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목탐구이야기

콩과/--싸리속

964 좀싸리 - 키가 50cm 미만인 우리 자생종 반관목

낙은재 2020. 4. 25. 20:13

좀싸리 - 꽃자루가 가늘다고 중국명이 세경호지자(细梗胡枝子)이다.
좀싸리 - 가지가 있다고 학명에 virgata라는 종소명이 붙었다.

좀싸리는 우리나라 중부이남 거의 전역에서 자생하는 콩과 싸리속으로 분류되는 키가 50cm까지 자라는 반관목(半灌木)이다. 이참에 반관목에 대하여 제대로 파악해 보고 가자. 반관목이란 나무와 풀의 중간 형태를 취하여 목질 부분이 일부 남아 있는 즉 아래 줄기는 목질이고 위 줄기나 가지 끝은 초질인 다년생 식물을 지칭하는 말이다. 관목과 마찬가지로 뚜렷한 줄기가 없으며 일반적으로 왜성이지만  주로 포복성 특징을 보이며 지상부가 월동시 10~20cm 정도만 살아남고 그 이상은 고사하며 줄기의 지름이 쉽게 굵어지지 않고 수명이 짧다는 점에서 관목과 구분이 된다. 우리나라와 중국에서는 이를 반관목(半灌木)이나 아관목(亞灌木)이라고 한다. 일본에서는 반관목이나 아관목보다는 반저목(半低木) 또는 아저목(亜低木)이라고 한다.

 

일본도 과거에는 중국을 따라 줄기가 뚜렷한 큰 나무는 교목(喬木)이라고 하고 뚜렷한 줄기가 없는 작은 떨기나무는 관목(灌木)이라고 하다가 20세기 말에 와서 고목(高木)과 저목(低木)으로 바꿔서 부르고 있다. 사실 우리나라도 교목의 교(喬) 자와 관목의 관(灌) 자가 무슨 뜻인지를 모르는 사람이 많다. 사실 교(喬) 자는 삼국지의 오나라 미녀 자매인 손책의 아내 대교(大喬)와 주유의 아내 소교(小喬)의 이름 외에는 잘 못 보던 한자이다. 그런데 알고 보니 원래의 뜻은 높고 크다는 것으로 거의 고(高)와 비슷하다. 그런데 관(灌)은 우리가 관개용수(灌漑用水) 또는 관개수로(灌漑水路) 등에서 많이 보아 온 한자이다. 이와 같이 원래 관(灌)은 물을 공급한다는 뜻으로 한자 요(澆)와 같은 의미인데 시경의 주남 갈담(周南 葛覃)이라는 시에서 황조우비(黄鸟于飞) 집우관목(集于灌木) 즉 ‘꾀꼬리 날아 떨기나무에 모여든다.’라는 대목이 등장한 이래 총생(丛生)을 뜻하거나 총생하는 수목(丛生的树木)을 뜻하게 된다. 총(叢=丛)은 곧 취집(聚集)이나 취합(聚合)으로서 한데 모인다는 뜻이다. 그러니까 떨기나무는 여러 줄기가 한데 모여서 나는 나무를 말한다. 그런데 떨기나무 즉 관목이 주로 키가 낮아 왜성이므로 일본에서는 아예 저목(低木)으로 바꿔서 부르고 있는 것이다.

 

영어에서는 교목은 tree 소교목은 small tree 관목은 shrub나 bush로 부르고 반관목은 subshrub 또는 dwarf shrub이라고 관목인 shrub의 아래나 왜성을 뜻하여 반관목이나 아관목과 일맥상통하는 말이다. 그리고 영어에는 반관목이 주로 포복성 덩굴식물이라고 prostrate shrub이라고도 하거나 아예 아관목을 뜻하는 용어를 만들어 suffruticose plant라고도 한다. 식물분류학에서 목본과 초본의 구분 기준도 없는데 하물며 관목과 반관목을 명확하게 구분할 기준이 있을 리가 없다. 따라서 싸리속 많은 식물들을 우리나 일본에서는 다년생 초본이라고 하는데도 중국에서는 반관목 또는 소관목이라고 달리 설명하고 있는 경우가 많은 것이다. 여기에는 물론 중국이 다양한 기후대에 걸친 광범위한 영토를 가진 것도 하나의 이유가 된다.

 

우리나라에서는 키가 1m나 되는 비수리나 개싸리 등은 다년생 초본이거나 반관목(아관목)이라고 하면서 이 좀싸리의 경우는 키는 비록 50cm 미만으로 아주 낮지만 초본성이라는 말은 없이 반관목이라고 한다. 일본에서도 비수리등 웬만한 싸리속 식물들을 다년초라고 하지만 이 좀싸리는 소저목이라고 한다. 그리고 중국에서는 싸리속 거의 모두를 소관목이라고 한다. 사실 소저목이나 소관목은 원래 반관목과는 약간 다른 의미를 가진다. 즉 사이즈가 작을 뿐이지 목본의 형태를 갖춘 엄연한 관목을 말한다. 중국에서는 높이 50cm 미만의 왜성 관목을 소관목이라고 한다. 하지만 일본이나 중국의 경우 좀싸리가 다년초라는 설명도 보이는 것으로 봐서는 소저목이나 소관목이 반저목이나 반관목과 같은 의미로 사용한 것 같다. 아마 우리나라와 일본에서는 온난한 지역에서만 주로 자생하기 때문에 겨울에도 목질을 유지하는 것 같아 좀싸리를 초본성으로 보기보다는 목본성으로 보는 경향이 짙은 것 같다. 중국은 좀싸리가 온난한 남방에서만 자생하는 것이 아니고 요녕성 같은 북방에서도 자생하므로 분명 지상부 상당부분이 겨울에 고사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따라서 중국이 소관목이라고 하는 것 또한 반관목이라는 뜻으로 사용한 말 같다.

 

좀싸리의 학명 Lespedeza virgata (Thunb.) DC.는 원래 1784년 스웨덴식물학자 툰베리가 일본에서 발견하고 묏황기속 Hedysarum virgatum Thunb.로 명명하였던 것을 나중인 1803년에 싸리속이 신설되지 1825년 스위스 식물학자 캉돌이 현재의 학명으로 재명명한 것이다. 종소명 virgata는 지팡이라는 뜻인데 여기서는 가지가 있다는 뜻으로 보인다. 요녕성에서 운남성까지 폭넓게 분포하는 중국에서는 이를 세경호지자(细梗胡枝子) 즉 가늘고 긴 총화경을 가진 싸리라는 뜻으로 부르며 전초를 약으로 쓴다. 약재명 또한 세경호지자이며 별명으로는 과자조초(瓜子鸟梢) 반구화(斑鸠花) 겹부제(掐不齐) 등이 있으며 학질(疟疾) 등의 치료에 효험이 있다고 한다.

 

혼슈 중남부와 시코쿠, 큐슈에서 자생하는 일본에서는 이를 마키에하기(マキエハギ)라는 특이한 이름으로 부른다. 한자로는 시회추(蒔絵萩)라고 쓰는데 마키에 즉 시회(蒔絵)는 금은가루로 칠기에 무늬를 놓는 일본 전통 공예를 말한다. 우리나라 나전칠기와 약간 비슷한 것이다. 좀싸리가 긴 꽃자루 끝에 꽃을 피우는 모습이 마치 시회(蒔絵)의 필법과 비슷하기에 붙인 이름이라고 한다. 실제로 시회의 모델로 싸리가 등장하는 경우가 흔하지만 꽃자루뿐만 아니라 잎자루도 긴 것으로 봐서는 딱히 좀싸리라고는 할 수 없다. 오히려 일본인들이 매우 좋아하는 꽃인 화투 7월의 홍싸리인 참풀싸리 Lespedeza thunbergii인 것으로 추정된다. 일본에서는 좀싸리가 여러 현에서 멸종위기종으로 분류되어 있다.

 

일본의 마키에(蒔絵)의 필법을 닮았다고 일본에서는 마키에싸리라고 부른다. 
 마키에에 싸리가 자주 등장하지만 정작 모델은 좀싸리라기보다는 참풀싸리로 보인다. 참풀싸리는 일본인들이 가장 사랑하는 꽃 중 하나이다.

우리 이름 좀싸리는 조그마한 싸리라는 뜻으로 1942년 정태현의 조선삼림식물도설에 근거하는데 1980년 이창복이 대한식물도감에서 그대로 인용하므로서 정명이 된 것이다. 정태현선생은 그 이전인 1937년에 조선식물향명집에서는 좀풀싸리라고 기재한 바도 있다. 하지만 좀풀싸리는 싸리의 이명으로도 사용되다가 현재는 싸리의 한 변종 즉 Lespedeza bicolor var. typica의 정명으로 등록되어 있다. 좀싸리는 비록 싸리라는 이름이 붙어 있지만 폐쇄화가 섞여서 피는 싸리속 중에서 싸리조에 속하므로 따지자면 싸리보다는 비수리에 가깝다.

 

좀싸리의 폐쇄화 - 왼쪽 엽액에 붙은 것이 폐쇄화이다.

 

등록명 : 좀싸리

이  명 : 좀풀싸리

학  명 : Lespedeza virgata (Thunb.) DC.

분  류 : 콩과 싸리속 낙엽 반관목

원산지 : 한중일, 대만

중국명 : 세경호지자(细梗胡枝子), 과자조초(瓜子鸟梢) 반구화(斑鸠花) 겹부제(掐不齐)

일본명 : 마키에하기(蒔絵萩)

수  고 : 25~50cm(최대 1m)

줄  기 : 기부 분지, 섬세, 자색, 백색 복모

탁  엽 : 5mm

엽  서 : 우상복엽 3소엽

소  엽 : 타원형, 장원형 난상장원형, 희 근원형, 0.6~3cm x 4~15mm, 선단둔원, 가끔 오목, 소자첨, 기부원형, 변연초반권, 상면무모, 하면복모밀생, 층생엽 교소

엽  병 : 1~2cm, 백색복유모

화  서 : 총상화서 액생, 통상 3송이

총화경 : 섬세, 모발상, 백색유모, 잎보다 김

포  편 : 소포편과 함께 피침형, 1mm, 복모

화  경 : 단

화  악 : 협종형, 4~6mm

기  판 : 6mm, 기부 자반

익  판 : 교단

용골판 : 기판보다 길거나 같음

폐쇄화 : 엽액 족생, 무경, 결실

열  매 : 근원형, 통상 꽃받침보다 짧음

화  기 : 7~9월

과  기 : 9~10월

용  도 : 전초 약용

내한성 : 우리나라와 일본에서는 비교적 온난한 지역에서 자생하고 있지만 중국의 경우 요녕성에서도 자생하므로 약하지는 않을 듯하다.

 

좀싸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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좀싸리 = 세경호지자(细梗胡枝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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