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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21 복수초(福壽草) = 얼음새꽃 그 특성과 이름의 유래

낙은재 2020. 2. 7. 18:12


복수초

대개 이른봄에 피는 꽃은 꽃대나 줄기가 여린데 복수초는 줄기가 굵고 튼튼하다는 것이 특징이다.


복수초

얼음을 뚫고 나오는 모습


이른 봄에 가장 먼저 꽃이 피는 나무로는 풍년화와 납매를 꼽을 수 있고 초본으로는 아마 복수초와 바람꽃 그리고 노루귀 정도가 아닐까 한다. 복수초는 미나리아재비과 복수초속으로 분류되는데 전세계 30여 종이 유럽과 아시아에 분포한다. 그 중 우리나라는 원종 기준으로 4종이 자생하며 외래종 3종을 포함 모두 7종이 등록되어 있다. 우리 자생종 4종은 복수초와 그 아종인 애기복수초 그리고 개복수초, 세복수초 및 가지복수초인데 그 이름들이 비슷하게 느껴져 항상 헷갈리게 한다. 이들이 어떤 차이점이 있길래 각각 독립된 종으로 분류되는지 아니면 국제적으로는 일부가 통합된 것인지 궁금하다. 그리고 특히 요즘 얼음새꽃으로 개명하자는 주장의 원인이 되는 복수초라는 이름의 일본 유래설에 대하여도 상세하게 알아보자.


복수초속의 학명은 Adonis이다. 속명 Adonis는 그리스 신화에 등장하는 미와 사랑의 여신 아프로디테가 사랑하였던 미소년 아도니스의 이름에서 온 것으로 그가 살해될 때 흘린 피에서 아네모네 꽃이 피어났다고 한다. 그 아네모네는 지중해가 원산지인 아네모네 즉 Anemone coronaria를 말하는 것이겠지만 이 아네모네 즉 Anemone를 우리는 바람꽃속이라고 부른다. 바람꽃속에는 이른 봄에 피는 우리 자생종은 바람꽃을 필두로 외래종 아네모네나 대상화 또는 수입 할미꽃들도 포함된다. 물론 우리 토종 할미꽃은 아네모네가 아니다. 아네모네속을 바람꽃속이라고 하는 이유는 아네모네가 그리스에서는 바람의 신이기도 하며 그리스어로 바람이라는 뜻을 가진 말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우리 자생종 바람꽃은 봄바람과 어떤 관련이 있을 법 하지만 실상은 아네모네라는 속명 때문에 붙인 이름이다. 복수초는 신화속의 미소년 아도니스와 직접적인 관련이 없는데도 같은 미나리아제비과로 분류되는 아네모네와 근연관계에 있는 덕분인지 아네모네(Anemone)에 붙였어야 될 법한 아도니스라는 속명을 1753년 린네가 이 복수초속에다가 붙였다. 그만큼 복수초의 꽃이 사랑의 여신 비너스도 반할 만큼 아름답다고 본 것이 아니겠는가.


비너스와 아도니스 그리고 큐피트(좌)

복수초의 속명 Adonis는 미의 여신 비너스가 반한 바로 이 미소년의 이름에서 왔다.


우리가 그냥 복수초라고 부르는 다년생 초본의 학명은 Adonis amurensis Regel & Radde로서 종소명 amurensis는 아무르강을 뜻한다. 복수초는 추위에 매우 강하여 우리나라와 일본 외에도 중국 동북지방과 극동 러시아에서도 자생하기 때문이다. 1861년 러시아에서 활동한 식물학자 Eduard August von Regel (1815~1892) 등이 붙인 학명이다. 우리나라 국명 복수초는 1937년 정태현의 조선식물향명집에 근거한다. 한자로는 福壽草라고 쓴다. 복수(福壽)는 '복이 많고 장수함'을 뜻하기는 하지만 요즘 잘 쓰는 용어는 아니다. 거꾸로 한 수복(福)은 '오래 살고 복을 누리는 일'이라고 풀이되어 같은 뜻이지만 우리에게는 청주 상표가 아니더라도 수복강녕 등으로 익숙하게 들린다. 그래서 복수초라는 이름에 대한 약간의 거부감이 있던 차에 최근에 일본에서 도입된 일본식 한자어라는 말이 퍼지면서 개명에 대한 요구가 높아지고 있는 것 같다. 그래서 새롭게 거론되는 이름 중에 얼음새꽃이 많은 지지를 받는 것 같다. 그런데 이미 국표식에 등록된 국명 중에 순수 우리말 이름이 있다. 그게 바로 1949년 박만식교수가 펴낸 우리나라식물명감에 기록된 눈색이꽃이다. 눈을 삭이고 올라오는 꽃이라는 뜻의 제주도 방언이라고 한다. 그 외에도 북한에서 부른다는 복풀도 있고 강원도 방언으로 얼음새출이라는 것도 있다. 얼음 사이를 뚫고 나온다는 뜻이다. 요즘 거론되고 있는 얼음새꽃은 경기도 방언이라는 주장이 있는데 아래 시인이 노래하여 유명해졌다. 그럼 먼저 2010년 문학과지성사에서 펴낸 시집 <지도에 없는 집>에 수록된 곽효환시인의 얼음새꽃을 소개한다.


얼음새꽃 - 곽효환


아직 잔설 그득한 겨울 골짜기 

다시금 삭풍 불고 나무들 울다 

꽁꽁 얼었던 샛강도 누군가 

그리워 

바닥부터 조금씩 물길을 열어 흐르고 

눈과 얼음의 틈새를 뚫고 

가장 먼저 밀어 올리는 생명의 경이 

차디찬 계절의 끝을 온몸으로 지탱하는 가녀린 새순 

마침내 노오란 꽃망울 머금어 터뜨리는 

겨울 샛강, 절벽, 골짜기 바위틈의 

들꽃, 들꽃들 

저만치서 홀로 환하게 빛나는 

그게 너였으면 좋겠다 

아니 너다. 


일단 복수초의 어원에 관한 이야기는 복잡하므로 뒤로 미루고 우선 복수초의 특성에 대하여 파악해 보자. 복수초속은 미나리아재비과에 속하는데 필자는 이 우리 자생종인 미나리아재비의 이름에 대하여 약간의 어색함이 있다. 미나라아재비는 과명에 그치지 않고 목명도 미나리아재비목이다. 미나리아재비과는 복수초 외에도 노루귀 할미꽃 투구꽃 바람꽃 으아리 등 수많은 우리 토종 야생화들이 속하며 전세계 3,500종의 식물로 구성된 거대하고 중요한 과인데 우리 이름이 엉뚱하게 전혀 관계가 없는 미나리에다가 다소 얕잡아 보는 듯한 아재비를 붙여서 만든 이름이다. 참고로 중국 이름은 모간(毛茛)이지만 별명이 노호각적(老虎脚迹)으로 잎이 호랑이 발자국 같다는 뜻이고 일본 이름도 마족형(馬の足形)으로 말의 발을 닮았다는 뜻이며 별명은 금봉화(金鳳花)라고 한다. 서양 이름도 buttercup으로 오목한 꽃의 모양에서 온 것이다. 


미나라아재비

미나리아재비목 미나리아재비과 미나리아재비속 다년생 초본이다.


아직 세복수초와 가지복수초(개복수초)를 탐구하지 않아서 그 차이점을 논하기는 빠르지만 복수초의 특징은 줄기 하나에 하나의 꽃이 피며 잎이 제대로 나오기도 전에 핀다는 점이고 여러 개인 꽃받침이 꽃잎보다 최소한 같거나 더 길다는 점이다. 잎 뒷면에 털이 있고 줄기의 속이 꽉 차있다는 것이 특징이 된다.   


등록명 : 복수초(福壽草)

이  명 : 눈색이꽃, 복풀, 얼음새출, 얼음새꽃

학  명 : Adonis amurensis Regel & Radde

분  류 : 미나리아재비과 복수초속 다년생 초본

원산지 : 한중일 시베리아

일본명 : 기타미후쿠쥬소우(キタミフクジュソウ), 북견복수초(北見福寿草)

중국명 : 측금잔화(侧金盏花), 중약명 - 복수초(福寿草) 별명 - 임해설련(林海雪莲) 빙리화(冰里花) 정빙화(顶冰花) 

영어명 : Amur adonis

뿌  리 : 근상줄기 짧고 굵음, 다수 수염뿌리

줄  기 : 개화시 5~15cm, 이후 30cm까지, 무모 정부 희소단유모, 분지 거의 무, 기부 수 개 막질 인편

잎특징 : 개화후 장대, 줄기하부 엽 긴자루, 무모

엽  편 : 정삼각형, 7.5 x 9cm, 3전렬, 전렬편 장병, 2~3회 세렬, 말회렬편 협란형, 피침형, 단첨두, 이면에 모

엽  병 : 6.5cm

꽃크기 : 지름 2.8~3.5cm

꽃받침 : 다수(7~16), 담회자색, 장원형 혹 도란상장원형, 꽃잎과 같거나 약간 김, 1.4~1.8cm, 무모 혹 변연 단유모

꽃부리 : 다수(11~20), 황금색, 도란상장원형 혹 협도란형, 1.4~2cm 길이, 5~7mm 너비, 무모

수  술 : 약 3mm 길이, 무모, 다수 (50~110)

심  피 : 다수(25~110), 자방 단유모, 화주 0.8mm, 향외만곡, 주두소, 구형

열  매 : 수과, 도란구형, 3.8mm, 단유모, 화주숙존

화  기 : 2~4월

용  도 : 약용 - 강심 이뇨, 유독 

내한성 : 영하 37도


복수초


복수초


복수초


복수초


복수초


복수초


복수초


복수초


복수초의 열매

꽃이 핀 다음 크게 자라는 잎은 꽃이 지고 열매가 성숙한 다음 말라서 사라지는 경우도 있다.


복수초 - 수염뿌리가 매우 많이 난다.

강심 이뇨용 약으로 쓰지만 독성이 있어 주의를 요한다.


복수초의 이름 유래

복수초는 한자어로 福壽草(복수초)로 기록이 가능한 것으로 봐서는 중국이나 일본에서 온 이름일 가능성이 매우 높다. 대부분 일본에서 온 이름이라고 하는데 일부에서는 중국에서 온 이름이라고 주장하는 분들도 있는 것 같다. 그렇다면 과연 일본에서 온 이름인지 파악해 보자. 10종의 복수초속 식물이 자생하는 중국에서는 복수초 즉 Adonis amurensis를 측금잔화(侧金盏花)라고 한다. 꽃의 모양이 황금색 잔을 닮았기 때문인데 이미 국화과에 금잔화(金盏花)라는 것이 있으므로 이를 측금잔화로 부른다. 이는 남송의 문학자 범성대(范成大)가 1170년대에 쓴 계해우형지(桂海虞衡志)라는 민속지에 쓴 것을 근거로 삼는다. 이 복수초가 넓은 중국 모든 지역에 넓게 분포하는 것이 아니고 동북지방에서만 분포하는데도 이 측금잔화는 매우 다양한 이명들을 가지고 있다. 그 이유는 다양한 지역에 약간씩 다른 종들이 각각 자생하고 있었던 것인데 지금은 측금잔화가 중국의 대표종이 되고 나머지는 모두 xx측금잔화라고 하기 때문이다. 그 내용을 살펴보면 우선 중국에서 중약명을 복수초(福寿草)라고 한다는 것이다. 그 출처는 현대실용중약(现代实用中药)인데 이는 1956년 엽귤천(叶橘泉)이 정리한 의학서이다. 그러니까 중국의 식물 정명은 측금잔화(侧金盏花)이고 중의학의 정명은 복수초(福寿草)인 것이다.


그 외에도 많은 이름이 있는데 대만에서는 헌세국(献岁菊)이라고 한다. 헌세는 새해 년초를 뜻하는 말이다. 이 복수초가 음력 설날 즈음에 꽃을 피우기 때문이다. 이와 같이 개화 시기에서 비롯된 이름으로 세국(岁菊)이라는 것도 있으며 조춘화(早春花)와 삭일초(朔日草)와 원일초(元日草)라는 것도 있다. 삭일과 원일은 모두 초하루라는 뜻이다. 이 꽃이 중국의 명절인 춘절(春节)과 원소절(元宵节) 사이에 피기 때문에 붙은 것이다. 춘절은 음력 1월 1일 즉 설날을 말하고 원소절은 정월대보름을 뜻한다. 그 외 꽃의 모양을 보고서 부르는 이름으로 정명인 측금잔화(侧金盏花) 외에 금잔화(金盏花)라고도 하며 금충화(金盅花)라고도 한다. 충(盅)은 빈 잔을 뜻한다. 그 외에 복수초가 자생하는 지명이 들어간 장춘국(长春菊)이라는 것도 있다. 장춘시는 길림성의 부성급시이다. 그 외에는 모두 추운 지방에서 얼음이나 눈 속에서 꽃이 핀다고 그와 관련된 이름들이다. 설련화(雪莲) 임해설련(林海雪莲) 빙리화(冰里花) 정빙화(顶冰花) 빙량화(冰凉花) 빙랑화(冰郎花) 빙릉화(冰凌花) 빙류화(冰溜花) 등이 그들이다. 여기서 설련화와 임해설련은 눈속에 피는 연꽃이라고 우리 이름 눈색이꽃과 일맥상통하고 나머지 빙리화 정빙화 등은 얼음새꽃과 같은 맥락이라고 볼 수 있는 이름이다. 정작 복수초가 많이 자생하는 중국 동북지방에서는 주로 얼음 관련된 이름인 정빙화(顶冰花)나 빙랑화(冰郎花) 또는 임해설련(林海雪莲)으로 불리고 있다는 것이 흥미롭다. 아마 동북지방에서는 정월에 꽃이 피지 않을 것이라서 원일초나 삭일초 등의 이름은 부합하지 않을 것이다.


백두산 얼음을 뚫고 나오는 복수초 이래서 정빙화(顶冰花) 임해설련(林海雪莲) 등의 이름이 붙었다.


그럼 일본에서는 뭐라고 할까? 일본에서는 4종의 복수초가 자생하는데 복수초를 후쿠쥬소우(フクジュソウ)라고 하며 한자로는 복수초(福寿草)라고 쓴다. 따라서 복수초는 동양 3국에서 모두 동일하게 복수초(福寿草)라고 하는 것이다. 다만 중국과 우리의 복수초는 동일한 종 즉 Adonis amurensis를 부르는 이름이지만 일본에서는 우리가 가지복수초나 개복수초라고 하는 Adonis ramosa를 지칭한다. 왜냐하면 이 가지복수초가 일본에서는 가장 보편적으로 널리 분포하고 우리 복수초는 홋카이도에서만 자생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를 기타미후쿠쥬소우(キタミフクジュソウ) 즉 북견복수초(北見福寿草)라고 한다. 아마 홋카이도에 동부에 있는 도시인 기타미(北見)시의 이름을 붙인 것 같다. 일본에서는 복수초 외에도 중국에서 건너온 삭일초(朔日草)와 원일초(元日草)로 불리기도 한다. 이들 일본 이름은 모두 한자어 그대로 福寿草(フクジュソウ) 元日草(がんじつそう朔日草(ついたちそう)로 발음하므로 일본에서 자생적으로 생긴 고유 용어에 한자로 표기만 하는 것이 아니므로 중국 한자 이름을 그대로 가져온 모양새를 취하고 있다.


그러고 보니 중국에서는 측금잔화 등 꽃모양에 따른 이름이 있고 정초에 개화한다고 복수초가 헌세국이나 원일초, 삭일초 등의 이름이 있었고 눈과 얼음 속에서 핀다는 정빙화 등의 이름이 있었지만 일본에서는 음력 정초에 핀다고 복수초와 원일초 그리고 삭일초라는 이름만 보인다. 우리나라는 개화 시기에 따른 복수초 그리고 눈얼음에 덮힌 개화 환경에 따른 눈색이꽃 얼음새출 그리고 얼음새꽃이 있다고 분류할 수 있다. 이를 나라별 표로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편의상 일본은 가지복수초 즉 Adonis ramosa를 대상으로 삼았다.


복수초의 동양 3국 이름 비교

구  분

우리나라 이름

중국 이름

일본 이름

개화 시기

(음력 정초)

복수초(福壽草), 복풀

복수초(福寿草) 헌세국(献岁菊) 세국(岁菊) 조춘화(早春花)

삭일초(朔日草) 원일초(元日草)

복수초(福寿草) 삭일초(朔日草) 원일초(元日草)

개화 환경

(눈과 얼음)

눈색이꽃 

얼음새출, 얼음새꽃

설련화(雪莲임해설련(林海雪莲) 빙리화(冰里花) 정빙화(顶冰花)

빙량화(冰凉花) 빙랑화(冰郎花) 빙릉화(冰凌花) 빙류화(冰溜花)


꽃의 형상


측금잔화(侧金盏花) 금잔화(金盏花) 금충화(金盅花)




일본의 복수초 = 가지복수초(개복수초)

일본에서는 우리가 가지복수초라고 하는 것을 복수초라고 하고 우리 복수초는 북견복수초(北見福寿草)라고 한다.


이렇게 되면 복수초(福寿草)는 일본에서 온 이름이 아니라 원래 중국 이름이 우리나라와 일본으로 전파된 것으로 판단이 된다. 하지만 과연 그럴지 더 깊이 검증해 보자. 우선 대개 중국에서 약재로 사용하는 식물들의 이름은 본초서에 기록된 이름을 그대로 식물명으로 따르는 것이 일반적인데 이상하게 이 복수초는 중약명은 최근인 1956년 상해에서 편찬된 현대실용중약(现代实用中药)이 출처이고 그 이전의 기록이 없다. 그래서 식물학계에서 정명으로 삼는 측금잔화(侧金盏花)의 출전인 1172~1175에 쓴 계해우형지(桂海虞衡志)에 비하면 780년 이상 뒤진다. 여기서 의문을 품지 않을 수 없다. 처음에는 몰라서 약재로 사용하지 않다가 나중에 약용으로 개발된 것이라는 말인가? 그렇다면 왜 기존의 식물명을 제쳐두고 복수초라는 새로운 이름으로 약명을 정했을까?


그럼 일본의 후쿠쥬소우(フクジュソウ) 즉 복수초(福寿草)의 역사는 어떨가? 놀랍게도 일본에서는 마쓰다이라 시게요리(松平重頼)라는 사람이 1638년에 쓴 모취초(毛吹草)라는 배어(俳語) 입문서의 서문에 이런 내용이 기록되어 있다고 한다. "正月 福壽草(ふくじゆさう) 元日草とも" 뜻인 즉 "정초에 원일초라고도 하는 복수초를.." 이다. 그 이후 일본 최초의 원예서라는 1681년 발간된 水野勝元의 화단강목(花壇綱目)에도 1683년에 발간된 고금립화대전(古今立花大全)이라는 꽃꽂이 책자에도 복수초라는 이름이 나온다고 한다. 따라서 기록상으로는 일본의 복수초(福寿草)라는 말이 중국의 기록을 한참 앞선다. 그래서 찾아보니 중국에서도 복수초와 앵초 등은 일본에서 온 이름이라고 인정하고 있다. 참고로 일본의 최초 원예서는 시기적으로 우리나라 조선시대 초기 강희안(姜希顔, 1417~1465)이 남긴 양화소록에 비하면 한참 늦다. 그 뿐만 아니라 본초서도 허준선생의 동의보감에 비견할 변변한 본초서도 일본에는 없다. 과거에는 분명 그랬는데 지금 일본은 식물학적으로 보나 원예산업 측면에서 보나 우리가 넘볼 수 없게 저멀리 가 있다. 


일본에서 복수초라는 기록이 처음 등장한 1638년 모취초(좌)와 1681년 화단강목(우)


그럼 일본에서 독자적으로 부른 이름이라면 왜 하필 중국식 한자어로 하였냐는 것이다. 일본에서는 예로부터 복수초의 주요 자생지인 홋카이도의 아이누족들은 복수초가 필 때면 이토우(伊富)라는 연어가 돌아온다고 복수초를 물고기의 도래를 알려주는 꽃으로 받아 들였다. 그리고 복수초가 핀다는 것은 만물이 소생하는 봄이 왔다는 것을 의미하는데 그린하우스가 없던 시절 온통 눈으로 덮힌 홋카이도에서의 봄은 현재 우리가 느끼는 봄과는 거리가 먼 생명의 부활 그 자체이었을 것이다. 게다가 꽃 색상도 황금색이라서 복으로 표현하기에 전혀 무리가 없었을 것이다. 그래서 처음에는 봄과 함께 오는 복(福)을 알리(告)는 꽃이라는 의미에서 후쿠쯔구소우(福告ぐ草)라고 불렀다고 한다. 그러다가 나중에 "告"가 좋지 않다고 장수를 뜻하는 "寿"로 변경하여 오늘날의 복수초(福寿草)가 되었다고 한다. 여기에는 복수초의 개화기간이 매우 긴 특징도 한 몫을 했을 것이 분명하다. 일본에서는 에도초기부터 설날에 이 복수초로 집을 장식하여 가족의 복과 장수를 비는 풍속이 생겼다고 한다. 


복수()와 수복(福)

일본에서는 언급하지 않고 있지만 복고초(福告草)에서 복수초(福寿草)가 된 것은 이미 행복과 장수를 뜻하는 중국에서 전래된 복수(福寿)라는 용어가 크게 영향을 미쳤을 것은 분명하다. 그럼 이제부터는 복수라는 말의 의미를 파악해 왜 이 말이 우리에게 조금이라도 어색한 느낌을 주는지를 알아보자. 우선 복수()라는 말은 복이 많고 장수함을 뜻한다고 풀이하지만 웬만한 우리나라 국어사전에는 나오지도 않는 말이다. 그 거꾸로 말인 수복(福)은 모든 국어사전에 복과 장수 즉 오래 잘사는 행복을 뜻한다고 풀이 한다. 게다가 우리 국민들에게는 지금은 명절이나 제사 등 특별한 날 외에는 일식집에서만 볼 수 있지만 과거에는 고급주의 대표적인 브랜드 백화수복 덕분에 수복이라는 용어에는 익숙하다. 아마 그래서 복수초가 좀 생소하게 느껴지던 차에 일본식 한자용어라는 주장이 퍼지자 이를 변경하고 싶은 식물이름으로 급대두된 것 같다.


하지만 한자의 본고장 중국의 사정은 우리와는 전혀 다르다. 원래 중국에서는 복수(福寿)가 행복과 장수를 뜻하는 말이고 수복(寿福)은 도교나 불교에서 사용하는 용어이다. 복수(福寿)의 출전은 오래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북제에서 태어나 수나라서 벼슬한 안지추(颜之推 : 531~591이후)가 남긴 그 유명한 안씨가훈(颜氏家训) 귀심(归心)편에 있는 다음의 글에서 출발한다. 项橐、颜回之短折,伯夷、原宪之冻馁, 盗跖、庄蹻之福寿,齐景、桓魋之富强,若引之先业,冀以后生,更为通耳. 如以行善而偶钟祸报, 为恶而傥值福征,便生怨尤,即为欺诡. 워낙 내용이 좋고 요즘 세태에 적합한 것 같아서 일부만 요약해 본다. 내용인즉 안회나 백이 같은 선한 사람은 요절하거나 굶어 죽어 불행한데 도둑인 도척과 장교는 복과 장수를 누렸고 사치한 제나라 경공과 환퇴라는 무뢰배는 부강하게 살았지만 전생의 업과 후생의 바램을 보면 이해할 수도 있으므로 너무 현세의 업과 복수부강(福寿富强)을 연결시키지 말라는 뜻이다. 불교 논리로 보면 현생에 못된 짓을 하는 자는 후세에 반드시 고통을 받게 되므로 너무 현생만을 중심으로 판단하여 불공평하다고 원망하거나 선행을 포기하지 말라는 교훈이다.


복수()라는 용어가 처음 등장하는 안씨가훈 - 국내 국역본도 많다. 


옆길로 빠졌지만 여하튼 복수(福寿)라는 말은 서기 500년대 말에 벌써 중국 기록에 나오는 말이 된다. 그리고 여기서 파생되어 상대를 축복하는 말인 복수강녕(福寿康宁)은 1191년 남송시대 문학가 진량(陈亮)이 91세에 죽은 유하경(喻夏卿)이란 사람의 묘지명(墓志铭)을 쓰면서 구사한 것이 처음 기록으로 남아 있다. 복수강녕은 행복장수건강안녕(寿)의 줄임말이다. 福寿康宁,子孙彬彬然,皆有可能者,天于夏卿亦何所负哉. 그 당시로는 매우 드물게 91세까지 살다간 유하경이 복수강녕하고 자손들 마저 모두 훌륭하고 능력있으니 어찌 하늘에서 감당할 수 있겠냐! 하면서 그의 복된 삶을 부러워하면서 보내는 글 같다. 그 이후 원나라와 청나라때 복수면장(福寿绵长)이라는 말도 생겨난다. 면장(绵长)은 솜같이 끊임없이 늘어지는 것을 말한다. 이는 복다수고(福多寿高) 즉 많은 복을 받고 오래오래 살아라는 뜻의 덕담이다. 이렇게 보니 우리나라에서는 잘 쓰지 않지만 복수(福寿)라는 말은 나쁜 말도 아니고 일본에서 전래된 일본식 한자어는 더더욱 아니다. 


복수강녕(福寿康宁)은 행복 장수 건강 안녕(寿)의 줄임말이다.


그럼 우리나라서 많이 쓰는 거꾸로 된 수복(寿福)이라는 말은 어디서 온 것일까? 중국에서는 수복(寿福)이라는 말은 지금도 없다. 다만 도교 용어로 무량수복(无量寿福)이 있었는데 중국 남서방 방언에 불(佛)과 복(福)의 발음이 같기 때문에 사람들이 자꾸 무량수불(无量寿佛)과 헷갈려 무량수복(无量寿福)과 무량수불(无量寿佛)을 동일시 하게 된다. 불교의 무량수불(无量寿佛)은 수명이 한없는 부처님 즉 아미타불을 의역한 말로서 아미타불 그 자체이다. 그래서 도교에서는 무량수복(无量寿福)을 복생무량천존(福生无量天尊)으로 변경해 버린다. 도교에서 복생무량천존(福生无量天尊)은 최고의 존경용어 즉 존호(尊号)이므로 우리가 알고 있는 수복 즉 복수와는 의미가 많이 다른 말이라고 한다. 이와같이 중국에서는 종교적 이외에는 잘 쓰이지 않는 수복(寿福)이 명대에 와서 수복강녕(寿福康宁)이라는 글자를 무당산 암벽에 새기면서 널리 알려지게 된다. 


아미타불을 무량수불이라고 하는 불교와 마찬가지로 도교에서의 무량수복은 신선이다.


명나라가 쇠퇴의 길로 접어든 가정황제 시절 정치가 어려워지자 1537년 황제가 하언(夏言)의 건의를 받아 들여 도교의 본산인 무당산을 현악(玄岳)으로 봉하고 도교 북방의 신(神) 진무대제(真武大帝)에게 기도하러 신하 왕우(王愚)를 보낸다. 그때 그가 황제의 장수를 기원하는 수(寿) 자를 남암벽에 써 넣는다. 모든 것을 가진 황제로서는 (寿)가 가장 중요하고 다음이 강(康)일 것이다. 그래서 조선 초기에 수강궁(壽康宮)이라는 별궁이 있었고 지금도 중국 자금성에는 수강궁이 있다. 여하튼 수(寿) 자를 석각하였는데도 시국이 안정되지 않자 1541년 왕우의 상관인 예부상서 하언(夏言)이 복강녕(福康宁)이라는 글자를 추가로 써서 사람을 보내 다시 새긴다. 이렇게 하여 무당산 남암의 마애 석각이 태어난 것이다. 공간 사정으로 복수강녕(福寿康宁) 순서로 새기지 못하고 수복강녕(寿福康宁) 순서로 석각되어 있는데도 중국인들은 이를 복수강녕(福寿康宁)으로 인식하고 있을 정도로 중국에서는 수복이라는 단어는 거의 쓰지 않는다. 


명나라 때 무당산 도교사원 남암에 먼저 壽자를 새기고 나중에 福康寧 3자를 새겨 순서가 수복강녕이 된 것이다.


원래 중국의 복수(福壽)라는 말이 우리나라에 들어와 한동안 복수(福壽)로 사용되었는데 왜 무슨 이유로 수복(壽福)으로 변했는지 알 수가 없다. 다만 조선조 세종 때만 하여도 모두 복수(福壽)라고만 하던 것이 세조가 등극하자마자 수복(壽福)으로 바뀌어 왕조실록에 기록되기 시작한다. 불경 간행을 많이 하며 나중에 불교에 귀의한 세조의 종교관 때문일 것이라는 생각도 든다. 여하튼 세조 때부터 복(壽福)이 등장하지만 그렇다고 복수(福壽)라는 말이 완전히 사라진 것은 아니고 같이 쓰여 1828년 순조실록에도 복수(福壽)라는 말이 보이고 최근인 고종 때 즉 1903년에 기록된 실록에까지도 복수면장(福壽綿長)이란 단어가 등장한다. 그러던 것이 지금 현재에 와서는 국어사전에조차 복수(福壽)가 사라지는 분위기이고 심지어는 한문 고전 번역시 복수(福壽)를 수복(壽福)으로 번역하고 있는 실정에 와 있다. 왜 이렇게 되었을까 의문이지만 필자로서는 더 이상 알 길이 없어 한계를 느낀다. 1903년인 고종 40년 5월 1일 실록에 이런 내용이 있다. 도제도 윤용선이 영친왕의 병세에 대하여 고종과 나누는 대화이다. 自今以後, 可致福壽綿長, 上下至愛之情, 伏想一般矣。


우리 조선조를 따라하였는지 일본에서는 지금도 복수(福寿)와 수복(寿福)을 같은 의미로 둘 다 사용하고 있지만 복수 쪽을 더 보편적으로 사용하는 것 같다. 일본인들에게는 복수라는 것이 중국과는 또 다른 의미가 있다. 그게 바로 일본에서 복을 가져다 준다는 칠복신(七福神) 중 하나에 복록수(福禄寿)가 있는데 이 신이 복고초(福告草)에서 복수초(福寿草)로 이름을 바꿀 때 영향을 미친 것이라는 주장도 있다. 그렇다고 하더라도 일본의 복수초라는 이름이 중국의 영향을 받은 것임을 부인 할 수 없다. 왜냐하면 복(福)과 수(寿)에다가 록(禄) 즉 재산까지 추가된 복록수(福禄寿) 자체가 중국 도교에서 유래된 신이고 일본에서 칠복신(七福神)을 받든 시기가 1338년부터 1573년까지 지속된 일본의 무로마치시대 말기이므로 중국에서 복수라는 말을 사용한 시기는 훨씬 전인 서기 500년대이기 때문이다. 이 복수초의 전초 특히 뿌리에 강심 이뇨 작용을 하는 성분이 있어 이를 약으로 사용한 것은 일본이 먼저인 것이 분명하다. 중국에서 이를 뒤늦게 일본을 통하여 알게되어 식물명 측금잔화가 있는데도 중약명을 복수초라고 한 것이며 약전에 등재된 시기도 최근인 1956년이 된 것이다. 


결론적으로 복수초는 눈색이꽃이나 얼음새출 등 순수 우리말 이름이 있었는데 일제강점기 식물목록을 만들면서 일본에서 사용하던 이름 복수초를 그대로 따라서 국명을 정하였다. 최근에 와서 복수초가 일본식 한자이름이라고 배척하려는 움직임이 일고 있으며 대안으로 시인이 노래한 얼음새꽃이 많은 지지를 받고 있는 것 같다. 하지만 이 식물에 복수초라는 이름을 일본이 처음으로 붙인 것은 분명하지만 일본에서 만든 일본식 한자어는 아니다. 복수는 행복과 장수를 의미하므로 복수초가 개화하는 음력 1월과 매우 잘 어울리는 이름이고 그 용어 자체도 중국에서 유래되어 오래전부터 우리 조상들도 많이 쓰던 용어이다. 최근에 와서 우리가 일상에서 복수를 수복으로 바꾸어 사용하므로 복수라는 말이 약간 어색하기는 하지만 중국에서도 복수초를 중약명으로 받아들이고 있는 마당에 복수초를 왜색이 짙은 용어라고 오해하여 배척하는 것은 합리적이지도 않고 시급하지도 않다. 우리 식물 이름 중에서 정말 얼토당토 않은 이름이 얼마나 많은데 이런 것까지 문제 삼는다면 남아 날 이름이 거의 없을 것이다. 따라서 얼음새꽃을 이명으로 등록하고 기존의 눈색이꽃과 함께 널리 알리는 것만으로도 당장은 충분할 것 같다. 


이렇게 얼음과 눈을 뚫고 나온다면 정초에 피어 복을 가져다 준다는 복수초라는 이름보다는 얼음새꽃 또는 눈색이꽃이 훨씬 더 어울리는 것 같기는 하다. 하지만 모든 복수초가 이렇게 눈속에서 꽃을 피우지는 않는다. 대부분 지역에서는 이런 모습을 보기는 어렵다.


복수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