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에 2023년 4월 현재 벚나무로 등록된 수종은 원예품종 포함 모두 58종에 이른다. 이들 중 우리 자생종은 모두 11종이며 그 중 하나가 올벚나무인데 황해도와 경상남도와 전라남도 제주도 등에 자생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래서 우리나라 중부지방에서 야생하는 모습은 보기 쉽지 않은 벚나무인데 일본에서는 혼슈 아오모리현에서부터 규슈 가고시마현까지 광범위한 지역에서 자생하는 수종이다. 지름 2cm이하의 작은 꽃이 매우 풍성하게 달려 일본의 경우는 만개할 때 매우 아름다운 모습을 연출하여 벚꽃놀이 명소에 가면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는 수종이다. 우리나라에서도 여기저기 매우 드물게 심어져 있는데도 명패가 없어서 그런 것인지 실물을 봤다는 사람들이 흔하지는 않다. 실제로 2022년 동북아생물다양성연구소에서 분당중앙공원 일대의 벚나무 식재 현황을 조사한 결과에 의하면 전체 5,866그루 중 왕벚나무가 3,055그루로 52.1%를 차지하고 그 뒤를 잔털벚나무가 1,260그루로 21.5% 벚나무가 1,192그루로 20.3%가 되어 이들 3종이 93.9%를 차지하고 올벚나무는 네 번째로 겨우 97그루로 1.6%에 불과하였다고 한다. 그래도 우리 주변에서 찾아보면 올벚나무가 있기는 한다는 점이 중요하다.
우리 이름 올벚나무는 1937년 정태현 선생 등에 의하여 발간된 우리나라 최초의 한글 식물목록집인 조선식물향명집에서 올벗나무로 되어 있었던 것에 근거하는데 개화시기가 왕벚나무 등보다 빠르기 때문에 ‘올’이라는 접두사가 앞에 붙은 것이라고 한다. 그 후에 이 수종이 지리산 화엄사계곡에 많이 자생하며 특히 우리나라 최고령 올벚나무가 화엄사에 있기에 화엄벗나무라는 이름이 박만규선생에 의하여 제시된 적도 있지만 맞춤법에 맞게 벗을 벚으로 수정한 것 외에는 최초의 국명이 그대로 현재까지 유지되어 오고 있다. 그런데 학명의 경우는 전혀 다르다. 조선식물향명집에서는 독일 식물학자인 필리프 프란츠 폰 지볼트(Philipp Franz von Siebold, 1796~1866)가 1830년에 명명한 Prunus itosakura Siebold로 기재되어 있었는데 그 후에 정확한 순서는 모르겠지만 Prunus pendula f. ascendens라고 변경되었으며 Prunus itosakura var. ascendens라는 학명도 보이고 오늘 현재는 Prunus spachiana f. ascendens라는 학명으로 국가표준식물목록에 등록되어 있다. 말하자면 시대별로 도감의 학명이 달랐다는 이야기이다. 그런데 문제는 이게 결코 끝이 아니다. 지금 현재 국제적으로 인정받고 있는 학명은 조선식물향명집에 등록되었던 원래 그대로인 Prunus itosakura Siebold이기 때문이다. 그러니까 하나의 수종이 3개의 각각 다른 종소명으로 명명되었고 끝에 ascendens라는 품종명이 붙기도 하였던 것이다. 게다가 또 다른 원산지인 일본은 아예 속명을 달리하여 Cerasus itosakura f. ascendens이라고 학명 표기하고 있어 혼란을 부채질 한다. 올벚나무의 야생 원종은 가지가 위로 향하여 자라는 일반적인 수형을 가졌지만 가지가 아래로 처지는 변종이 있는데 우리 주변에서 보이는 가지가 늘어진 벚나무의 거의 대부분이 이 올벚나무의 변종이라고 보면 된다. 그런데 이 처진올벚나무가 얼마 전까지 마치 원종인 것처럼 Prunus spachiana라는 학명으로 우리나라에 등록되어 있었는데 언제 삭제하였는지 지금 현재는 사라지고 없다. 하지만 2011년에 수양올벚나무 '펜둘라 로세아'로 등록된 원예품종은 학명 Prunus pendula 'Pendula Rosea'를 그대로 유지하고 있다.
지금은 삭제된 처진올벚나무를 포함한 등록현황을 정리하자면 다음과 같다.
처진올벚나무 Prunus spachiana
올벚나무 Prunus spachiana f. ascendens
수양올벚나무 '펜둘라 로세아' Prunus pendula 'Pendula Rosea’
위에서 보듯이 학명만 봐서는 처진올벚나무가 원종이고 올벚나무가 그 하위 그룹인 품종(f.)이고 수양올벚나무 '펜둘라 로세아'는 pendula라는 또 다른 종의 원예품종으로 되어 있다. 그러니까 처진올벚과 수양올벚이 서로 다른 수종임을 시사하고 있었던 것이다. 하지만 실상은 전혀 그렇지 않다. 둘 모두 올벚나무라는 하나의 원종을 바탕으로 일본에서 선종된 원예품종으로서 굳이 구분하자면 처진올벚나무는 가지가 처진 변종으로 연분홍 또는 백색 꽃이 피는 품종이고 펜둘라 로세아는 처진올벚나무 중에서 붉은 꽃이 피는 품종이라고 보면 되겠다. 그렇다면 최신 국제기준에 맞게 수정하면 아래와 같이 이해하기 쉽게 정리된다.
올벚나무 Prunus itosakura
처진올벚나무 Prunus itosakura ‘Pendula’
처진분홍올벚나무(올벚나무 ‘펜둘라 로세아’) Prunus itosakura 'Pendula Rosea’
이래서 올벚나무가 벚나무 중에서도 학명이 가장 복잡한 수종이 아닌가 한다. 하지만 이렇게 된 것이 우리나라 학자들이나 담당자들의 잘못이 아니고 학명 자체가 처음부터 잘못되었기 때문에 이런 혼란이 온 것인데 이걸 제대로 파악하자면 지루한 설명이 불가피하게 된다. 그래도 생략할 수 없는 것은 식물에서 국명은 언제든지 바뀔 수 있지만 학명은 불가피한 경우가 아니라면 쉽게 바뀌지 않으므로 언제나 국명이 아닌 학명을 기준으로 삼아야 하기 때문이다.
우선 이 수종은 원래 동양 동식물을 조사하기 위하여 일본 나가사키 데지마에 무려 7년간이나 체류한 독일 의사 겸 식물학자인 지볼트가 1830년에 처음 명명한 것인데 그가 만난 수종은 위를 향하여 자라는 올벚나무가 아니라 그 변종인 가지가 아래로 처지는 처진올벚나무였던 것이다. 그래서 실처럼 늘어진 벚나무라는 뜻을 가진 일본 현지 이름인 사앵(糸桜) 즉 이토자쿠라(いとざくら)를 발음 그대로 종소명으로 삼아 Prunus itosakura Siebold라고 명명하였던 것이다. 그 당시는 이 처진올벚나무가 원종인 줄로 알았던 것이다. 그리고 분리론자들에 의하여 Prunus속이 여러 속으로 분해되면서 벚나무들은 Cerasus속으로 분리 독립하였는데 그 때 프랑스 식물학자 Pierre Lavallée(1836–1884)에 의하여 1879년 Cerasus spachiana Lavallée ex Ed. Otto라는 학명이 부여된다. 여기서 종소명 spachiana는 19세기 프랑스 식물학자인 Édouard Spach(1801~1879)의 이름에서 온 것이다. 그 다음 1883년 러시아 식물학자인 Carl Johann Maximowicz(1827~1891)에 의하여 Prunus pendula Maxim.라는 학명이 명명되는데 여기서의 종소명 pendula 또한 처진다는 뜻이므로 결국 itosakura와 같은 의미이다. 따라서 같은 수종을 두고서 동일한 Prunus속으로 나중에 명명한 이 학명은 후순위가 되어서 당연히 무효 학명으로 처리되어야 함에도 한동안 사용되기도 했다. 그 이유는 어떤 연유인지 지볼트가 명명한 학명 Prunus itosakura의 발표연도가 1888년으로 잘못 알려졌기 때문이다. 만약 지볼트의 학명이 진짜 1888년에 발표된 것이라면 Prunus속으로는 1883년 명명된 Prunus pendula가 선순위가 되어 정명이 되는 것이다. 그러다가 1879년 발표된 Cerasus spachiana도 동일한 이토자쿠라(いとざくら) 즉 올벚나무를 대상으로 명명된 학명임이 밝혀지면서 Prunus pendula보다 4년이 앞서게 된다. 그래서 일본 식물학자인 기타무라 시로(北村四郎, 1906~2002)가 후자의 속을 변경하여 1971년에 재명명한 Prunus spachiana (Lavallée ex Ed. Otto) Kitam.이 합법적인 정명이 되는 것이다.
Prunus spachiana는 가지가 처지는 변종을 포함한 광의의 올벚나무를 지칭하므로 가지가 위로 향하는 원종만을 특별히 지칭하기 위하여 기타무라는 같은 해 Prunus spachiana (Lavallée ex Ed.Otto) Kitam. f. ascendens (Makino) Kitam.이라는 학명을 발표한 것이다. 여기서 품종명 ascendens는 영어로 going up 즉 즉 가지가 처지지 않고 위로 향한다는 뜻이다. 바로 그 학명이 현재 우리나라에 등록되어 있는 것이다. 그런데 최근에 지볼트(1796~1866)가 학명을 명명한 시기가 1888년이 아니라 그의 생전인 1830년으로 거슬러 올라가면서 순위에 변동이 생긴 것이다. 그래서 국제적으로는 1830년에 명명된 Prunus itosakura Siebold를 정명으로 인정하는 것이다. 그리고 최근에 웬만한 변종이나 품종은 모두 원종에 통합시키는 대통합 바람에 의하여 이 학명은 처진올벚나무인 일본의 이토자쿠라(いとざくら) 뿐만 아니라 일본에서 에도히간(エドヒガン) 즉 강호피안(江戸彼岸)으로 불리는 올벚나무 원종도 포함하게 된 것이다. 따라서 억지로 원종만을 표기하려면 일본 식물학자인 마키노 토미타로(牧野 富太郎, 1862~1957)가 1908년 명명한 Prunus itosakura var. ascendens (Makino) Makino라고 하면 되겠지만 그럴 필요가 있겠나 싶다. 그러니까 학명 Prunus itosakura는 원래는 시다레자쿠라(シダレザクラ, 枝垂桜) 즉 처진올벚나무를 대상으로 명명한 것이지만 이제는 통합한 광의의 개념이 되었고 변종인 처진올벚나무를 지칭할 때는 오히려 Prunus itosakura ‘Pendula’라고 원예품종 형식으로 표기하는 것이 올바른 방법이 되겠다.
올벚나무 원종의 일본 이름은 에도히간(エドヒガン) 즉 강호피안(江戸彼岸)이며 아즈마히간(アズマヒガン) 즉 동피안(東彼岸) 또는 우바히간(ウバヒガン) 즉 노피안(姥彼岸)이라는 별명으로도 불린다. 여기서 에도는 물론 일본 동경지방을 뜻하며 피안은 원래 불교용어로 열반 또는 깨달음의 경지를 뜻하지만 여기서는 춘분과 추분의 전후 3일을 포함한 7일간을 뜻한다. 올벚나무가 봄의 피안(春の彼岸) 즉 춘분 전후로 3일 사이에 개화하기 때문이다. 동피안의 동은 에도와 같은 맥락으로 관동지방을 뜻하고 우바(姥)는 노파를 뜻하는데 잎도 나기 전에 꽃이 핀 모습이 마치 이빨 빠진 노파의 모습이라서 붙은 이름이라는데 글쎄 선뜻 이해되지는 않는다. 여하튼 일본에는 비슷한 시기인 봄(春)의 피안(彼岸) 즈음에 꽃이 피는 코히간(コヒガン) 즉 소피안(小彼岸)이라고 불리는 올벚나무와 후지벚나무의 교잡으로 탄생한 학명 Prunus subhirtella Miq.로 표기하는 교잡종이 있는데 이를 우리나라서는 춘추벚나무라고 부른다. 하지만 일본에서는 올벚나무와 마찬가지로 이 춘추벚나무도 히간자쿠라(ヒガンザクラ) 즉 피안앵(彼岸桜)이라고 부르므로 혼동하기 쉬우므로 주의를 요한다. 그리고 국내서 가끔 올벚나무의 일본 이름이 피안앵(彼岸櫻)이라고 이걸 인간의 번뇌에서 벗어나 열반세계로 이르게 하는 나무라고 풀이하는 경우를 가끔 보는데 이는 단지 개화시기를 말하는 일본의 봄의 피안(彼岸)과는 거리가 먼 해석이다.
벚나무 뿐만 아니라 버들이나 회화나무 느릅나무 복사나무 매실나무 느티나무 계수나무 감나무 등 매우 다양한 수종에서 가지가 처지는 변종이 발견되는데 이는 돌연변이로 인해 식물에서 지베렐린(gibberellins)이라는 호르몬이 부족하여 가지 위쪽 조직이 단단하게 형성되지 못하여 가지를 지탱하는 힘이 중력을 견디지 못하게 되어 아래로 처지는 것이라고 현재 학자들은 설명하고 있다. 벚나무 중에서 처지는 수종이 올벚나무만 있는 것은 아니지만 관상용으로 심는 절대 다수는 처진올벚나무라고 해도 무방하다. 앞에서 언급한 분당중앙공원 일대의 조사에서도 처진 벚나무 43그루 중에서 처진올벚나무가 무려 42그루나 되고 나머지 한 그루만 처진개벚나무였다고 한다. 참고로 처진올벚나무 외에 일본의 처진 벚나무 종류로는 춘추벚나무 변종인 우죠우시다레(ウジョウシダレ) 즉 우정지수(雨情枝垂)라는 품종이 있고 올벚나무와 다른 수종간의 교잡종으로 추정되는 카미야마시다레자쿠라(カミヤマシダレザクラ) 즉 신산지수앵(神山枝垂桜)이라는 품종도 있다. 그리고 왜벚나무와 개벚나무(잔털벚나무 또는 분홍벚나무) 그리고 꽃벚나무계열도 각각 처지는 품종이 있다고 한다.
올벚나무는 꽃의 지름이 주로 2cm 미만으로 왕벚나무의 거의 절반 수준인 작은 꽃이 피며 꽃자루도 짧고 잎도 좁다는 점에서 왕벚나무와 구분이 된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꽃받침통의 기부가 항아리모양을 하고 있다는 뚜렷한 특징을 가지고 있어 쉽게 구분할 수 있다. 그 외에도 암술대 하부에 장모가 밀생한다는 점도 구분 포인트가 된다. 그리고 수명이 채 100년이 되지 않는다고 알려진 왕벚나무와는 달리 올벚나무는 수명이 매우 길어 우리나라에서도 조선 중기 스님이자 서예가인 벽암대사(碧岩大師, 1575~1660)가 심어 300년이 넘었다는 화엄사 올벚나무가 천연기념물로 지정되어 있다. 일본의 경우는 수백 년은 보통이고 천 년 이상 고목도 많으며 야마나시현(山梨県) 키타토시(北杜市) 실상사(実相寺)에 있는 올벚나무는 수령이 2000년을 넘었다고 알려져 천연기념물로 지정되어 있다고 한다. 그러나 올벚나무는 수명이 긴 대신에 실생의 경우 높이 10m 정도는 자라야 꽃을 피우고 경우에 따라서는 발아에서 개화까지 수십 년이 걸리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등록명 : 올벚나무
학 명 : Prunus spachiana (Lavallée ex Ed.Otto) Kitam. f. ascendens (Makino) Kitam.
정 명 : Prunus itosakura Siebold
분 류 : 장미과 벚나무속 낙엽 교목
원산지 : 우리 자생종, 일본
일본명 : 에도히간(エドヒガン) 강호피안(江戸彼岸)
수 고 : 10~20m 최대 30m
잎특징 : 타원형, 길이 5~12cm, 후면 맥상 모, 예거치, 중거치
잎자루 : 모
꽃특징 : 선엽개방, 산형화서, 2~5송이, 지름 1.5~2.5cm, 꽃잎 5
꽃색상 : 연분홍색, 백색
꽃자루 : 8~20mm, 모
암술대 : 기부 모 밀생
꽃받침 : 팽대 항아리형, 길이 5mm, 모 밀생
열 매 : 구형, 흑적색
개화기 : 3월 중순 4월 중순
결실기 : 6~9월
내한성 : 영하 29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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