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목탐구이야기

콩과/-회화나무족

934 솔비나무 - 한라산에 자생하는 다릅나무의 근연종

낙은재 2020. 3. 2. 21:19


솔비나무

제주컨벤션센타


솔비나무


솔비나무는 제주도에서 발견된 다릅나무의 근연종으로서 일본에 오랫동안 체류하였던 프랑스 신부 Urbain Jean Faurie(1847-1915)가 제주도 한라산 1,200m 고지에서 채집한 표본을 근거로 프랑스 식물학자 겸 성직자인 Augustin Abel Hector Léveillé(1864~1918)가 1909년에 유달회화나무속인 Cladrastis fauriei H. Lév.로 명명한다. 이미 그 당시는 다릅나무가 유달회화나무속으로 갔다가 다시 복귀한 시점인데 뒤늦게 유달회화나무속으로 명명한 것이다. 그래서 4년 후인 1913년에 일본 학자 Takeda Hisayoshi(武田 久吉 : 1883~1972)가 이를 바로잡아 Maackia fauriei (H. Lév.) Takeda로 재명명한 것이다. 그래서 이 학명이 우리나라 국표식에 그대로 등록되어 있으며 제주도에서 발견된 것이므로 우리는 모두 우리 특산식물이라고 주장하고 있는 것이다. 


여기까지 관련자들에 대하여 간단하게 살펴보면 종소명 fauriei의 유래인 채집가 Urbain Jean Faurie는 프랑스 신부로서 선교활동을 위하여 1873년 일본에 와서 머물다가 식물에 관심을 갖고 일본 동북지역과 홋카이도, 오키나와 그리고 대만 등에서 채집 활동을 한 식물학자로서 우리나라도 1901년부터 1907년 사이에 3차례나 방문한 바 있다. 그때 제주도에서 솔비나무를 발견한 것이다. 명명자 Hector Léveillé은 인도에 잠시 머문 적은 있지만 곧 파리로 돌아가 여러 채집가들이 동아시아에서 수집한 식물 표본을 대상으로 분류 묘사하여 무려 2,000종의 신종을 발표한 학자이자 성직자이다. 나중에 속명을 바로잡아 재명명한 일본의 타케다(武田)는 영국 외교관 아버지와 일본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혼혈로서 유럽 유학을 다녀와 교토대학과 홋카이도대학에서 교수로 재직하면서 일본의 자연환경보존에 많은 활동을 한 식물학자이다.


왼쪽은 채집가 Urbain Jean Faurie인데 대만에 세워진 그의 동상이다.

오른쪽은 명명자 Augustin Abel Hector Léveillé이다.

대만 식물을 조사하고 채집한 그를 기려 동상을 세웠다는 것이 우리로서는 생소하다. 북한산에서 털개회나무 종자를 몇 개 채취해간 미국학자를 마치 약탈자 취급하는 우리와는 정서가 많이 다르다. 


1907년 한라산 1,200m 고지에서 프랑스 신부 쟌포리가 채집한 솔비나무 표본


위 학명이 그냥 그대로 유지되었으면 솔비나무는 자타가 공인하는 우리나라 특산식물이 되는데 현실은 그렇지만은 않다. 1867년 네덜란드 식물학자인 Friedrich Anton Wilhelm Miquel(1811~1871)이 일본에서 발견한 신종을 옛날 목련속 학명으로 명명한 Buergeria floribunda Miq.라는 수종이 있었다. 그런데 이것을 자세히 보니 목련속이 아니라 다릅나무속으로 판단되어 일본 학자 타케다(武田)가 솔비나무를 재명명하던 같은 해인 1913년에 이 또한 다릅나무속으로 변경하여 Maackia floribunda (Miq.)Takeda라고 명명한다. 꽃이 많이 핀다는 뜻의 종소명 floribunda가 붙은 학명이다. 이 종을 중국에서는 꽃이 많이 핀다고 다화마안수(多花马鞍树)라고 한다. 중국에서 다릅나무속을 꽃의 기판(旗瓣)이 뒤로 접힌 접형화(蝶形花)의 모습 또는 종자의 모양이 말의 안장 즉 마안(馬鞍)을 닮았다고 마안수(马鞍树)속이라고 하므로 결국 다화다릅나무라는 뜻이다. 


대만마안수(台湾马鞍树)

중국에서는 다릅나무 꽃 기판이 뒤로 말린 모습이 말 안장 같다고 마안수라고 한다.


그런데 많은 학자들이 이 Maackia floribunda 즉 다화다릅나무가 제주도에 자생하는 솔비나무와 유사하다는 것이다. 그래서 서구에서는 거의 대부분 통합론을 지지하여 원시 신종 발표시기가 뒤늦은 우리 솔비나무를 이명 처리하고 만다. 중국도 따르는 통합론에 의하면 솔비나무는 제주도 외에 일본에서도 자생하는 수종이 된 것이다. 한편 일본에서는 한 걸음 더 나아가 다릅나무는 개물푸레나무 즉 털다릅나무와 솔비나무 그리고 다화다릅나무까지 포함한 모두를 통합 이누엔쥬(イヌエンジュ)라고 부르고 한자로는 견괴(犬槐)라고 쓴다. 일본에서 엔쥬(エンジュ)가 회화나무를 뜻하므로 이누엔쥬(イヌエンジュ)는 개회화나무라는 뜻이다. 그러므로 결국 솔비나무를 통합하지 않고 독립된 종이라고 주장하면서 버티는 것은 우리나라 밖에는 없다. 물론 아직도 영국의 RHS 같은 데서는 솔비나무를 독립된 종으로 인정하기도 하지만 대세가 통합쪽이므로 우리로서는 아쉽기는 하지만 더 이상의 어떤 연구 결과를 발표하지 않는다면 일단 대세에 순응하는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리고 한때 대만에 자생하는 대만마안수(台湾马鞍树)도 다화다릅나무 즉 Maackia floribunda에 포함시켰으나 1987년 일본 학자들의 연구에 의하여 Maackia taiwanensis Hoshi & H. Ohashi라는 독립된 신종으로 분리되어 나갔다.


솔비나무가 일본에서 자생한다는 다화다릅나무와 통합이 되던 대만다릅나무가 분리되어 독립하던 사실 우리 특산식물이냐 아니냐의 차이에 불과하다. 우리의 관심사는 국내에서 자생하는 3종 즉 솔비나무와 다릅나무 그리고 개물푸레나무(털다릅나무)의 서로간의 차이점이다. 위에서 보듯이 이렇게 학자들도 통합했다 분리했다를 거듭할 정도로 우왕좌왕할 만큼 다릅나무속 수종들은 그 구분이 명확하지 않다는 것이다. 다릅나무와 개물푸레나무(털다릅나무)는 털의 유무로 구분하는 변종이니까 그런대로 이해가지만 솔비나무는 우상복엽 소엽의 크기와 숫자에 의하여 다릅나무와는 다른 독립된 종으로 분류한다는 점을 언뜻 이해하기 어렵다. 그러나 열심히 찾아보면 전혀 차이점이 없는 것은 아니다. 다릅나무는 소엽이 7~11장이며 털이 없고 열매에도 털이 없지만 개물푸레나무(털다릅나무)는 소엽에 털이 밀생하고 열매가 긴 편이라서 구분이 된다. 그리고 솔비나무는 소엽이 9~17개로 가장 많으며 주로 13장이라서 전자 둘에 비하여 많고 그대신 소엽의 크기가 작다. 그리고 잎의 털은 처음에는 있다가 곧 탈락하여 다릅나무와 비슷한 편이지만 열매에 털이 있고 한쪽에 날개가 있으며 꽃이 여러 송이가 함께 모여서 피는 특징이 있어 다릅나무와 차이를 보인다. 


솔비나무

우상복엽의 소엽은 13장이 기본이다.


솔비나무

열매에 있다는 복모는 잘 보이지는 않지만 한쪽에 날개가 발달한 모습은 보인다.


솔비나무

여러 꽃차례가 모여서 피는 특성 다화라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솔비나무는 제주도에서 자생하는 수종이지만 자생지가 한라산 고지대이라서 그런지 내한성이 예상 외로 강하여 경북 북부에 있는 백두대간수목원에서도 노지월동하는 것 같다. 따라서 중부지방에서도 식재가 가능해 보인다. 하지만 다릅나무가 있는데 굳이 솔비를 고집할 이유는 없을 듯하다. 솔비나무라는 이름은 제주방언 솔피낭에서 솔피나무를 거쳐 솔비나무로 변했다는 의례적인 설명 외에는 아무런 설명도 구할 수가 없다. 도대체 솔비나 솔피가 뭐란 말인지 제대로 설명하는 사람이 안보인다. 이것 외에도 제주도 원산 식물명은 그 이름의 유래가 명확한 것이 드문 것 같다. 아무래도 우리 뭍에 사는 사람들로서는 가늠하기 어려운가 보다.


등록명 : 솔비나무

학  명 : Maackia floribunda (Miq.)Takeda (통합론)

학  명 : Maackia fauriei (H. Lév.) Takeda (분리론)

분  류 : 콩과 다릅나무속 낙엽 교목, 소교목 또는 관목

원산지 : 제주도, 일본

수  고 : 8~15m

가  지 : 어린가지 회백색 단모 밀생, 후 암자색 암회색, 무모

동  아 : 편란형, 갈색, 회백색 단모

엽  서 : 우상복엽, 14~20cm, 엽축 무모

소  엽 : 9~17(주로 13), 피침상 장타원형 혹 난상장타원형, 1.7~6cm x 1~2.6cm, 선단점첨, 기부 근설형 혹 원형

엽  모 : 유엽 하면 모, 후 탈락, 근중맥 갈색모 밀생

엽  병 : 소엽병 2~3mm, 유모 밀생

화  서 : 총상화서, 8~10cm, 주로 4송이 지정 집생, 직립, 황갈색유모

화  악 : 종상, 악치 천, 황갈색모 밀생

화  관 : 7~8mm, 백색

기  판 : 도란형, 선단미요

수  술 : 단경, 갈색모

협  과 : 편평, 장타원형 혹 선형, 2.8~8cm x 1~1.2cm, 복봉선 1.2mm 날개, 외면 망맥 단모

종  자 : 2~4립, 장타원형, 7mm, 갈자색

화  기 : 7~8월

과  기 : 10~11월

내  한 : 영하 26도

  

솔비나무

초기에는 털이 많다가 나중에 탈락한다.


솔비나무


솔비나무


솔비나무

솔비나무

출처 : 국립수목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