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목탐구이야기

진달래과 진달래속/두견(진달래)아속

1424 진달래 - 고향의 봄을 연상시키는 대표적인 향토 꽃나무

낙은재 2021. 5. 25. 19:26

진달래
진달래가 군락을 이루어 개화기에 장관을 연출하는 모습 - 여수 영취산
진달래 개화기에는 잎이 없다.
자생 진달래 중에서 발견된 특이한 인디안 핑크색 꽃이 피는 품종과 흰진달래
인디언 핑크색 진달래

 

이제 드디어 우리나라 진달래속의 대표격이라고도 할 수 있는 진달래를 탐구해 보자. 봄이면 가장 먼저 봄소식을 전해주는 우리나라 야생 꽃나무로 대부분 개나리와 진달래를 꼽는다. 하지만 개나리는 민가 주변에서는 흔하게 보이지만 인적이 드문 산이나 들에서 야생하는 모습은 거의 볼 수가 없으며 실제로 국내서는 자생지가 제대로 발견되지 않아서 우리 자생종이라는 것에 의문을 제기하는 학자들도 많다. 그러나 진달래는 다르다. 우리나라 전역 방방곡곡에 진달래가 보이지 않는 지역은 없을 것이다. 그것도 민가의 정원이나 마을 주변만이 아닌 높고 깊은 산에서도 얼마든지 야생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그래서 한때 무궁화가 우리 자생종이 아니므로 이를 변경하려고 시도할 때 개나리는 국내에 변변한 자생지가 없다는 점이 결격사유가 된 것과는 달리 진달래는 우리 국민 모두에게 친숙하고 온 나라가 자생지이므로 충분한 조건을 갖추기는 하였으나 과거 북한에서 국화급으로 대접한 적이 있다는 점에서 최종적인 결정까지는 도달하지 못하였다는 이야기도 있다. 그러니까 개나리와 진달래를 항상 묶어서 이야기 하지만 실제로 지역에 따라서는 개나리가 보기 드문 지방도 많으므로 개나리보다는 이른 봄 춘궁기에 꽃을 따서 입술이 벌게지도록 먹었던 어릴 적 추억이 서린 진달래가 훨씬 더 우리 토속적이라는 것을 말하는 것이다.

 

개나리도 비록 국내에 대규모 자생지는 발견되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엄연한 독립된 우리고유의 자생종으로 Forsythia koreana라는 코리아가 들어간 학명이 부여되어 있다. 하지만 오랫동안 중국에서 연교(連翹)라는 중국 당개나리 열매를 약재로 수입하여 쓴 탓인지 중국이 주 원산지인 것 같은 느낌을 지울 수 없지만 진달래는 그 반대로 중국 동북과 산동성 그리고 몽고 및 일본과 러시아 등지에서도 자생한다고 하더라도 우리나라에서 가장 흔하게 여기저기 대규모로 자생하기 때문에 세계가 이를 인정하여 영어권에서도 Korean rhododendron 또는 Korean rosebay라고 부르는 것이다. 게다가 북한에서 함박꽃나무를 국화로 지정하기 전까지 초창기 진달래를 상징으로 삼았기에 진달래는 코리아 수종이라는 인식이 널리 퍼져 있는 것이 사실이다. 그러니까 실제로 개나리는 우리나라에서만 자생하는 특산수종인데도 워낙 약재로 유명한 중국 당개나리에 묻힌 느낌이고 진달래는 실제로는 극동 여러나라에 분포하지만 우리나라에 압도적으로 많은 개체가 자생하기에 우리 고유종 같은 느낌이 든다는 것이다.

 

진달래의 학명 Rhododendron mucronulatum Turcz.는 북경시 서북쪽에 위치하는  연경구(延庆区)에 있는 백화원(百花园, Pohuashan)에서 채집한 표본을 대상으로 1837년 러시아 식물학자이자 채집가인 Nicolai Stepanowitsch Turczaninow (1796~1863)가 명명한 것으로 종소명 mucronulatum은 끝이 뾰족하다는 뜻으로 잎 모양을 말한다. 아마 비슷한 꽃 모양인 산진달래의 뭉텅한 잎에 비하여 뾰족한 잎이 특징으로 눈에 띄었던 것 같다. 그 이후 이 진달래를 산진달래의 아종이나 변종으로 편입시켜서 발표한 학자들도 있었지만 현재는 원래대로 독립된 종의 신분을 유지하고 있다. 진달래는 진달래속의 8개 아속 중에서 두견(진달래)아속으로 세분류가 된다. 진달래와 느낌상 비슷한 산철쭉이나 영산홍 등이 영산홍아속으로 분류되고 철쭉이 철쭉아속으로 분류되는데 반하여 진달래는 대개 상록이거나 반상록에 두터운 혁질 잎을 가진 수종들과 함께 두견(진달래)아속으로 분류되는 것이다. 진달래는 낙엽수인 데다가 얇은 잎을 가졌는데도 그렇게 분류되는 이유는 진달래의 줄기와 잎 그리고 꽃받침과 씨방 등에 비늘조각 즉 인편(鱗片)이 있기 때문이다. 그러니까 상록 여부와 잎의 혁질 여부보다도 인편 유무를 더 중시하여 분류하므로 이 두견(진달래)아속을 유인편아속이라고도 하는 것이다.

진달래에 무슨 비늘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지만 자세히 보면 잎에는 비늘 모양의 조각이 무수히 많다. 
진달래 잎 4배 확대
잎뿐만 아니라 씨방에서 인편이 잔뜩 있는 모습이 보인다.
인편은 왼쪽 성상모(星狀毛)와 비슷하지만 확대하면 오른쪽과 같이 비늘 모양을 하므로 인상모(鱗状毛)라고도 한다. - 보리수 잎

그런데 우리나라에는 진달래 하위 분류군으로 흰색 꽃이 피는 품종인 흰진달래와 잎 표면에 광택이 있고 양면에 돌기가 있다는 반들진달래라는 변종을 별도로 등록하고 있으며 과거에는 잎이 넓은 타원형 또는 원형이라는 왕진달래라는 변종까지도 세분하였으나 이들은 이제 국제적으로 모두 원종인 진달래에 통합하고 있다. 그러나 또 다른 변종으로 등록된 일년생 가지와 잎 가장자리 및 몸체 그리고 잎자루에 털이 있다는 털진달래와 열매가 길고 가늘다는 한라산진달래는 일부 학자들이 부분적으로 인정하기도 한다. 즉 둘 다 원종이 통합하거나 둘 중 하나를 변종으로 인정한다는 뜻이다. 따라서 아래에 나열한 진달래 변품종 5종은 모두 진달래에 통합하여도 되고 아니면 털진달래와 한라산진달래 정도만 변종으로 인식하고 있으면 될 듯하다. 이제는 자꾸 식물을 세분하는 것이 아니라 웬만하면 비슷한 종들을 통합하는 것이 시대의 조류이기 때문이다.

 

▶털진달래(var. ciliatum Nakai) : 일년생 가지와 엽연, 잎몸 및 엽병에 털이 있다.

▶한라산진달래(var. taquetii Nakai): 열매가 약간 길고 가늘다

▶흰진달래(for. albiflorum T. Lee) : 꽃이 흰색이다.
▶왕진달래(var. latifolium Nakai): 잎이 넓은 타원형 또는 원형이다.
▶반들진달래(var. maritimum Nakai) : 잎 표면에 광택이 있고 양면에 돌기가 있다.

 

흰진달래와 반들진달래 왕진달래 등은 진달래에 통합되었다.
흰진달래는 이제 진달래에 통합되었다.

진달래는 산진달래가 분포하는 극동 아시아 혹한지방 즉 중국 내몽고와 흑룡강성 그리고 몽고와 러시아 아무르주를 아우르면서도 더 넓게 기후가 온난한 남쪽으로 중국의 경우는 하북성과 산동성을 거쳐 강소성 북부에까지 우리나라의 경우는 제주도까지 분포한다. 일본의 경우는 원래 진달래가 자생하지 않는 것으로 알려져 있어 과거 우리나라에서 건너간 것으로 보이지만 여하튼 털진달래 일부가 대마도 등지에서 보인다고 한다. 그러니까 진달래는 산진달래와 비슷하게 내한성이 매우 강하면서도 더위에도 강하여 매우 생명력이 강하다는 것을 말하고 있다. 게다가 진달래는 양달 응달을 가리지 않고 토양도 가리지 않고 어디서든 잘 자란다고 우리 국생정에서도 중생식생(中生植生)이라는 어려운 말로 설명하고 있다. 그런데 우리나라에 진달래가 많이 자생하는 이유는 아무래도 산에 소나무가 많아서 토양이 산성화 되어 있으므로 산성 토양을 특히 좋아하는 진달래의 생육환경에 적합한 것이 아닌가 한다. 여하튼 진달래가 이런 점에서 은근과 끈기의 우리 민족성과 잘 부합하기는 한다.

 

중국에서는 진달래를 정명으로 영홍두견(迎红杜鹃)이라고 한다. 그리고 별명으로 영산홍(迎山红)이나 영산홍(映山红) 또는 만산홍(满山红)으로 부르지만 이들 별명은 산진달래의 별명이기도 하여 현지인들은 굳이 구분하지 않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게다가 이들 이름은 각각 중국의 다른 수종들을 중복으로 지칭하는 경우가 있기 때문에 혼동하기 쉽다. 우선 만산홍은 우리 연달래 철쭉과 비슷하게 생긴 중국 중남부가 원산지인 미등록종 Rhododendron mariesii의 정명으로 쓰이는 이름이다. 영산홍은 특정수종의 정명은 아니지만 우리나라 산철쭉과 참꽃나무 그리고 일본 원산 영산홍과 무도철쭉(기리시마) 등을 포함하는 아속 즉 Subgen. Tsutsusi를 중국에서 영산홍아속(映山红亚属)이라고 부른다. 그러므로 진달래는 영산홍아속이 아닌 두견아속인데도 별명으로 영산홍이라고 부르므로 혼동하기 쉽다는 것이다. 진달래의 중국 약재명이 영홍두견이 아닌 영산홍(映山紅)이고 산진달래의 약재명은 만산홍(满山红)이라는 것을 볼 때 실제로는 이 별명들이 오래 전부터 사용된 이름이지만 중복되거나 혼동을 야기할 우려가 있어 영홍두견과 흥안두견이라는 새로운 이름을 정명으로 삼았을 가능성이 높다.

 

산진달래는 정명인 흥안두견(兴安杜鹃) 외에 달자향(达子香) 달달향 등 매우 다양한 별명이 있는 것에 반하여 이 진달래는 정명인 영홍두견(迎红杜鹃) 외에는 비슷한 맥락의 영산홍이나 만산홍 그리고 학명에서 온 첨엽두견(尖叶杜鹃)이라는 별명 외에는 별다른 별명은 보이지 않고 있다. 특히 우리 조선족이 부른다는 이름인 진달래(金達莱)에 대한 언급도 없다. 그 것은 중국 동북지방에서는 진달래보다는 산진달래가 더 많이 자생하여 더 흔한 수종이기도 하겠지만 일반인들은 둘을 굳이 구분하지 않고 대부분 그냥 진달래로 인식하기 때문일 수도 있다. 실제로 북간도에 있는 조선족자치주의 중심도시인 연길시에서는 2008년에 시화를 시민 투표에 의하여 해당화에서 연변조선족자치주의 주화인 진달래로 변경하면서 설명하기를 다음과 같이 하고 있어 산진달래와 진달래를 구분하지 않고 있음을 알 수 있다. 达莱,即朝鲜语的音名映山、尖叶杜安杜 번역하자면 “진달래, 즉 조선어의 음역이며 별명으로는 영산홍과 첨엽두견 그리고 흥안두견이 있다.” 여기서 첨엽두견은 진달래를 말하고 흥안두견은 산진달래를 말하며 영산홍을 둘 다를 지칭한다. 결국 연변조선족들은 산진달래와 진달래를 구분하지 않고 둘 다 주화로 그리고 시화로 인정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렇게 자세히 파악하는 이유는 바로 우리 진달래의 어원이 아직 밝혀지지 않고 있는데 여기에 그 실마리가 보이기 때문이다.

 

진달래는 진과 달래의 합성어라는 데에는 이견이 없는 것으로 보인다. 그래서 참꽃을 진달래 철쭉을 연달래라고 하며 산철쭉을 수달래라고 하는 것이다. 그런데 압록강 건너 간도(間島)에는 저 북쪽 몽고와 흥안령에서부터 내려오는 산진달래가 있는데 잎에서 강한 향이 나므로 이를 현지인들이 별명으로 달자향(鞑子香) 달달향(达达香) 또는 달라향(哒啦香) 등으로 부르는 것이다. 여기서 달은 원래 한족이 북방 오랑캐를 지칭하던 말이었는데 나중에는 몽고인들 스스로도 달이라고 했다. 그렇다면 같은 꽃나무를 두고서 간도에서 달자 달달 또는 달라라고 부르는 것과 우리 한반도에서 달래라고 비슷한 발음으로 부르는 것이 과연 우연의 일치일까? 산진달래뿐만 아니라 진달래도 구분 없이 원주민들이 부르는 대로 달라향 등으로 따라서 부르다가 향이 있는 산진달래는 없고 향이 없는 진달래만 자생하는 남쪽 한반도로 내려 오면서 향이 탈락하면서 발음도 점차 달래로 변하였을 것이다. 그리고 그 다음에 특히 연한 색상의 꽃이 피는 연달래 즉 철쭉과 구분하기 위하여 진한 달래 즉 진달래가 되었으며 그렇게 오랫동안 굳어진 다음 나중에 진달래라는 이름이 다시 간도로 되돌아가 조선족들이 진달래라고 부르니 중국에서 발음 그대로 표기한 것이 达莱(금달래)라고 보는 것이 진달래의 어원에 대한 하나의 가설이 될 듯하다.

 

조선 시대 숙종(肅宗) 16년(1690)에 신이행(愼以行) 김경준(金敬俊) 등이 편찬한 국어로 풀이된 중국어의 단어집(單語集)인 역어유해(譯語類解)에서 두견화(杜鵑花)를 진달래로 번역하는 통에 진달래가 곧 두견화인 것으로 알고 있는 사람들이 많다. 그렇다면 같은 역어유해에서 영산홍(映山紅)을 철쭉이라고 번역한 것은 어떻게 설명할 것인지 묻고 싶다. 그리고 역어유해보다 먼저인 1610년에 발간된 동의보감에는 양척촉(羊躑躅)에 철쭉꽃이라는 한글 토를 달고 있고 그보다 먼저인 1433년 한글이 반포되기도 전인 세종 15년에 간행한 의약서인 향약집성방(鄕藥集成方)에서는 양척촉(羊躑躅)의 향약명을 진월배(盡月背)로 기록하고 있는데 차자(借字)이므로 발음은 진달배로 하였을 것이다. 이렇게 되면 양척촉에서 비롯된 중국 명칭 철쭉이 바로 진달래이자 영산홍이고 진달래가 곧 두견화이므로 결국 철쭉 = 영산홍 = 두견화 = 진달래가 성립된다. 그렇다. 실제로 철쭉과 두견화 그리고 영산홍은 모두 중국에서 만들어진 용어인데 어느 특정 수종을 지칭한다기보다는 진달래속 수종들을 두루 칭하는 거의 같은 의미로 쓰이는 말이다.

역어유해와 향약집성방에서 진달래를 두견화와 철쭉이라고 해도 국표식에서는 이명으로조차도 등재하지 않고 있다.

따라서 두견화를 진달래로 풀이한 역어유해나 철쭉을 진달래라고 기록한 향약집성방 둘 다 틀린 것이 아니다. 따라서 우리 고문서에 두견화라고 기록되었다고 무조건 진달래로 번역해서는 안 된다. 그 두견화가 철쭉일 수도 산철쭉일 수도 그리고 진달래일 수도 있는 것이다. 예를 들면 고려시대 시중(侍中)을 지낸 최승로(崔承老, 927~989)가 쓴 금중잡저시고(禁中雜著詩藁)에 있는 4운 절구 4수가 나중에 편찬된 보한집(補閑集)에 실려 있는데 그 응제시(應製詩)의 제목이 ‘長生殿後百葉杜鵑花’이다. 이를 일반적으로 ‘장생전 뒤뜰 잎 무성한 두견화’로 해석하는데 이러면 개화기에 잎이 먼저 나서 무성한 수종 중 하나가 되어 최소한 진달래는 제외가 된다. 그리고 그 문구를 ‘장생전 후원의 만첩두견화’로 해석하면 우리 자생종 중 겹꽃이 피는 만첩산철쭉일 가능성이 매우 높아진다. 그리고 삼국유사에 등장하는 견우노인이 수로부인에게 헌화한 철쭉도 그 용어 자체에서 특정 수종을 파악하기는 어렵다. 위험을 무릅쓰고 암벽에 올라가서 따다 바친 것으로 봐서는 흔한 진달래는 아니고 경주에서 부임지 강릉으로 가는 길인 경북 북부와 강원도 남부지방에 자생하며 꽃이 매우 아름다운 연달래 철쭉일 가능성이 높지만 그 당시 삼국유사의 철쭉은 특정 수종을 의미하고 쓴 것은 아닐 것이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진달래라는 용어가 조선초가 아닌 최소한 고려시대 또는 그 이전에 이미 민간에서 널리 사용되고 있었으며 조선초 그 당시에도 어원을 모르는 순수 우리말로 인식하여 진월배(盡月背)라고 차자(借字)로 표기하고 있다는 점이다.  

 

앞 1330번 게시글에서 언급한 바와 같이 모두들 진달래의 진은 먹을 수 있는 꽃이라서 참꽃으로 불린다는 점에 착안하여 진짜 달래라는 뜻으로 진(眞)으로 풀이한다. 이게 거의 정설로 굳어진 모습이다. 특히 먹지 못하는 산철쭉이나 철쭉을 개꽃나무라고도 부르는 것에 반하여 이 진달래는 참꽃이라고 부르니 그 참을 진(眞)으로 풀이하는 것은 얼핏 자연스러워 보인다. 하지만 의문은 생긴다. 진달래에 대응하는 이름이 되려면 개꽃나무가 아닌 개달래라야 되는 것 아닌가? 그런데 우리나라에 개달래라는 이름을 가진 수종은 없다. 그리고 반대로 개꽃나무에 대응하는 이름은 진달래가 아니고 참꽃나무라야지 맞는 것 아닌가? 특히 참꽃나무를 한자어로 진척촉(眞躑躅)으로 쓰는 경우도 있는 것으로 봐서는 개꽃나무로 불리는 철쭉(躑躅)에 대응하는 개념이 분명하다. 따라서 철쭉과 산철쭉의 개꽃나무는 진달래가 아닌 참꽃나무에 대응하여 부르는 이름으로 보는 것이 타당하다. 그리고 그 참꽃과 개꽃의 구분은 당연히 식용가능 여부이었을 것이다.

 

그렇다고 진달래라는 이름의 진도 참이라는 뜻인 眞으로 풀이를 하는 것에는 납득하기 어렵다. 왜냐하면 철쭉을 연달래라고도 하기 때문이다. 연달래의 연은 한자로 연(軟)으로 쓰는데 재질이 무르거나 색상이 옅고 산뜻한 것을 뜻한다. 그 연한 색상의 꽃이 피는 연달래에 대응하여 보다 진한 색상의 꽃이 핀다는 뜻에서 진달래로 하였을 것 같다. 그래서 향약집성방(鄕藥集成方)에서 한자어로 진달배(盡月背)로 기록하였을 것이다. 색상이 진한 것을 한자어로는 濃(농)이나 深(심)으로 표현할 수 있지만 진은 순수 우리말이므로 할 수 없이 차자하여 盡(진)으로 표기한 것으로 보인다. 아니면 眞月背라고 하지 왜 盡月背로 기록하였겠는가? 그러니까 진달래를 참꽃이나 참꽃나무라고 부를 때는 식용 가능하므로 참이라고 불렀고 진달래라고 할 때의 진은 진한 색상이라는 뜻으로 풀이하는 것이 자연스럽다는 것이다. 그러니까 참꽃의 참과 진달래의 진은 같은 의미가 아니라는 것이다. 그리고 정말 식용 가능한 달래라고 부르는 이름이라면 진달래보다는 참달래가 더 어울리는 이름이 아닌가? 그러니까 식용여부로 구분하는 참꽃나무에 대응하는 말은 개꽃나무이고 꽃색상의 농도로 구분할 때는 진한 달래와 연한 달래로 나누어 진달래와 연달래라고 하는 것으로 파악하는 것이 합리적일 것이다.

 

참꽃나무(진달래) ←→ 개꽃나무(철쭉, 산철쭉)

진달래 → 연달래(철쭉) → 수달래(산철쭉)

 

혜원 신윤복이 1700년대 말에 그린 것으로 추정되는 국보 135호 중 하나인 주사거배'(酒肆擧盃)라는 풍속도인데 주변의 꽃이 진달래로 보이지만 거배요호월 포옹대청풍(擧盃邀皓月 抱瓮對淸風)이라는 화제에는 꽃 이름이 없어 혜원은 이 꽃을 진달래와 두견화 그리고 철쭉 아니면 영산홍 중에서 뭐라고 불렀는지 궁금하다. 

여기서 잠깐 진달래에 대한 찬사를 살펴보자. 사실 진달래는 이른 봄 온 산을 붉게 물들이면서 무리지어 필 때는 정말 감동적인 장관을 연출하지만 개별 꽃을 하나하나 뜯어다 보면 그리 예찬할 만한 꽃은 아니다. 그래서 진달래를 그리 아름답다고 찬사를 늘어놓는 글은 국내서는 잘 보이지 않는다. 그래서 식물에 특별히 관심이 많았던 당나라 대시인 백낙천이 쓴 산석류기원구(山石榴寄元九)라는 시를 많이 인용한다. 하지만 이 시가 두견화를 노래한 것이라고 진달래를 예찬한 것으로 판단하면 안된다. 시인 자신이 제목에 山石榴,一名山躅,一名杜花,杜花扑扑.라고 산석류란 두견새가 울 때 꽃이 피는 일명 산철쪽 또는 두견화라고 부제를 달아 명시하고 있듯이 두견화가 두견속을 총칭하는 것으로 인식하면 될 듯하다. 아니면 특정 수종을 지칭하는 것이라면 현재 중국에서 두견이라고 하는 국명 심스아잘레아일 가능성이 높지 우리 진달래일 가능성은 거의 없다. 여하튼 그 시에서 평소 두견을 직접 재배까지 하던 애호가답게 백거이는 두견화를 “花中此物是西施,芙蓉芍药皆嫫母”라는 최대의 찬사를 보낸다. 이를 풀어서 해석하면 꽃 가운데 두견이야말로 서시(西施)에 비유할 수 있고 연꽃과 작약은 이에 비하면 모모(嫫母)에 불과할 뿐이라는 이야기이다. 서시는 중국 역사상 최고의 미인이고 모모는 가장 추한 여인에 비유되는 인물이다. 아무리 두견이 아름답기로서니 연꽃과 모란(작약)을 모모에 비유한 것은 좀 심하다 싶기는 하다. 여하튼 백낙천의 이 두견화는 진달래는 아니라고 보면 된다.

 

역시 우리 진달래에는 겉만 번지르한 찬사보다는 이별의 아픔을 속으로만 삭여야 했던 우리 옛 여인들의 억눌린 마음을 노래한 민족 대시인 김소월의 시 진달래꽃이 정말 잘 어울린다고 생각된다.

 

 

그럼 한때 국화급으로 대접을 하던 북한에서는 진달래를 어떻게 표현할까? 직접적인 것은 아니지만 연변 조선족들의 다음과 같은 글을 살펴보면 북한의 그것과 다르지는 않을 듯하다. “진달래는 자홍색의 꽃이 매우 아름답고 밝고 눈부셔서 사람들의 사랑을 받는다. 또한 한겨울에 꽃봉오리를 잉태하여 이른 봄에 미처 눈이 다 녹기도 전에 꽃망울을 터트리며 봄소식을 먼저 알리기 때문에 더욱 큰 사랑을 받고 있다. 북한 주민들은 진달래를 봄의 사자로 여기고 꿋꿋하면서도 바르고   아름답고 상서로운 행복의 상징으로 여기는 특별한 감정을 가지고 있다. 진달래는 잎에서 방향유를 채취할 수 있는 데다가 잎과 꽃을 모두 한약재료 사용할 수 있어 경제적인 가치도 있다.” 여기서 방향유 이야기가 나오는 것으로 봐서 최소한 연변에서는 향이 좋은 산진달래와 향이 없는 진달래를 구분하지 않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실제로 진달래는 약재명을 영산홍(迎山)이라고 하며 잎이 해표(解表) 화담(化痰) 지해(止咳) 평식(平喘)의 효능이 있어 두통감기(感冒痛)와 해수(咳嗽) 효식(哮喘) 기관지염(支管炎) 등의 치료에 쓴다. 그런데 우리나라 국생정 도감에서는 백화영산홍(白花映山紅)이라면서 엉뚱하게 중국의 백화두견(白花杜)인 학명 Rhododendron mucronatum의 약효를 늘어놓고 있다. 그래서 너도나도 이를 퍼다 인용하고 있는데 백화두견은 흰진달래가 아니므로 이 부문의 삭제 및 수정이 요구된다.

국생정 도감에 올려져 있는 백화영산홍의 정체는 오른쪽 중국 백화두견을 말하는데 이는 왼쪽 흰진달래와는 전혀 다른 수종이다.

연변에서는 진달래를 소아박실(素雅朴)하며 완강관후(厚)하다고 묘사한다. 즉 우아하면서도 소박하고 강인하면서도 부드러운 인상을 준다는 뜻으로 진달래에 대한 매우 적절한 표현이라고 생각된다. 그리고 상술한 바와 같이 조선인들에게 진달래는 봄이 왔음을 알리는 사자이자 견정(坚贞) 미호(美好) 길상(吉祥) 행복(幸福)의 상징이라고 한다. 게다가 진달래의 긴 개화기간이 영원한 번영과 기쁨 그리고 행복을 가져다 준다고 믿는 것이다. 그래서 북에서 한때 국화급으로 대접을 받았고 지금 현재 연변조선족자치주의 주화이자 연변시의 시화가 된 것이다.

해방이후 진달래가 북한의 상징 역할을 할 때 발행된 북한 우표, 연변과는 달리 북한은 산진달래가 아닌 진달래를 상징으로 삼았음을 학명을 표기하여 분명히 하고 있다. 나중인 1991년 북한은 함박꽃나무를 목란이라고 하면서 국화로 지정하였다.

진달래는 일본에서도 재배는 하지만 자생지는 없다. 그래서 일본에서는 진달래를 오래 전에 한반도에서 건너간 귀화종으로 분류하고 있으며 그래서 이름자체도 카라무라사키쯔쯔지(カラムラサキツツジ)라고 하며 한자로는 당자철쭉(唐紫躑躅)이라고 쓴다. 과거에는 당(唐)이 무조건 당나라 즉 중국을 뜻하는 것으로 알았으나 최근에 옛날 일본에서는 우리나라도 당(唐)으로 불렀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래서 이 당자철쭉은 한반도에서 온 자색 철쭉이라는 뜻이다. 그런데도 진달래를 일본에서도 자생하는 것처럼 기록한 자료들이 보이는 이유는 원종은 아니지만 줄기와 잎에 털이 많은 변종인 털진달래가 일본에서도 일부지방에 소수 자생하기 때문이다. 털진달래는 일본에서 겐카이쯔쯔지(ゲンカイツツジ)라고 하며 한자로는 현해철쭉(玄海躑躅)이라고 한다. 일본 대마도에서만 발견되었으므로 현해탄을 사이에 두고 양쪽에서만 자생하는 철쭉이라는 뜻이다. 이 변종에 대하여는 다음에 별도로 짧게 다루기로 한다.

 

진달래로 음력 삼월 삼일인 삼짇날 화전(花煎)을 부쳐먹고 일부 지방에서는 술로 담아서 마시는 우리 풍습이 있다고 너도나도 대단한 미풍양식인 것처럼 말하고 있는데 과연 진달래는 진달래속 수종들 거의 대부분에 포함되어 있는 그레이아노톡신이라는 독성이 진달래에는 없다는 것인지가 궁금하다. 식물의 독성에 관하여는 아는 바가 없기 때문에 함부로 언급할 처지도 아니지만 설혹 잘 안다고 하더라도 매우 신중하게 말해야 되는 부분이다. 세상에는 비슷한 식물도 매우 많기 때문이다. 진달래속 수종들 모두가 독성이 있는데 유독 진달래에만 독성이 없다는 것이 이해하기 어려운 것이다. 이상하게 우리나라에서는 진달래속 중에서 유독 진달래 꽃을 생식하거나 화전으로 부처 먹거나 술을 담가 마시며 일본에서도 산철쭉이라고 부르는 캠퍼철쭉과 키시쯔쯔지(岸躑躅) 등의 꽃을 식용하기는 한다. 그러나 중국에서는 약으로는 쓰는 경우는 많아도 식용한다는 이야기는 없는 것 같다. 그리고 중국에서는 이 진달래에도 독성분이 있으며 실제로 생쥐를 대상으로 실험까지 한 결과 과반수가 치사하였다는 결과도 기록되어 있다. 그리고 우리나라도 2015년에 간행된 김원학 등이 저술한 ‘독을 품은 식물이야기’라는 책에 진달래에도 독성분이 있으므로 주의를 요한다는 내용이 있다고 한다.  

일본도 안전성 논란은 있지만 진달래속 일부 수종의 꽃를 식용했다. 일본 산철쭉(좌)과 키시쯔쯔지 샐러드(우)
진달래 화전과 북한산 진달래술 그리고 그 독성을 경고하는 책

진달래의 우리이름은 처음 1937년 조선식물향명집에 의하여 진달내로 되어 있던 것을 1942년 정태현의 조선삼림식물도설에서 진달래로 두음법칙에 따라 수정하였는데 그 것이 정명으로 쭉 채택되고 있는 것은 당연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그 외에는 참꽃나무라는 것 외에는 별다른 이명은 전혀 없다. 그런데 진달래의 이명으로 우리 조상들이 오랫동안 진달래를 불러왔던 두견화나 철쭉 또는 영산홍이라는 말을 전혀 기록하지 않고 있다는 것이 못내 아쉽다. 진달래는 우리 자생종으로 우리민족의 역사와 늘 함께 해 온 수종인데 그 이전에 우리 선조들이 부르던 이름을 왜 깡그리 무시하는지 지금이라도 이명으로 추가하여야 마땅하다고 주장한다. 역어유해에 진달래가 두견화라고 기록되어 있고 향약집성방에 진달래가 철쭉이라고 기록되어 있는 것을 보지도 않았더란 말인가?

 

등록명 : 진달래

학   명 : Rhododendron mucronulatum Turcz.

분   류 : 진달래과 진달래속 낙엽 관목

그   룹 : 로도덴드론, 두견(진달래)아속

원산지 : 우리 자생종, 중국, 몽고, 극동 러시아, 일본 대마도

중국명 : 영홍두견(迎红杜鹃), 영산홍(迎山), 첨엽두견(尖叶杜鹃) 등

일본명 : 카라무라사키쯔쯔지(唐紫躑躅)

수   고 : 1.8~2.4m

줄   기 : 다분지, 인편 소생

잎특징 : 박질, 타원형 타원상피침형, 3~7 x 1~3.5cm, 정단예첨, 전연 세거치, 기부 설형 둔, 상면 인편 소생, 하면 인편 대소부등, 갈색, 지름 2~4거리 간격

꽃차례 : 액생지정 혹 가정생, 1~3송이, 선엽개방, 산형 착생, 화아숙존

꽃자루 : 5~10mm, 인편 소생

꽃받침 : 0.5~1mm, 5렬, 인편, 무오 강모 소생

꽃부리 : 누두상, 담자홍색, 2.3~2.8cm길이, 지름 3~4cm, 외면 단유모, 무인편

수   술 : 10개, 부등장, 화관대비 초단, 화사 하부 단유모

자   방 : 5실, 인편 밀생

화   주 : 매끈, 화관대비 장

열   매 : 삭과 장원형, 1~1.5cm, 지름 4~5mm, 선단5판개열

개화기 : 4~6월

결실기 : 5~7월

내한성 : 영하 34도

특   기 : 유독식물, 약용

 

진달래는 개화초기에 잎이 아직 나오지 않는다.
진달래
진달래 수술 기부에 털이 있다.
진달래 'Wheeldon Pink' 원예품종
진달래
진달래 - 국내서 발견된 특이한 인디언 핑크 색상
진달래 - 사진 국생정
진달래 - 사진 국생정
진달래 - 사진 국생정
진달래 열매 - 사진 국생정
진달래
진달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