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목탐구이야기

진달래과 진달래속/두견(진달래)아속

1431 폭장만병초 - 꽃이 폭죽을 닮은 중국 원산 폭장화(爆杖花)

낙은재 2021. 6. 5. 14:43

폭장만병초
폭장만병초
폭장만병초

우리나라 국표식에 중국 원산 학명 Rhododendron spinuliferum Franch.인 진달래속 관목이 폭장만병초라고 등록되어 있다. 이는 원산지 중국의 이름인 폭장화(爆杖花)를 그대로 따른 것으로 보이지만 약간 아쉽다. 중국에서 폭장(爆杖)이란 포장(炮仗)과 포죽(炮竹) 그리고 편포(鞭炮) 및 폭장(爆仗)과 더불어 폭죽(爆竹)을 지칭하는 여러 말 중 하나인데 우리나라에서는 폭죽 외에 다른 말은 거의 쓰지 않는다. 따라서 이 경우는 그냥 폭죽만병초라고 해야 이해하기 쉬운 것이 아닌가 싶다. 폭죽은 중국에서는 현재도 설날 등 전통 명절이나 결혼식 및 각종 축제와 행사장에서 터트리는 2000여 년의 역사가 있는 전통 민속 풍습으로 요즘은 대부분 종이 통에 화약을 넣어서 공중에서 터트려서 소리와 불꽃이 나게 하는 것이다. 하지만 화약과 종이가 없을 때부터 시작되었는데 초창기에는 대나무를 태워서 터지게 하여 역신(疫神)을 쫓아내는 데서부터 시작되었다고 한다. 그래서 대나무가 터진다고 폭죽(爆竹)이라고 한 것이다. 중국 사천성과 운남성의 해발 1,900~2,500m 고지대에서 자생하는 이 수종은 길쭉한 통모양의 꽃이 여러 개 달린 모습이 마치 폭죽을 연상시키기에 중국에서 폭장화(爆杖花)라고 하는데 꽃이 너무 촘촘하게 붙어서 핀다고 밀통화(密通花)라고도 한다. 여느 진달래속 수종들과는 달리 xx두견이라고 하지 않는 것을 보면 이 수종은 워낙 그 꽃모양이 특이하여 중국에 식물분류학이 도입되기 전부터 폭장화로 불리고 있었음을 시시하고 있다.

 

꽃이 폭죽의 이런 모습을 닮았다는 것이다.

중국에는 폭죽과 관련된 이름을 가진 식물들이 더러 있는데 그 중 일부에 대하여 간단하게 알아보고 가자. 하나는 앞 990번 게시글에서 다룬 남미 브라질 등이 원산지인 우리나라 등록명 피로스테기아 베누스타로서 학명이 Pyrostegia venusta (Ker Gawl.) Miers인 능소화과 상록 목본성 덩굴식물인데 이 수종의 꽃이 폭죽을 닮았다고 중국에서 포장화(炮仗花) 또는 편포화(鞭炮花)라고 부르는 것이다. 포장과 편포는 서두에서 언급한 바와 같이 모두 폭죽을 지칭하는 말이다. 그리고 또 다른 하나는 중국에서 폭장죽(爆仗竹), 포장죽(炮仗竹) 또는 폭장화(爆仗花)로 불리는 멕시코 등 중앙아메리카 원산의 질경이과 학명 Russelia equisetiformis인 식물인데 국내 미등록종인 이 상록 반관목을 우리나라 시중에서는 폭죽초(爆竹草)라고 부르며 주로 화분용으로 유통된다. 여기서 폭장 포장 모두 폭죽을 의미하여 결국 3개의 식물 꽃모양이 매우 비슷하여 모두 폭죽이라는 이름을 가지고 있는 셈이다. 하지만 식물 분류학적으로는 각각 진달래과와 능소화과 그리고 질경이과로 분류되어 서로 거리가 멀다.

중국에서 포장화(炮仗花) 또는 편포화(鞭炮花)라고 불리는 피로스테기아 베누스타(능소화과)
중국에서 폭장죽(爆仗竹), 포장죽(炮仗竹)으로 불리는 폭죽초(질경이과)

이 폭장만병초도 앞 게시글에서 다룬 액화만병초와 쇄미만병초와 마찬가지로 중국 광동에서 선교활동을 하던 파리 선교회 소속 프랑스 신부이자 유명한 식물채집가인 Père Jean-Marie Delavay(1834~1895)가 서양인 최초로 발견한 것이다. 그가 1891년 운남성 통해(通海)현에서 채집한 표본을 대상으로 파리 자연사박물관 소속 식물학자이던 Adrien René Franchet(1834-1900)가 1895년에 명명한 것인데 종소명 spinuliferum은 작은 가시털이 있다는 뜻이다. 실제로 이 폭장화의 잎 가장자리에 짧고 뻣뻣한 단강모(短剛毛)가 있다. 그런데 진달래속 중에서는 매우 특이하게 관모양의 꽃이 피는데도 종소명이 잎 가장자리 짧은 털을 특징으로 삼아서 명명한 것은 이 수종을 2월에 발견하였기에 꽃이 피는 모습을 보지도 못하고 표본에도 당연히 없었으므로 명명자는 알 수가 없었던 것이다. 만약 개화기에 표본이 채집되었다면 아마 다른 이름이 붙었을 것이라는 것이 개인적인 생각이다. 실제로 이 수종은 영어권에서 일반적으로 Firecracker Rhododendron이라고 즉 폭죽두견화라고 불리어 서양인들의 눈에도 꽃이 폭죽을 닮은 것으로 보인다는 것을 시사한다.

 

그러나 이와 비슷하게 튜브형 꽃이 피는 진달래가 이 수종만 있는 것은 아니다. 중국 티벳과 부탄 인도 등지가 원산지인 Rhododendron keysii도 그런 비슷한 모양의 꽃이 피는데 중국명이 아예 관모양 꽃이 핀다고 관화두견(管花杜鹃)이다. 하지만 이 관화두견은 진달래속에서 같은 두견아속으로 분류되지만 폭장만병초와는 다른 아조로 분류되어 분류학적으로 아주 가까운 사이는 아니다. 그 외에도 찾아보면 홍화야래향(구 엘레간스 야래향)이나 초본인 사르비아(샐비어) 등도 폭죽을 닮은 면이 있다. 특히 샐비어는 중국에서 폭장홍(爆仗红)이라고도 한다. 이 폭죽만병초는 꽃 그 자체가 매우 아름다운 것은 아니지만 모양이 특이하여 눈길을 끌기에 충분한 데다가 개화기간이 길어 나름대로 인기가 있어 세계적으로 재배하는 정원이 더러 있는 것 같지만 내한성이 영하 15도로 충분하지 않아서 우리나라 중부지방에서는 노지 재배가 불가능하다.

 

꽃모양이 비슷한 히말라야 원산의 관화두견(管花杜鹃)
홍화야래향(좌)와 샐비어(우)도 폭죽을 닮았다. 샐비어는 중국에서 폭장홍(爆仗红)이라고도 한다. 

 

등록명 : 폭장만병초

학    명 : Rhododendron spinuliferum Franch.

분    류 : 진달래과 진달래속 상록 관목

그    룹 : 로도덴드론, 두견(진달래)아속

원산지 : 중국 운남성 사천성

중국명 : 폭장화(爆杖花), 밀통화(密通花)

수    고 : 0.5~3.5m

잎크기 : 3~10 x 1.3~3.8cm

꽃특징 : 산형, 2~4송이, 통모양, 1.5~2.5cm, 주홍색, 등홍색

수    술 : 10개, 부등장

개화기 : 2~6월

내한성 : 영하 15도

 

폭장만병초
폭장만병초 - 두견(진달래)아속답게 잎자루와 잎뒷면에 인편이 많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