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화의 품종이 300여 종에 이르는데 이들 모두를 파악하고 갈 여유는 없기에 우리나라에 등록된 8개 품종과 미등록종이지만 행매와 미인매 등 교잡종들만 약간 소개하였다. 그동안 앞에서 아몬드와 자두나무 복사나무 살구나무 그리고 매실나무 등을 탐구하여 왔는데도 아직 벚나무속에는 앵도나무와 풀또기 옥매 이스라지 귀룽나무 그리고 벚나무 등이 남아있어 갈 길이 멀다. 즉 하나의 Prunus라는 속으로 이렇게 다양한 많은 수종들이 통합되어 분류되고 있는 것이다. 서양의 식물분류법이 물론 과학적이기는 하겠지만 우리 전통적인 동양 사고로서는 쉽게 수긍되지 않는다. 하지만 따르는 수밖에 달리 도리가 없지 않겠나.
이제 매실나무에서 다른 수종으로 넘어가기 전에 이번에는 과매 즉 매실을 수확하기 위하여 과수용으로 재배하는 매실 품종에 대하여 잠시 알아보고 가자. 사과이던 복숭아이던 매화이던 과수용으로 재배하는 수종들은 꽃을 감상하기 위하여 개량된 수종들과는 전혀 품종이 다르지만 매실의 경우 우리나라에서 일반적으로 워낙 청매(靑梅)나 황매(黃梅) 그리고 심지어는 홍매(紅梅)라고 부르며 거기에다가 약재로 백매(白梅)와 오매(烏梅)라고 부르는 것이 있어 꽃매화 즉 화매(花梅)들과 헷갈리기 때문이다. 꽃 즉 매화를 보고서 백매와 황매 홍매 또는 흑매라고 할 때는 당연히 꽃색상을 두고서 하는 말이다. 같은 맥락으로 열매 즉 매실에서는 백매와 황매 홍매 또는 오매라는 하는 것 또한 당연히 매실의 색상을 말하는 것이다. 어느 매실나무 품종이던 열매가 처음에는 녹색을 띠다가 나중에 황색 또는 홍색을 띠게 되는데 이를 두고서 처음에는 청매라고 하다가 나중에 황매 또는 홍매라고 부르는 것이다. 그리고 실제로 그렇게 성숙하는 열매가 없는데도 백매와 오매라고 부르는 것은 매실을 약재로 쓰기 위하여 소금에 절이거나 훈증한 것을 말한다. 따라서 꽃이던 열매이던 매실나무에서 색상으로 구분하여 부르는 것은 특정 품종을 지칭하는 것은 아니고 그런 색상으로 보이는 품종들을 통칭하는 것이라고 보면 된다. 따라서 매화축제장에 가서 꽃이 백색이면 백매라고 부르고 녹색 꽃받침을 가진 것을 청매 꽃이 붉으면 홍매라고 불러도 안될 것이 없다. 특정 품종명으로서가 아니라 그저 보통명사로서 그렇게 부르기 때문이다. 다만 그 청매에서만 청매실이 수확되고 홍매에서만 황매실이나 홍매실이 수확된다고 생각하면은 안된다는 것이다.
우리나라 일반인들은 매실 품종에 대하여 잘 모르기 때문에 유난히 청매 황매라는 이름으로 흔히 부르지만 매실 품종에 대한 정보를 많이 알고 있는 일본인들은 그렇게 부르지는 않고 정확한 품종명으로 부르며 그렇게 광고도 한다. 우리가 품종명을 잘 아는 사과 같은 경우는 부사 홍옥이라고 하지 청사과 홍사과라고 부르지는 않듯이 말이다. 워낙 일본인들은 우메보시라고 하는 매실절임을 주 반찬으로 하기에 품종명에 대하여는 숙지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일본에서 그 우메보시용으로 가장 많이 생산하는 품종은 일본 최대 매실 산지인 와카야마현(和歌山県)에서 나는 특산품으로 난코우메(なんこううめ) 또는 난코바이(なんこうばい)로 부르는 남고매(南高梅)이다. 열매는 다소 작지만 많이 달리고 육질이 부드러워 식감이 좋고 향이 강하여 풍미가 있기 때문이다. 이 품종은 1950년 와카야마현 히다카군(日高郡)에 있는 남부고등학교 교사가 주축이 되어 그 지역 최고의 품종 선정 작업을 하였는데 그 때 다카다(高田)씨가 개발한 품종을 선정하면서 남부고의 남(南)과 다카다의 고(高)를 합쳐서 남고(南高)라는 품종을 붙이고 나중인 2006년에는 지역단체상표권까지 등록한 품종이다. 남고매는 일본에서 생산하는 그 수많은 매실 품종 중에서 무려 절반을 차지할 정도로 압도적인 최대 생산 품종이다. 이 품종이 국내에도 진즉 도입되어 우리나라 최대 산지인 광양시의 경우 두 번째로 많이 심은 품종이라고 한다.
그런데 우리나라에서 가장 많이 재배하는 품종은 일본에서 시로카가(しろかが)라고 부르는 백가하(白加賀)인데 광양시의 경우 재배면적이 남고매의 1.8배에 이른다고 한다. 백가하는 일본 에도시대에 관동지역에서 개발된 품종으로서 꽃이 크고 아름다워 관상가치도 있으면서 과일이 크고 병충해에도 강하지만 생산량이 적은 데다가 매년 일정하지 않아서 현재 일본에서는 수종 교체 대상이 된 품종이다. 이 품종이 국내서 가장 많이 심어져 있는 이유는 절임용으로 많이 쓰는 일본과는 달리 우리는 주로 매실주나 매실청을 담기 때문에 열매가 큰 것을 선호하기 때문으로 보인다. 1970년대 이후 매실 재배가 본격화된 우리나라는 백가하와 남고매가 거의 절반 또는 그 이상을 차지하고 그 외에도 고성(古城) 옥영(玉英) 앵숙(鶯宿) 등 여러 일본 품종들을 소량 재배하고 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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