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목탐구이야기

콩과/-회화나무족

943 고삼(苦蔘) = 너삼

낙은재 2020. 3. 21. 16:23


고삼(苦蔘)

우리나라와 일본에서는 초본이지만 중국에서는 아관목 형태도 보인다.


고삼(苦蔘)


고삼(苦蔘)

이런 형태로 말려서 약재로 사용된다.


우리나라 전역에 매우 흔하게 자라는 다년생 초본인 고삼의 학명은 Sophora flavescens Aiton이다. 이는 1789년 스코틀랜드 식물학자 William Aiton (1731~1793)이 러시아에서 채집된 표본을 대상으로 명명한 것이다. Sophora속은 유럽과 아시아 오세아니가 아메리카 대륙 등 전세계에 45~62종이 널리 분포하는 콩과 식물로서 우리는 회화나무를 별도의 다른 속으로 분류하기 때문에 이 Sophora속을 고삼속이라고 부르지만 회화나무마저도 이 속으로 분류하는 중국에서는 회화나무속(槐属)이라고 부른다. 그리고 우리나라 고유종이라고 불리는 관목 개느삼을 별도의 다른 속으로 분류하여 Echinosophora koreensis라고 하지만 세계 많은 학자들은 이 개느삼도 Sophora속으로 분류하고 있다. 따라서 고삼속 즉 Sophora속은 학자에 따라서 그 속을 구성하는 식물의 범위가 다른 것이다. Sophora속은 1753년 린네가 명명한 것으로 속명 Sophora는 아랍어로 나비와 같다는 뜻으로 꽃모양 즉 접형화(蝶形花)를 말한다. 이는 먼저 콩과 결명자속 Cassia sophera의 종소명으로 명명된 것인데 고삼속 식물들이 이 Cassia sophera를 닮았다고 붙인 속명이라고 한다. 종소명 flavescens는 노랗게 된다는 뜻인데 꽃의 색상을 말하는 것 같다.


Cassia sophera = Senna sophera (미등록종)

결명자속의 이 관목을 닮았다고 고삼속명 Sophora가 명명되었다.


그러니까 우리나라서는 회화나무를 Styphnolobium속으로 개느삼을 Echinosophora속으로 분리하지만 세계적으로는 대부분 이들 모두를 Sophora속 하나로 통합하여 분류하고 있다는 것이다. 나중에 우리가 통합론을 따를 경우 그 때도 Sophora속을 계속 고삼속이라고 할지 아니면 회화나무속이라고 할지 궁금하다. 그래서 고삼속은 논란 중에 있으므로 초본이지만 탐구하고 간다. 우리 국명 고삼은 한자로 苦蔘(고삼)이라고 쓰는데 맛이 매우 쓰지만(苦) 약효가 뛰어나기 때문에 즉 쓴 인삼이라는 뜻으로 부르는 이름인데 우리 독창적인 이름은 아니고 중국에서 오래전부터 한의학에서 사용하던 약재명이다. 중국에서는 신농본초경(神农本草经)에 이미 중품으로 고삼(苦参)이라는 약재명이 등장하며 본초강목(本草纲目)에서는 "苦以味名,参以功名." 맛은 쓰고 효능은 인삼 같아서 고삼이라고 한다고 풀이하고 있다. 다만 과거에는 중국에서도 삼을 蔘이라고 썼지만 현재 중국에서는 参(삼)으로 쓴다. 일본에서도 인삼을 参이라고 쓰지 蔘이라고 쓰지는 않는다. 따라서 인삼이나 고삼을 중국과 일본에서는 현재 모두 参과 苦参으로 쓴다. 그래서 人蔘과 苦蔘으로 쓰는 나라는 우리 밖에는 없다. 물론 蔘이라고 해도 중국과 일본에서 전혀 통하지 않는 것은 아니다.


개느삼 Echinosophora koreensis : 우리나라 특산

고삼 즉 느삼을 닮았다고 개느삼이란 이름이 붙었다. 

이를 Sophora koreensis Nakai로 인정하는 학자들도 많다.


우리 이름은 고삼 외에도 매우 많은 이명을 가지고 있는데 그 중에 ‘도둑놈의지팡이’라는 이름은 뿌리의 형태가 흉칙하게 구부러져 있어서 붙여진 이름이라고 이구동성으로 설명하는데 그 근거가 무엇인지 궁금하다. 그리고 뿌리가 뭘 그렇게 흉칙하다고 하는지도 납득하기 어렵다. 그 외에 뱀의정자나무라는 이명도 있는데 이는 고삼 아래에서 뱀이 자주 쉬어가기 때문이라고 한다. 그 외에는 너삼과 거기서 파생된 느삼 그리고 북한 방언이라는 능암인데 능암 또한 느삼 능삼에서 변하여 너삼과 관련이 있는 말이라고 한다. 너삼은 예로부터 우리 조상들이 많이 불러 왔던 이름인 것 같다. 과거 시골에서 재래식 변소에 구더기를 구제하기 위하여 너삼 뿌리를 캐와서 찧어서 넣었던 것이다. 너삼으로 널리 불리었다는 것은 기록으로 남아 있다. 13세기 고려말에 쓰여진 것으로 알려진 향약구급방(鄕藥救急方)에 약재명 고삼(苦蔘)의 우리말 표기를 板麻(판마)로 훈차(訓借) 표기하고 있는데 이는 널 + 삼 즉 널삼이며 여기서 너삼으로 변한 것으로 풀이하고 있다. 그러니까 고려시대 이전부터 널삼으로 부르다가 나중에 너삼으로 불렀다는 뜻인데 삼은 蔘이 분명하지만 문제는 널이나 너가 무슨 뜻인지는 알 수가 없다는 것이다. 황기(黄耆)를 단너삼 고삼(苦蔘)을 쓴너삼이라고 했다는데 너가 도대체 무슨 뜻인지 아무도 설명하지 못하고 있다.


우리와 일본에서는 고삼을 다년생 초본 즉 풀이라고 알고 있지만 중국에서는 아관목 또는 관목의 형상을 보이기도 한다. 그래서 중국에서는 이 나무로 막대기나 지팡이를 만들어 사용하였는지 호한지(好汉枝)라는 별명이 있다. 바로 여기서 우리나라 이명 도둑놈의지팡이라는 말이 유래되었을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든다. 호한(好漢)이란 의협심이 많은 사나이 즉 호걸을 뜻하지만 녹림호한(绿林好汉)이 되면 산적이나 도적떼가 된다. 물론 지(枝)는 가지이지만 지지대 또는 버팀목이 되므로 지팡이로 풀이하였을 수도 있다. 도둑놈이 없이 그냥 지팽이풀이라는 너삼을 지칭하는 방언도 있는 것으로 봐서는 그 뿌리의 흉칙한 모양에서 유래된 말은 아닌 것 같다. 설혹 중국명 호한지(好汉枝)와 관련이 없더라도 키가 1m 넘는 목질화된 단단한 줄기가 가벼워 지팡이로써 쓰임새가 있었기 때문에 붙은 이름으로 추정이 된다. 참고로 우리 식물명 중에 도둑놈이란 말이 들어간 것이 또 하나 있는데 그것이 콩과 된장풀속 다년생 초본인 도둑놈의갈고리이다. 그런데 이 이름은 일본이름 盗人萩(도인추)에서 영향을 받은 것이므로 도둑놈의지팡이와는 연관성은 없는 것 같다. 


2m까지 자라는 고삼(苦蔘)의 줄기는 목질화가 되는 경우가 많으며 중국에서는 아관목으로 자라기도 한다.

초본인 명아주로 청려장을 만들 듯이 가벼운 지팡이 재료로 사용되었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중국에서도 널삼 또는 너삼의 근거가 될만한 이름을 찾을 수가 없다. 중국에서 고삼을 부르는 별명 중에 삼과 관련된 것은 牛参(우삼)과 干人参(건인삼), 川参(천삼), 地参(지삼) 등 많이 있는데 이게 널삼과 무슨 연관성이 있는지는 모르겠다. 고려말에 板麻(판마)로 훈차(訓借) 표기한 것으로 봐서는 너삼이 아닌 널삼이 원형이라는 것을 시사한다. 너삼이었다면 麻(여마) 또는 爾麻(이마) 등으로 얼마든지 훈차(訓借)할 수도 있었을 것이다. 그리고 고삼(苦蔘)을 쓴너삼이라고 하고 황기(黄耆, 黃芪)를 단너삼이라고 한 것으로 봐서는 너삼이 쓴맛이나 고삼만이 가진 약효에 기인한 말은 아닌 것으로 판단된다. 그렇다면 단너삼이라고 하는 황기(黄耆)와 고삼(苦蔘)의 공통점은 둘 다 햇볕에 말린 뿌리 즉 건조근(干燥根)을 약으로 쓴다는 것이다. 그래서 혹시나 널이 널다 즉 '볕을 쬐거나 바람을 쐬기 위하여 펼쳐 놓다.' 에서 온 말이 아닌가 하고 추측해 본다. 그렇다면 널삼은 널어서 건조시킨 삼이 되며 이는 중국 별명 干人参(건인삼)과 상통하는 이름이 된다.


단너삼으로 불리는 황기(黄耆, 黃芪)도 뿌리를 말려서 약재로 쓴다.


일본에서는 고삼을 쿠라라(クララ)라고 하며 한자로는 현초(眩草) 또는 고삼(苦参)이라고 쓴다. 현초(眩草)는 그 뿌리를 씹으면 너무나도 써서 머리가 어지러울 정도라고 붙인 이름이라고 한다. 처음에는 쿠라라쿠사(くららくさ : 眩草)라고 하다가 くさ(草)가 생략되고 그냥 쿠라라(くらら)로 발음이 변했다고 한다. 그 외에 일본에서는 여우콩(狐の大角豆)이나 구더기잡이라는 뜻의 우지코로시(ウジコロシ)나 파리잡이풀이라는 뜻의 하에토리구사(ハエトリグサ)라는 별명으로도 불린다는데 최소한 일본 독창적인 이름인 것으로 보인다. 일본에서는 고삼은 전초가 유독성이며 뿌리 부분이 특히 독성이 강하다고 설명한다. 알칼로이드의 마트린이 약효의 원천인데 약리작용이 심해 양을 잘못 쓰면 대뇌의 마비를 일으키고 경우에 따라서는 호흡 곤란으로 죽음에 이르므로 초보자가 함부로 다루는 것은 매우 위험하다고 경고한다. 


그래서 그런지 일제 강점기를 지나면서 우리나라에서도 독초라고 널리 알려져 주변에 흔하지만 결코 가까이 하지 않았던 식물인데 인삼에 비유할 정도로 대단한 약초인 줄은 몰랐다. 중국 본초강목에서는 고삼은 쓰고 찬 성질을 가지고 있는데 쓴 성질로는 습한 기운을 없애고 찬 성질로는 열을 제거하는 효능이 있다고 설명한다. 苦燥湿(고조습) 寒除热(한제열). 신농본초경을 비롯한 수많은 의학서에서 고삼은 청열이습(清热利湿) 항균소염(抗菌消炎) 건위구충(健胃驱虫) 피부소양(皮肤瘙痒) 신경쇠약(神经衰弱) 소화불량(消化不良) 변비(便秘) 등에 효능이 있다고 설명한다. 하지만 이상하게 그다지 강한 독성이 있다고 설명하지 않으며 약간 독성이 있다거나 심지어는 무독이라고도 설명을 한다. 그렇지만 꼭두서니나 여로 그리고 인삼과는 같이 복용을 금하고 임산부 또는 간장이나 비장ㆍ신장이 약한 사람은 복용을 금한다고 경고하는 정도이다. 그래서 우리나라 한의학서적에도 맹독이라는 표현은 보기 힘든다. 그렇지만 중국에서 토끼와 개구리에 고삼 성분 즉 마트린을 주사한 결과 중추신경 마비와 경련 그리고 호흡마비로 결국 죽었다는 실험결과는 발표한 바 있다.


등록명 : 고삼

이  명 : 도둑놈의지팡이, 너삼, 넓은잎능암, 느삼, 뱀의정자나무, 지팽이풀

학  명 : Sophora flavescens Aiton

분  류 : 콩과 고삼속 다년생 초본 혹 아관목

원산지 : 우리 자생종, 중국, 일본, 러시아, 인도 등

중국명 : 苦参(고삼), 野槐(야괴), 山槐(산괴), 白茎地骨(백경지골), 地槐(지괴), 牛参(우삼), 好汉枝(호한지) 干人参(건인삼) 

일본명 : クララ(眩草, 苦参)

높  이 : 1m(최대 2m)

줄  기 : 무늬 능, 유시 유모 후 무모

엽  서 : 기수우상복엽, 25cm, 소엽 13~25, 호생 근대생, 지질, 타원형, 3~4 x 1.2~2cm, 상면 무모, 하면 단유모, 하면 증륵 융기

화  서 : 총상화서, 정생, 15~25cm, 다수 꽃, 화경 섬세, 포편 선형, 화악 종상

화  관 : 화악대비 두 배, 백색 혹 담황백색, 기판도란상시형, 용골판과 익판 비슷

수  술 : 10, 분리혹 근기부연합

자  방 : 무병, 담황백색유모, 화주 초만곡, 배주 다수

열  매 : 협과 5~10cm, 종자간 액축, 불명형 염주상, 4릉형, 단유모 근무모, 성숙후 4판개렬

종  자 : 1~5개, 장란형, 압편, 심홍갈색 혹 자갈색

화  기 : 6~8월

과  기 : 7~10월

독  성 : 뿌리와 줄기, 잎에 독성이 있음

약  용 : 청열이습(清热利湿) 항균소염(抗菌消炎) 건위구충(健胃驱虫) 피부소양(皮肤瘙痒) 신경쇠약(神经衰弱) 소화불량(消化不良) 변비(便秘)

용  도 : 종자 - 농약, 경피섬유 - 마대 등

내  한 : 영하 28도


고삼(苦蔘) = 너삼


고삼(苦蔘) = 너삼


고삼(苦蔘) = 너삼


고삼(苦蔘) = 너삼

줄기에는 세로로 능이 있다.


고삼(苦蔘) = 너삼


고삼(苦蔘) = 너삼


고삼(苦蔘) = 너삼

종모양의 꽃받침이 꽃잎 길이의 반쯤 된다.


고삼(苦蔘) = 너삼

기판은 숫갈형이며 익판과 용골판은 비슷하다. 10개의 수술은 기부가 붙어 있다.


고삼(苦蔘) = 너삼

열매는 숙성시 세로로 4렬한다.


고삼(苦蔘) = 너삼

열매가 4쪽으로 갈라진다는 것이 특징이다.


고삼(苦蔘) = 너삼


고삼(苦蔘) = 너삼


고삼(苦蔘) = 너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