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목탐구이야기

진달래과 진달래속/두견(진달래)아속

1422 꼬리진달래 - 꼬리 없는 우리 자생종

낙은재 2021. 5. 17. 12:17

꼬리진달래
꼬리진달래
꼬리진달래 - 다수의 꽃차례가 하나의 가지 끝에 모여서 피기도 한다.

우리나라 진달래속에는 꼬리진달래라는 우리 자생종이 있는데 이 수종을 아는 사람은 그다지 흔하지는 않은 것 같다. 그렇다고 이 수종이 황산차와 같이 북한에서만 주로 자생하는 수종은 아니고 남한에도 경북과 충북 그리고 강원도와 경기도에서도 자생하는데 산림청에 의하면 그 자생지가 20여 곳 이상이 되고 개체수가 풍부하여 멸종위기종으로 지정된 것도 아니라고 한다. 키가 1~2.5m인 상록 관목인 이 수종은 우리나라와 중국에서만 자생하는데 중국에서는 우리와 인접한 동북지방 외에도 아래로 하북성과 산동성을 거쳐 하남성 호북성 호남성 그리고 사천성까지 매우 광범위한 지역에 분포하고 있다. 그러니까 이 꼬리진달래는 내한성이 영하 26도 이상 심지어는 영하 40도라는 정보도 있어 추위에 매우 강하지만 내서성(耐暑性)도 못지않게 강하여 중국 남방의 아열대기후에서도 잘 자라는 수종이라는 것이다. 그러므로 우리나라에서는 백두산에서 한라산까지 어디서든 잘 자랄 수 있는 수종으로 보면 되겠다.

 

꼬리진달래의 학명 Rhododendron micranthum Turcz.는 중국에서 활동한 프랑스 예수회소속 선교사이자 식물학자인 Pierre Nicolas Le Chéron d'Incarville(1706 ~1757)가 1800년대 중반에 북경 북쪽 산악지구에서 처음 발견되어 1937년 러시아 식물학자 Nicolai Stepanowitsch Turczaninow(1796~1863)에 의하여 명명된 것이다. 이때 뭔가 결격사유가 있었는지 1948년에 다시 발표한 것을 공식 명명으로 인정하는 학자도 있다. 여하튼 명명자 d'Incarville는 1940년 중국에 파견되어 거기서 생을 마감할 때까지 활동한 사람인데 중국 황실의 개종이 주 임무였던 그는 당초 중국 황실에서 접근을 불허하자 황제가 식물에 관심이 많다는 것을 알고서 건드리면 반응을 보이는 중남미 원산의 미모사를 보여주면서 황제의 관심을 끌어서 교분을 쌓았다고 한다. 그 이후 많은 서양 식물을 황실 정원에 도입하여 황실의 환심을 사고 반대로 다수의 동양 희귀 식물을 서양으로 처음으로 보낸 사람인데 그 중에는 참죽나무 회화나무 가죽나무 모감주나무 등이 포함되어 있었다. 그 외에도 그는 키위를 처음 묘사하여 서양에 소개한 사람이기도 하며 능소화과 잉카르빌레아속의 학명  Incarvillea는 바로 그의 이름으로 명명된 것이기도 하다. 꼬리진달래 학명의 종소명 micranthum은 영어로 tiny flower 즉 작은 꽃이라는 뜻으로 이 수종은 하나의 꽃차례에 20송이 이상의 꽃이 모여서 피는데 그 꽃이 작다는 것을 말한다. 실제로 꼬리진달래의 개별 꽃의 길이는 4~8mm이고 지름도 10mm에 불과하여 매우 작다.

하나의 가지 끝에는 몇 개의 꽃차례가 나와 동시 또는 순차적으로 개화한다.
하나의 꽃차례에 약 20개의 지름 1cm인 작은 꽃이 모여서 핀다.  

우리와 같은 원산지인 중국에서는 이 수종에다가 조산백(照山白)이라는 이례적인 이름을 정명으로 붙이고 있다. 이 수종에도 조백두견(照白杜鹃) 또는 백두견화(白杜鹃花)라는 이름이 있지만 중국에서는 이 수종은 여느 진달래속 수종들과는 달리 xx두견이라고 하지 않고 조산백이라고 한다. 그 이유를 정확하게 밝히지는 않지만 나름대로 추측해 보면 다음과 같다. 우선 학명 그대로 하자면 소화두견(小花杜鵑)이 되는데 이 이름은 이미 중국 광동성 등이 원산지인 Rhododendron minutiflorum에 부여되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과거부터 기관지염이나 관절염 등의 치료 약재로 쓰일 때 붙은 약재명인 조산백(照山白)을 정명으로 한 것 같다. 조산백(照山白)이란 이름은 또 다른 이명인 백화영산홍(白花映山红)과 백영산홍(白映山) 백염산홍(白艳山红) 등이 있다는 점으로 봐서는 조산(照山)은 영산(映山)과 거의 같은 개념으로 ‘산에서 빛나다’라는 뜻으로 풀이된다. 따라서 조산백은 영산백과 거의 같은 의미로 보면 된다. 다만 논리적으로는 꽃 색상이 붉은 것은 영산홍(映山紅) 흰 것은 영산백(映山白) 자색은 영산자(映山紫)가 되는데 워낙 영산홍이라는 말이 오래 전부터 쓰이던 굳어진 용어이므로 중국에서도 백화영산홍(白花映山红)과 백영산홍(白映山) 같은 비논리적인 용어까지 등장한 것 같다. 결국 조산백(照山白)이라는 이름은 영산백(映山白)과 같은 이름이라고 보면 될 듯하다.

중국에서 별명으로 만산홍(滿山紅) 또는 영산홍(映山紅)이라고 불리는 산진달래=흥안두견(兴安杜鹃) - 크게 닮은 데는 없어 보인다.

그 외에도 중국에서는 넓은 분포지역만큼이나 다양한 별명을 갖고 있는데 그 중에는 만경과(万经棵) 달리(达里) 철석차(铁石茶) 달자향(达子香) 난형(兰荆) 약호(药芦) 등이 포함되어 있다. 이들의 유래를 일일이 파악할 수는 없지만 우리 이름 꼬리와 관련된 단어는 없어 보인다. 그리고 우리 진달래와 비슷한 달리(达里)라는 별명이 있지만 이는 티벳에서 쓰던 말이라고 하고 또 다른 별명인 달자향(达子香)은 원래 동북지방에서 산진달래를 지칭하는 말인데 꼬리진달래의 별명으로도 쓰이는 것이다. 이 또한 산진달래 자생지 중 하나인 흑룡강(黑龙江)성 완달산맥(完达山脉)과도 관련이 없지는 않지만 과거 중국에서 몽고 등 북방 소수민족들을 달자(达子)라고 부른데 기인하는 말이다. 다음 산진달래편에서 다시 언급하겠지만 그 지역에서는 원주민인 어원커족(鄂温克族)의 달달(达达)이라는 이름을 가진 여의(女醫)의 전설과도 얽혀 있어 우리 진달래를 표기하는 중국어 金达莱(진달래)와는 직접적인 관계는 없는 것으로 일단 파악된다. 그리고 왜 철석차(铁石茶)라고 불렀는지는 모르지만 이는 음료수로 마시는 차가 아니고 약으로 쓰는 즙액을 말하는데 강한 독성이 있는 이 꼬리진달래의 잎을 여름에 따서 말린 다음 약으로 달여서 소량으로 마신다고 한다. 하지만 여전히 독성이 일부 남아 있어 임산부나 노약자의 복용은 금한다고 한다.

 

이 꼬리진달래는 진달래속 두견(진달래)아속 두견(진달래)조 중에서 나름대로 독특한 모습을 하고 있어 꼬리진달래아조 즉 Subsect. Micrantha를 형성하고 있는데 현재 중국에서는 이 아조에 속하는 수종이 3종이나 자생한다고 주장하지만 국제적으로는 꼬리진달래 단 한 종만 인정하고 있는 분위기이다. 그런데 이 수종의 우리 이름 꼬리진달래는 원래 1937년 정태현 등이 저술한 조선식물향명집에 꼬리진달내라고 되어 있던 것을 1942년 정태현박사가 그의 저서 조선삼림식물도설에서 꼬리진달래라고 변경한 것에 근거를 한다. 그런데 이 수종의 어디에 꼬리가 있다는 말인가? 길이 겨우 3~4cm의 잎에는 무슨 꼬리가 있을 여지가 없다. 그렇다고 총상화서(總狀花序)라고는 하지만 거의 반구형으로 보이는 이 수종의 꽃차례도 꼬리같이 보이는 미상화서(尾狀花序) = 유이화서(葇荑花序)인 것도 아니고 그와 비슷한 수상화서(穗狀花序)도 아니다. 그렇다면 실물에도 없고 학명에도 없으며 중국명에도 없는 꼬리가 도대체 어디서 나온 말인지 궁금하다.

 

a가 총상화서이고 b가 수상화서이며 c가 미상화서인데 b와 c는 꼬리로 불릴만 하다. 하지만 꼬리진달래는 a인 총상화서(总状花序)인데다가 총 길이가 매우 짧아서 산형화서에 가까워 꼬리를 닮았다고 하기에는 거리가 너무 멀다.
왼쪽과 같이 다소 길쭉한 경우도 있지만 대부분 오른쪽과 같이 짧은 구형 또는 반구형이라서 꼬리와는 거리가 멀다. 그리고 왼쪽 다소 길쭉한 모습의 총상화서도 꼬리라고 불릴 정도는 아니다.

여기서 꼬리라는 이름을 처음 붙인 조선식물향명집과 조선삼림식물도감이 모두 일제강점기에 출간된 도감이라는 데에 주목하여 일본은 비록 이 수종의 원산지는 아니지만 그들이 이 수종을 뭐라고 불렀는지를 알아볼 필요가 있다. 그래서 찾아보니 아니나 다를까 역시 일본에서 그 당시는 물론 그리고 지금도 일부에서 이상하게 호자키쯔쯔지(ホザキツツジ)라고 한다. 이를 한자로 쓰면 수소철쭉(穂咲き躑躅)이 되는데 풀이하자면 수상화서(穗狀花序)로 꽃이 피는 철쭉이라는 뜻이다. 정말 수상화서라면 길게 벼 이삭처럼 꽃이 피고 열매가 달리므로 꼬리라고 불러도 될 만하다. 그런데 꼬리진달래의 꽃차례는 수상화서가 아닌 총상화서이며 그 중에서도 짧고 거의 반구형 또는 우산 즉 산형(伞形)으로 생겨서 산상총상화서(伞状总状花序)로 불리므로 길쭉한 꼬리의 모습과는 거리가 먼데 이런 이름이 붙은 것은 뭔가 착오가 있었던 것으로 판단된다. 그래서 현재 일본에서는 대부분 이 수종을 작은 흰 꽃이 핀다고 코고메쯔쯔지(コゴメツツジ)라고 부르고 한자로는 소미철쭉(小米躑躅)으로 표기하여 학명과 맥을 같이 하고 있다. 참고로 일본에서는 앞 1366번 게시글에서 본 흰참꽃나무를 미철쭉(米躑躅)이라고 한다. 그리고 일본에는 진짜 꼬리같이 생겨서 호쯔즈지(ホツツジ)라며 한자로 수철쭉(穂躑躅)이라고 쓰는 학명 Elliottia paniculata인 진달래과 수종이 따로 있다.

일본에서는 흰참꽃나무를 미철쭉(米躑躅)이라고 하고 꼬리진달래를 소미철쭉(小米躑躅)이라고 하지만 실제로는 둘 다 크기가 작다.
일본에서 진짜 수철쭉(穂躑躅)이라고 부르는 Elliottia paniculata 

꼬리진달래가 우리나라 여러 지역에서 자생한다고는 하지만 그 자생지가 일부 제한된 지역에만 국한되므로 그리 흔하지는 않아서 그렇지 이 수종의 꽃피는 모습을 처음 보면 누구나 꼬리의 존재를 찾게 된다. 이 꽃을 보고서 꼬리 같다고 설명하는 것은 실물을 제쳐두고 어원 풀이만 일본의 잘못된 것을 가져다 조합한 꼴이 된다. 그런데 우리 식물학자들인 여기에 별 의문이 없었던지 대체로 수용하는 분위기인 것이 이해하기 어렵다. 꼬리 외에 다른 이명이 있다는 것이 고작 겨우사리이다. 상록인 이 꼬리진달래의 잎 모습이 겨우살이를 약간 닮기는 했다. 겨우사리는 1942년 정태현선생이 참꽃나무겨우사리라는 이름을 이명으로 제시하였는데 이건 누가 봐도 참꽃나무에 기생하는 겨우사리라는 뜻으로 들려 본말이 전도된 이름이다. 그래서 역시 박만규선생이 1949년에 앞뒤를 바꿔 겨우사리참꽃이라는 이름을 제시한다. 서양에서는 겨우살이가 연인들간의 사랑을 이어주는 것으로 인식되어 크리스마스 장식으로도 이용되지만 국내서는 그다지 많이 알려지지 않은 식물인 데다가 잎모양을 제외하면 닮지도 않았고 말 그대로 근본(根本)도 없는 식물을 꼭 진달래 종류에다가 붙여야만 했을까 싶다. 그냥 어렵게 생각하지 말고 중국의 소화두견(小花杜鵑)이나 일본의 소미철쭉(小米躑躅) 등과 같이 명명하였다면 학명과도 맥을 같이하여 좋았을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여하튼 이 수종을 이름과 연결하여 꽃이 꼬리와 같이 생겼다고 풀이하면 넌센스가 된다.

글쎄 왼쪽 겨우살이가 오른쪽 꼬리진달래를 얼마나 닮았다고 뿌리도 없는 녀석에게 비유하는지? 

우리는 이 식물이 겨우살이를 닮았다고 그런 이명이 있는데 중국에서는 흔히 영산홍(映山紅)이라고 부르는 흥안두견(兴安杜鹃) 즉 산진달래를 닮은 백색 꽃이 피는 수종이라고 주로 인식하는 것 같다. 그래서 이름도 영산홍(映山紅)에 대비되는 조산백(照山白)이 되었을 개연성이 높다. 그리고 일본에서는 흰참꽃나무에 비유하여 꽃이 작은 흰참꽃나무라는 뜻으로 소미철쭉(小米躑躅)으로 부르는 것이다. 그런데 서양에서는 이 수종을 다소 엉뚱하다 싶은 백산차 즉 Ledum속 수종들을 많이 닮았다고 한다. 아닌 게 아니라 백산차와 꽃 모습이 매우 많이 닮았다. 백산차는 한중일에서도 자생하는 같은 진달래과 수종인데도 동양에서는 아무도 꼬리진달래가 백산차를 닮았다고 말하지 않을 때 서양인들이 먼저 간파한 것이다. 그리고 그동안 진달래과의 별도의 속으로 분류되던 백산차들은 이제 진달래속으로 흡수 통합되어 버렸다. 그것도 꼬리진달래와 같은 두견(진달래)아속에 두견(진달래)조로 분류가 되어 그야말로 명실상부하게 백산차와 꼬리진달래는 가까운 사이가 되었다.

백산차야 말로 정말 꼬리진달래를 많이 닮았다. 백산차도 이제는 진달래속으로 편입되었다.

 

등록명 : 꼬리진달래

이   명 : 겨우사리참꽃

학   명 : Rhododendron micranthum Turcz.

분   류 : 진달래과 진달래속 상록 관목

그   룹 : 로도덴드론, 두견(진달래)아속

원산지 : 우리 자생종. 중국 동북에서 사천까지

중국명 : 조산백(照山白)

일본명 : 소미철쭉(小米躑躅), 수소철쭉(穂咲躑躅)

수   고 : 2.5m

잎특징 : 1.5~4 x 0.4~1.2cm, 양면 인편

꽃특징 : 약 20송이, 백색, 화관 4~8mm길이 지름 1cm, 외면 인편

수   술 : 10개, 화사 무모

자   방 : 5~6실, 인편 밀생

화   주 : 무인편

개화기 : 5~6월

내한성 : 영하 26 ~ 40도

특   기 : 유독식물

 

꼬리진달래
꼬리진달래
꼬리진달래
꼬리진달래 - 잎의 전면에도 인편이 있다.
꼬리진달래 잎의 전후면 그리고 씨방과 꽃자루 꽃받침에 인편이 많고 암수술에는 없다.
꼬리진달래
꼬리진달래와 알프스만병초의 교잡 원예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