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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96 에크레모카르푸스 스카베르 - 칠레 원산 인기 덩굴식물

낙은재 2020. 7. 7. 16:13

에크레모카르푸스 스카베르
에크레모카르푸스 스카베르

 

에크레모카르푸스 스카베르는 칠레 원산 목본성 덩굴식물인데 그 정체성이 약간 혼란스럽다. 온난한 지역에서는 상록 다년생 목본 덩굴식물이지만 한랭한 지역에서는 겨울에 지상부가 거의 말라 죽어 마치 일년생 같이 재배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내한성이 제법 강한 영하 12도라고 알려져는 있지만 이는 뿌리 기준이고 실제 지상부는 영하의 기온에서는 위축되거나 거의 소멸하는 것 같다. 그래서 이를 반관목(=아관목)이라고 분류한다. 많은 지역에서는 겨울에 지상부가 말라 죽고 봄에 지하 뿌리에서 새 줄기가 나오기를 기다리거나 아예 봄에 씨를 뿌려서 일년초와 같이 재배하고 있다. 성장이 매우 빨라 온난한 지역에서는 한 시즌에 최대 4.5m까지 자라기도 한다. 따라서 종자에서 발아한 묘목이 금새 자라서 지지 구조물이나 나무 등을 감싸 정원을 아름답게 장식한다. 꽃이 아름답고 개화기간도 상대적으로 꽃이 귀한 늦봄부터 가을까지 매우 길어서 더욱 돋보인다. 황적색 아름다운 꽃이 필 때면 미국인들이 좋아하는 벌새 즉 hummingbird도 찾아오므로 이를 보기 위해서라도 재배하고 싶어하는 덩굴식물이라고 한다. 그렇다면 우리나라 중부지방에서도 파종 재배는 얼마든지 가능해 보이는데 왜 아직 국내에 널리 보급되지 않았는지 모르겠다.

 

에크레모카르푸스 스카베르 - 한 시즌에 이 정도 자라는 속성수이므로 겨울에 지상부가 말라죽어도 무방하다.

에크레모카르푸스 스카베르의 학명은 Eccremocarpus scaber Ruiz & Pav.는 페루 식물을 연구한 스페인 식물학자 Hipólito Ruiz López (1754~1816)와 José Antonio Pavón Jiménez (1754~1840)가 페루 식물 탐험 중에 신종을 발견하여 새로운 속을 신설하여 1794년에 명명한 것이다. 속명 Eccremocarpus는 처지는 열매라는 뜻이며 이 속은 남미 칠레와 페루 아르헨티나에 자생하는 3종으로만 구성된 작은 속이다. 에크레모카르푸스 스카베르의 종소명 scaber는 거칠다는 뜻인데 왜 이런 용어가 사용되었는지는 의문이라고 한다. 혹자는 덩굴이라는 뜻의 scanden이라야 적합한데 scaber은 이 식물에 어울리지 않는다고 주장한다. 우리나라에 등록된 식물 중에서 종소명이 scaber인 식물이 이 종 외에도 둘 더 있는데 하나는 참취이고 또 다른 하나는 섬고광나무이다. 참취는 잎자루고 거칠고 잎에 가시 톱니가 있으며 섬고광나무도 잎의 톱니가 거칠고 뒷면 털도 강하여 종소명과 어울린다. 인터넷에서 가끔 에크레모카르푸스 스카베르를 능소화과 참취종이라고 표현하는데 이는 종소명을 참취와 같이 scaber를 쓰기 때문에 그렇게 자동번역하는 것 같다. 하지만 실제 참취와는 전혀 무관하므로 따르면 안되겠다. 이 에크레모카르푸스 스카베르를 직접 본 적이 없어서 혹시 줄기에 거친 돌기라도 있나 하는 생각도 들지만 일부에서는 이 식물에서 거친 부분을 굳이 찾자면 뻣뻣한(wiry) 줄기가 아닐까 추정하고 있다.

 

에크레모카르푸스 스카베르 - 속명 Eccremocarpus는 열매가 매달려 있다는 뜻이다.

이 Eccremocarpus scaber를 영어로는 일반적으로 chilean glory-flower 또는 chilean glory creeper라고 부른다. 둘 다 칠레 나팔꽃이라는 뜻이다. 나팔꽃은 아침에 피고 저녁에 지기 때문에 morning glory로 불리는데 이 모닝 글로리로 불리는 식물은 우리가 나팔꽃이라고 하는 메꽃과 나팔꽃속 외래종 Ipomoea nil외에도 무려 천여 종이나 더 있다. 하지만 이 에크레모카르푸스 스카베르는 꽃 모양이 나팔형이라는 뜻이지 꽃이 아침에 피고 저녁에 지는 하루살이라는 것은 아니다. 물이 잘 빠지는 양지를 좋아하고 중성이나 약산성 비옥한 토양을 선호하는 이 덩굴식물은 꽃의 아름다움과 긴 개화기간 등으로 인기가 높아 영국 왕립원예협회(RHS)에서 우수품종(AGM)로 선정한 바도 있으며 원예종들도 많이 개발되어 있다. 종자를 파종할 경우 직접 노지에 파종할 경우에는 봄에 하면 되고 실내서 미리 파종할 경우에는 늦겨울 또는 이름봄에 하면 된다.

에크레모카르푸스 스카베르 - 관화이기는 하지만 나팔꽃과는 느낌이 많이 다르다.
나팔꽃은 꽃봉오리가 벌레를 닮았다고 속명이 Ipomoea가 되었다.

중국에서는 이 덩굴식물을 智利悬果藤(지리현과등)이라고 부른다. 지리(智利)는 칠레를 말하고 현과등(悬果藤)은 매달린 열매 덩굴이라는 뜻으로 속명과 맥을 같이 한다. 중국에서는 이 Eccremocarpus속을 현과등속(悬果藤属)이라고 한다. 일본에서는 이를 チョウチンノウゼン(쵸우친노우젠)이라고 하며 한자로는 제등능소화(提灯凌霄花)가 된다. 제등(提燈)이란 부처님오신날 행사 등에 많이 보이는 들고 다니는 등을 말한다. Pendulous fruit 즉 매달린 열매라는 뜻인 속명 Eccremocarpus와 중국명 현과등(悬果藤)과 일본명 제등능소화(提灯凌霄花) 모두 같은 맥락으로 일맥상통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니까 라틴어를 기본적으로 조금은 알고 있는 서양인들은 물론 중국인들 그리고 일본인들은 모두 이 식물의 이름만 들어도 식물의 정체가 감이 잡힌다는 말이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발음하기도 어렵고 뜻은 더더욱 어려운 에크레모카르푸스 스카베르라는 이름을 접하고서 이게 도대체 뭐지 하면서 어리둥절하게 된다는 이야기이다.

 

에크레모카르푸스 스카베르 - 열매가 등모습과 비슷하여 일본에서는 제등능소화라고 한다.

 

 

등록명 : 에크레모카르푸스 스카베르

학  명 : Eccremocarpus scaber Ruiz & Pav.

분  류 : 능소화과 에크레모카르푸스속 상록 또는 낙엽 반목본성 덩굴식물

원산지 : 남미 칠레

영어명 : chilean glory-flower 또는 chilean glory creeper

중국명 : 智利悬果藤(지리현과등)

일본명 : チョウチンノウゼン = 제등능소화(提灯凌霄花)

길  이 : 4m

줄  기 : 뻣뻣, 덩굴손

잎특징 : 2회 우상복엽, 대생, 상록, 한랭지역에서는 낙엽, 소엽 3~7

꽃특징 : 15cm 총상화서 정생, 화관 2.5cm 2순형, 등홍색

개화기 : 늦봄부터 늦가을까지 계속

열  매 : 4.5 x 2cm, 다수 종자, 날개

내한성 : 영하 12도(뿌리 기준), 서리에 지상부 심하게 손상

 

에크레모카르푸스 스카베르
에크레모카르푸스 스카베르 - 날개가 있는 많은 종자가 들어 있다.
에크레모카르푸스 스카베르
에크레모카르푸스 스카베르
에크레모카르푸스 스카베르
에크레모카르푸스 스카베르 - 덩굴손으로 지지대상을 감는다.
에크레모카르푸스 스카베르 '레몬에이드' 원예종
에크레모카르푸스 스카베르 '체리 레드' 라는 원예종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