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꽃은 능소화를 닮았고 잎은 재스민을 닮은 학명 Pandorea jasminoides (Lindl.) K.Schum.로 표기하는 오스트레일리아 원산의 덩굴 식물이 있는데 이를 우리나라에서는 우리식 이름 붙이기를 포기하고 학명 그대로 판도레아 야스미노이데스라는 이름을 붙이고 있다. 우리나라 음악인 안예은이 작사 작곡 노래한 상사화의 가사가 생각난다. “사랑이 왜 이리 고된가요? 이게 맞는가요? 나만 이런가요? ….” 정말 “우리나라 식물명이 왜 이런가요? 이게 맞는가요? 우리나라만 이런가요?”라고 바꿔 부르고 싶다. 언제 우리나라서 알파벳 Ja를 자나 재가 아닌 야로 표기하기로 했나? 그럼 Japan인 일본은 자팬이 아닌 야팬이 되는 것인가? 이건 누가 봐도 말이 안된다. 하지만 우리나라 국표식에 실제로 ‘일본의’ 또는 ‘일본에서’라는 뜻인 japonica를 야포니카로 국명을 붙인 이름이 이테아 야포니카, 스키미아 야포니카, 부들레야 야포니카 등 무려 13개나 된다. 혹시 일본이 너무 싫어서 야지(やじ)하겠다는 깊은(?) 뜻으로 자를 야로 쓴 것인가? 물론 당연히 그 것은 아니다. 우리나라 식물명에서는 인도네시아 자바도 야바로 바꿔 버리고 있다. 자바 사과로 불리는 Eugenia javanica를 유게니아 야바니카로 명명한 것이다. Bischofia javanica도 비스코피아 야바니카로 국명을 붙였다. 언제 인도네시아 자바가 야바가 되었단 말인가? Jasmine이 Jasminum(영춘화속)이나 jasminoides 등의 형태로 학명에 들어간 것이 23종이나 국표식에 등록되어 있지만 다행인지 불행인지는 몰라도 나머지들은 모두 영춘화나 치자나무 등 우리식 이름을 붙였거나 자스민으로 표기하고 있는데 이 판도레아만 자스미노이데스 또는 재스미노이데스가 아닌 야스미노이데스라고 표기하고 있어 어리둥절하다.
Japonica가 자포니카가 아닌 야포니카가 된 것은 라틴어이기 때문
이왕 말이 나왔으니 왜 이런 국명 즉 야포티카와 야바니카 그리고 야스미노이데스라는 표기가 나왔는지 파악해 보자. 향이 좋은 아열대 식물인 Jasmine을 우리나라에서는 재스민이라고 표기하는 것이 올바른 알파벳 표기법이다. 그리고 영어도 불어도 모두 ‘재’라고 발음하지 ‘야’라고는 하지 않는다. 다만 독어와 네덜란드어에서 ‘야’라고 발음을 한다. 유명한 실존 철학의 창시자인 Karl Jaspers를 국내서 카를 야스퍼스라고 표기하는데 이는 이 사람이 독일 사람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미국이나 영국에서는 이 철학자 또한 칼 자스퍼스라고 하지 칼 야스퍼스라고 하지 않는다. Jasmine이 원래 아랍어 Yasameen에서 왔다고는 하지만 이를 미국이나 영국 그리고 중국과 일본에서도 모두 자스민 또는 재스민이라고 하는데 우리나라만 유별나게 야스민이라고 하고 있는 것인가? 심지어는 당사국인 일본에서도 종소명 japonica를 ジャポニカ(자포니카)라고 하지 ヤポニカ(야포니카) 또는 ヤポーニカ(야포-니카)라고 읽는 경우를 보지 못했다. 그런데도 왜 우리나라에서는 일부 외래종 이름에서 J를 Y로 발음 표기하고 있을까? 그 이유는 당연한 것이지만 학명은 영어가 아니고 라틴어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라틴어 발음으로 읽어야 하는 것이다.
우리나라 담당자인지 어느 관계자인지는 모르겠지만 라틴어로 표기된 학명은 라틴어로 읽어야 한다는 원칙을 고수하고 싶은 것이다. 라틴어에서는 원래 J와 V가 없다고 한다. 그래서 J는 Y로 V는 U로 발음을 한다고 한다. 원칙대로 제대로 하겠다는 것인데 나쁠리야 없다. 그런데 문제는 현재의 수많은 학명을 모두 라틴어로 표기하고 있지만 과거에 없던 표현도 있고 있더라도 과거 라틴식 발음이 어떠하였는지 현재 서양에서도 정확하게 알지 못하는 경우도 많다고 한다. 따라서 하나의 학명에 다양한 발음이 등장하고 있다. 따라서 이를 정통 라틴식으로 발음하겠다고 고집하는 나라는 거의 없다는 것이다. 그런데 그걸 우리나라가 하겠다고 하는 것이다. 학명을 그렇게 발음하는 것이 옳다고 하더라도 우리나라 국명까지도 굳이 기준도 제대로 없고 통일되지도 않은 라틴식 발음을 엄격하게 따라서 표기할 필요가 있는지 모르겠다. 더구나 japonica나 javanica 그리고 jasminoides는 모두 고유명사에서 비롯된 단어가 아니던가. 고대 라틴어에서 J를 표기할 방법이 없었다고 이를 Y로 바꾸어 자팬을 야팬으로 자바를 야바로 재스민을 야스민으로 발음한다는 것이 과연 이치에 합당한 것인가? 그냥 쉽게 다른 나라에서 하는 식대로 알기 쉽게 하면 안 되는 것인가? 식물분류와 관련하여 시급한 산적한 문제가 얼마나 많은지는 일반 국민들도 다 아는데 엉뚱한데 너무 깊이 추구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든다. 오죽하면 “국생정 정보가 개쓰레기 수준에 불과하다는 것은 학부 1, 2학년생들도 다 안다.”라고 어느 교수님이 일갈하였겠는가?
본론으로 돌아가서 판도레아속 즉 Pandorea는 호주와 인근 말레이지아 그리고 뉴 칼레도이아에 분포하는 목본성 덩굴식물로서 과거에는 6종으로 구성되었다가 최근에는 9종으로 늘어난 작은 속이며 그 중 대부분은 호주 특산 식물이다. 속명 Pandorea는 그리스 신화의 판도라 상자에서 온 것인데 이 나무 열매가 한번 터지면 수많은 종자가 끊임없이 나와 마치 판도라 상자를 연상시키기 때문이다. 호주 특산식물인 판도레아 야스미노이데스의 학명 Pandorea jasminoides (Lindl.) K.Schum.는 원래 1837년 영국 식물학자 John Lindley FRS (1799 ~ 1865)가 테코마속으로 분류하여 Tecoma jasminoides Lindl.라고 명명하였던 것은 1894년 독일 식물학자인 Karl Moritz Schumann(1851 ~ 1904)이 현재의 속으로 변경하여 재명명한 것이다. 종소명 jasminoides는 잎이 주로 기수 우상복엽인 자스민들을 많이 닮았기 때문에 붙은 것이다.






길이가 최대 8m까지도 자라는 상록 덩굴식물인 판도레아 야스미노이데스는 속성수이며 잎이 많은 덩굴식물이므로 정원의 쉼터인 bower을 쉽게 뒤덮게 자라기 때문에 일반 영어로는 Bower vine 또는 Bower plant나 Bower climber 등으로 불리며 봄부터 늦여름까지 꽃이 계속 피기 때문에 Bower of Beauty로도 불린다. 중국에서는 이를 분화능소(粉花凌霄) 즉 분홍색꽃이 피는 능소화라는 뜻으로 부른다. 일본에서는 이를 소케이노우젠(ソケイノウゼン)이라고 즉 소형능소화(素馨凌霄花)라고 부르는데 소형(素馨)이란 국내 미등록종이지만 중국 자스민의 대표격인 소형화(素馨花) 즉 Jasminum grandiflorum을 이르지만 여기서는 그냥 자스민속을 통칭한다고 보여져 학명의 종소명과 같은 맥락이라고 보면 되겠다.



이 덩굴식물은 내한성이 영하 7도라고는 하지만 어릴 때는 영상 5도에서도 성장에 지장을 받는다. 그래서 우리나라의 경우 남부 일부 지방을 제외하고는 노지 식재가 어렵지만 기후 조건이 적합한 지역에서는 개화기간이 매우 길고 향기가 있는 꽃을 매우 많이 피우는데다가 성장이 빨라 벽면 녹화나 퍼걸러(pergola) 또는 아치형 그늘을 만들기에 적합하므로 정원수로 인기가 높다. 따라서 영국 왕립원예협회의 우수품종으로 선정된 바도 있으며 다양한 원예종도 개발되어 있다. 우리나라에는 그 중 흰 꽃이 피는 Pandorea jasminoides 'Lady Di'라는 원예 품종이 판도레아 야스미노이데스 '레이디 디'라는 국명으로 하나 더 등록되어 있다.
등록명 : 판도레아 야스미노이데스
유통명 : 나팔남천, 팬도르 자스민
학 명 : Pandorea jasminoides (Lindl.) K.Schum.
분 류 : 능소화과 상록 목본성 덩굴식물
원산지 : 호주 특산식물
영어명 : bower vine, Bower Vine, Bower Climber, Bower of Beauty
중국명 : 분화능소(粉花凌霄)
일본명 : 소케이노우젠(素馨凌霄花)
길 이 : 4m (최대 8m)
잎특징 : 기수 우상복엽, 대생, 3륜생, 소엽 5~9매, 12~20cm 길이
꽃특징 : 연분홍, 백색, 6cm 길이
열 매 : 8 x 2cm, 장타원상 목질
종 자 : 날개
개화기 : 봄부터 늦여름까지
내한성 : 영하 7도 (실질적으로는 영하 2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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