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부분의 벚나무는 당연히 봄에 꽃이 피겠지만 특이하게 가을에서 겨울 사이에 꽃이 피는 진귀한 수종이나 품종이 있다. 야생 원종으로는 히말라야 인근 해발 1,200~2,400m의 고지대에서 자생하는 Prunus cerasoides라는 수종이 있는데 영어로 이를 wild Himalayan cherry라고 부르기에 일본에서도 히말라야벚나무라고 부른다. 이 수종이 운남성과 티베트에서 자생하는 중국에서는 고분앵도(高盆樱桃)라고 한다. 국내에는 아직 미등록종인데 참고로 우리나라에 히말라야벚나무라고 등록된 털이 많고 수피가 아름다운 학명 Prunus rufa라는 수종과는 다른 종이다. 원산지가 워낙 더운 지방이라서 그게 겨울인지 좀 애매하지만 여하튼 10~12월에 개화한다니 특이하기는 하다.
그런데 일본에는 그 히말라야 야생 벚나무와 비슷한 시기인 가을에서 겨울 사이에 개화하는 교잡 원예품종들이 다수 발견된다. 그 중 대표적인 것이 학명 Prunus subhirtella 'Autumnalis'로 표기하는 품종인데 앞에서 다룬 올벚나무와 나중에 다룰 후지벚나무와의 자연 교잡종이라고 한다. 그런데 올벚나무와 후지벚나무의 교잡으로 태어난 품종이 한둘이 아니며 이들 모두가 가을에 2차로 꽃이 피는 것은 아니다. 특히 이 교잡종 중에서 가장 먼저 발견되어 네덜란드 식물학자인 Friedrich Anton Wilhelm Miquel(1811~1871)에 의하여 1865년 Prunus x subhirtella Miq.이라는 학명이 부여된 품종은 일본에서 코히간자쿠라(コヒガンザクラ) 즉 소피안앵(小彼岸桜)이라고 불리는데 이 소피안앵은 여느 벚나무와 마찬가지로 봄에 한 번만 꽃이 핀다. 올벚나무의 혈통을 받았기에 이 교잡종 또한 일찍 개화하여 봄의 피안(春の彼岸) 즉 춘분 즈음에 꽃이 피지만 올벚에 비하여 작기 때문에 그런 일본 이름이 붙었다. 정리를 하자면 올벚나무와 후지벚나무의 교잡으로 태어난 교잡종을 통틀어 광의(廣義)로 일본에서 코히간자쿠라(コヒガンザクラ) 즉 소피안앵(小彼岸桜)이라고 총칭하지만 협의(狹義)로는 코히간자쿠라(コヒガンザクラ) 즉 소피안앵(小彼岸桜)은 'Kohigan'이라는 특정 품종을 지칭하며 일 년에 두 번 꽃이 피는 품종은 광의의 코히간자쿠라 중에서 일부 품종이라는 말이다.
그러니까 봄에만 꽃이 피는 이 특정 품종 코히간(Kohigan)이 학명 Prunus x subhirtella의 원종인 셈이고 봄가을로 일년에 두 번씩 꽃이 피는 'Autumnalis'는 그 원예품종이 되는 셈이다. 그렇다면 춘추벚나무라는 이름은 그 원예품종에 붙었어야 함에도 우리나라에서 그 원종의 이름인 것처럼 등록하고 있어 뒤죽박죽이 되었다는 말이다. 원종격인 코히간은 국내 미등록종이고 두 번 개화하는 원예품종인 Prunus subhirtella 'Autumnalis' 등이 국내에 등록되어 있는데 이를 과거에는 학명 그대로 수브히르텔라벚나무 '아우툼날리스'라고 하였다가 최근에 종명을 변경하여 춘추벚나무 '아우툼날리스'라고 수정한 것이 분명 문제가 된다. 여기서 종소명 subhirtella는 털이 많다는 뜻으로 이 수종의 잎 뒷면이나 잎자루 꽃받침 꽃자루 등에 백색유모가 밀생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품종명 Autumnalis는 가을에 꽃이 핀다는 뜻이다. 이 품종의 원산지 일본명은 쥬우가츠자쿠라(ジュウガツザクラ) 즉 시월앵(十月桜)이다. 봄은 물론 10월에 재차 개화한다는 뜻이다. 그걸 춘추로 꽃이 핀다고 국명을 붙이는 것은 좋은데 이건 어디까지나 원예품종명이 되어야지 교잡종명이 되어서는 안 되는 것이다. 왜냐하면 이 학명의 원종격인 코히간 품종이 봄에만 꽃이 피기 때문이다.
여하튼 국내 미등록종이지만 그 원예품종이 몇 개나 등록되어 있기에 Prunus subhirtella를 간단하게 탐구하고 가는 것이다. 이 품종은 지바현에 있는 보소반도(房総半島)와 이즈반도(伊豆半島)에서 발견되었다는 교잡종으로서 키가 5m에 불과하고 잎의 사이즈도 길이 3~6cm로 작다. 이는 부모종 중 하나가 일본에서 벚나무 중에서 가장 작아서 마메자쿠라(マメザクラ) 즉 콩벚나무(豆桜)로 불리는 후지벚나무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올벚나무와 비슷한 시기에 일찍 꽃이 피고 후지벚나무와 비슷하게 사이즈가 작기 때문에 이들 둘의 교잡종으로 추정되어 왔던 것이다. 그래서 일본 이름 소피안앵(小彼岸桜)에는 작다는 뜻과 일찍 개화한다는 특징을 모두 나타내고 있다. 일본에서 도입하여 재배하는 중국에서는 이 교잡종을 생뚱맞게 대엽조앵(大叶早樱)이라고 부른다. 조앵은 올벚나무를 말하는데 글쎄 길이 5~12cm인 올벚나무보다 잎의 사이즈가 분명 작은데도 왜 이런 이름이 붙었는지 모르겠다. 혹시 길이 2~5cm인 후지벚나무 잎보다 크다는 것인지 도대체 모르겠지만 남의 일에 신경 쓸 겨를이 없다. 우리 이름 춘추벚나무도 중국 이름 못지않게 엉뚱하기 때문이다. 원산지 일본명이나 학명을 참고하여 작은올벚나무나 털올벚나무 등으로 수정함이 마땅해 보인다.
이 름 : 춘추벚나무(수정 요망)
학 명 : Prunus x subhirtella Miq.
분 류 : 장미과 벚나무속 낙엽 소교목
원산지 : 일본에서 발견된 교잡종
일본명 : 코히간자쿠라, 소피안앵(小彼岸桜)
중국명 : 대엽조앵(大叶早樱)
부모종 : 올벚나무 x 후지벚나무의 교잡종
수 고 : 5m 내외
대표종 : 코히간(小彼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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