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목탐구이야기

진달래과/산앵도나무아과

1686 들쭉나무 – 들쭉술로 유명한 산앵도나무속의 모식종

낙은재 2022. 1. 17. 14:54

들쭉나무

 

들쭉나무는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나무는 아니지만 그 이름은 웬만한 사람들은 다 들어봤을 것이다. 그 열매를 먹어봤다는 사람은 드물어도 워낙 들쭉술이 백두산 특산으로 남북한 정상회담에 북한측에서 접대하는 자리에 올라오는 단골 메뉴로서 맛이 좋기로 유명한 북한 최고의 명주라고 알려져 있기 때문일 것이다. 김일성 일가가 가장 좋아하는 술이라느니 남자가 마시면 신선이 되고 여자가 마시면 선녀가 된다는 수식어까지 붙어 있어 관심이 가지 않을 수가 없다. 귀한 대접을 받는 만큼 북한에서도 흔한 수종은 아닌지 백두산 일대 들쭉나무군락은 북한 천연기념물로 지정되어 있다고 한다. 게다가 고구려 장수가 사냥을 나갔다가 길을 잃어 굶어 죽기 직전에 적자색 열매를 발견하여 정신 없이 뜯어 먹고서 그 기운에 취하여 2~3일 간의 깊은 잠에서 깨어나 보니 원기가 돌고 기운이 솟아나 무사히 돌아온 다음 들판에서 나는 죽이라고 들죽이라고 불렀다는 전설까지 북에서는 회자된다고 한다. 지금 현재도 북한에서는 들쭉이 눈을 밝게 하고 관절 부종에 좋으며 고혈압과 중풍을 치료하고 위와 장에 좋으며 심지어는 치매와 암까지도 예방한다고 알려져 있다. 이쯤 되면 누구나 들쭉이라는 신비한 열매가 달리는 들쭉나무가 민족의 영산(靈山)인 백두산 주변에서만 자생하는 북한 특산 진귀한 식물이겠거니 하고 생각하게 된다.  

 

하지만 실상은 전혀 그렇지 않다. 들쭉나무는 남한에만 하여도 강원도와 한라산 그리고 지리산 고지대에서도 발견된다. 그리고 이웃 일본은 홋카이도와 혼슈 중부이북 고산지대에서 자생하며 중국의 경우는 장백산(백두산)지구 외에도 대흥안령북부인 내몽고와 흑룡강성에서 자생한다. 그리고 한중일에서만 자생하는 것이 아니다. 극동 러시아를 포함한 러시아 북부 한랭한 지역 전부에서 자생하고 유럽의 경우는 기후를 가리지 않고 남부를 포함한 거의 전지역에 분포하며 그린란드를 거쳐 캐나다에서도 서식하며 미국은 한랭한 북부는 물론 온난한 서부 캘리포니아에까지 자생지에 포함되어 전세계적으로 매우 광범위하게 분포하는 매우 흔한 수종 중 하나이다. 그래서 그런지 이 들쭉나무는 식물분류학적으로 산앵도나무속 즉 Vaccinium속의 대표격인 모식종이 된다. 그러니까 우리는 백두산 인근과 같이 주로 추운 지역에서만 자생한다고 생각하기 쉬우나 기후가 우리나라 중부지역보다 온난한 유럽의 남쪽인 프랑스와 스페인 및 코카서스지방과 미국 캘리포니아와 유타주에서도 분포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원래 아한대수종이므로 남쪽에서는 반드시 높은 고산지대에서만 자생한다. 그래서 남한의 경우 한라산과 지리산 및 설악산의 고지대에서만 발견되며 유럽의 경우 피레네산맥과 알프스 및 코카서스산맥에서 발견되며 미국의 경우 시에라네바다산맥과 록키산맥에서 발견되는 것이다.

 

들쭉나무는 북위 40도 이북 거의 전지역에 분포한다.

 

그러나 남쪽이나 저지대에서 자생하거나 재배하는 경우 열매가 제대로 달리지 않는다는 특징을 보인다고 한다. 그래서 북한에서는 원래 최소한 북위 40도 이북은 되어야 제대로 열매가 수확되는 것을 품종 개량을 통하여 그 이남 황해도에서도 그리고 해발 600m이하의 저지대에서도 재배할 수 있는 품종을 개발하였다고 최근에 바로 두 달 전인 2021. 11. 17일 발표한 바도 있다. 그렇다면 들쭉술의 원료인 들쭉은 결코 북한 특산물이 아니며 북반구 전세계 아한대지역 거의 모든 지역에서 자생하지만 이 열매를 원료로 술을 제조하는 나라가 흔하지 않으며 하더라도 술을 빚는 기술이 북한이 특별히 뛰어나기에 북한산 들쭉술의 품질과 인기가 높은 것이라고 봐야 될 듯하다. 1961년 양강도 혜산시에 설립한 들쭉술 공장을 김일성이 두 번이나 방문하고 프랑스 꼬냑이나 스카치 위스키 같은 세계적인 명주를 생산하라고 독려하였다니 그 지원이 오죽하였을까 싶다.  

 

백두산들쭉술

 

유럽에서는 이 들쭉나무가 거의 전 국가에서 보편적으로 자생하기에 린네가 1753년에 식물분류학을 창설할 당시 Vaccinium 즉 산앵도나무속으로 분류하여 최초로 명명한 12종 중에 하나로 당연히 포함된다. 아마 이 들쭉나무와 국내에 유럽블루베리라고 등록된 Vaccinium myrtillus를 표준으로 삼아서 속을 구성한 것으로 보인다. 그래서 일부에서는 Vaccinium myrtillus L.이 이 속의 모식종이라고 하고 일부에서는 들쭉나무인 Vaccinium uliginosum L.이 모식종이라고 한다. 둘이 비슷하여 둘 다 영어로는 bilberry라고 불리는 공통점이 있지만 둘이 약간 다른 점이 있어 같은 조(組) 즉 section으로 분류되지는 않는다. 속명 Vaccinium은 고대 라틴어로 bilberry를 부르던 이름이라고 하므로 들쭉나무와 유럽블루베리 둘 다에 해당이 된다. 들쭉나무의 종소명 uliginosum는 습지에서 자란다는 뜻으로 들쭉나무가 주로 낙엽송림 아래 산비탈이나 고원지대 또는 습지에서 잘 자라기 때문이다. 그래서 일반 영어로는 유럽블루베리를 그냥 bilberry 또는 common bilberry라고 하고 이 들쭉나무를 습지 빌베리라고 즉 bog bilberry라고 부른다. 이걸로 봐서는 당초에는 유럽블루베리를 모식종으로 삼은 것으로 판단된다. 그리고 빌베리 즉 bilberry는 최소한 1577년 이전부터 스칸디나비아반도에서 이 수종들을 부르던 이름이라고 한다.

 

서양에서는 산앵도나무속 수종들의 열매를 그냥 대충 부르는 것이 아니라 그 특성을 구분하여 영어로 빌베리 블루베리 크랜베리 링곤베리 등으로 세분하여 부르는데 그 중 bilberry는 들쭉나무와 유럽블루베리 열매 외에도 우리 자생종 모새나무나 도입종 캄차카월귤도 그렇게 부른다. 그 반면에 건강에 좋고 맛이 좋아 세계적으로 널리 식용으로 보급되는 우리에게 친숙한 이름 블루베리는 좁은 의미로는 미국에서 20세기 초에 농업용 재배를 목적으로 품질이 개량된 원예품종을 말한다. 그 원종으로는 캐나다 동부와 미국 동남부가 원산지인 하이부시(high bush) 블루베리로 불리는 Vaccinium corymbosum이 주로 사용되었다. 그 외에도 캐나다와 미국에서 자생하는 로우부시(low bush) 블루베리로 불리는 바닥을 기면서 자라는 수종들을 포함한 10여 수종들을 블루베리 즉 blueberry라고 통칭하는데 이들은 모두 산앵도나무속에서 Sect. Cyanococcus으로 분류되는 공통점이 있다. 넓은 의미의 블루베리는 시아노코쿠스조에만 국한하지 않고 다른 조의 유사한 수종들도 포함하는데 거기에는 Korean blueberry로 불리는 우리 자생종 산앵도나무와 Japanese blueberry로 불리는 정금나무도 포함이 된다. 그렇게 되면 국제적으로는 정금나무에 통합된 지포나무도 당연히 블루베리의 범주에 포함되게 된다. 다시 정리하자면 국내 등록된 수종 중 좁은 의미의 블루베리는 블루베리 원예품종들과 로우부시블루베리 두 종 외에는 없다. 그리고 넓은 의미의 블루베리에는 산앵도나무와 정금나무(지포나무 포함)가 추가되는 것이다.

 

그 외에도 들쭉나무와 유럽블루베리도 넓은 의미의 블루베리에 포함되는 경우도 가끔 본다. 그래서 들쭉나무인 Vaccinium uliginosum는 식용 블루베리가 북아메리카 동부에 분포하는 것과는 달리 북미 서부에 분포한다고 western blueberry로 불린다. 그리고 국명 유럽블루베리인 Vaccinium myrtillus는 European blueberry로 불리기도 한다. 그래서 우리나라 등록명도 유럽블루베리인 것이다. 이 경우에는 식용 블루베리인 Vaccinium corymbosum은 American blueberry라고 상대적으로 구분하여 부르기도 한다. 물론 들쭉나무와 유럽블루베리의 열매도 색상이 블루 계통인 것은 맞지만 이들은 blueberry가 아닌 bilberry로 불러야 정확한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blueberry라고 불리는 이유는 bilberry의 어원인 스칸디나비아에서 부르는 이름 blåbär를 영어로 번역하면 바로 푸른 열매 즉 blue berry가 되기 때문이다. 그래서 두 용어가 엄격하게 구분되지 못하고 일반인들이 혼용하여 사용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bilberry와 blueberry는 몇 가지 점에서 차이점을 보인다. 다만 이들 차이점은 bilberry의 대표격인 유럽블루베리와 식용 블루베리를 주로 비교한 것이므로 들쭉나무와는 약간 다른 점이 있다. 

 

우선 빌베리는 비전환성 과일 즉 non-climacteric fruit이라서 수확한 다음에 큰 변화가 없으므로 완전하게 익은 다음에 수확하는 것이 좋지만 블루베리의 경우는 climacteric fruit 즉 전환성과일의 특성을 가지고 있으므로 수확기를 잘 선정하여야 한다는 점이다. 그리고 빌베리 특히 유럽블루베리의 열매 꼭지 반대쪽은 매끈한 원형이지만 블루베리는 꽃받침이 끝까지 숙존(宿存)하여 5조각으로 별모양 등이 뚜렷하게 나타난다는 점이 다르다. 빌베리는 열매가 하나 또는 둘이 모여서 달리지만 블루베리는 여러 개가 모여 송이로 달린다는 점이 다르고 블루베리는 빌베리보다는 상록인 경우가 많고 키가 큰 대관목인 경우가 많다. 또한 블루베리의 과육은 투명하거나 희며 향기가 약하지만 빌베리의 경우 암적색 과육에 향기가 매우 강하다. 그래서 빌베리 열매를 따 먹으면 손과 치아가 암적색으로 변하게 된다. 이래서 과거에는 빌베리를 염료로도 썼다고 한다. 그리고 현실적으로 빌베리는 대개 자연산이지만 블루베리는 품종을 개량하여 농장에서 대량으로 재배하고 있다는 점이다. 하지만 예외적으로 북한은 빌베리인 들쭉나무를 품종개량하여 대량 재배하는 것이다.

 

빌베리인 유럽블루베리(좌)와 식용 블루베리(우)는 열매 꼭지 반대쪽 모양이 많이 다르다. 
들쭉나무의 열매인 들쭉은 그 모습이 블루베리와 유럽블루베리의 중간 모습이다.

 

이제 서양에서 들쭉나무를 뭐라고 부르는지에 대하여는 이쯤 알아보고 동양에서는 어떻게 부르는지에 대하여 파악해 보자. 우선 장백산과 대흥안령(大兴安岭)지구에서 자생하는 중국에서는 이를 정명으로 독사월귤(笃斯越桔)이라고 하며 별명으로 그냥 독사(笃斯)라고도 하며 그 외에도 도시(都柿)나 도시(嘟柿)라고도 쓴다. 열매가 통통해서 그런지는 몰라도 도대체 무슨 의미로 도톰하다는 뜻인 笃(독)자가 들어간 이름 독사(笃斯)라고 한 것인지 정확하게 설명하지 않지만 아름다운 감이라는 뜻인 도시(都柿)나 도시(嘟柿)와 더불어 중국 발음이 모두 두시(dushi, dusi)로 비슷하다는 점이다. 그 외 대흥안령에서 부르는 이름 흑두수(黑豆树)는 그야말로 검은 열매가 달린다는 뜻이고 지과(地果)는 키가 작은 나지막한 나무에서 열매가 달린다는 뜻일 것이다. 전과(甸果)와 합당과(蛤塘果) 그리고 용과(龙果)는 모두 습지 초원이나 저수지 주변에서 잘 자라는 습성 때문에 붙은 이름으로 보인다. 전(甸)은 방목지를 뜻하고 합당(蛤塘)은 개구리가 자랄 만한 습지나 못을 뜻한다. 용과는 백두산 천지와 같은 큰 호수에 어울리는 이름이라고 할 수 있다. 실제로 중국에는 들쭉나무와 장백산 천지에 관련된 다음과 같은 전설이 전해온다고 한다.  

 

옛날 옛적에 장백산 천지에 ‘전과(甸果)’라는 이름의 용녀(龍女)가 있었는데 요괴가 나타나 백성을 괴롭히자 백성의 안녕을 위하여 요괴와 동진어귀(同歸於盡) 즉 함께 죽었다. 이후 장백산 주변에는 흑자색의 열매가 달리는 나무가 나타나 자랐다. 용왕은 딸이 그리워 하루하루를 눈물로 지새웠고 급기야 눈이 침침해지는 병에 걸렸다. 그러자 용녀가 꿈에 나타나 "만약 소녀가 그리우시면 매일 흑자색 열매를 몇 개씩 드소서"라고 말했다. 용왕은 이때부터 용녀가 그리울 때마다 흑자색 열매를 몇 개를 먹었는데 수일 후 시력을 회복하였다고 한다. 그래서 그 흑자색 열매를 전과라고 불렀다고 한다. 산기슭에 사는 사람들도 전과를 눈의 보호신이라 부르며 시력을 보호하고 안질환을 예방하고 피로를 풀어준다고 믿었다고 한다. 그러니까 미국산 블루베리와 마찬가지로 들쭉도 눈에는 좋다는 것을 이미 오래 전에 파악하고 있었음을 백두산 천지에 사는 용왕을 통하여 말하고 있는 것이다. 일본에서는 들쭉나무  원종은 자생하지 않고 학명 Vaccinium uliginosum var. japonicum T. Yamaz.인 일본 변종이 홋카이도와 혼슈 중부 이북지방의 고산지대에서 자생하는데 이를 쿠로마메노키(クロマメノキ, 豆の木)이라고 중국의 대흥안령지역에서 부르는 이름인 흑두수(黑豆树)와 맥을 같이 한다. 일본 변종은 신년지 끝에서 꽃이 핀다는 점에서 약간 다르다.

 

들쭉나무 일본 변종 (미등록종)

 

그러나 가을에 들쭉이라고 불리는 적자색 열매가 익는 이 수종을 왜 우리나라에서는 들쭉나무라고 하는지에 대한 시원한 설명이 없다는 것이 문제이다. 몇 가지 주장이나 설이 있기는 하지만 모두 나름대로 충분하지는 못하다. 우선 서두에서 언급한 바와 같이 고구려 장군이 들에서 따먹고 원기를 회복하였다고 들에서 나는 죽이라고 들죽이라고 하다가 들쭉이 되었다는 설명이 북한 측에는 있다. 들쭉나무가 북극권에서는 저지대 평지에서도 서식하지만 최소한 우리나라 백두산 인근에서는 최소한 해발 600m이상 주로 900m이상 고지대에서 자생하기 때문에 고구려 장군이 길을 잃어버린 들은 고지대 벌판 즉 고원지대일 가능성이 높다. 저지대 들판뿐만 아니라 개마고원 등도 고지대도 편평하고 넓게 트인 땅이라면 얼마든지 들이라고는 할 수 있다. 다만 그냥 열매를 마구 따서 먹었다면서 그걸 어떻게 죽(粥)이라고 표현하는지는 강한 의문이 남는다. 죽은 곡식의 알갱이가 허물어질 정도로 오래 끓인 음식이 아니던가? 그래서 아무래도 최근에 와서 사람들이 지금의 들쭉나무라는 이름에다가 갖다 붙인 유래 풀이로 판단된다. 그런데 실제로 우리 고문헌에 들쭉나무의 ‘쭉’은 마땅한 한자 글자가 없어서 그랬는지는 몰라도 일부에서 죽(竹)이라고 표기한 것 외에는 거의 모두 먹는 죽(粥)으로 한자 표기하고 있다. 하지만 들쭉의 들은 과거에는 한글로 두을죽이나 둘쥭 또는 돌츅 등으로 표기하고 있어 들보다는 두에 근원이 있다는 느낌이다. 그래서 한자 표기도 들(㐦)이라는 차자(借字)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한결 같이 두로 할 때는 豆乙粥(두을죽)이나 杜乙粥(두을죽) 또는 頭乙粥(두을죽) 등으로 다양하게 표기하며 둘일 경우는 둘(㐙)이라는 차자를 사용하여 㐙粥(둘죽)으로 표기 되어 있다. 이렇게 한자 표기가 다양하다는 것은 그 원래 이름이 한자어가 아닌 순수 우리말이라는 뜻이 된다.

 

그리고 조선 후기의 실학자들인 성해응(成海應, 1760~1839)의 연경재전집(硏經齋全集) 북변잡의(北邊雜儀)나 이규경(李圭景, 1788년~미상)의 오주연문장연전산고 (五洲衍文長箋散稿)에서 이 수종은 원래 이름이 두체(杜棣)인데 민간에서 두을죽(杜乙粥) 또는 둘죽(㐙粥)이라고 부른다고 기록하고 있다. 다산 정약용(丁若鏞, 1762~1836)도 그의 아언각비(雅言覺非)에서 우리나라 사람들이 두체자(杜棣子)를 중국의 두중(杜仲)으로 잘못 알고 있으며 이게 와전되어 두충(杜沖)이라고도 하며 방언으로 두을죽(杜乙粥)이라고 한다고 기술하고 있다. 이와 같이 비슷한 시기에 그 당시 우리나라 석학들의 의견에 따르면 들쭉나무라는 우리 이름은 원래 한자어 두체(杜棣)에서 비롯되는데 두체가 두을죽 둘죽 둘츅 등으로 불리다가 들쭉나무가 된 것이라는 이야기가 된다. 그리고 두을죽(杜乙粥)으로 불린다는 고문헌의 두체(杜棣)가 그들이 묘사한 산지나 열매의 색상 등으로 봐서 현재의 들쭉나무를 지칭하는 것이 분명해 보여 현재 고문서의 두체(杜棣)를 일반적으로 들쭉나무로 번역하고 있다. 하지만 가끔 다른 수종을 지칭하는 경우가 있어 주의를 요한다.

 

예를 들면 성해응은 북변잡의(北邊雜儀) 백두산기(白頭山記)에서는 제대로 들쭉나무를 지칭하는 것 같지만 기동방토산(記東方土産)에서 두체라고 언급한 앵액(櫻額)은 귀룽나무로 보이며 다산이 아언각비(雅言覺非)에서 언급한 중국 두중(杜仲)으로 둔갑하여 국내서 두충(杜沖)이나 두을죽(杜乙粥)이라고 불렸다는 두체(杜棣)는 실제로는 현재의 들쭉나무가 아닌 사철나무인 것이다. 하지만 두 사람 모두 두체가 곧 두을죽이라는 데는 의견을 같이 하고 있다. 그런데 다산의 경우는 단순한 착오는 아니라는 것이다. 한국식물분류학회장을 역임한 바 있는 박만규(朴萬奎, 1906~1977)박사가 1949년 펴낸 우리나라식물명감에서 사철나무가 들쭉나무와 들축나무로도 불린다고 기록하고 있다. 그래서 현재 국가표준식물목록에도 사철나무의 이명으로 들쭉나무와 들축나무가 등록되어 있다. 그 외에도 만병초와 노랑만병초의 이명으로도 들쭉나무가 등록되어 있어 고구려 장군이 따 먹었다는 열매만이 들쭉이라고 한 것은 아니고 장과(漿果)인 들쭉과는 전혀 비슷하지도 색상이 같지도 않고 먹을 수도 없는 삭과(蒴果)가 달리는 만병초와 사철나무까지도 들쭉나무라고 불리고 있었던 것이다.

 

사철나무의 열매인데 들쭉과는 거리가 멀지만 이게 두충 두체로 잘못 알려지면서 들쭉나무라고도 불리는 것으로 보인다.

 

이렇게 되면 들쭉나무는 그 열매의 모양이나 특징에 따라서 붙은 이름이라기보다는 한자어 이름인 두체(杜棣)나 두충(杜沖)이 변해서 둘죽 둘축 등으로 불리다 들쭉이 되었다는 실학자들의 설명이 얼핏 설득력이 더 높은 것처럼 들린다. 물론 이 주장에는 두체(杜棣)나 두충(杜沖)이라고는 불리지 않았던 만병초까지 왜 들쭉나무라고 불리는 지에 대하여는 설명할 방법이 없다. 두체(杜棣)는 중국이나 일본에는 없는 이름이므로 우리나라에서 누가 붙인 이름이 아닌가 한다. 두(杜)는 중국에서는 두리(杜梨) 즉 학명 Pyrus betulifolia인 작은 열매가 달리는 자작잎배나무를 말하며 체(棣)도 욱리(郁李) 산앵도(山樱桃) 등으로 불리는 학명 Prunus japonica인 빨간 열매가 달리는 산이스라지 즉 산앵두나무를 뜻한다. 이렇게 두와 체가 합한 용어 두체(杜棣)를 작은 열매가 달리는 들쭉나무에다가 붙인 것으로 보인다. 사철나무는 중국의 두중(杜仲) 대용으로 썼기에 일본에서 화두중(和杜仲)으로 불리는 이름이 건너 와 두충(杜沖)으로 변했는데 그게 우리말로 둘축 둘죽이라고 하다가 들쭉나무라고 불린 것으로 추정이 된다. 그러니까 두체(杜棣)도 들쭉나무가 되고 두충(杜沖)도 들쭉나무로 불리고 있었다는 이야기가 된다.

두는 자작잎배나무로 체는 이스라지 즉 산앵두나무로 대표된다. 산앵두나무는 산앵도나무와는 다른 나무이다. 

 

그럼 들쭉나무라는 순수 우리말 이름을 한자로 표기하려니 두체(杜棣)가 된 것이 아니고 그 반대로 두체(杜棣)라는 이름의 수종이 지방에서 발음이 변하여 들쭉나무가 되었다고 설혹 인정하더라도 누가 언제부터 어떤 이유로 두체(杜棣)라고 부르기 시작하였는지 즉 그 근거를 모르는 데다가 두체(杜棣)는 국어 사전에도 등재되지 못하고 있는 용어라는 것이 의아하다. 게다가 정조시대 이후 실학자들의 문헌에 나타나기는 하지만 정사의 기록에는 전혀 등장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승정원일기나 비변사등록 등 조선시대 사서에 등장하는 들쭉나무의 한자어는 두을죽(豆乙粥)과 둘죽(㐙粥) 둘 뿐이다. 성해응(成海應)이나 다산이 언급한 두체(杜棣)는 물론 두을죽(杜乙粥)도 없다. 사서에는 영조 9년인 1733년 6월 영조가 좌의정 서명균(徐命均)과 대화하면서 다음과 같이 답한 기록이 승정원일기에 나온다. 上曰, 所謂㐙粥, 人或嗜之, 而予則不服矣。 즉 “소위 들쭉도 사람들이 간혹 즐기지만 나는 먹지 않는다.” 여기서 소위라고 한 것은 아직 보편적으로 널리 불리는 이름이 없다는 것으로 들린다. 그리고 여기서 들쭉(㐙粥)이란 간식으로 먹을 수 있게 만든 들쭉정과를 말하는 것으로 보인다. 그 외에도 영정조시대인 1757년∼1765년에 각 읍에서 편찬한 읍지를 모아 성책한 전국 지방지인 여지도서(輿地圖書)에 함경남도 북청의 특산물로 두을죽(豆乙粥)이 등장하고 있다.

 

그런데 들쭉이 영조시대부터 문헌에 처음 등장한 것은 아니다. 1611년 광해군시절 문신이자 홍길동의 저자인 허균(許筠, 1569~1618)이 우리나라 팔도의 토산품과 별미음식을 소개한 개설서인 도문대작(屠門大嚼)에 병이류(餠餌類) 11종 중 하나로 둘죽(㐙粥)을 “갑산(甲山)과 북청(北靑)에서만 나는데 맛은 정과(正果)와 같다.”라고 설명하고 있다. 그런데 병이류(餠餌類)란 분명 과자나 떡을 뜻하는데 엉뚱하게 죽(粥)이라고 하니 이해가 잘 안되어서 그런지 둘죽에 대한 이야기는 고의로 빠뜨리거나 아니면 들쭉열매로 쓴 죽이나 심지어는 콩으로 쓴 죽이라고 설명하는 경우도 보인다. 허균은 분명 정과와 비슷하다고 설명하고 있는데도 말이다. 허균이 말한 둘죽(㐙粥)은 죽이 아니고 과자이다. 나중에 부제학, 이조참의, 대사헌 등을 역임한 문신인 황자(黃梓, 1689~미상)가 1734년 영조 10년에 서장관으로 청나라를 다녀오면서 쓴 기행문인 갑인연행록(甲寅燕行錄)에 북경으로 가는 길에 정주에서 왕실에서 둘죽정과(㐙粥正果)를 보내왔다는 내용이 있다. 정과(正果)란 온갖 과일, 생강, 연근, 인삼 따위를 꿀이나 설탕물에 조려 만든 음식을 말한다. 따라서 조선조 광해군 시절에 들쭉정과가 이미 존재하였음을 허균의 기록으로 우리는 알 수 있는 것이다. 다만 이렇게 파헤쳐 봐도 왜 둘죽이라고 하는 지를 우리가 아직도 모르는 것이 아쉬울 뿐이다.

 

왼쪽 정과 - 민속대백과사전, 오른쪽 퓨전 홍옥 정과(가운데) - 경북매일

 

들쭉나무를 지칭하는 말이 또 있다. 2019. 10. 16 조선중앙통신사에서 김정은이 첫눈이 온 다음 백마를 타고 백두산에 오른 기사를 보낸 적이 있어 우리 국민들도 많이 봤다. 그 때 삼지연지분자음료공장(三池渊地芬子饮料厂)을 시찰하였다는 내용을 중국 매체에서 보도했다. 이 삼지연지분자음료공장을 우리 언론들은 모두 삼지연들쭉음료공장이라고 보도했다. 북한측에서 들쭉을 지분자(地芬子)라고 번역하여 중국측에 보냈는지 아니면 중국기자가 알아서 그렇게 번역하여 보도했는지는 몰라도 여하튼 지분자(地芬子)는 우리 국어 사전에도 나오는 말이다. 중국에서는 백두산에 지분자수가 많으며 그 열매로 술을 빚은 것을 백두산지분자주(白头山地芬子酒)라고 개성고려인삼 등과 더불어 북한 특산물이라고 한다. 그 외에도 수홍화(水紅花)라는 이름도 들쭉나무를 이른다고 국어사전에 나온다. 이건 어디에서 나오는 것인가? 찾아보니 조선후기의 여항문인인 추재(秋齋) 조수삼(趙秀三, 1762-1849)이 1822년에 평안북도 정주(定州)의 관사에 머물던 당시 관북(關北) 지방을 여행한 후 지은 5언 절구의 한시 100수를 모은 시인 북행백절(北行百絶)의 69수에 다음과 같은 내용이 나온다. 入手流凝露。沾唇爛點砂。朝鮮地芬子。寧塔水紅花. 앞에서는 이슬 맺힌 들쭉을 먹을 때 손과 입술이 붉게 물드는 것을 표현한 것으로 보이며 뒷부분은 이를 조선에서는 지분자(地芬子)라고 하며 영고탑(寧古塔) 즉 청나라 흑룡강성에서는 수홍화(水紅花)라고 한다고 노래하고 있다.

 

그 당시 들쭉의 양대 산지가 백두산과 대흥안령임을 이미 간파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리고 시기적으로 조금 앞선 것으로 보이는 연암 박지원(朴趾源, 1737~1805)이 저술한 열하일기의 금료소초(金蓼小抄)에는 들쭉나무를 목홍화(木紅花) 또는 수홍화(水紅花)로 기재한 내용이 나온다. 그래서 지금 중국에서는 수홍화(水紅花)라는 다른 식물이 있어 이를 독사월귤(笃斯越桔) 즉 들쭉나무의 별명으로도 기록하지 않지만 우리 국어사전에는 수홍화(水紅花)가 들쭉나무를 지칭하는 용어로 등재되어 있는 것이다. 그러니까 현재 북한에서는 들쭉을 한자어로 쓸 경우에는 두을죽(豆乙粥)이나 둘죽(㐙粥)으로 쓰지 않고 지분자(地芬子)라고 쓰는 것 같다. 북한의 무역회사에서 중국에 홍보할 때 지분자(地芬子)가 양강도 특산이라고 홍보하고 있다. 아마 바닥을 기거나 낮게 깔리면서 자라는 나무에서 향이 강한 열매가 달리기 때문에 그런 이름이 붙은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가끔 지분자(地盆子)와 지분자(地芬子)를 동일시하는 경우도 보이는데 이는 들쭉이 아닌 딸기의 일종을 지칭하는 것으로 아마 복분자(覆盆子)의 영향으로 그런 이름이 붙은 것으로 보인다.

 

전세계 북반구 추운 지방 전지역에서 서식하는 이 들쭉나무 열매로 술을 빚어 마시는 나라는 북한 외에는 없는 것 같다. 중국에서도 양조와 제과 그리고 음료의 원료로 사용된다고는 설명하지만 술은 북한의 영향이나 조선족을 말하는 것 같고 제리는 서양을 두고 하는 말 같다. 그런데 북한에서만 유독 김일성까지 들먹이며 온갖 정성을 쏟아 들쭉술을 세계적인 명주급으로 만들겠다고 홍보한다. 그런데 놀라운 것은 국내서는 그 이름이 두체인지 둘죽인지 지분자인지 제대로 알려지지도 않은 이 열매를 이미 1905년부터 공장을 설립하고 가공하여 엑기스를 추출하고 술을 담그고 엿을 만들어 판매한 사람이 있었는데 그가 바로 일본에서 건너 온 약관 1884년생인 이나가기타시로(稻垣多四郞)라는 사람이었다. 아이치현(愛知縣) 출신으로 동경약학교(東京藥學校)를 졸업한 그는 함경북도 경성군 나남읍(羅南邑)에 터를 잡고서 북한 최초로 약종상(藥種商) 면허를 취득한 후 공장을 설립 두을죽(豆乙粥)을 원료로 하여 즈루슈쿠(ずるしゅく)엑기스와 즈루슈쿠와인 그리고 즈루슈쿠엿과 보건강장제(保健强壯劑) 음료를 제조하여 지역 특산물로 크게 홍보하여 나중에는 일본 궁내성 즉 일본 황실에까지 납품하였다는 우리 기록이 있다. 즈루슈쿠(ずるしゅく)는 두(豆, ず) + ㄹ(る) + 죽(粥, しゅく)을 일본어로 표기한 것이다. 그는 계속 북한에 거주하며 도원일본당(稲垣日本堂)이라는 회사를 1940년까지도 운영하며 지역 소방대장 금융조합장 등을 역임하며 지역 발전에 큰 영향력을 끼친 경제인으로 표창까지 받은 기록이 있다. 이런 내용으로 볼 때 일본에서도 들쭉나무가 자생하지만 그 생산량이 충분하지 않던가 아니면 기후조건 때문에 품질이 백두산 들쭉에 비하여 많이 떨어지는 것이 아닌가 한다.

 

우리나라 국표식에는 들쭉나무의 하위 분류군으로 변종인 산들쭉나무와 품종인 굵은들쭉나무, 긴들쭉나무가 등록되어 있지만 국제적으로 산들쭉나무 하나만 변종으로 인정받고 있고 뒤의 학명 Vaccinium uliginosum f. depressum인 굵은들쭉나무와 학명 Vaccinium uliginosum f. ellipticum인 긴들쭉나무 둘은 넌출월귤인 학명 Vaccinium oxycoccos에 통합되었으므로 이제는 넌출월귤이라고 불러야 한다.

 

등록명 : 들쭉나무

  : 두체, 두을죽나무, 둘쥭나무, 들축나무

한자명 : 豆乙粥 杜乙粥 㐙粥 頭乙粥 豆乙竹, 地芬子, 水紅花

  : Vaccinium uliginosum L.

  : 진달래과 산앵도나무속 낙엽 소관목

원산지 : 자생종, 북반구 온대 이북지방 전지역

영어명 : bog bilberry, northern bilberry, western blueberry

중국명 : 독사월귤(斯越桔) 독사() 흑두수(黑豆) 전과(甸果) 지과(地果) 용과() 합당과(蛤塘果)

일본명 : クロマメノキ(豆の木)

  : 50 ~ 100cm

  : 짧고 가늠, 유지 유모, 노지 무모

  : 다수 산생, 지질 도란형 타원형 장원형

잎크기 : 1~2.8 x 0.6~1.5cm

잎모양 : 정단원형, 약간오목, 기부관설형, 전연, 표면 근무모, 배면 미유모

잎면맥 : 중륵, 측맥과 망맥 섬세, 전면 평탄, 후면 돌기

잎자루 : 짧음, 1~2mm, 미유모

꽃특징 : 밑으로 처짐, 1~3송이 전년지 끝 엽액

꽃자루 : 5~10mm, 꽃받침 사이 관절 무

소포편 : 하부 소포편 2, 착생처 유관절

꽃받침 : 통 무모, 조각 4~5, 3각상란형, 1mm

꽃부리 : 녹백색, 항아리형, 5mm길이, 4~5천렬

  : 10, 화관보다 약간 짧음

수술대 : 무모

  : 장과 근구형 타원형, 지름 1, 성숙시 남자색, 피백분

개화기 : 6

결실기 : 7~8

내한성 : 영하 45

 

들쭉나무
들쭉나무
들쭉나무 열매가 근구형 또는 타원형이다.
들쭉나무 - 망맥이 선명하다.
들쭉나무
들쭉나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