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시마벚나무 '스파이란타'라는 국명에 학명을 Prunus lannesiana 'Sphaerantha'로 하여 2011년 등록된 원예품종이 있다. 오시마벚나무란 일본에서 오시마자쿠라(オオシマザクラ) 즉 대도앵(大島桜)이라고 부르는 앞 게시글에서 다룬 왜벚나무를 말한다. 왜벚나무는 학명이 Prunus speciosa로 등록되어 있는데 다른 학명으로 등록하고서도 오시마벚나무라는 국명을 붙이고 있다. 이건 분명 잘못된 이름이다. 학명 Prunus lannesiana는 원래 1872년 프랑스 식물학자인 Élie-Abel Carrière(1818~1896)가 벚나무 전용 속으로 분류하여 Cerasus lannesiana Carrière라고 명명하였던 것을 1916년 어네스트 윌슨이 Prunus속으로 편입하여 Prunus lannesiana (Carrière) E.H. Wilson이라고 재명명한 것이다. 그런데 이 종은 야생하는 원종이 아니라 앞 게시글에서 다룬 일본 오시마자쿠라 즉 왜벚나무를 바탕으로 이런저런 수종과의 교잡으로 탄생한 원예품종들을 총칭하는 사토자쿠라(サトザクラ)를 대상으로 명명한 것이므로 학명을 Prunus x lannesiana (Carr) E. H. Wilson이라고 교잡종임을 명시하기도 한다. 한편 일본에서는 1992년부터 벚나무들을 별도의 Cersus속으로 분리하고 있으므로 학명을 Cerasus x lannesiana라고 표기하거나 Cerasus Sato-zakura Group이라고 표기하여 아예 원예품종 그룹이라는 것을 밝히고 있다. 여기서 종소명 lannesiana는 19세기 일본에서 식물을 채집하여 프랑스로 보낸 Lannes de Montebello라는 사람의 이름이다. 명명자 카리에르가 직접 일본에서 채집한 것은 아니므로 아마 이 벚나무의 표본 채집에 관여한 사람인 것으로 추정된다. 그렇다면 Prunus lannesiana를 우리 이름으로 부르려면 학명을 따라서 란(Lannes)벚나무라고 하든지 아니면 원산지 일본을 따라서 사토(里)벚나무라고 하든가 아니면 재배종벚나무라고 하는 등 적당한 이름을 새로이 붙여서 불러야 마땅하지 엉뚱하게 부모종 중 하나인 오시마벚나무라고 불러서는 안 되는 것이다.
품종명 'Sphaerantha'는 꽃이 공같이 생겼다는 뜻이다. 즉 둥글다는 말이다. 이 품종은 꽃잎이 무수하게 많아 서양인의 눈에는 마치 하나의 둥근 공같이 보였기 때문에 그런 품종명을 붙인 것이다. 서양에서 품종 개량한 것은 아니고 일본에서 에도시대 3대 정원으로 꼽히는 이시가와현(石川県) 가네자와시(金沢市)에 있는 겐로쿠엔(兼六園)에서 발견된 꽃잎이 무려 100매 이상 최대 300매까지나 되는 담홍색 겹꽃이 피어 국가에서 천연기념물로 지정하였으나 이미 1970년에 원목은 고사하고 그 후손들이 신주쿠교엔 등에 남아 있다고 한다. 일본에서는 이를 겐로쿠엔에서 발견된 국화(菊花)처럼 꽃잎이 무수한 벚나무라고 겐로쿠엔키쿠자쿠라(ケンロクエンキクザクラ) 즉 겸육원국앵(兼六園菊桜)이라고 부른다. 그러니까 우리는 겹벚꽃을 보면 그게 모두 하나의 품종으로 생각하였지만 나름대로 특성에 따라서 여러 품종이 존재하는 것이다. 이미 앞 게시글에서 후겐조우와 미쿠루마가에시 그리고 칸잔이라는 겹벚꽃 품종이 등장하였고 이번에 또 다른 스파이란타라는 겹벚 품종이 등장하고 있는 것이다. 이들 중 후겐조우를 제외한 3종이 국내 등록되어 있는데 미쿠루마가에시와 칸잔은 아예 교잡종이라고 예를 들면 학명을 Prunus 'Kanzan'으로 국명은 벚나무 ‘칸잔’으로 등록하고 있다. 이들 모두 사토자쿠라 그룹으로 분류되는 품종들이므로 차라리 이 수종도 오시마벚나무라는 엉터리 이름을 버리고 그냥 벚나무 ‘스파이란타’로 수정하고 학명도 Prunus 'Sphaerantha'라고 수정하는 것이 일관성 있어 보인다. 이왕이면 어려운 라틴어 스파이란타보다는 국화라는 이름을 살려 국명을 붙였으면 이해하기 쉽지 않을까 한다.
참고로 일본 3대 명원은 일본 에도시대 조성된 지천회유식정원(池泉回遊式庭園) 중에서오카야마시(岡山市)의 고라쿠엔(後楽園)과 미토시(水戸市)의 카이라쿠엔(偕楽園)과 더불어 가네자와시(金沢市)에 있는 겐로쿠엔(兼六園)을 꼽는다. 겸육원(兼六園)이라는 이름은 중국 북송시대 이격비(李格非)라는 시인이 낙양(洛陽)의 이름난 정원을 소개한 낙양명원기(洛陽名園記) 중 호원(湖園)편에서 洛人云:“园圃之胜,不能相兼者六: 务宏大者少幽邃,人力胜者少苍古,多水泉者艰眺望。兼此六者,湖园而已。”라고 기록한 것에서 따왔다고 한다. 간략하게 풀이하자면 “정원을 조성함에 있어서 상충되어 겸하기 어려운 6가지 덕목이 있는데 그들이 다음과 같다. 굉대(宏大) 즉 웅장하면 유수(幽邃) 즉 그윽하고 깊은 맛이 없고 인공미(人力)가 강하면 창고(苍古) 즉 고아함이 적고 연못과 수로가 너무 많으면 조망이 어지럽다. 이들 6가지를 모두 갖춘 정원이 호원(湖园)이다.” 라고 언급한 것을 인용하여 지금의 후쿠시마 지역 번주이던 마츠다이라 사다노부(松平 定信)가 명명한 것이라고 한다. 이 겸육원도 그런 6가지 장점을 모두 갖춘 정원이라는 말이다. 웅장하면서도 그윽함이 있고 아름답게 꾸몄으면서도 고색창연함을 잃지 않고 요리조리 물길이 많음에도 탁 터진 조망을 확보하는 정원이라는 말인데 실제로 그런지 경험하지 못한 것이 아쉽다.
등록명 : 오시마벚나무 ‘스파이란타’ (잘못된 이름)
학 명 : Prunus lannesiana 'Sphaerantha'
이 명 : Cerasus x lannesiana 'Sphaerantha'
원산지 : 일본 이시카와현 가네자와시 겐로쿠엔
분 류 : 사토벚나무 그룹
일본명 : 겸육원국앵(兼六園菊桜), 겐로쿠엔키쿠자쿠라
특 징 : 100~300매의 꽃잎을 가진 국화 같은 겹꽃
'장미과 벗나무속 > 벚나무아속' 카테고리의 다른 글
1826 벚나무 '아마노가와' – 사토그룹 직립겹벚꽃 ‘은하수’ (2) | 2023.05.08 |
---|---|
1825 벚나무 '미쿠루마가에시' – 사토벚나무 겹꽃이 섞인 품종 (1) | 2023.05.07 |
1823 왜벚나무 – 대도(大島)벚나무 (3) | 2023.05.06 |
1822 섬벚꽃나무 = 와싱턴 DC 벚나무 중 5%인 울릉도벚나무 (4) | 2023.05.03 |
1821 일본고산벚나무와 쿠릴 변종 그리고 원예품종 루비(Ruby) (4) | 2023.05.0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