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목탐구이야기

장미과 벗나무속/자두아속자두조

1766 자엽꽃자두 – 자엽이 아닌 녹색 잎에 백색 꽃이 피는 수종

낙은재 2022. 4. 21. 23:16

자엽꽃자두 - 자엽이 아닌 녹색 잎에 핑크색이 아닌 흰색 꽃이 핀다.
자엽꽃자두
자엽꽃자두

 

우리나라에 자엽꽃자두라고 등록된 학명 Prunus cerasifera Ehrh.인 수종이 있다. Prunus속은 국내서는 벚나무속이라고 부르지만 실제로는 벚나무 외에도 자두나무와 살구나무 매실나무 복사나무 이스라지 및 아몬드 그리고 심지어는 귀룽나무까지도 포함하기 때문에 국명이 벚나무속이라고 벚나무의 일종이겠지 하거나 속명이 Plum에서 유래된 Prunus라고 자두나무의 일종이겠지 하고 단순하게 판단하면 안된다. 그럼 우리나라에 Prunus속으로 등록된 144종은 어떻게 구분한다는 말인가? 간단하고도 손쉽게 구분할 수 있는 방법은 없다는 것이 정답이다. 그저 그 뒤에 붙는 종소명에 따라서 구분할 수밖에는 없다. 그렇다고 종소명에 특별한 단서가 있는 것도 아니다. 일일이 기억해야만 한다. 이 자엽꽃자두의 경우도 종소명 cerasifera는 왁스(wax)로 덮혀져 있다는 뜻인데 이는 열매 즉 자두의 표면이 엷은 납분(蠟粉)으로 덮여 있기 때문에 붙은 이름이다. 따라서 1784년 린네의 제자인 독일 식물학자인 Jakob Friedrich Ehrhart (1742~1795)가 명명한 학명 Prunus cerasifera만 봐서는 이게 도대체 벚나무인지 자두나무인지 복숭아인지 살구나무인지 알 수가 없다. 그래서 동양에서는 현재 중국과 같이 이른바 행앵도리(杏櫻桃李)를 중심으로 살구(杏)속 벚나무(櫻)속 도(桃)속 이(李)속 등으로 각각 분류하고 싶지만 서양에서 유전자감식에 의한 혈통이 같다는 이유로 이들을 Prunus 하나의 속으로 묶어버려서 혼란스러운 것이다. 조그마한 차이만 있어도 다른 속으로 분류하는 서양 사람들이 이렇게 동양에서는 매우 중요한 봄꽃이 피는 전통의 과일나무들을 하나로 뭉뚱그리다니 아무리 나름대로의 명분이 있다고 하더라도 이게 서양 식물분류학의 한계가 아닌가 싶기도 하다.

 

그래서 이 Prunus속 수종들은 학명보다는 서양에서 일반적으로 불리는 이름을 보면 오히려 그 정체의 파악이 쉽다. 이 수종의 경우 영어로 cherry plum이나 myrobalan plum이라고 불리므로 그 이름에서 우리가 자두의 일종임을 알 수 있는 것이다. Cherry는 원래 그리스어에서 신양벚나무의 열매를 부르던 이름에서 유래된 말로서 여기서는 이 수종의 열매가 크기는 체리와 비슷하고 모양은 자두를 닮았다고 체리자두라고 하는 것이다. 그리고 myrobalan이란 학명 Terminalia chebula인 동남아와 인도 원산 교목의 열매로서 염색이나 약으로 또는 피혁 가공용 약품으로 쓰인다. 그 열매 사이즈가 지름 2~3cm로 비슷하기 때문으로 보인다. 요즘은 이 자엽꽃자두에 미용과 건강에 좋은 많은 성분들이 있다고 하여 건강식품으로 인기가 높지만 초창기에는 체리 정도의 작은 사이즈에 먹기에 다소 부적합한 자두쯤으로 저평가되어 주로 생울타리용으로 또는 접목용 대목으로 쓰이며 이른 봄에 가장 먼저 꽃이 피는 관상용 수종으로만 인식되었던 것 같다. 중국에서는 cherry plum 즉 체리자두라는 의미에서 앵도리(樱桃李)라는 이름을 붙였고 일본에서는 myrobalan plum 즉 미로바란 자두라고 미로바란스모모(ミロバランスモモ)라고 부른다. 참고로 중국에서는 앵도(櫻桃)는 체리를 뜻하고 우리가 말하는 앵두는 모앵도(毛樱桃)라고 부른다. 그리고 일본에서는 자두를 스모모(スモモ)라고 하며 한자로는 李(이) 또는 酸桃(산도)라고 쓴다.

 

myrobalan으로 불리는 학명 Terminalia chebula 중국명 가자(诃子) 열매가 이 수종과 닮았다.

 

중국과 일본에서는 이렇게 서양 일반 영어명을 기반으로 하여 이름을 붙였지만 우리나라는 나름대로 독자적으로 붙인다고 붙인 것이 자엽꽃자두인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이 이름은 또 하나의 헛발질에 불과한 엉터리 이름이라서 마음을 불편하게 한다. 나중에 남부 유럽에서도 발견되었지만 원래는 이란의 테헤란 서부에서 발견되어 1600년대에 서방으로 퍼져나간 이 수종의 잎은 연한 녹색이고 꽃의 색상은 백색이다. 그러다가 페르시아(이란) 왕실의 수석 정원사로 일하던 프랑스인 Monsieur Pissard가 이란 북서부 타브리즈(Tabriz)에서 자엽 변종을 발견하고 1878년 프랑스로 보낸 것이 서방세계 최초의 자엽자두인 것이다. 나중에 그의 이름을 딴 'Pissardii'라는 품종명이 붙었지만 이를 진한 자색이라는 뜻의 품종명  ‘Atropurpurea'라고 부르기도 한다. 이 품종을 필두로 연이어 자엽 품종들이 등장하여 관상용 정원수로 인기를 얻었는데 그 중에는 우리나라에 등록된 'Thundercloud'라는 품종도 있다. 그 외 또 하나의 국내 등록 품종인 자엽꽃자두 '뉴포트' 즉 Prunus cerasifera 'Newport'는 실제로는 자엽꽃자두의 원예품종이 아니고 Prunus ‘Omaha’와 Prunus cerasifera ‘Pissardii’의 교잡종이므로 Prunus ‘Newport'라고 표기해야 옳으며 이 또한 자엽 품종이다. 그러니까 이 Prunus cerasifera는 식용이 가능하기는 하나 사이즈도 작고 그다지 맛이 좋은 편도 아니지만 유럽에서는 2월 중순에 가장 먼저 꽃이 피는 꽃나무 중 하나이므로 관상용 목적으로 주로 식재하므로 꽃자두라고 하는 것은 타당성이 있지만 자엽이라고 특정하는 것은 당치않은 이름인 것이다. 비록 자엽 원예품종이 흔하기는 하지만 원종이 자엽인 것은 결코 아니기 때문이다. 이와 매우 비슷한 사례가 바로 노랑말채나무라고 할 수 있다. 줄기가 붉고 꽃과 열매가 흰색인 북미 원산 관목을 우리니라에서는 황금색 줄기를 가진 그 원예품종들의 인기가 높다고 노랑말채나무라고 부르는 것과 같은 엉터리 이름인 것이다.

 

노랑색과 전혀 무관한 노랑말채나무 원종(좌)과 노란 줄기를 가진 그 원예종(우)

 

우리와는 달리 중국과 일본에서는 원종이 아닌 자색 잎에 핑크색 꽃이 피는 최초의 자엽 원예품종인 Prunus cerasifera ‘Pissardii’를 변종이나 품종으로 학명 Prunus cerasifera var. atropurpurea 또는 Prunus cerasifera f. atropurpurea로 표기하면서 중국에서는 자엽리(紫叶李)라고 하고 일본에서는 베니바스모모(ベニバスモモ) 즉 홍엽산도(紅葉酸桃)라고 한다. 따라서 우리도 현재의 국명 자엽꽃자두를 그대로 두려면 학명을 Prunus cerasifera  ‘Atropurpurea'로 수정하여야 마땅하고 아니면 현재의 학명 Prunus cerasifera를 고수하려면 국명을 그냥 꽃자두나무 등으로 변경하여야 마땅해 보인다. 이 수종은 내한성이 강하고 생명력도 강하고 재배용 자두 품종의 접목시 대목으로 많이 사용된다고 한다.

 

원종이 아닌 Prunus cerasifera 'Atropurpurea'라는 원예품종을 자엽꽃자두라고 불러야 옳다.

 

 

등록명 : 자엽꽃자두

학   명 : Prunus cerasifera Ehrh.

분   류 : 장미과 벚나무속 낙엽 소교목

원산지 : 서아시아 남유럽

영어명 : cherry plum, myrobalan plum

중국명 : 앵도리(樱桃李)

일본명 : 미로바란스모모(ミロバランスモモ)

수   고 : 8m

잎특징 : 3~6cm 길이, 녹색

꽃특징 : 2~2.5cm 지름, 백색, 수술 25~30

열   매 : 2~3cm 지름, 황색 적색

개화기 : 2월 중순

결실기 : 7월 초순 ~ 9월 중순

내한성 : 영하 34도

용   도 : 울타리, 대목, 건강식, 약용

 

 

자엽꽃자두
자엽꽃자두는 주로 황색이나거 적색 열매가 달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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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엽꽃자두 '선더클라우드'는 자색 잎에 핑크색 꽃이 핀다.
자엽꽃자두 '선더클라우드'
자엽꽃자두 '뉴포트'는 자엽꽃자두와 다른 종과의 교잡종인데 자색 잎에 핑크색 꽃이 핀다.
자엽꽃자두 '뉴포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