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가솔송의 학명 Phyllodoce caerulea (L.) Bab.는 원래 린네에 의하여 1753년 장지석남속인 Andromeda caerulea L.로 명명되었던 것을 1843년 영국 식물학자 겸 고고학자인 Charles Cardale Babington(1808~1895)이 가솔송속으로 변경하여 재명명한 것이다. 속명 Phyllodoce는 그리스 신화 속 바다의 요정 중 하나의 이름이고 종소명 caerulea는 어두운 청색을 뜻하는데 이 수종의 꽃이 처음 자색으로 피었다가 점차 푸르스름한 분홍색으로 변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가솔송이 북반구 아한대지역 고산지대에서 주로 자생하기 때문에 서양에서는 purple mountain heather 또는 blue mountain heath라고 부른다. 유럽에서는 아일랜드와 러시아 북부 또는 스코틀랜드 고산지대에서 발견되며 우리나라도 마찬가지로 최북단 백두산을 위시한 함경도 고산지대에서 발견되고 일본의 경우도 홋카이도와 혼슈 동북지방 고산지대에서 무리 지어 자란다고 한다. 그리고 서울농대 전신인 수원농전에서 오랫동안 교수로 재임했던 일본인 식물학자 우에끼(植木秀幹)박사가 함남 차일봉(遮日峯)에서 발견한 흰 꽃이 피는 품종에다가 Phyllodoce caerulea for. albida Uyeki라는 학명을 1939년에 부여하고 국명을 흰가솔송이라고 하였으나 현재는 원종인 가솔송에 통합되었다.

그럼 이제부터 우리 이름 가솔송의 유래에 대하여 알아보자. 국표식에 등록된 가솔송이라는 이름은 1942년 정태현선생의 조선삼림식물도설에 근거한다. 그런데 그 유래를 아무도 모른다고 한다. 정태현(1882~1971)선생의 제자라는 분도 모르고 그 누구도 모른다. 이게 말이 되나 싶다. 정태현선생이 어디 고려시대 사람인가? 정말 황당하다. 가솔송이란 말은 어감상 한자어일 것 같은데 어느 국어사전에서도 한자어로 쓰지 않는다. 그런데 여러 정황상 우리나라 울릉도에서도 발견되는 상록 침엽 교목인 솔송나무와 관련이 있는 것은 분명해 보인다. 실제로 잎이 서로 많이 닮기도 하지만 그 당시 일본에서 식물분류학을 배운 우리 학자들이 일본에서 그런 맥락으로 솔송나무와 관련지어서 부르므로 따라서 명명한 것이 분명해 보인다. 그런데 일본에서는 키가 30m까지도 자라는 소나무과 상록 교목인 솔송나무를 솔송이라고 하지 않고 츠가(ツガ)라고 하고 한자로는 자기들이 만든 글자인 모(栂)로 쓴다. 그리고 이 가솔송은 잎은 츠가(栂)를 닮고 꽃의 색상은 벚꽃을 닮았다고 츠가자쿠라(ツガザクラ)라고 하고 한자로는 모앵(栂桜)이라고 쓴다. 따라서 우리도 솔송나무를 닮았지만 진짜 솔송나무는 아니라는 뜻에서 가솔송이라고 한 것으로 추정된다. 이렇게 되면 이제는 그 솔송이라는 침엽수의 이름이 도대체 어디서 온 말인지가 매우 궁금한데 이걸 아무도 모른다는 것이다.
울릉도에 이런 키가 큰 침엽수가 있다는 것이 조선조 정조시절에 이미 파악되어 보고가 되었다는데 그 당시 기록에는 회(檜)로 표기되어 있다고 한다. 우리나라에는 울릉도에서만 솔송나무가 발견되지만 중국과 일본에서는 솔송나무속 즉 Tsuga속 수종들이 제법 흔하게 분포하는데 중국에서는 이를 철삼(铁杉)속이라고 하고 일본에서는 츠가(ツガ)속이라고 하고 한자어로는 모(栂)속이라고 한다. 바로 일본 이름 츠가(ツガ)에서 속명 Tsuga가 온 것이다. 따라서 솔송이라고 하는 것은 중국과 일본에는 없는 우리 독창적인 이름인데 다만 왜 이렇게 부르는지를 몰라서 일부에서는 설송(雪松)에서 와전되었다거나 아니면 소나무 가운데서 우뚝 자라서 소나무를 거느린다고 솔송(率松)이라는 등의 주장이 있기는 하다.




여기에 또 하나의 가설을 추가한다면 그렇게 합리적으로만 추정할 것이 아니라 그저 단순 무식하게 솔송나무의 일본 이름이 옥편에도 없는 한자어인 모(栂)로 표기되어 있는 것을 보고서 이게 무슨 글자냐고 논란하다가 솔 송 자와 같은 의미라고 누가 답하자 그냥 솔송나무라고 붙인 것일지도 모른다는 다소 엉뚱한 생각이 든다. 실제로 현재 네이버 사전에서는 栂를 소나무 모 자로 풀이하고 있다. 워낙 초창기에 황당한 식물이름들이 더러 있었던 터이기에 말이다. 중국의 오구(烏桕)가 우리나라에 와서 오구(烏口)가 되었다가 다시 조구(鳥口)나무가 된 것이나 중국의 계시등(鸡屎藤)이 우리나라에 와서 계뇨등(鷄尿藤)으로 변하고 육박나무의 표피장(豹皮樟)이 시피장(豺皮樟)으로 변하는 등의 사례들 말이다.
중국에서도 가솔송이 길림성 장백산(백두산)과 내몽고의 대흥안령 그리고 신강의 알타이산맥에서만 자생하는 희귀식물로서 국가3급보호식물로 지정하여 관리하고 있다. 중국에서는 가솔송을 송모취(松毛翠)라고 한다. 송모란 솔잎을 말하는데 가솔송의 잎이 솔잎같이 생겼고 꽃에서 푸른 빛이 비치기 때문에 붙인 이름으로 보인다. 전세계에 분포하는 가솔송속 7개 원종과 2개의 교잡종 중에 무려 3개의 원종과 1개의 교잡종이 자생하는 일본에서는 연한 분홍색 꽃이 피는 학명 Phyllodoce nipponica Makino로 표기되는 일본 고유종을 츠가자쿠라(ツガザクラ, 栂桜)이라고 하고 우리 가솔송 즉 Phyllodoce caerulea는 주로 홋카이도에서 자생한다고 에조노츠가자쿠라(エゾノツガザクラ, 蝦夷の栂桜)라고 부른다. 그 외에도 일본에는 녹색 꽃받침에 연한 황록색 꽃이 피는 학명 Phyllodoce aleutica인 아오노츠가자쿠라(アオノツガザクラ, 青の栂桜)와 홍록색 꽃받침에 백색 또는 담홍색, 담록색 꽃이 피는 학명 Phyllodoce alpina인 오오츠가자쿠라(オオツガザクラ, 大栂桜)라는 교잡종도 있다. 일본에서도 에조노츠가자쿠라 즉 가솔송은 개체수가 많지 않아서 멸종위기종으로 지정하여 관리하고 있다. 하지만 가솔송은 유럽과 러시아 알래스카 등 북반구 한랭지역에 널리 분포하는 수종이므로 결코 세계적인 희귀식물은 아니다.




그런데 이 일본의 에조노츠가자쿠라(エゾノツガザクラ, 蝦夷の栂桜)가 국내에 도입되어 에조가솔송이라는 한일 잡탕식 이름으로 유통되고 있는 것 같다. 일부 업체에서는 에조도 아닌 애조나 아조 또는 아소가솔송이라고 이름을 붙이고 판매하는데 실물도 가솔송뿐만 아니라 앞에서 다룬 다보이키아 칸타브리카도 섞여서 같은 이름으로 유통되는 것으로 판단된다. 꽃 모양이 비슷하기는 하지만 이 둘을 구분하는 가장 간단한 포인트는 꽃차례이다. 다보이키아 칸타브리카는 총상화서이므로 중심 화축에 꽃자루가 하나씩 차례차례 나오면서 꽃이 피지만 가솔송은 산형화서이므로 가지 끝 하나의 지점에서 긴 꽃자루 2~6개가 각각 올라와서 꽃이 피므로 쉽게 구분이 된다. 그리고 꽃받침도 다보이키아 칸타브리카는 4개로 갈라지지만 가솔송은 5개로 갈라진다는 점도 다르다.


가솔송은 실제로 우리 남한에서는 발견되지 않고 북한에서만 발견되는데 백두산 등 해발 1,500~2,300m 되는 돌이 많은 지대에서 주로 분포하며 과거에는 함경북도이었지만 지금은 양강도에 속하는 삼지연이 주 자생지라고 한다. 네이버에서 검색되는 2008년 남북한 공동으로 편찬한 조선향토대백과에 의하면 아래와 같이 묘사하고 있다. 즉 원산지인 북한의 자료라고 보면 되겠다.
상록(常綠) 아관목(亞灌木)이다. 뿌리는 목질(木質)이다. 줄기는 옆으로 누워 엇비스듬히 자라며 높이 10cm 정도이고 가지를 배게 친다. 잎은 빽빽이 호생(互生)하고 선형(線形) 또는 피침형(鈹針形)이며 길이 3~8mm, 너비 1mm이고 변두리는 뒤로 젖혀지며 거치(鋸齒)가 있다. 잎 표면의 가운데는 한 줄의 오므라진 홈이 있으며 심녹색이고 윤기가 난다. 꽃은 숙지(宿枝) 끝에 몇 개씩 나서 내리 드리워 핀다. 화경(花梗)에는 선상모(線狀毛)가 나며 아래쪽에 포(苞)가 있다. 꽃받침은 길이 4~5mm이며 5갈래로 갈라지고 열편(裂片)은 좁은 피침형인데 끝은 뾰족하고 선상모가 있다. 화관(花冠)은 난상(卵狀)의 호형(壺形)이며 자홍색이다. 암술대는 가늘고 오래 붙어 있다. 열매는 삭과(蒴果)이며 둥글고 끝에서 갈라져 벌어진다. 씨는 황색이며 길이는 1mm 정도이다. 꽃은 7~8월에 피고 열매는 9~10월에 익는다.
그러니까 가솔송이 우리 자생종이라고 관심이 높지만 실제로 시중에서 유통되는 대부분의 가솔송은 북한산이 아닌 에조노츠가자쿠라라는 일본 홋카이도(에조) 원산이라는 안타까운 이야기이다. 에조(蝦夷)는 일본 홋카이도(北海道)의 옛 이름이다. 가솔송은 일본 홋카이도와 우리나라 백두산이 남방한계선이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내한성이 매우 강한 수종인 데다가 수형이 아담하게 예쁘고 가지가 무성하고 꽃 색상이 아름다운 분홍색으로 전체적으로 아름다워 관상용으로 가치가 높다고 평가를 받는다. 하지만 비슷한 고산식물인 백산차나 황산차와 같이 차로 마시거나 약으로 쓴다는 이야기는 어느 나라에도 없다.
등록명 : 가솔송
이 명 : 흰가솔송(통합)
학 명 : Phyllodoce caerulea (L.) Bab.
이 명 : Phyllodoce caerulea for. albida Uyeki
분 류 : 진달래과 가솔송속 상록 소관목
원산지 : 백두산 함경도 고산지대, 일본, 중국, 북반구 아한대지역
영어명 : blue mountain heath, purple mountain heather
중국명 : 송모취(松毛翠)
일본명 : 에조노츠가자쿠라(エゾノツガザクラ, 蝦夷の栂桜)
높 이 : 5~15cm 최대 25cm
잎특징 : 5~14mm x 1~2mm, 호생
꽃차례 : 산형화서 정생 2~6송이
꽃자루 : 세장, 홍색, 장선모, 화시 2cm, 과시 4cm
꽃받침 : 자홍색, 5심렬, 3~5.5mm, 선모
꽃특징 : 꽃잎 5, 호형, 홍색, 자근색, 백색, 7~11mm
수 술 : 10개
열 매 : 삭과 근구형 3~4mm, 8월 성숙
개화기 : 6~7월
용 도 : 관상용
내한성 : 영하 40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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