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목탐구이야기

장미과 벗나무속/자두아속살구조

1798 망매지갈(望梅止渴)은 매실(梅實)이 아닌 양매(楊梅)이다.

낙은재 2023. 3. 24. 16:32

조조가 전방에 매림이 있다고 병사들을 속여 위기에서 벗어나고 있는 장면이다. 이를 망매지갈(望梅止渴) 또는 매림지갈(梅林止渴)이라고 한다.

  

삼국지와 관련한 망매지갈(望梅止渴)이라는 고사성어가 있다. 이루어질 수 없는 소망을 상상이나 허구에 의지하여 잠시 위안하는 것을 말한다. 이는 그림의 떡으로 잠시 허기를 달랜다는 화병충기(画饼充饥)와 비슷한 의미를 가지는 반면에 명실상부(名实相符)나 실사구시(实事求是)와는 반대되는 개념이다. 매림지갈(梅林止渴)이라고도 하는 이 고사성어는 나관중의 삼국지연의를 바탕으로 남조 송나라 문학자인 유의경(刘义庆. 403~-444)이 저술한 명사들의 언행과 일화를 담은 필기소설인 세설신어(世说新语)의 가휼(假谲)편을 출전으로 삼는다. 거기에 魏武行役失汲道(위무행역실급도) 军皆渴(군개갈) 乃令曰(내령왈) : ‘前有大梅林(전유대매림) 饶子(요자) 甘酸可以解渴(감산가이해갈)。’士卒闻之(사졸문지) 口皆出水(구개출수) 乘此得及前源(승차득급전원)’이라고 기록하였기 때문이다. 위무제 즉 조조가 병사들과 함께 장수(张绣)를 토벌하기 위하여 출전할 때 여름 날씨에 식수가 떨어져 병사와 말이 허덕이게 된다. 그러자 조조가 저 앞에 달고 신 열매가 풍성하게 달린 매림이 있는데 거기 가서 갈증을 해소하자라고 명을 내린다. 이 말을 들은  병사들은 달고도 신맛이 나는 매실을 상상하자 저절로 입에 침이 고여서 단숨에 앞으로 달려가 물이 있는 곳에 도달하였다는 이야기이다.

 

그리고 매림지갈(梅林止渴)은 남북조시대 문학가인 유신(庾信, 531~581)이 잡곡가사로 쓴 출자계북문행(出自蓟北门行)이라는 제목의 오언고시에서 매림능지갈(梅林能止渴) 복성가방병(复姓可防兵)이라고 한 데서 비롯된 말이다. 같은 삼국지 조조의 임기응변을 말하는 것이다. 여기서 복성이란 북방 선비족들의 두글자인 성씨를 말한다. 즉 대부분이 북방출신인 위나라 장병들이 매림 이야기를 듣고서 갈증이 해소되어 방병(防兵)의 역할을 할 수 있었다는 이야기이다. 

 

여기서 과연 매(梅)가 매화나무의 매실이냐는 것이다. 우리나라 삼국지에서는 모두 매실 즉 매화가 피는 매실나무의 열매라고 번역한다. 하지만 중국의 바이두백과(百度百科)에는 매화의 매(梅)가 아닌 양매(杨梅)라고 설명하고 있다. 양매과 양매속으로 분류되는 양매는 중국에서만 자생하는 것이 아니고 일본과 필리핀 그리고 우리나라 제주도에서도 자생한다. 우리나라 이름이 소귀나무 또는 속나무이다. 아름답게 생긴 동그란 열매의 지름이 1~2cm로 크지는 않지만 달고도 신맛이 나고 다량의 즙을 함유하고 있기에 생으로 먹는 남방 수과(水果)로 불려 갈증해소에 매우 유용하다. 그리고 양매는 중국에서 안휘성과 절강성 남쪽에서만 자라는데 조조의 고향이 지금의 안휘성이므로 그는 익히 알고 있었던 과일이다. 게다가 조조가 장수(张绣)를 토벌하러 간 지역이 하남성과 안휘성의 경계부근이라고 한다. 따라서 그 지역에도 양매(杨梅)가 충분히 재배되고 있었을 가능성이 높고 아니더라도 최소한 그 존재를 알고 있었을 것이다. 그 반면에 이걸 매실이라고 한다면 신맛이 연상되어 조건반사로 입안에 침을 고이게는 할 수 있어도 글쎄 매실을 생으로 따먹어서 갈증을 해소한다는 것이 쉽게 납득하기 어렵다. 게다가 잘 익은 매실을 생으로 먹기는 하지만 일반적이지는 않다. 그래서 망매지갈의 매(梅)를 양매(楊梅)로 보는 것이다. 그리고 먼 훗날 명말청초에 오삼계가 청나라 군사들을 이끌고 남으로 진격할 때 정주(靖州)에서 조조의 군대와 유사한 상태에 빠졌는데 그 때도 양매를 먹고 갈증을 해소했다는 일화도 있다.  - 양매(소귀나무)에 대하여는 192번 게시글 참조 -

 

양매(좌)와 매실(우)

 

이 그림만 봐도 매실은 아니고 검은색을 띤 양매이다.

 

양매는 보기에도 아름답다.
양매를 먹어본 사람은 말만 들어도 침이 고인다고 한다. 

 

그런데 최근에 와서 중국 일각에서도 양매가 아니라 청매 즉 매실이라는 주장이 있다. 그 근거로는 송나라 학자인 심괄(沈括)이 몽계필담(梦溪笔谈)에서 "오인다위매자위'조공'(吴人多谓梅子为‘曹公’) 이기상망매지갈야(以其尝望梅止渴也)"라고 즉 “오나라 사람들은 매실을 조공이라고 부르며 매실을 맛보면서 망매지갈을 체험해 본다.”라는 대목을 든다. 그리고 매실은 원래 중국 남방이 원산지이기는 하지만 내한성이 강하여 양매보다 더 북쪽에서도 재배가 가능하다. 그래서 안휘성은 물론 더 북쪽인 하남성에도 양매는 어려워도 매실은 재배가 가능하다.  게다가 조조의 매실 사랑은 유별났었다. 셋째 부인을 위하여 매림을 조성하고 정자를 지어 청매정(靑梅亭)이라 불렀으며 여기에 유비(刘备)를 초청하여 청매주를 데워 마시며 천하의 영웅을 논한 청매자주론영웅(青梅煮酒论英雄)의 고사도 유명하다. 이런 조조의 입에서 급하게 나온 말 망매지갈의 매가 당연히 청매일 것이라는 것이 그들의 주장이다. 하지만 청매가 과연 단맛이 나며 갈증을 해소할 정도의 수분을 함유하고 있는지가 의문시 된다. 청매라는 주장은 주로 매실을 생산하는 고장에서 나오는 듯하다.

 

조조가 유비와 함께 천하의 영웅을 논한 그 장소가 바로 청매림 속 청매정이다.
아예 생식이 가능한 익은 매실을 그리고 있으면서 양매가 아닌 매실이라는 주장을 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