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목탐구이야기

장미과 벗나무속/자두아속자두조

1769 열녀목 – 자두나무에 통합된 원기둥 모양으로 자라는 변종

낙은재 2022. 4. 30. 09:49

금년초에 무려 1m 이상 키를 줄이는 전정을 하였는데도 이렇게 우뚝하게 자란다.

 

우리나라 국가표준식물목록에 외래 재배식물로 열녀목이라고 수형이 좁고 높게 위로만 자라는 자두나무의 변종으로서 학명 Prunus salicina var. columnaris (Uyeki) Uyeki로 등록된 수종이 있다. 그렇다면 원산지가 다른 나라라는 것이 되는데 국립수목원 도감에는 열녀목의 분포지로 경기도와 충청도라고만 기록하고 있으며 별다른 외국 이름은 없다. 우리 자생종이 아니라면 자두나무의 원산지로 알려진 중국이거나 자두나무를 오래 전부터 중국에서 도입하여 재배하던 일본일 가능성이 높지만 이들 양국에서는 이런 유형의 변종 흔적을 찾을 수가 없다. 게다가 변종으로 명명한 이 학명을 국제적으로는 현재 인정하지 않고 원종인 자두나무의 학명 Prunus salicina에 통합시키고 있으므로 설혹 양국 중 어디에 존재한다고 하더라도 이미 통합되었기에 노출되기 어렵게 된 것일 수도 있다. 하지만 변종이 아니더라도 원예품종인 Prunus salicina ‘Columnaris’로 표기된 것도 보이지 않는 것으로 봐서는 중일 양국에서는 우리나라 열녀목과 같은 원주형 자두나무는 자생하지 않는 것으로 추정된다. 정말 그렇다면 이 변종은 우리나라에서만 자생하는 우리 고유종이 되는 셈이다. 안 그래도 고야 등의 이름을 가진 토종 자두나무가 가끔 야생에서 발견되기에 자두나무를 과거에는 중국에서 도입된 외래종이라고 하다가 이제는 우리 자생종이라고 분류한다는데 이 열녀목도 자두나무의 국내 자생설에 힘을 실어주게 된다. 그리고 국가표준식물목록에 열녀목을 별도의 변종으로 계속 등록하려면 우리 자생종이라고 수정표기해야 될 듯하다.

 

이 수종은 Uyeki라는 일본 식물학자가 1925년 Prunus triflora var. columnaris Uyeki라고 처음 학명을 부여하였으나 Prunus triflora가 현 자두나무의 학명으로 통합되는 바람에 1934년 다시 종명을 수정하여 현재의 학명인 Prunus salicina var. columnaris (Uyeki) Uyeki를 발표한 것이다. 정확하게 어디서 발견하여 표본을 채집하였는지에 대한 정보가 없어서 알 수는 없지만 외견상 봐서는 일본 학자이므로 일본에서 발견한 것으로 생각하기 쉬우나 실상은 그렇지 않다. 일본출신 임학자인 우에키 호미키(植木秀幹, 1882-1976)는 일본인이기는 하지만 1907년 우리나라에 와서 38년간 쭉 머물면서 서울대에서 교수로 재직하다가 1945년 해방되면서 일본으로 되돌아간 사람이기 때문이다. 임학자로서 우리나라 산림녹화산업의 실질적인 기반을 조성하는 등 업적을 남겨 나름대로 국내서 좋은 평가를 받는 그가 이 열녀목을 국내 경기도나 충청도에서 발견하였을 가능성이 매우 높기 때문이다. 우에키교수는 임학자이지 식물분류학자가 아니었기에 국내서 주로 활동한 그가 외국에 가서 신종을 발견하여 명명하는데 관심이 높지는 않았을 것이므로 그렇게 추정하는 것이다. 정확한 정보가 없으니 이렇게 소설을 쓰고 있지만 이에 대한 일말의 단서가 강원대학교 소장 표본에 있는 것으로 보인다. 강원대에는 1915년 9월 4일 채집하였다는 열녀목 표본이 있는데 사진이 흐려서 제대로 알아볼 수가 없지만 최소한 학명이 Prunus triflora Roxb. v. fastigiata로 기록되어 있는 것으로 확인할 수 있다. 하지만 누가 어디서 그 표본을 채집하였으며 누가 이런 학명을 부여하였는지 그리고 왜 이 학명은 불발된 것인지 궁금증을 자아내게 한다. 여기서 변종명 fastigiata는 column형 즉 원기둥 모양의 수형을 말하므로 우에키교수가 명명한 학명의 변종명 columnaris와 거의 비슷한 의미이다. 그러니까 어떤 학자가 먼저 발표하였던 학명 Prunus triflora var. fastigiata에서 변종명을 변경하여 우에키교수가 재명명한 것으로 보이는데 당초 학명의 정보를 찾기 어렵다. 그래서 아마 당초 학명은 결격사유가 있어 유효하지 않은 무효(invalid) 학명일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우에키 호미키를 소개하는 과학과 기술 2007. 1 호
강원대 소장 1915년에 채집된 표본이라는데 흐려서 알아보기도 어렵고 채집지 등 정보도 궁금하다.

 

그리고 이 변종의 국명 열녀목(烈女木)은 1949년 박만규선생이 우리나라식물명감에서 처음 붙인 이름인데 그 이전인 1942년 정태현선생이 조선삼림식물도설에서 제시한 열려수(烈女樹)를 맞춤법에 맞게 수정한 것으로 보인다. 이 수종이 원주(圓柱)형으로 자라는 모습이 절개가 굳은 여자에 비유하여 그렇게 명명한 것으로 보인다. 국표식에 일본명이 레츠죠보크(レツジョボク) 즉 열녀목(烈女木)이라고 부기되어 있는데 이는 열녀목을 일본어로 단순하게 번역한 것으로 보인다. 왜냐하면 일본에서는 レツジョボク라는 이름의 수종이 현재 없기 때문이다. 만약 일본에 이런 변종이 있다면 일본인인 우에키교수가 몰랐을 리가 없었을 터이므로 결국 일본에는 열녀목은 자생하지 않는 것으로 추정된다. 그렇다고 열녀목(烈女木)이 중국에서 통하는 이름도 아니다. 그래서 이 변종은 우리 고유식물이며 따라서 이름 또한 당연히 독창적인 이름으로 보인다. 그런데 좁게 하늘로 치솟는다고 이걸 열녀에 비유하여 붙인 바로 그 이름 열녀목(烈女木)에 대하여 한번 짚어 보자. 이 이름도 일본인 우에키가 붙인 것인지 아니면 정태현선생이 독자적으로 처음 붙인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그 이후 박만규 이창복 등 국내 다른 학자들도 그대로 따랐기에 현재 국명이 되었다. 그런데 이 이름이 정말 기발(奇拔)한 생각인지 아니면 남존여비(男尊女卑) 사상의 극치를 보여주는 이름인지는 모르겠다.

 

식물들 중에서 특히 목본들이 이렇게 무리들과는 달리 옆으로 퍼지지 않고 좁게 위로만 마치 원기둥과 같은 모습으로 자라는 변종이 동서양을 막론하고 가끔 보인다. 그냥 직립(直立) 하는 것과는 다른 것이다. 그래서 이런 형태 식물의 학명을 붙일 때 식물학자들은 라틴어로 fastigiata나 columnaris를 주로 사용하는데 둘 다 원주(圓柱) 즉 원기둥과 같은 모습이라는 비슷한 의미이다. 우리나라에서는 이런 식물은 그냥 단순하게 직립(直立)이라는 이름으로 쉽게 부르는데 사실 직립은 라틴어로는 erecta가 되며 영어로는 upright가 되어 좁게 직립하는 원주형과는 전혀 다른 것이다. 직립은 원래 덩굴성이거나 포복성이 기본인데 특별히 위로 자라는 변종을 표현할 때 주로 쓰는 말이지만 원주형은 원래 직립하는 식물이 원기둥과 같이 좁게 위로만 자란다는 점에서 직립이 포인트가 아니고 원주상이라는 좁고 둥근 모습이 포인트인 것이다. 단순하게 별 생각 없이 이름을 붙이기로 유명한 우리는 이 열녀목도 한마디로 정의할 때 그냥 직립자두라고 너 나 할 것 없이 말하지만 실제로 직립하지 않는 자두나무가 어디에 있다는 말인가? 직립자두나 직립백도 직립회화나무 등 낙은재도 그렇게 불러왔지만 사실은 모순된 말이다. 그래서 중국에서는 이런 경우 주로 주상(柱狀)이라고 하고 일본에서는 보다 더 좁게 구체적으로 특정하여 원주상(円柱状)이라고 정확하게 말한다. 우리는 이미 주상이라는 말을 흔히 사용하고 있다. 제주도와 철원 등 전국 여러 곳에서 용암이 육각 기둥 모양으로 갈라져 굳은 모습을 보면 누구나 주상절리(柱狀節理)라고 부르는 것이다. 주상절리를 영어로는 columnar jointing이라고 한다. 열녀목의 변종명 columnaris가 영어로는 바로 columnar라는 뜻이다. 그렇다면 주상자두나무라고 하던가 아니면 최소한 직립자두나무라고 부르면 될 것을 왜 굳이 열녀목이라고 해야만 되는 것인가?

 

열녀목 - 사진출처 : 국립수목원 도감

 

조선시대 악법으로 유명한 과부재가금지법(寡婦再嫁禁止法)과 서얼금고법(庶孼禁錮法)이 중국의 유교 때문에 생긴 폐단으로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은데 실제로는 그렇지 않다. 우리나라 조선시대에 와서 생긴 악법인 것이다. 중국을 대국으로 숭상하던 조선시대 양반들이 중국에서도 하지 않은 나쁜 법을 만들어 시행한 것이다. 과부재가를 금지하려고 나라에서 돈을 들여 정려문(旌閭門)까지 세워주면서 수절을 강요한 탓에 열녀(烈女)가 충신 효자와 어깨를 나란히 하는 반열에 오르면서 부각된 것이다. 그런데 놀라운 것은 열녀(烈女)라는 의미 자체가 중국이나 일본과 다르다는 것이다. 중국에서는 열녀란 처음에는 列女(열녀)라고 쓰다가 나중에 烈女(열녀)라고도 쓰는데 그 의미는 중의경생(重义轻生) 유절조적여자(有节操的女子)를 뜻하였다. 즉 의를 중하게 여기고 목숨을 가볍게 생각하는 절개 있는 여자를 말하는 것이다. 그러니까 남편에 대한 일편단심(一片丹心)이나 정조(貞操)를 지키는 여자가 아니라 주군이나 사회 도리를 위한 의를 중히 여기는 여자 즉 일종의 여자 열사를 말하였던 것이다. 그러다가 나중에 순부혹살신이보전정절적여자(殉夫或杀身以保全贞节的女子) 즉 남편을 따라 죽거나 정조를 지키기 위하여 목숨을 버리는 여자라는 의미가 추가된 것이다. 하지만 아직도 열녀란 강정차유절조적여자(刚正且有节操的女子) 즉 강직하고 절개가 있는 여자라는 뜻이 주된 의미이다. 일본의 경우는 레츠죠(れつ‐じょ) 즉 열녀(烈女, 列女)가 아예 정조에 관한 의미는 없고 지조를 굳게 지키는 여자 또는 신념을 관철하는 격렬한 기상을 가진 여자를 뜻하게 된다.

 

그럼 결국 우리나라만 유별나게 여자의 육체적 순결을 지키는 정조(貞操)를 강조하였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것도 조선시대에 와서 말이다. 그렇다고 하더라도 이 원통형으로 자라는 자두나무가 특별히 여자의 절개와 무슨 상관이 있다는 말인지 잘 모르겠다. 전국민의 겨우 1%에 불과하였던 소수의 양반들이 마음대로 통치하던 조선시대에는 중국에도 없는 말도 만들어 어린 학동들에게 가르쳤다. 조선시대 초학 교재라는 추구(推句)의 오언절구(五言絶句)에 이런 내용이 있다. 靑松君子節(청송군자절) 綠竹烈女貞(녹죽열녀정) 즉 푸른 솔은 군자의 절개(節槪)를 상징하고 초록 대나무는 열녀의 정절을 상징한다. 여기서 분명하게 나타난다. 원래 중국의 열녀는 절조(節操)를 중시하는 강직한 여자를 뜻하였지만 우리나라의 열녀는 정조(貞操) 즉 육체적 순결을 강조하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원통형으로 자라는 자두나무 모습이 좁고 곧게 위로만 자라는 여성의 정절의 상징인 대나무와 비슷하다고 느꼈다는 뜻인가 모르겠다. 빨치산 출신 장기수라는 정관호선생이 쓴 열녀목이라는 시가 통일뉴스에 실려 있기에 퍼와서 소개한다.

 

열녀목 – 정관호선생

 

외곬으로만 좇는 연모의 정

한 결로 섬기는 일편단심

그 올곧은 부덕(婦德)이 나무가 되면

저런 모양이 되는 것인가

 

가지는 모두어 위로만 뻗고

꽃은 하얀 새색시 수줍음

오이버선 이파리 흐르는 옷자락

살폿이 여미고 대청마루에 섰음인저

 

님을 일찍 여의어 청상이던가

아니면 먼 길 떠나보내 공규(空閨)이던가

창천을 이고 섰는 외로운 매무새

살아서 자라는 망부석 열녀목이여!

 

출처 : 통일뉴스

 

열녀목은 자두나무와 비슷하지만 가지가 원줄기를 중심으로 모여서 중심 줄기와 평행으로 마치 원기둥의 모습으로 위로만 자란다는 점이 특징이다. 키가 5m가 넘어도 원기둥의 지름은 20cm에 불과하게 좁다는 것이다. 그래서 가지 하나하나가 굵지 않고 모두 가늘다. 잎이나 꽃 그리고 열매의 사이즈는 자두나무에 비하여 작아 토종 자두와 비슷하며 특히 열매는 거의 달리지 않는 경우가 많아 아예 열녀목은 열매는 없는 것으로 인식하는 사람들도 많다. 그래서 공교롭게도 수절과부라는 그 이름과 부합한다고 생각하게 만들기도 한다. 하지만 가끔 노란 열매가 조롱조롱 달린 열녀목 사진을 볼 수 있다. 그래서 세심한 관찰로 유명한 네이버 식물블로거 맹가이버님의 의견에 의하면 양성화와 웅화가 섞여 있다고 한다. 그렇다면 대부분 웅화만 피는 나무에서는 당연히 결실이 거의 불가능하게 된다. 자화가 아닌 웅화가 많다니 그렇다면 이건 열녀목이 아니라 열부목(烈夫木)이 되는 것인가? 낙은재 정원에도 열녀목이 있지만 평소 관찰을 게을리 하다가 이번 기회에 살펴보니 일단 수정은 되어 오늘 현재는 모두 열매의 모습을 갖추고 있기는 하다. 하지만 언제 낙과(落果)할지 알 수가 없다. 끝까지 남아서 나중에 노랗게 모습을 드러내는 것은 존재감 없이 매년 드문드문 달리는 몇 개의 작은 열매에 불과하였기 때문이다. 그 정확한 원인은 모르겠지만 열매의 대부분이 낙과한다는 것은 꽃매실나무나 꽃복사나무 등과도 비슷하다.    

 

등록명 : 열녀목

학   명 : Prunus salicina var. columnaris (Uyeki) Uyeki

통합명 : Prunus salicina Lindl.

분   류 : 장미과 벚나무속 낙엽 소교목

원산지 : 경기도 충청도

수   고 : 최대 10m

특   징 : 원기둥 모양으로 위로만 곧게 자라며 결실이 부실함

내한성 : 영하 29도

 

열녀목
가지 하나하나 모두 가늘게 위로만 향하여 자란다. 
왼쪽 모습이라서 화피편을 걷어내니 오른쪽과 같이 열매의 모습이 보인다. 일단 3개 모두 수정이 된 모습이다.
열녀목
열녀목
열녀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