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능소화과의 특징은 거의 대부분이 목본이라는 것이다. 우리나라의 경우 15속이 등록되어 있지만 그 중 잉카르빌레아속만 초본이고 나머지는 모두 목본성 덩굴식물이거나 관목 또는 교목이다. 그리고 또 하나 능소화과의 특징은 전세계 모두 900여 종에 불과한데 이들이 무려 100여 개의 속으로 나눠진다는 것이다. 그러니까 소규모 속들이 많으며 특히 그 중에는 1속 1종의 경우가 많다. 바로 앞 게시글에서 본 스파토데아속이 그랬고 그 앞의 피로스테기아속이 실질적으로 그랬다. 이번에 다룰 키겔리아속도 처음부터는 아니었지만 지금 현재는 단 하나의 종인 키겔리아 아프리카나로만 구성되어 있다. 열대 아프리카가 원산지인 키겔리아는 키가 최대 20m까지도 자라는 큰 교목인데 속명은 원산지인 모잠비크 등에서 쓰는 반투(Bantu)어로 이를 부르는 이름인 kigeli-keia에서 왔다.
영어권에서는 이를 sausage tree 또는 cucumber tree라고 하는데 이는 이 나무의 열매의 모양이 마치 소시지나 오이와 같이 생겼기 때문이다. 하지만 실제 그 사이즈는 평균적으로 길이 60cm에 무게가 7kg에 달하며 최대 99cm 길이에 20cm 너비 그리고 무게가 12kg에 달하는 경우도 있다고 하니 소시지에 비할 사이즈는 아닌 것 같다. 소시지나 오이보다는 아랍에서 부른다는 kit bag 같다는 뜻인 abushutor가 오히려 의미적으로는 더 적합하다고 볼 수 있다. Kit bag은 duffel bag 또는 duffle bag이라고도 불리는 천으로 만든 자루인데 이게 바로 과거 우리나라에서 미군들이 많이 쓰던 군용 더블백이라고 알려진 것이다. 원래 영어 더플백이 국내서 더블백 또는 따블백으로 발음이 변하여 심지어는 double bag이라고 스펠링하기도 하는데 이렇게 되면 전혀 다른 완전 엉뚱한 의미로 사용되므로 double bag이라고는 쓰지 않는 것이 좋다. 특히 숙녀 앞에서는…




키겔리아 아프리카나의 학명은 프랑스 생물학자 Jean Baptiste de Lamarck (1744~1829)에 의하여 1785년 비그노니아속으로 Bignonia africana Lam.라고 명명되었던 것을 1849년 영국 식물학자 George Bentham(1800~1884)이 현재의 속으로 변경하여 Kigelia africana (Lam.) Benth.라고 재명명한 것이다. 이를 도입하여 온난한 남부지역에 식재하고 있는 중국에서는 이를 조등수(吊灯树)라고 하며 별명으로 조과수(吊瓜树)와 납장수(腊肠树) 또는 포탄수(炮弹树)라고도 부른다. 모두 거대한 소세이지 같은 열매가 아래로 처지면서 매달린 모습에서 온 이름이다. 조등(吊灯)은 원래 한자가 弔燈(조등)이므로 우리식으로 해석해서 집안에 초상이 난 경우에 외부에 알리기 위하여 대문에 거는 등쯤으로 알면 큰 오해이다. 중국에서는 弔燈(조등) 즉 조등(吊灯)은 천장에 매달린 등을 말하며 영어로는 pendent lamp가 되며 이게 곧 프랑스 외래어 샹들리에(chandelier)가 된다. 따라서 중국에는 조등(吊灯)이라는 이름이 들어가는 꽃이나 나무가 많은데 이들 모두 열매나 꽃이 아래로 늘어진 것이지 상가의 슬픈 분위기와는 전혀 무관하다. 원래 한자 弔(조)는 매달다라는 뜻과 조문을 한다는 뜻이 있는데 중국에서는 弔燈(조등)에서는 매다는 등이라는 뜻으로만 쓴다. 조과(吊瓜)는 매달린 참외나 오이 수박 등을 말하는데 주로 괄루(栝楼)라고 부르는 하늘타리를 말한다. 납장수의 납장(腊肠)은 소시지를 말하며 포탄수는 열매가 포탄 같이 생겼기 때문에 붙은 이름이다. 하지만 중국에는 포탄수(炮弹树)라는 남미 원산의 또 다른 수종인 Couroupita guianensis가 있으므로 주의를 요한다.



일본에서는 이를 영어 일반명 sausage tree나 중국별명 납장수(腊肠树)와 같이 소시지나무 즉 ソーセージノキ라고 한다. 따라서 소시지나무라고 하면 동서양 모두에서 통하는 이름이 되어 있다. 그래서 우리나라 일부에서도 이미 소시지나무라고 부르고 있다. 우리나라 국가표준식물목록에서도 나무 특성이 잘 나타나는 소시지나무라고 해도 될 법하지만 굳이 학명을 따라서 발음 그대로 등록하고 있다. 그것도 종명과 속명의 순서가 뒤바뀌어 키겔리아 아프리카나가 아닌 아프리카키겔리아라고 국명을 추천하고 있다.
이 소시지나무는 열대 우림에서는 상록이지만 보다 건조한 지역에서는 낙엽수가 되기도 한다. 회색 수피는 처음에는 매끈하다가 나중에 약간 거칠게 벗겨지며 목제는 연한 갈색이거나 황색인데 변심재 구분이 없고 잘 갈라지지 않는다. 7~11개의 소엽으로 구성된 우상복엽은 대생 또는 윤생하며 소엽의 크기는 20cm 길에에 5.7cm의 너비이다. 작은 가지 끝에 원추화서로 꽃이 피며 꽃 모습은 앞 게시글의 화염목과 비슷하지만 향기가 있고 보다 넓고 광택이 있으며 색상이 암적색이다. 긴 열매는 매우 단단하고 무거워 열매가 성숙할 시기에는 이 나무 아래에 주차를 하거나 사람이 접근하면 매우 위험하다. 나중에 이 열매로 우리나라 박과 같이 여러 가지 용기나 바가지로 사용한다. 덜 익은 과일에는 독성이 있어 하제로 쓰이기도 하며 수피로는 피부치료제로 이용되는 등 현지에서는 약으로 사용된다. 목재가 갈라지지 않기 때문에 커누 같은 배나 노를 만드는데 이용된다. 그리고 케냐 등지에서는 건조한 과일로 알코올 식품을 만들기도 하여 이 나무의 용도가 매우 많다. 내한성은 영하 1도로 우리나라서는 노지에 식재하기는 어렵고 그렇다고 온실에서도 재배하기 어려운 수종으로 알려져 있다.

등록명 : 아프리카키겔리아 = 키겔리아 아프리카나
일반명 : 소시지나무
학 명 : Kigelia africana (Lam.) Benth.
분 류 : 능소화과 키겔리아속 상록 또는 낙엽 교목
수 고 : 20m
내한성 : 영하 1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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