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목탐구이야기

진달래과 진달래속/두견(진달래)아속

1423 산진달래 - 진달래를 닮은 상록 자생종

낙은재 2021. 5. 23. 12:17

산진달래
산진달래 - 상록 혁질인 잎 느낌이 확연하게 난다.

이제 우리나라 진달래과 진달래속으로 등록된 원종과 아변종 90종에 대한 탐구가 거의 막바지에 다다르고 있다. 아직 우리나라 진달래속의 대표격인 진달래를 비롯한 10여 종이 남아 있는데 요즘은 정원의 수목들 전정에 시간이 많이 소요되어 탐구에 전념하지 못하고 있다. 정원수들을 심기 전에는 형태나 특성이 가장 큰 관심사이었고 심은 다음에는 생육이 주관심사였다면 이제 일정 수준 이상으로 자라고 보니 시비나 관수 그리고 병충해 관리도 중요하지만 역시 뭐니 뭐니 해도 전정으로 모양 다듬기가 가장 중요한 작업으로 대두된다. 그래서 서양의 도감에는 수목마다 그 수종에게 가장 적합한 전정에 관한 팁이 거의 반드시 언급되어 있는 것인가 보다. 앞으로 진달래속 원종 90종의 탐구가 끝나면 원예종 230종이 기다리고 있으므로 앞으로도 한참 동안 진달래속 아름다운 수종들 속에서 머물러야 할 것 같다.

 

우리나라 진달래속으로 등록된 320개 수종 중에 진달래라는 이름을 가진 것은 진달래와 산진달래 그리고 앞에서 본 꼬리진달래와 전남 여수 섬에서 2012년 새로이 발견된 섬진달래 등 모두 4종에 불과하다. 그리고 여기에 진달래의 변품종과 원예종 5종을 합하여 모두 9종인 것이다. 명색이 진달래속인데 정작 진달래라는 이름을 가진 수종은 채 3%도 안 된다는 것이다. 그래서 그 대표성이 흔들려 과거에는 철쭉속이라고도 했던 것으로 보인다. 이점에서 중국과 일본과는 다른 모습이다. 진달래속을 두견(杜鵑)속이라고 부르는 중국에서는 자생하는 540여 종 거의 모두를 xx두견이라고 일관성 있게 부르며 속명을 쯔쯔지(躑躅)라고 하는 일본도 샤쿠나게(石南花)라고 부르는 무인편(無鱗片) 만병초(萬病草)들을 제외한 나머지 대부분을 xx쯔쯔지라고 부르는 것과 대비가 된다. 좋게 말하면 자유분방하게 다양성이 존중되는 것처럼 보이지만 달리 보면 일관성 없이 그때그때마다 기분 나는 대로 중구난방으로 붙여 그 이름만 들었을 때는 같은 속인지 아닌지 분간하기조차도 어렵게 한다. 그래서 진달래라고 하면 진달래속 전체를 총칭하는 말이 되고 실제로 그렇게 인식되어야 하는데 자꾸 참꽃으로 불리는 우리나라 전역에서 흔하게 자라는 진달래만 떠오르게 된다. 따라서 잎이 두툼한 혁질 상록 수종들을 진달래라고 부르려니 왠지 어색함을 느끼게 되는 것이다. 그런데 이런 느낌은 요즘의 우리들이지 과거 초창기 국내 식물학자들은 그렇게만 인식하지는 않았던 것 같다. 그래서 앞 게시글에서 본 바와 같이 반혁질 상록 관목에다가 꼬리진달래라는 이름을 붙였고 한반도 최북단에서 자생한다는 이 산진달래 또한 잎이 혁질에 가까우며 거의 상록인데도 1937년 조선식물향명집에서 이미 산진달내라는 이름을 붙였던 것이다. 만약 이런 비슷한 수종이 최근에 외국에서 새로이 도입된다면 아마 만병초라는 이름을 붙였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 실제로 앞 1403번 게시글에서 본 미국고원만병초와 이 산진달래의 교잡 원예종인 Rhododendron Pjm Group이 국내 도입되어 2011년에 등록될 때 ‘만병초 피제이엠 그룹’이라는 이름으로 되어 있다. 그러니까 진달래속의 상록 혁질 잎을 가진 수종들을 진달래라고 하지 않고 자꾸 만병초라고 부르고 싶어 하는 것은 최근에 와서 두드러지게 나타난 현상으로 보인다는 말이다.

 

산진달래의 학명과 원산지

이 산진달래라는 반상록 수종은 우리나라와 중국 동북지역, 몽고 그리고 극동 러시아와 일본 홋카이도에서 자생하는데 러시아에서 일찍이 유럽으로 전래되어 1753년 린네가 식물분류학을 창설할 당시인 1753년에 유럽 원산의 고산애기만병초와 알프스만병초 및 미국원산의 미국만병초와 더불어 최초로 명명한 Rhododendron속 4개 수종 중 하나이다. 학명 Rhododendron dauricum L.의 종소명 dauricum은 자생지 중 하나인 극동 러시아와 몽고에 걸쳐 있는 Daurian forest steppe 즉 다우리안대초원을 말하는데 면적이 우리 한반도의 거의 4배에 달하는 이 대초원을 중국에서는 몽고고원초원(蒙古高原草原)이라고 한다. 중국에서는 이 수종을 흥안두견(兴安杜鹃) 또는 달자향(达子香)이라고 하는데 흥안두견은 중국 흑룡강성에 있는 이 수종의 자생지인 대소(大小) 흥안령산구(兴安岭山区) 즉 산맥이름으로 된 지명에서 온 것이다. 그리고 중국 동북지방에서는 널리 불리는 이름인 달자향(达子香)은 우리 이름 진달래의 달래와도 어감이 비슷하여 무슨 연관성이라도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궁금증을 자아내기에 충분하다. 아직 우리나라에서는 달래의 어원을 모른다고 하는데 혹시 달자향에서 어떤 실마리가 나오는 것이 아닌가 하는 기대감이 커진다. 그래서 중국의 다양한 별명들을 깊게 파악해 볼 필요가 있겠다.

다우리안대초원은 매우 광범위한 지역이다.
왼쪽 붉은 점선 안이 흑룡강성 최북단 대흥안령산구이고 오른쪽 표시부분이 소흥안령산구인데 이 지역에 많이 자생한다고 흥안두견이라고 한다. 

중국에서는 학명 Rhododendron dauricum인 산진달래를 부르는 별명인 달자향은 한자로 达子香(달자향)외에 达紫香(달자향) 鞑子香(달자향)이라고도 다양하게 쓰며 달달향(达达香)이나 달라향(哒啦香) 또는 달오리두견(达乌里杜鹃)이라고도 한다. 그 외에도 동북만산홍(东北满山红)이나 고산홍(靠山红) 만산홍(满山红) 영산홍(迎山红) 영산홍(映山红) 등으로도 부르는데 이들은 모두 꽃 색상에서 온 비슷한 맥락의 이름으로 보이고 산붕자(山崩子)는 흑룡강성에서 부르는 이름으로서 산붕(山崩)이란 산사태를 말하는데 글쎄 뭣 때문에 그렇게 부르는지 궁금하지만 답을 찾을 수가 없다. 대만에 고산산붕(靠山山崩) 고수수초(靠水水焦)라고 산에 의지하면 산이 붕괴되고 물에 의지하면 물이 마른다는 말로서 결국 남에게 기대지 말고 스스로 힘을 키워야 한다는 교훈적인 속담이 있는데 공교롭게 고산산붕(靠山山崩) 모두가 이 산진달래를 의미하는 이름으로 각각 쓰이는데 그 유래는 설명하는 사람이 없다. 그리고 特日乐吉(특일락길)이라는 몽고식 이름도 있다. 그리고 야두견화(野杜鹃花)라기도 하며 조선족들이 부르는 이름이라고 진달래(金达莱, 金达来)도 별명으로 언급하고 있다. 자생지에 조선족들이 많이 거주하기 때문이다. 그럼 여기서 달자향(达子香) 등의 달(达)과 잔달래의 달(达)이 혹시 어떤 연관성이라고 있는지 보다  더 깊이 파악해 보자.

 

진달래의 어원은 달라(哒啦)일까?

우선 달자향은 현재는 达子香으로 표기하지만 달자향(鞑子香) 또는 달자향(达紫香) 이라고도 쓰는 이유는 ‘달자(子)들이 거주하는 지역에서 자생하는 자색(紫色) 꽃이 피고 향(香)이 좋은 수종’이라는 뜻으로 풀이가 된다. 달자(子)란 과거에 중국 한족들이 고대에는 주로 북방 몽고족을 나중에는 만주족까지도 포함한 소수민족들을 총칭하던 말인데 달호(鞑虏)나 달라(哒啦) 및 달단(鞑靼) 또는 달달(达达)이라고도 했으며 주로 몽고어나 돌궐어 계통의 언어를 쓰는 사람들을 낮잡아 부르던 이름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달자의 대표격인 달단인(鞑靼人)은 원래 실위(室韦)에서 갈라져 나와 주변인들과 융합된 사람들의 집단으로 하나의 민족은 아니라서 달단족이라고는 하지 않고 달단인이라고 하는 것 같다. 그러나 이들은 원나라에 망한 다음 흩어져 현재 극동지역에서는 존재하지 않는다. 그런데 서방으로 진출한 타타르(tatar)의 어원이 달단(鞑靼)이라고도 하며 처음에는 한족이 북방 이민족 즉 오랑캐를 부르던 이름이었으나 나중에는 몽고인들 스스로 자기들을 달단(鞑靼)이나 달달(达达)로 부르는 등 중국에서는 시대마다 그 개념이 일정하지 않다. 그래서 중국 사서는 물론 우리나라 역사에도 달단(鞑靼)이 무수하게 등장하지만 양국 모두 그 정확한 실체를 한마디로는 정의하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 따라서 비전문가가 감히 함부로 뭐라고 할 내용은 아닌 게 분명하다.

 

여하튼 중요한 것은 우리나라 북쪽 중국의 흑룡강성 등에 달자(達子)들이 살았고 그들 지역에서 많이 자생하는 산진달래를 원산지에서 달자향이나 달라향 등이라고 불렀다는 것이다. 그리고 또 다른 중국 별명인 달오리두견(达乌里杜鹃)의 달오리(达乌里)는 달자(子)가 아닌 학명의 종소명 Dauricum에서 말하는 Daur(다우르)지역을 한자로 음역한 것이다. 그 지역에서 살던 다우르족은 중국에서 달알이족(斡尔族)이라고 하며 지금도 중국의 56개 소수민족 중 하나로 남아서 주로 내몽고자치구에 거주하고 있다. 달알이족(斡尔族)의 뿌리는 여러 가지 설이 있지만 과거 거란민족의 후예일 가능성이 높다고 하여 달단인(鞑靼人)들과는 다르다고 한다. 하지만 근거지는 둘 다 중국 내몽고자치구 북동부에 위치하는 후룬베이얼(呼伦贝尔)시를 중심으로 하는 그 주변일대라는 것에서 일치한다. 후룬베이얼(呼伦贝尔)시에는 어원커족(鄂克族)자치지역이 있는데 바로 이 악온극(鄂克)이 바로 우리 역사에 등장하는 옥저(沃沮)라는 국내 소수 학자들의 주장도 있어 어지럽다. 

왼쪽이 산진달래 자생지 중심인 내몽고 후룬베이얼시이며 오른쪽이 어원커족자치지역이다.

따라서 산진달래의 중국 별명에 등장하는 다양한 한자로 표기되는 달(达, 達, 鞑, 哒)이 타타르(tatar)의 어원이기도 하는 돌궐족의 일부이었던 달단(韃靼)인이던 거란족의 후예인 다우리에 살던 달알이족(达斡尔族)이던 우리 진달래의 달래가 여기에서 온 말이라고 주장할 뚜렷한 직접적인 근거는 없다. 그런데 그 자생지가 몽고의 동부 중국 내몽고의 동북부 또는 흑룡강성 일대이므로 상당 부분이 과거 우리나라 고조선이나 고구려 및 발해의 영향권이거나 그 인접지역인 점을 생각할 때 그 지역 원주민들이 달자향이나 달라향 또는 달달향이라고 하는 것의 영향을 받아서 우리나라 이름도 달래로 되었을 가능성이 전혀 없지는 않겠다는 생각도 든다. 특히 달라(哒啦)와 달래는 그 어감도 매우 비슷하다. 그리고 원나라의 강한 영향력을 받았던 고려 후기에 원나라에서 도입된 종마를 달단마(韃靼馬)라고 불렀고 충렬왕이 원나라에서 귀국할 때 추었다는 원나라 춤을 달달가무(達達歌舞)라고 하는 기록도 있는 것으로 봐서는 달래를 달(達) 즉 몽고에서 온 꽃나무로 인식하여 그렇게 불렀을 수도 있다는 생각마저 든다. 아니면 달라(哒啦) 또는 그 중국 발음인 다라(dála)가 달래로 변했을 수도 있다는 추론도 가능하다. 만주와 가까운 함경도와 평안도 방언 중에 달리 달루 달뢰 등이 있는 것을 보면 후자인 달라향화의 달라(哒啦)에서 변한 것이라는 가설에 무게가 실린다.

과거 고구려지도(출처 동아일보)와 중국 내몽고자치구 달알이족(达斡尔族)의 민속의상 - 우리 색동옷 느낌이다. 

그리고 중국 동북지역에서 조선족이 말한다는 金达莱 즉 진달래는 학명 Rhododendron mucronulatum인 우리나라 전역에 흔한 참꽃 즉 낙엽성 진달래가 아니고 남쪽에서는 보기가 쉽지 않은 상록인 두터운 잎을 가진 산진달래를 말하는 것일 가능성이 높으므로 달자(達子)들이 사는 지역에서 온 꽃나무 또는 달라가 변하여 달래가 되었다는 추론이 충분히 성립이 된다. 여하튼 중국은 현재 그들이 흥안두견(兴安杜鹃)이라고 하는 산진달래를 조선인들이 부르는 이름이라면서 金達莱 또는 金達來라고 표기하고 있지만 같은 지역에서 자생하는 남쪽에도 흔한 진달래는 영홍두견(迎红杜鹃)이라고 하며 이를 길림지역에서는 영산홍(迎山红)이라고 부른다고 기록하고 있어 金達莱(진달래)라는 별명은 언급하지 않고 있다. 이는 자생지 주변에 사는 조선족들은 진달래라고 하면 주로 산진달래로 인식한다는 것을 시사하고 있다. 그렇다면 그 유명한 김소월 시에 등장하는 평안북도 영변 약산의 진달래는 과연 진달래일까 아니면 산진달래일까 하는 의문마저 든다. 김소월의 진달래꽃은 1925년에 발표된 것이므로 그때는 진달래와 산진달래로 분류되기도 전이라서 최소한 시인은 그런 종을 구분할 필요성이 없었을 것으로 보인다. 그럼 북한은 어떨까 하고 알아보니 북한은 현재 우리와 마찬가지로 상록인 이 수종을 산진달래라고 하고 우리에게 익숙한 낙엽 관목인 참꽃을 진달래라고 한다. 

 

중국 흑룡강성 흑하시(黑河市)와 중국 최대 국유림이 있다는 이춘시(伊春市)의 시화이기도 한 산진달래의 중국 별명 중 하나인 달달화에 얽힌 어원크족 사이에 전해오는 다음과 같은 아름다운 전설도 있다. 오래 전에 어원크족에 달달이라는 처녀가 있었는데 달달이 어렸을 때 집안의 친족들이 모두 역병으로 죽고 혼자만 남았다. 마을 사람들의 도움으로 살아남은 달달은 보답을 위해 의학을 공부하러 나가 고학으로 학문을 마친 후 의원이 되어 고향으로 돌아와 마을 사람들의 병을 치료하고 약을 처방하니 모두들 매우 좋아하였다. 그런데 갑자기 또 역병이 찾아오자 달달은 밤낮으로 약을 달여 진료하다가 과로로 쓰러졌지만 그동안 약초를 모두 소진하였기에 자기 병을 고칠 약이 없었다. 마침 겨울철이라 산에는 눈보라가 그치지 않아 약초를 구하지 못해 속수무책으로 있다가 결국 죽고 말았다. 달달이 늘 약초를 캐러 산에 오르고 산을 좋아하였기에 마을 사람들은 그녀를 산에 수목장을 하고 돌아갔다. 더 이상 그 마을에는 치료할 의사가 없자 모두들 마을을 떠나기로 마음먹고 떠나기 전에 산소에 와보니 평소 못 보던 작은 꽃이 주변 숲에 피었는데 은은한 향기를 풍기고 있었다. 달달의 무덤으로 갈수록 꽃향기가 더 짙어져 도달했을 때 작은 꽃들이 만개해 있었고 꽃향기가 매우 짙었다. 모두들 그 꽃가지를 꺾어 가서 달여서 역병에 걸린 마을 사람들에게 먹였더니 역병이 기적적으로 나았다. 그래서 훗날 달달을 기념하기 위해 이 자줏빛의 향기 좋은  꽃의 이름을 달달향화(达达香花)라고 불렀다고 한다. 실제로 이 산진달래는 꽃이 아닌 잎에서 정향 비슷한 강하고도 좋은 향이 나서 예로부터 동북지방에서는 향정이나 방향유를 조제하여 제사 등에 썼다고 한다.

 

중국 흑룡강성 이춘시에서 야생하는 산진달래 모습
자작나무숲에서 자생하는 산진달래 모습이 매우 인상적이다. 

다시 정리하자면 중국 백두산에서 흑룡강성에 이르는 지역과 내몽고 북동부에서 많이 매우 흔하게 자생하는 산진달래를 달라향이나 달자향 또는 달달향 등으로 부르는데 백두산 인근 우리 조선족들은 이를 진달래라고 부른다. 달자향의 달과 진달래의 달이 모두 한자로는 達(达)로 표기되지만 중국에서는 어떤 연관성을 지어서 설명하는 것은 보이지 않고 진달래는 조선어 진달래의 음역이라고 분명하게 밝히고 있다. 이것은 중국에는 없는 진이 앞에 붙어 있기 때문일 것이다. 그래서 진(jìn)으로 발음되는 한자어 金을 앞에 붙인 것이다. 그리고 达莱 또는 达来는 중국어로 dálái로 발음되어 dádá로 발음되는 달달(达达)이나 달단(鞑靼)과는 좀 다르지만 dála로 발음되는 달라향의 달라(哒啦)와는 매우 비슷하다. 이 추론을 더 진행하여 정리하면 압록강 넘어 만주지역에 살던 우리 민족들이 달라 또는 달달이라고 현지 이름으로 부르던 산진달래의 이름을 남쪽에서는 산진달래와 매우 유사한 진달래를 보고서 그대로 따르다가 변하여 달래라고 불렀는데 나중에 이를 연달래인 철쭉 그리고 수달래인 산철쭉 등과 구분하기 위하여 특별히 진달래라고 하였던 것이다. 그리고 이 진달래라는 이름이 역으로 북쪽으로 되돌아 가서 만주에 사는 조선족들이 모두 진달래라고 부르는 것을 보고 중국에서 발음 그대로 표기한 것이 金達莱 또는 金達來라고 할 수 있다. 다만 만주 동포들은 구분 없이 진달래라고 하지만 주로 산진달래를 지칭한다는 점이 남쪽과 다른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지금도 중국 동북지방에서는 산진달래를 달달향화(哒哒香花)라고 많이 부른다. 그 달달이나 달라에서 달래로 변한 것이 아닌가 한다. 

일본 자생 산진달래

이 수종이 극동러시아와 몽고 그리고 중국 동북 및 우리나라 함경도와 평안도에서만 자생하는 것이 아니고 바다 건너 일본 홋카이도에서도 자생하는데 일본에서는 홋카이도의 원주민인 아니누족 또는 홋카이도 섬 자체를 이르는 옛이름 에조(エゾ, 蝦夷)에다가 자색 꽃이 피는 철쭉이라는 뜻인 무라사키쯔즈지(ムラサキツツジ)를 합하여 에조무라사키쯔쯔지라고 하며 한자로는 하이자철쭉(蝦夷紫躑躅)이라고 쓴다. 홋카이도 북동쪽 키타미시(北見市)에 있는 무려 28만주나 자생하는 대규모군락지를 천연기념물로 지정하고 있는 일본은 그 외 지역에서는 개체수가 감소하여 준멸종위기종인 VU급으로 지정하여 관리하고 있다. 그리고 일본에는 흰꽃이 피는 변종도 있는데 이를 시로하나(シロバナ, 白花) 에조무라사키쯔쯔지(エゾムラサキツツジ)라고 부르며 변종으로 분류를 하지만 국제적으로 원종에 통합하고 있다. 

 

일본 산진달래인 에조무라사키쯔쯔지
백화 산진달래

산진달래와 진달래의 차이점

그럼 여기서 산진달래와 진달래는 어떤 점에서 비슷하고 어떤 점에서 구분이 되는지 알아보자. 우선 진달래와 산진달래는 진달래속의 약 8개의 아속 중에 진달래아속으로 분류가 된다. 그 다음 진달래아속에서 진달래조로 편성되고 거기서 다시 28개의 아조 중에서 같이 Rhodorastra아조로 최종 분류가 된다. 그 아조에는 전세계적으로 모두 변종 포함 4종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그 중에서 극동 러시아 원산 한 종을 제외한 3종이 우리나라에도 자생한다. 산진달래와 진달래 그리고 진달래의 변종인 한라산진달래가 바로 그들인 것이다. 그런데 일부 학자들은 진달래아조를 하나의 독립된 아속으로 승격시켜 분류하기도 한다. 중국이 그런 경우인데 중국에서는 이를 영홍두견아속(迎红杜鹃亚属)으로 분류하는 것이다. 이 아조의 특징으로는 신엽이 화아 아래 엽액에서 나오고 잎에 인편이 있고 낙엽성 또는 반상록성이며 화서가 가정생화아 또는 화아 아래 엽액에서 나오는 것을 들 수 있다.

 

산진달래와 진달래의 차이점은 우선 진달래는 낙엽이고 산진달래는 반상록이라는 점이다. 그리고 산진달래의 잎은 혁질에 가깝고 끝이 둔한 원형이며 앞면에는 광택이 나고 뒷면에 인편이 매우 밀접하게 겹치거나 가깝게 밀집하여 있다. 그리고 문지르지 않더라도 건드리기만 하여도 향기가 난다. 하지만 진달래는 잎이 얇고 끝이 뾰족하거나 점차 뾰족해진다. 그리고 잎 뒷면에 인편이 있지만 드문드문하게 있고 향기 따위는 없다는 점이 다르다. 꽃은 외형상 모양으로는 구분이 어려운데 다만 화관의 길이가 산진달래는 1.3~2.3cm로 2.3~2.8cm인 진달래에 비하여 짧다. 즉 산진달래의 꽃이 진달래보다 작다는 뜻이다. 그리고 자생지는 산진달래는 우리나라 북단과 그 위쪽 중국 동북지역과 시베리아 그리고 몽고와 일본 홋카이도 등 그야말로 극한지역인 반면에 진달래는 산진달래 자생지인 극한지역을 포함하면서도 보다 온난한 중국 하북성 산동성 강소성 등 상해 이북지역에까지 분포하며 우리나라도 한반도 거의 전역에 분포를 한다는 점에서 그 분포 지역이 광범위하다. 대개 같은 수종이라도 온난한 지역에서는 상록이 되면 극한 지역에서는 낙엽수가 되는 것이 일반적인데 이 경우는 진달래는 낙엽성이고 오히려 극한 지역에 분포하는 산진달래가 반상록이라는 점이 흥미롭다. 이 산진달래를 상록이 아닌 반상록이라고 표현하는 이유는 꽃이 진 다음 기존 잎이 떨어지고 새 잎이 나오기 때문에 전년도에 나온 기존 잎은 겨울을 지나면서 거의 떨어져 나가고 꽃이 한창 개화할 때쯤에는 새 잎은 아직 나오기 전이라서 때로는 꽃만 보이는 경우가 있기 때문이다.

참꽃인 진달래는 낙엽수라서 개화기에 잎이 없다.
상록수인 산진달래는 개화기 잎이 남아 있다.
참꽃인 진달래 잎은 얇고 끝이 뾰족하다.
산진달래 잎은 끝이 뭉텅하고 근혁질이다.

산진달래의 가치

진달래꽃과 거의 구분하기 어려운 산진달래의 꽃은 개개 꽃을 뜯어다 보면 사실 누가 봐도 그렇게 아름다운 꽃은 아니다. 그런데도 이들은 무리 지어 자라는 특성이 있는데다가 이른 봄에 꽃을 피우기 때문에 겨울이 가고 봄이 왔음을 알리는 신호로 받아들여져 사람들에게 사랑을 받는 것이다. 오죽하면 온 산을 붉게 물들인다고 중국에서는 만산홍(滿山紅)이나 영산홍이라는 이름이 붙었겠는가? 게다가 산진달래의 잎에서는 스치거나 바람만 불어도 강한 향기가 나므로 달자향이니 달달향 또는 달라향이니 하는 이름이 붙은 것이다. 그래서 진달래속에서 가장 강한 향을 포함하고 있다는 평을 듣는 그 잎을 재료로 향정(香精)이나 방향유(芳香油)를 제조하였다고 한다. 잎에는 트랜스 카리오필렌 성분이 있어 정향이나 후추와 같은 향이 나기도 하지만 이 성분의 작용으로 치료효과가 있는 것이라고 한다. 따라서 약재로 쓰임새가 많은데 가을이나 겨울에 잎을 채취하여 말려서 지해(止咳) 거담(祛痰) 급만성기관지염(急慢性支管炎) 및 해수(咳嗽)의 치료 약으로 쓰며 뿌리는 수시로 채취하여 장염이나 이질 약으로 쓴다고 한다. 중국에서는 약재명을 주로 만산홍(滿山紅)이라고 한다. 그리고 심지어는 줄기와 열매에는 탄닌성분이 있어 접착제의 원료로 사용하므로 나무 전체가 유용하지 않은 부분이 없는 것이다. 그래서 산진달래와 진달래가 모두 자생하는 중국 동북지방에서 金達莱(진달래)라고 하면 우리가 아는 진달래보다는 주로 이 산진달래를 일반적으로 지칭하게 된다. 그만큼 진달래보다는 쓰임새도 많고 잎도 아름답고 향기로우며 가지가 곧게 길게 자라는 진달래에 비하여 다소 휘어져 자라므로 수형도 아름다워 인기가 높은 편이다.

 

일찍이 유럽에 전래된 이 산진달래는 이미 1780년대에 영국 정원에서 재배가 되었다고 하는데 거기서는 매우 이른 봄 주변에 아무런 꽃이 없을 때 핑크색 또는 자적색 꽃을 피우므로 인기가 높다. 대부분 혹한 지방인 원산지에서는 개화기기 5~6월인데 반하여 온난한 기후의 영국 정원에서는 1~3월에 꽃이 핀다고 한다. 게다가 내한성이 매우 강하여 재배할 수 있는 수종이 제한된 유럽 최북단 지역에서도 마음놓고 노지에 재배할 수 있는 수종이라서 인기가 높다. 따라서 일부 원예종은 영국 RHS의 대상인 AGM을 진즉에 수상한 바 있고 이 수종과 미국고원만병초를 결합하여 탄생한 교잡종 PJM만병초는 세계적으로 인기가 높은 품종으로서 국내에도 최근에 도입되어 보급되고 있다. 산진달래는 우리나라의 경우 당초에는 함경남도과 평안북도에서만 발견된 것 같으나 나중에 제주도와 강원도 설악산과 태백산 심지어는 속리산에서도 표본에 채취되었다는 보고도 있다. 정말 남한에 자생지가 확인된다면 산진달래의 남방한계선이 되는 것이 아닌가 한다. 산진달래에도 여는 진달래속과 마찬가지로 그레이ㅇ나노톡신이라는 독성분이 포함되어 있어 동물뿐만 아니라 사람에게도 식용은 위험하다. 그래서 그런지 중국에서는 이를 화전 등으로 식용한다는 이야기는 없다. 그런데 우리 참꽃인 진달래도 독성이 있기는 마찬가지인데 그 꽃을 우리는 오랫동안 화전(花煎) 등으로 식용해 왔다. 그렇다면 원래 둘 다 독성이 있지만 산진달래도 진달래와 마찬가지로 꽃에는 독성이 없어 화전으로 식용이 가능하지만 중국에서 시도를 하지 않은 것인지 아니면 둘 다 독성은 있지만 우리가 모르고 식용해 왔지만 소량이라서 문제가 없었는지는 모르겠다.

 

미국에서는 이른 봄에 개화한 산진달래에 벌새가 찾아 든다고 매우 좋아한다.

 

등록명 : 산진달래

학   명 : Rhododendron dauricum L

분   류 : 진달래과 진달래속 반상록 관목

그   룹 : 로도덴드론, 두견(진달래)아속

원산지 : 우리 자생종, 중국 동북, 몽고, 극동 러시아, 일본 홋카이도

중국명 : 흥안두견(兴安杜鹃), 달자향(达子香) 등

일본명 : 에조무라사키쯔쯔지(蝦夷紫躑躅)

수   고 : 0.5~2m

잎특징 : 1~5 x 1~1.5cm, 근혁질, 둔원, 양면 인편

꽃특징 : 1~4송이, 선엽개방, 분홍색, 자홍색, 화관 1.3~2.3cm길이 외면 무인편

수  술 : 10개, 화관대비 단

자  방 : 5실, 인편 밀생

화  주 : 자홍색, 매끈, 화관대비 장

개화기 : 5~6월

내한성 : 영하 329 ~ 40도

특  기 : 유독식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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