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목탐구이야기

목련과/기타목련속

1000 식물의 분류와 지상 최초의 현화식물인 목련

낙은재 2020. 7. 20. 15:00

목련속은 물론 목련과 목련목 목련강의 모식종인 미국 원산의 Magnolia virginiana(버지니아목련)

 

생물의 분류

우주는 생물과 무생물로 구성되어 있다는데 요즘에 그 중간에 속하는 애매한 것들도 있다고 한다. 거기까지는 우리 일반인들이 쉽게 알 수 있는 영역이 아닌 것 같고 생물 즉 Life form 또는 organism은 동물과 식물로만 구성된 것으로 일반적으로 생각하기 쉬우나 알고 보니 Animalia(동물)과 Plantae(식물) 외에도 Archaea(고세균류) Bacteria(박테리아) Chromista (유색조식물)  Fungi(곰팡이류) Protozoa(원생동물) Viruses(바이러스)등 6개의 분류군으로 더 세분한다. 이들 8대 분류군들로 구성된 생물계의 최상위 등급을 영어로는 kingdom이라고 하는데 이는 린네가 식물분류학을 도입할 당시인 1753년에 이미 사용한 용어이다. 이 킹덤을 왕국이라고 하지 않고 동양에서는 계(界)라고 번역한다. 영화 반지의 제왕이나 아바타 등에서 나올 법한 대사인 중간계(中間界)나 인간계(人間界) 그리고 인간의 능력을 벗어나는 영역을 표현할 때 쓰는 신계(神界)라고 할 때의 바로 그 계(界)를 말한다. 원래 반지의 제왕에서 작가 존 로널드 돌킨은 중간계를 영어로는 Middle-earth라고 표현하였지만 이를 가운데땅이라고 하다가 요즘은 보통 중간계라고 번역한다. 물론 신계(神界)와 중간계(中間界)는 상상 속의 세계를 말하고 인간계(人間界)는 인간이 사는 현실 세계라는 뜻이겠지만 이를 인간이라는 동물의 하나의 종에 국한시킨다면 정말 계(界)라고 하는 것은 가당치 않은 표현이다.

 

린네는 생물을 동물과 식물로만 분류하였지만 이제는 더이상 동물과 식물로만 분류하지 않고 6~8개의 kingdom으로 분류한다.

 

사람의 학명

말이 나왔으니 이번 기회에 사람의 학명을 한번 알아보자. 인간 즉 사람의 학명은 Homo속 sapiens라는 종으로 Homo sapiens로 표기를 한다. 일반 영어로는 human being이라고 하며 우리나라 정명은 사람이다. 이를 분류하자면 동물계(Animalia) 척색동물문(Chordata) 포유강(Mammalia) 영장목(Primates) 사람과(Hominidae) 사람속(Homo)의 유일한 종인 Homo sapiens가 바로 사람인 것이다. 참고로 Chordata 즉 脊索動物은 척삭동물로 읽는 것이 표준어이지만 생물 도감에서는 척색동물로 쓰고 있다. 사람과(科)에는 사람속 외에도 침팬지속과 고릴라속 그리고 오랑우탄속이 있다. 사람속(Homo)에는 과거에는 호모 이렉투스 등 여러 종의 인류가 존재하였지만 현존하는 종은 호모 사피엔스 단 하나이다. 그래서 인류와 가장 가까운 근연종은 같은 사람속에서는 없고 사람과(科) 사람아과 사람족(族)까지 같은 침팬지속(pan) 2종이 되며 그 다음은 같은 족은 아니지만 사람아과(Homininae)까지 동일한 고릴라속(Gorilla) 2종이며 오랑우탄속(Pongo) 3종은 사람과에서 오랑우탄아과(Ponginae)로 분리되어 약간 먼 거리에 있다. 그러니까 사람은 오랑우탄과는 과가 같고 고릴라와는 아과까지 같으며 침팬지와는 족까지 같지만 속이 다른 것이다. 그리고 사람과(科) 8종(種) 중 하나인 사람 즉 호모 사피엔스는 전세계에 파악된 동물계 모두 약 128만 종 중 겨우 하나의 종에 불과한 것인데 여기에 인간계라는 타이틀을 붙인다는 것 자체가 만물의 영장이라는 인간만이 누릴 수 있는 오만(?)이 아닐 수 없다.

 

Homo속 종들의 변천사 - 현존하는 종은 사람인 Homo sapiens 하나 뿐이다.

 

식물의 분류

동물계와 더불어 생물계를 구성하는 양대 축인 식물계는 모두 약 37만 종으로 파악되고 있으며 그 외에는 곰팡이류가 약 15만종에 달하고 나머지 5개 kingdom들은 모두 몇 천에서 많아야 겨우 1~2만 종에 불과하다. 식물계 즉 Plantae kingdom 37만 종은 다시 8개의 Phylum(파이럼) 즉 문(門)으로 구분되는데 실질적으로는 선태식물문(Bryophyta) 우산이끼문(Marchantiophyta) 뿔이끼문 (Anthocerotophyta) 관다발식물문(Tracheophyta) 등 4개 문으로 구성되어 있으나 겉씨식물과 속씨식물(현화식물) 그리고 양치식물을 아우르는 관다발식물문이 무려 약 35만 종으로 구성되어 있어 식물계 전체의 94.3%를 차지한다. 관다발식물문은 다시 백합강(Liliopsida) 석송강(Lycopodiopsida) 구과식물강(Pinopsida) 양치류강(Polypodiopsida) 소철강(Cycadopsida) 은행나무강(Ginkgoopsida) 마황강(Gnetopsida) 등 7개 class 즉 강(綱)과  쌍떡잎식물강 또는 목련강으로 불리는 Magnoliopsida강으로 분류되는데 이 목련강이 무려 25만 종으로 구성되어 있어 관다발식물문의 73%를 차지하고 있으며 전체 식물계의 69%를 구성하고 있다. 그러니까 백합이나 소철 또는 은행나무 등 일부를 제외한 꽃피는 식물들은 거의 모두 목련강(쌍떡잎식물강)에 속하며 그 대표적인 식물이 바로 목련임을 나타내고 있는 것이다. 다시 한번 요약하자면 식물계의 94%는 관다발식물문이고 그 중 73%는 쌍떡잎식물강이라는 것이다.

 

선태식물과 뿔이끼
우산이끼
조직속에 체관과 물관으로 이루어진 관다발을 가진 관다발식물이 식물계 94%를 구성하고 있다.

 

도메인(Domain) = 역(域) – 계(界) 위에 신설된 최상급 단계

1735년 식물분류학이 창설될 당시부터 생물의 최상위 분류 단계는 kingdom 즉 계(界)이었으며 초창기 린네는 생물을 동물계와 식물계로만 분류하였으나 점차   학문이 발전하면서 곰팡이 원생동물 등 kingdom이 점차 늘어나 현재 학자에 따라서 6~8개의 계(界)로 분류하는 것이다. 그런데 원핵생물(prokaryote)에 대한 연구가 진행되면서 식물과 동물의 차이보다 원핵생물 내부의 다양성의 차이가 더 큰 것으로 나타나고 고세균(古細菌)의 발견 등으로 kingdom보다 상위 등급의 설정이 필요해 1990년 미국 학자 Carl Woese에 의하여 Domain이라는 새로운 최상위 등급 단계가 신설되었다. 그에 의하면 생물은 Archaea(고세균류)와 Bacteria(박테리아) 그리고 Eukarya(진핵생물) 등 3개의 Domain으로 분류되며 동물과 식물은 함께 진핵생물(Eukarya) 도메인에 속한다는 것이다. Domain은 인터넷 주소를 뜻하여 우리에게 친숙한 용어이지만 여기서는 원래 영어의 의미인 소유지나 영역(領域)을 뜻한다. 그래서 중국에서는 역(域)으로 번역을 한다. 원래 한자 역(域)은 나라의 강역(疆域) 즉 나라의 국토를 의미하며 한자 계(界)는 원래 밭의 경계를 뜻하기 위하여 만들어진 글자로 토지나 영토의 한계나 경계를 의미하므로 역(域)이 계(界)의 상위 등급 단계라는 것을 별 불편함 없이 중국에서는 수용할 수 있다. 하지만 근대에 와서 계(界)는 주로 세계(世界)나 외계(外界) 신계(神界) 등 넓은 범위의 경계를 뜻하는 용어로 쓰이고 역(域)은 주로 구역(區域)이나 지역(地域) 또는 유역(流域) 등 좁은 범위에 쓰이는 것에 익숙한 일본에서는 domain을 그냥 도메인이라고 하던지 아니면 초계(超界)라고 즉 superkingdom이라는 개념으로 번역하기도 한다. 실제로 서양에서도 kingdom의 상위 등급 단계로 domain이라는 용어가 어색하다고 생각되었던지 superkingdom이나 realm(왕국) 또는 empire(제국)라는 용어도 쓴다.

 

동물이나 식물계 위 분류 단계인 3개의 도메인은 박테리아와 아키에(고세균류) 그리고 유카리오트(진핵생물)로 구성되어 있다.

 

3 도메인 시스템을 주창한 칼 워즈 외에도 2 도메인을 주장하는 학자도 있다.
Eukarya Domain 즉 진핵생물역은 동식물 외에도 곰팡이, 원생생물 등 다양하게 구성되어 있으며 우리 인간은 여기서 동물 128만 종 중 하나에 불과한 것이다.  이렇게 생물을 분류한다는 학문인 분류학이 발달에 발달을 거듭하다가 급기야는 분류가 아니라 거꾸로 이렇게 동물과 식물에다가 곰팡이와 단세포 생물까지도 통합하고 있다. 이게 정말 분류학이 맞나 싶다.

 

분류 단계의 확장 변천

1735년 린네가 처음 확립한 당초의 분류체계에서 domain이라는 최상위 등급의 분류군(taxon)만 추가된 것은 아니다. 당초 린네는 킹덤 아래 class(강)와 order(목) 그리고 genus(속)와 species(종) 등 4개 단계로만 분류하였는데 후세 학자들에 의하여 나중에 class(강) 위에 phylum 즉 문(門)을 추가하고 genus(속) 위에 family 즉 과(科)를 추가하여 문강목과속종(門綱目科屬種)이라는 현재의 6단계가 된 것이다. 그런데 점차 식물분류학이 발전하면서 이 6단계로도 부족하여 최근에는 각 단계의 taxon(탁손) 아래 sub- 즉 아(亞)를 추가하여 아문 아강 아목 아과 아속을 만들어 사용하며 위에 super- 즉 상(上)을 추가하여 상문 상강 상목 상과(superfamily) 추가하는 것도 부족하여 과와 속 사이에는 족(tribe)을 추가하고 거기서 또 상족(Supertribe)과 아족(subtribe)까지 만들어 활용하고 있다. 그리고 속(genus) 아래에는 아속(subgenus)도 있고 변종(var.)이나 품종(f.) 그리고 원예종으로도 분류한다. 그리하여 현재는 실질적으로는 20개 이상의 단계로 분류할 수 있게 된 것이다.

 

하지만 이런 분류체계를 모든 학자들이 동의하는 통일된 안이 있는 것이 아니고 현재에도 여러 다양한 주장들이 있다. 그리고 한번 정하면 변하지 않는 영구불변인 것도 아니고 학자에 따라서 또는 시대에 따라서 수시로 분류방법이 달라져 특히 문(門)과 강(綱)의 경우는 매우 복잡하게 계속 변경되어 왔다. 특히 린네가 처음 분류할 당시에는 문(phylum)은 존재하기 않았고 강(class)으로 시작하였는데 식물의 경우 강을 혈통으로 분류한 것이 아니라 꽃 수술의 숫자로 분류하였다. 즉 수술이 하나인 식물을  Class 1.으로 분류한 것이다. 지금에 와서 보면 거의 황당한 수준이 아니라고 할 수 없다. 현재의 분류 시스템에서도 실질적으로 목(目, Order)부터 특정 식물 이름이 등장하는데 대부분의 식물은 목(目)과 과(科)가 이리저리 왔다갔다하는 즉 분리 독립과 이합집산을 거듭하는 경우가 많아서 결코 장기 지속적이지 못했다. 특히 최근의 유전자 분석에 의한 혈통분류에서는 기존의 분류가 하루 아침에 뒤집어지는 경우가 허다하다. 하위 등급이 상위 등급으로 승급하는 경우도 많고 분리 독립되었던 종이 통합되는 경우도 비일비재하다. 따라서 일반인들 입장에서는 식물은 문이나 강 또는 목 같은 것은 굳이 기억하려고 애쓸 필요도 없다. 다만 한번 정하면 좀처럼 변하지 않는 종명과 그 종이 속하는 속명으로 구성된 린네의 2명법에 의한 학명만 기억하면 될 것이다. 여기에 하나 더 추가한다면 과 정도만 알아 둔다면 충분할 것 같다.

 

역계문강목과속종(域界門綱目科屬種)으로 분류 단계가 있으나 변화가 심하여 속과 종으로 구성된 학명과 과명 정도만 기억하면 충분하다.

 

최초의 현화식물이라는 목련의 분류

그럼 구체적으로 지구상에 벌이라는 매개충이 나타나기도 전에 꽃피는 식물 즉 현화식물(顯花植物)로서는 가장 먼저 나타난 종 중 하나로 알려진 목련을 중심으로 분류체계의 단계를 살펴보자. 목련은 진핵식물역(Eukarya) 식물계(Kingdom) 관다발식물문(Phylum)에서 쌍떡잎식물강 즉 목련강(Class)으로 분류된다. 목련은 유럽에는 자생하지도 않는데도 쌍떡잎식물강을 목련강 즉 Magnoliopsida라고 이름을 붙인 이유는 목련이 지구상에 가장 먼저 나타난 현화식물 중 하나로 알려져 있기 때문이다. 참고로 목련속의 모식종은 미국 대서양 연안이 원산지인 Magnolia virginiana이다. 목련강은 다시 50여 개의 목 즉 Order로 세분되는데 목련은 목련목 즉 magnoliales로 분류되며 목련목은 다시 6개의 과 즉 Family로 세분되는데 목련은 목련과 즉 Magnoliaceae로 분류된다. 목련과에서 다시 속 즉 Genus로 세분되어 목련속 즉 Magnolia로 분류되는 것이다. 이 목련속에서 다시 300여 종으로 세분되어 각각 종소명이 부여되어 학명이 완성되는 것이다. 예를 들면 우리 자생종 목련과 함박꽃나무의 경우 kobus와 sieboldii라는 종소명이 각각 붙어 Magnolia kobus와  Magnolia sieboldii라는 학명으로 표기되는 것이다. 이렇게 식물은 역(域)과 계(界) 아래 문강목과속종(門綱目科屬種)이라는 6단계로 차례차례 세분류되는 것이다. 목련의 경우 다시 정리하면 진핵식물역 식물계 관다발식물문 목련강 목련목 목련과 목련속 목련이 되는 것이다. 그럼 이제 다음 게시글부터는 우리나라에 등록된 목련과(科) 326종의 수종들을 하나하나 탐구하는 긴 여행에 나선다.

 

전세계 목련속 300여 종 가운데 두 개의 우리 자생종 중 하나인 목련의 모습
목련과 함께 또 하나의 우리 자생종 목련인 함박꽃나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