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목탐구이야기

콩과/콩아과

866 참골담초 = 조선골담초

낙은재 2019. 11. 29. 12:10


참골담초


우리나라 국표식에 참골담초로 두 개의 학명이 등록되어 있다. 그것도 모두 정명으로 말이다. 하나는 1784년 독일학자 Peter (Pyotr) Simon von Pallas(17451~1811)시베리아에서 발견하여 아카시나무속 Robinia altagana var. fruticosa라고 명명하였던 것을 1816년 오스트리아 태생 Wilibert Swibert Joseph Gottlieb von Besser(1784~1842)가 Caragana fruticosa로 명명한 것이다. 종소명 fruticosa는 관목같다는 뜻이다. 다른 하나의 학명은 우리나라 거의 모두가 쓰는 Caragana koreana Nakai이다. 그런데 후자에는 비합법명이라는 빨간 딱지가 붙어 있다. 그럼 비합법명의 정체는 뭘까?


일반적으로 비합법명이란 영어 illegitimate name을 말하며 '국제명명규약에 따라 격식을 제대로 갖춰서 발표된 이름이지만 주로 그 식물에 이미 다른 사람이 명명한 이름이 있거나 또는 이 이름을 다른 사람이 다른 식물에 먼저 사용한 경우의 학명'을 말한다. 그러므로 정명은 아니지만 실체가 있고 묘사가 있고 규적에 적합하게 인쇄되어 발표된 타당한 근거가 있는 학명이므로 국표식에 등록되어도 전혀 문제가 없다고 할 수 있는 학명이다. 물론 대부분 이명으로 처리가 되거나 간혹 현재 논란 중에 있는 학명이 된다. 중국이나 일본에서는 비합법명을 이렇게 해석하지만 우리나라에서는 일반인들만 그렇게 인식하는 것 같다. 우리 식물학계에서는 합법적으로 출판되고 모든 규정에 적합한 legitimate name과 합법적으로 출판은 되었으나 특히 중복되거나 잉여적이라서 일부 조항에 어긋난 illegitimate name를 적자와 서자에 비유하여 전자를 적명(名) 후자를 서명(庶名)이라고 한다. 따라서 후순위학명인 서명은 태생적으로 정명이 될 신분은 아니다.


그럼 우리나라 국표식에서 붉은 글씨로 비합법명이라고 명시한 학명은 뭐라는 말인가? 처음부터 제대로 발표되지도 않았거나 발표는 되었더라도 격식을 갖추지 못하였거나 요건이 미비된 채 발표된 학명 즉 특정한 유형이 지정되지 않았거나 정해진 언어로 기재된 문구나 묘사문이 없는 등 요건이 미비된 학명을 영어로 invalid name이라고 하고 라틴어로는 nomen invalidum, 중국과 일본에서는 무효명칭(无效名称)이라고 한다. 이 무효인 학명을 우리나라 학계에서는 비합법명이라고 하는 것 같다. 비합법명 즉 무효학명은 말 그대로 무효이므로 전혀 쓸모가 없을 것 같지만 실상은 그렇지만은 않다. 나중에 보완이 되면 그 명칭이 그대로 합법적인 적명(名)이 되는 경우도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렇게 내용이 아예 없거나 있더라도 당장은 쓸모가 없이 이름만 달랑 있는 명칭을 nomen nudum이라고 하며 영어로는 naked name이 되며 우리는 이를 나명(裸名)이라고 한다. 


따라서 나카이가 발표했다고 표시하고 있는 이 참골담초의 학명 Caragana koreana Nakai에 비합법명이라는 딱지가 붙은 것으로 봐서는 제대로 격식을 갖춰서 발표된 학명이 아니다. 어디 근거를 찾을 수가 없으므로 심지어는 실제로 나카이가 이런 학명을 발표했는지도 의심스럽다. 아닌게 아니라 찾아보니 이 학명은 나카이의 이름을 빌려 제자 가와모토가 1939년에 Caragana koreana Nakai ex Kawamoto이라고 발표한 것이란다. 가와모토(河本)는 정태현선생을 말하는데 아마 제대로 형식을 갖추지 못한 것으로 판단된다. 게다가 위에서 언급한 바와 같이 우리 국표식에는 참골담초라는 국명을 가진 또 다른 학명 Caragana fruticosa도 정명으로 등록되어 있다. 두 개의 다른 학명을 정명 취급하면서 국명은 하나의 이름을 공동으로 사용하고 있다. 다수의 학자들이 둘이 동일한 종이라고 한다. 그리고 소엽이 4~5대 우상복엽이고 열매가 삭과로 선형이며 끝이 세장하다고 묘사한 것이 Caragana fruticosa와 일치한다. 그렇다면 이들 둘을 통합하여 나카이의 비합법적인 학명은 이명으로 취급되어야 마땅해 보인다. 그런데도 왜 그대로 방치하는지 알 수가 없다. 혹시 국내서 발견된 종을 독립된 우리 고유종으로 주장하고 싶어서 그런 것인가? 그렇다면 국명을 그 이명인 조선골담초라고 변경하고 지금이라도 제대로 신종 학명 부여 절차를 밟아야 되는 것이 아닌가? 여하튼 현재로서는 중복되므로 나카이 학명의 참골담초는 삭제되어야 마땅해 보인다.


참골담초는 표본이 발견된 중국과 러시아의 국경 지역인 우수리강과 흑룡강(아무르강) 유역 뿐만 아니라 우리나라 강원도 이북지방에서도 자생지가 발견되는 추운 지역의 산비탈이나 숲 속 건조하고 척박한 토양에서도 잘 자라는 관목이다. 골담초나 좀골담초와의 구분은 잎을 기준으로 하면 가장 쉽다. 모두 우상복엽이지만 골담초는 2쌍 즉 4개의 잎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그 사이즈가 10~35 x 5~15mm이지만 좀골담초는 5~10쌍의 소엽이 마주하여 우상복엽을 이루고 그 사이즈는 3~10 x 2~8mm로서 골담초에 비하여 매우 작다. 참골담초는 그 둘의 중간 사이즈로 우상복엽은 4~6쌍의 소엽이 마주하며 사이즈는 10~15 x 4~6mm로서 구분이 된다. 그리고 꽃 사이즈도 구분 포인트가 된다. 골담초는 2.8~3cm이고 좀골담초는 2.5cm인데 반하여 참골담초는 꽃이 가장 짧은 1.6~1.9cm이다. 열매 꼬투리는 참골담초와 골담초는 3.5cm 길이로 비슷하지만 좀골담초는 4~5cm로 길어서 구분이 된다. 그리고 꽃 모습에서 참골담초의 기판은 마름모상 넓은 계란형인데 골담초는 좁은 도란형이고 좀골담초는 넓은 도란형이라서 차이를 보인다.


참골담초는 잎의 숫자도 다르지만 잎 모양도 양쪽 끝이 둥글어 차이점을 보인다.


나중에 최근에 와서야 Caragana fruticosa가 Caragana koreana와 동일한 것임을 알게 되었으며 어떤 이유인지는 몰라도 학명 Caragana koreana가 제대로 발표된 것이 아닌 비합법명임이 알려졌지만 초창기에는 우리나라에서 참골담초라면 모두 학명을 Caragana koreana로 알고 있어서 현재도 거의 모든 도감에 그렇게 표기하고 있는 것 같다. 참골담초라는 우리 이름 외에도 조선골담초(朝鮮骨擔草)라는 이명이 있는데 오히려 이명인 조선골담초가 먼저 정태현선생의 1942년 조선식물삼림도설에 등장하고 참골담초는 나중에 같은 정태현선생의 1949년 조선식물명집에 근거한다. 아마 먼저 1937년에 명명한 골담초와 좀골담초를 피하여 적당한 이름을 찾다가 우리나라에 자생하는 골담초라서 그렇게 명명한 것 같다. 그때까지만 하여도 골담초는 중국에서 들여온 외래종으로 인식되었던 것 같다. 


중국에서는 이 참골담초를 극동금계아(极东锦鸡儿)라고 하며 일본에서는 이를 만주골담초라는 뜻으로 만주군작(滿洲群雀)이라고 한다. 일본 이름의 영향인지 우리나라 국표식에서 참골담초의 영어명을 Manchurian peashrub라고 기록하고 있는데 이는 적당한 번역은 아니다. 왜냐하면 학명 자체가 만주라는 뜻인 Caragana manshurica 즉 동북금계아(东北锦鸡儿)도 있고 우수리를 뜻하는 학명 Caragana ussuriensis인 오소리금계아(乌苏里锦鸡儿)도 따로 있기 때문이다. 그러니까 만주지역에 자생하는 골담초 종류가 많다는 뜻이다. 그리고 만주나 몽고에 가서 골담초가 보인다고  우리나라에 등록된 종 중에서 이름을 찾으려고 하면 안될 것 같다. 국내 등록되지 않은 많은 종들이 그 지역에 자생하기 때문이다. 몽고에는 좀골담초나 모식종인 Caragana arborescens 즉 일명 몽고금계아(蒙古锦鸡儿) 외에도 중국명 감몽금계아(甘蒙锦鸡儿)인 학명 Caragana opulens라는 관목 외에 난장이골담초 Caragana pygmaea 등 모두 13종의 골담초가 자생하고 있다고 한다. 


등록명 : 참골담초

학  명 : Caragana fruticosa (Pall.) Besser

이  명 : Caragana koreana Nakai (비합법명)

분  류 : 콩과 골담초속 낙엽 관목

원산지 : 우리 자생종, 중국 만주, 시베리아

중국명 : 극동금계아(极东锦鸡儿)

일본명 : 만주군작(滿洲群雀) マンシュウムレスズメ(만슈우

수  고 : 1~2m

줄  기 : 노지 회록갈색, 일년생가지 녹갈색, 무모, 가끔 광택

잎특징 : 우상복엽 4~6쌍 소엽

탁  엽 : 침자상, 탈락 혹 잔존, 2~5mm, 가늘고 여림

엽  축 : 2.5~4cm, 탈락, 근무모

소  엽 : 장원형, 1~1.5cm 길이, 4~6mm 너비, 양단 원둔, 선단 가끔 오목, 침자, 상면 녹색, 하면 담록색, 무모

화  경 : 단생, 흔히 몇 개 모여서 남, 8~12mm 길이, 상부에 관절

화  악 : 종상, 5~6mm, 가로세로 비슷함, 악치 단, 치연단유모

화  관 : 담황색, 16~19mm 길이

기  판 : 마름모상 관란형, 선단 약간 오목. 15mm 너비, 판병-판편 길이의 1/4

익  판 : 장원형, 기판대비 약간 김, 판병-판편 1/2 길이, 첨치상 귀

용골판 : 기판보다 짧음, 판병과 판편 등장, 귀 없음, 근절평

자  방 : 무모

열  매 : 협과 원통상, 편평, 3~3.5cm x 4mm, 선단단점첨

화  기 : 6월

과  기 : 7월

용  도 : 밀원식물, 녹비, 사료, 관상용, 심근 뿌리혹으로 토양 개선

내한성 : 영하 39도로 추정


참골담초


참골담초

꽃잎 맨 위 좌우로 접혀있는 기판(旗瓣)이 펴지면 마름모 형상의 넓은 계란형이 된다. 꽃을 분해하면 기판 아래 좌우로 익판(翼瓣)이 있고 그 아래 용골판(龍骨瓣) 두 장이 이체웅예(二體雄蕊) 즉 9개 수술 뭉치와 암술 그리고 별도 하나의 수술을 감싸고 있다. 익판의 꽃잎자루가 꽃잎 길이의 1/2이 된다. 용골판은 자루와 꽃잎 길이가 거의 동일하고 기판은 자루가 꽃잎의 1/4에 불과하다.


참골담초


참골담초


참골담초


참골담초


참골담초

그동안 주로 북한지역에 분포하고 남한에서는 매우 드물었는데 2007년 강원도 인제에서 자생 군락지가 발견되었다.

그리고 2010년 강원도 화천의 풍혈지(얼음골)에서도 발견되었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