 구분하여 분류하는 것이다.


왜 이럴까 하고 알고보니 이 둘은 워낙 비슷한 점이 많아서 국제 식물분류학계에서도 우왕좌왕하는 모습을 보여 왔기 때문이다. 즉 둘을 하나로 통합하였다가 분리하기를 반복한 것이다. 이들 둘 간에 자연교잡이 발생하지 않는데다가 최근의 유전자 감식으로 염색체수가 다름이 밝혀져 이제는 더 이상 통합론은 설 땅을 잃어 둘을 별도의 독립된 종으로 분류한다. 하지만 아직도 논란이 되는 것은 어느 쪽이 어느 쪽에서부터 진화되어 왔느냐를 두고 논란 중에 있으며 그 원산지가 어디이냐 이다. 원래 린네가 1753년 둘 다 Cassia속의 독립된 종으로 분류하였으나 1922년 Senna obtusifolia가 Senna tora의 변종으로 편입되었다가 1982년에는 동일한 종으로 판단 Senna obtusifolia 하나로 통합되었으며 1988년에 와서는 다시 분리되는 복잡한 과정을 거친 것이다. 


원산지 논란은 다음과 같다. 이들 둘 다 아메리카 대륙의 열대지역이 원산지라는 설이 있으며 심지어는 중국식물지에서도 전세계 열대지방에 넓게 재배되지만 미주열대지구가 원산지라고 명시하고 있는데 그렇다면 어떻게 근 2천년 전에 쓰여진 중국의 신농본초경에 약재로 기록되어 있다는 말인가? 모순된 내용이 병기된 이유는 아마 중국에서 두 종이 통합된 것을 염두에 두고서 그렇게 기록한 것 같다. 그래서 많은 국내 도감에서도 아메리카가 원산지라는 설명을 하고 있다. 반면에 국생정 도감에서는 한중일에 분포한다고만 되어 있다. 이제 둘이 분리된 상태에서는 모두 말이 안되는 것이다. Senna obtusifolia는 열대 아메리카가 원산지라는데는 이론이 없으나 Senna tora는 인도나 동남아 중국 남부 등 열대 아세아가 원산지이며 종소명 tora도 인도 스리랑카 등 남아시아에서 쓰는 인도아리안어에서 온 것이다. 그래서 중국에서 오래전부터 약재로 사용하여 왔던 것이다.


그러니까 중국에서 전래된 약재 즉 결명(决明)의 종자인 결명자(决明子)가 우리나라로 넘어와 약재로 쓰이다가 아예 식물 이름이 되었는데 그 학명이 아시아 원산인 Senna tora가 옳고 그 학명 그대로 우리나라에 정확하게 등록되어 있는데 복잡하게 Senna obtusifolia까지 언급하는 것이 쓸데없이 보일 수도 있다. 하지만 절대 그렇지 않다. 왜냐하면 우리나라서 실제 재배하는 결명자의 거의 대부분이 Senna tora가 아닌 Senna obtusifolia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웬만한 국내 한약재도감에는 모두 학명을 Senna obtusifolia라고 기록하고 있다. 그리고 우리나라 국생정(국가생물종정보시스템) 도감에 학명은 Senna tora라고 되어 있지만 올려진 사진은 모두 Senna obtusifolia가 분명하다. 게다가 결정적인 것은 중국도 식물지에는 결명이 Senna tora라고 되어 있지만 중국의 약재사전에는 모두 Senna obtusifolia를 결명이라고 하고 Senna tora는 소결명(小决明)이라고 하고 둘을 구분없이 약재로 쓴다고 설명한다. 따라서 우리나라 국표식도 이제 수정하여 둘 다 등재하여야 마땅해 보인다.


이 둘은 잎이나 꽃 열매 등 거의 모든 부분에서 비슷하고 특히 그 약효가 대동소이하여 굳이 구분할 필요가 없었는데다가 식물 분류마저 오락가락하였기에 이런 혼란이 온 것이다. 하지만 자세히 보면 나름대로 차이점이 없는 것이 아니다. 우선 우리나라에서는 한의학 도감에서도 이들을 구분하여 부르지 않지만 중국과 일본에서 결명과 소결명이라고 하므로 편의상 미주대륙 원산의 Senna obtusifolia를 결명이라고 하고 아시아 원산의 Senna tora는 소결명(小决明)이라고 한다. 


첫째 결명의 종자가 더 크며 잎 사이즈도 더 크다.

둘째 결명의 꽃밥은 뭉텅하지만 소결명의 꽃밥은 뾰족한 부리형이다.

세째 결명의 꽃자루는 15~20mm이지만 소결명은 10mm 

네째 결명의 잎자루는 15~20mm이지만 소결명은 20~45mm로 길다.

다섯째 결명은 전체 높이는 2m로 1m 내외인 소결명보다 크다.

여섯째 결명은 아니지만 소결명은 잎을 손상시키면 악취가 난다.

일곱째 결명은 소엽간 샘점이 1~2개이지만 소결명은 2개이다.


외국 학자의 연구에 의하여 위와 같은 차이점이 관찰되었다지만 실제로 샘점이 2개인 소결명은 흔하지는 않은 것 같다. 그리고 가장 유용한 구분점은 잎자루가 꽃자루보다 길면 소결명이고 같으면 결명이라고 판단하면 될 것 같다. 열매가 낫(sickle)과 같이 휘어진다고 둘 다 sickle pod라고 부르지만 특히 소결명의 경우 잎을 찢으면 불쾌한 악취가 난다고 foetid cassia라고 부른다. 그런데 왜 중국 원산의 결명을 제쳐두고 우리나라는 물론이고 중국이나 일본에서 거의 결명 즉 미주 원산의 Senna obtusifolia를 약으로 쓸까? 그 이유는 의외로 간단하다. 둘 다 열대지방이 원산지이기는 하지만 아메리카 대륙에서 나중에 온 Senna obtusifolia가 내한성이 보다 더 강하여 온대지방 재배에 적합하기 때문이다. 일본의 경우 원래 중국 결명인 소결명은 온난한 오키나와나 큐슈 남부지역을 제외한 지역에서는 결실이 잘 되지 않지만 남미에서 온 결명은 큐슈와 시고쿠 및 혼슈 서쪽지역에서도 재배가 가능하다고 한다. 


중국도 마찬가지로 원래의 중국 결명 즉 소결명은 장강이남 즉 상해 남쪽에서 재배가 가능하여 남미에서 건너온 열매가 더 큰 결명을 주로 재배하여 약재로 사용하였기에 현재 중약재사전에도 현실을 반영하여 결명이라고 하면 Senna obtusifolia를 지칭하게 된 것 같다. 따라서 우리나라에 재배하는 결명은 거의 모두 내한성이 강한 Senna obtusifolia라고 보면 될 것 같고 열매가 작은 소결명 즉 Senna tora는 거의 대부분 중국이나 동남아시아에서 수입된 것으로 보면 될 듯하다. 현재 국표식에 하나로 등록된 결명을 두 개로 분리하여 정리한다면 다음과 같다.


등록명 : 결명자

학  명 : Senna obtusifolia (L.)H.S.Irwin & Barneby

분  류 : 콩과 결명자속 일년생 초본

원산지 : 남미

중국명 : 결명(决明)

일본명 : エビスグサ(에비스구사)

영어명 : sicklepod

생  육 : 4월에 파종하여 10월 이후에 수확

특  징 : 키와 열매 그리고 잎 사이즈가 소결명에 비하여 더 크고 내한성이 더 강하다.

용  도 : 약용 - 간, 대장 변비, 눈,  다이어트차

종소명 obtusifolia는 잎이 뭉툭하다는 뜻인데 소결명도 마찬가지라서 구분점은 되지 못한다.


결명자 Senna obtusifolia


결명자 Senna obtusifolia


결명자 Senna obtusifolia

꽃의 지름은 1.5~2cm이며 열매는 15cm 길이이다.


결명자 Senna obtusifolia

우리나라 국생정 사진인데 Senna tora는 아니다.


등록명 : 소결명

학  명 : Senna tora (L.)Roxb.

분  류 : 콩과 결명자속 일년생 초본

원산지 : 인도, 동남아, 중국 남부

중국명 : 소결명(小决明)

일본명 : ホソミエビスグサ(호소미에비스구사)

영어명 : foetid cassia

특  징 : 꽃자루에 비하여 잎자루가 두 배 이상 길고 잎을 찢으면 악취가 난다.

용  도 : 약용 - 간, 대장 변비, 눈,  다이어트차



소결명 Senna tora


소결명 Senna tora


소결명 Senna tor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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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명자와 소결명의 비교



소결명 Senna tora

샘점이 두 개이다.


결명자 Senna obtusifolia

소엽간 샘점이 하나이다.



소결명 Senna tora

수술의 꽃밥이 뭉텅하다.



결명자 Senna obtusifolia

수술의 꽃밥이 새부리와 같이 뾰족하다.


열매 비교

좌 소결명 Senna tora, 우 결명자 Senna obtusifolia


결명자 Senna obtusifolia


결명자 Senna obtusifolia

열매 모양이 다양하여 열매 모양으로는 쉽게 구분하기 어렵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