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목탐구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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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45 숙은등대꽃나무 – 꽃차례가 처지는 아름다운 수종

낙은재 2022. 3. 9. 14:05

숙은등대꽃나무
숙은등대꽃나무

 

우리나라에 등록된 등대꽃(나무)속 5개 수종 중 두 번째로 일본에서 홍색 꽃이 핀다고 베니도단(ベニドウダン, 紅天星)으로 불리는 일본 원산의 숙은등대꽃나무에 대하여 알아보자. 얼핏 봐서는 붉은 꽃이 피는 팔리빈등대꽃나무와 비슷하다고 생각하기 쉬우나 알고보면 다른 점이 많다. 그렇기에 식물학자들이 다른 종으로 분류하는 것이 아니겠는가?  우선 이 수종은 일본 혼슈 관동 이서지방과 시코쿠 그리고 규슈 등에 자생하여 보다 기후가 한랭한 관동 이동에서부터 홋카이도에 자생하는 등대꽃과는 그 분포지역이 다르다. 그래서 내한성 또한 영하 23도로 상대적으로 약하다. 나무 전체 사이즈나 잎 그리고 꽃은 약간 작은 듯하지만 꽃차례는 약간 더 긴 데다가 아래로 축 처지는 모습을 보이므로 두드러진다. 그래서 영어로 nodding의 뜻을 가진 종소명 cernuus가 붙은 것이고 우리도 따라서 숙은이라는 이름을 붙인 것이다. 그러니까 숙은은 꽃차례가 아래로 처진다는 뜻에서 붙은 이름이다. 그리고 꽃잎은 끝이 얕게 5갈래로 갈라지지만 거기서 다시 불규칙하게 잘게 갈라져 다른 수종과의 구분 포인트가 된다. 그 외에도 팔리빈등대꽃과 꽃 색상은 비슷하지만 사라사도단 즉 등대꽃 특유의 세로 줄무늬가 없다는 점에서도 구분이 된다. 

 

왼쪽 숙은등대꽃나무는 화서축이 처음부터 아래로 처지며 꽃잎 끝이 잘게 갈라지고 세로줄무늬가 없다는 점에서 화서축이 옆으로 뻗다가 아래로 처지는 우측 팔리빈등대꽃나무와 구분된다.

 

그런데 이 숙은등대꽃나무의 학명 Enkianthus cernuus f. rubens (Maxim.) Ohwi를 보면 원종이 아닌 품종으로 되어 있다. 그렇다. 일본에는 흰꽃이 핀다는 점 외에는 이 숙은등대꽃나무와 거의 유사한 종이 같은 지역에서 드물게 분포하는데 이를 시로도단(シロドウダン, 白灯台)이라고 부른다. 일본에서 더 인기가 높고 더 흔한 베니도단(ベニドウダン)이 원종이고 탈색하여 흰색 꽃이 피는 종이 변종일 것 같지만 이 백색 종을 먼저 독일 식물학자 지볼트가 발견 묘사하고 명명하였기에 원종이 되고 나중에 발견된 베니도단은 그 하위 품종이 된 것이다. 사실 식물에서 누가 원종이고 누가 변종인지 구분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 유전자 분석 등에 의하여 정밀 분석하면 어느 쪽이 원래의 모습인 원종이고 어느 쪽이 나중에 돌연변이한 변종인지 파악할 수 있을지는 몰라도 현재로서는 서양인들에 의하여 먼저 발견된 쪽이 분류학적으로는 원종이 되는 것이다. 실제로 원종과 변종이 뒤바뀐 경우도 많다. 가장 두드러진 경우는 설구화와 털설구화의 관계이다. 양성화인 털설구화가 분명 원종이고 무성화인 설구화가 돌연변이종임이 틀림없는데도 설구화가 먼저 발견되어 학명 Viburnum plicatum를 부여받고 털설구화는 Viburnum plicatum f. tomentosum라는 학명이 부여 되었다. 이 경우는 설구화가 종자번식이 불가능하므로 원종이 아님을 쉽게 알 수 있지만 다른 수종들은 사실 누가 먼저인지를 어떻게 알겠나 싶다.    

 

숙은등대꽃나무의 원종인 시로도단

 

원래 일본 나가사키에 오랫동안 머물었던 독일 의사겸 식물학자인 Philipp Franz von Siebold (1796~1866)가 백색 원종을 1846년 Meisteria cernua로 명명하였던 것을 네덜란드 국립 표본실을 담당하던 네덜란드 식물학자인 Friedrich Anton Wilhelm Miquel (1811~1871)이 1863년에 장지석남속으로 분류하여 Andromeda cernua (Siebold & Zucc.) Miq.로 재명명하게 된다. 그 후 영국 학자들이 등대꽃속으로 변경하여 재명명한 것을 일본 학자 마키노 토미타로(牧野 富太, 1862~1957)가 정리하여 Enkianthus cernuus Benth. & Hook. f. ex Makino라는 학명을 1894년에 발표한다. 홍색 꽃이 피는 이 숙은등대꽃나무는 러시아 식물학자인 Carl Johann Maximowicz(1827-1891)가 위 백색 꽃이 피는 원종의 하위 품종으로 1872년에 편입시키는데 그 당시는 장지석남속으로 분류되어 있었기에 Andromeda cernua var. rubens Maxim.라고 명명한 것이다. 그런 것을 나중에 마키노 도미타로(牧野 富太)와 함께 일본 식물분류학의 토대를 다진 식물학자 오이 지사부로(Ohwi Jisaburo, 大井 次三郎, 1905~1977)가 1953년에 등대꽃속으로 변경하여 재명명한 학명이 바로 우리나라에도 등록된 학명인데 중간 생략이 없이 다 표기하면 Enkianthus cernuus (Siebold et Zucc.) Makino f. rubens (Maxim.) Ohwi라는 매우 긴 학명이 된다.  

 

영어 일반명으로 Drooping red enkianthus라고 하고 중국에서는 홍부수적종화(紅俯垂吊花)라고 부르는 이 수종은 아래로 처지는 꽃차례가 상대적으로 길고 아름다우며 가을 단풍도 매우 아름다워 단풍철쭉 못지않지만 우리나라 중부지방에서는 내한성이 약간 부족한 것이 흠이 아닌가 한다.

 

왼쪽이 숙은등대꽃나무 오른쪽이 단풍철쭉이다.

 

 

등록명 : 숙은등대꽃나무

학   명 : Enkianthus cernuus f. rubens (Maxim.) Ohwi

학   명 : Enkianthus cernuus (Siebold et Zucc.) Makino f. rubens (Maxim.) Ohwi

분   류 : 진달래과 등대꽃속 낙엽 관목

원산지 : 일본 관동 이서, 시코쿠, 규슈

일본명 : 베니도단(ベニドウダン, 紅天星)

중국명 : 홍부수적종화(紅俯垂吊花)

영어명 : Drooping red enkianthus

수   고 : 2~3m

잎특징 : 윤생상 호생, 도란형, 1.5~3 x 0.7~1.5cm, 거치, 선상돌기

꽃차례 : 지선 3~5cm 총상화서, 5~12 송이

꽃자루 : 0.5~1.5cm, 처짐

꽃받침 : 5렬, 넓은 종형

꽃부리 : 5~8mm, 선단 천5렬에서 다시 갈라짐, 담홍색, 홍색

수   술 : 10개, 돌기  2

열   매 : 삭과, 4~5mm, 상향, 5실, 난형, 포배열개

개화기 : 5~6월

내한성 : 영하 23도

 

숙은등대꽃나무
숙은등대꽃나무
숙은등대꽃나무
다소 옅은 색상의 꽃도 있다.
숙은등대꽃나무
숙은등대꽃나무
숙은등대꽃나무
숙은등대꽃나무 - 열매는 위로 향하여 달린다.
숙은등대꽃나무
숙은등대꽃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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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미등록종이지만 이런 원예품종도 국내에 도입되어 버들잎도단으로 유통되고 있는 것 같다. 일본 소화(昭和)시대 즉 1926~1989에 야마구치 어느 농장에서 재배하던 숙은등대꽃나무의 묘목 중에서 발견된 변이종이라고 한다. 일본 이름은 야나기베니도단(ヤナギバベニドウダン)으로 한자로는 유엽홍등대(柳葉紅灯台)라고 하는데 자세히 보면 꽃은 숙은등대꽃나무와 약간 비슷하나 꽃차례는 곧바로 아래로 숙이지 않아 어떤 수종과 교잡된 것으로 추정된다.

 

버들잎도단 - 야나기베니도단(柳葉紅灯台)
버들잎도단 - 야나기베니도단(柳葉紅灯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