벚나무 ‘칸잔’의 학명은 Prunus 'Kanzan'로 표기하는데 이는 원산지 일본의 품종명 관산(関山)의 일본 발음 カンザン(칸잔)에서 온 것이다. 관산(関山)이란 일본 고유형식의 시(詩)인 와카(和歌)에 자주 등장하는 용어로 국경 부근의 산을 의미한다. 그런데 전국시대도 아니고 통일된 일본열도를 도쿠가와 막부에서 통치하던 에도시대(江戸時代, 1603~1868)에 무슨 국경이 있다고 이런 이름이 붙었는지 의아하다. 그래서 일본에서도 이 이름의 유래에 대하여 아는 사람이 없어 공식적으로 어원 미상이라고 한다. 일본에는 칸잔(関山)이라는 이름의 일본주가 있는데 이는 그 산지인 이와테현(岩手県)에 있는 중존사(中尊寺)의 산호(山号)라고 한다. 그렇다고 이 겹꽃벚나무가 그 절이나 절이 있는 산과 특별한 관계가 있는 것 같지도 않다. 그 외에도 관산(関山)은 일본에서 더 이상 할 수 없는 최상의 경지를 의미하기도 하며 고향을 둘러싼 산 즉 고향이라는 뜻도 있지만 이 수종과의 어떤 연관성을 말하는 사람은 없는 것 같다. 일본에서 한자 関山(관산)을 훈독하여 세키야마(セキヤマ)라고도 읽으므로 품종명을 ‘Sekiyama’라고 표기하는 경우도 있다.
에도시대(江戸時代, 1603~1868)에 이즈제도의 오시마원산 왜벚나무에서 돌연변이로 태어났다고 추정되는 이 품종 칸잔은 그 이전인 무로마치시대(室町時代, 1336~1573)에 같은 왜벚나무를 바탕으로 개발된 겹꽃 품종인 후겐조우(フゲンゾウ) 즉 보현상(普賢象)이 시로후겐(シロフゲン) 즉 백보현(白普賢)으로 불리는 것에 반하여 베니후겐(ベニフゲン) 즉 홍보현(紅普賢)으로 불렸다고 한다. 보현상이란 이름은 돌출된 암술대의 휘어진 모습이 보현보살이 타고 다니던 코끼리의 코를 닮았다고 붙은 이름이다. 여하튼 독실한 불교국가인 일본에서 보현은 아무데나 붙이는 이름은 아니므로 그만큼 인기가 높은 품종이라는 말이다. 왜벚나무와 올벚나무의 교잡으로 태어난 왕벚나무와는 달리 이 칸잔은 특별한 교잡 상대 종은 없는 것 같고 그저 흰 꽃이 피는 왜벚나무에서 숨어 있던 안토시아닌이라는 색소가 표출된 돌연변이 현상으로 풀이하고 있다. 이 품종 외에도 붉은 홑꽃이 피는 겸육원웅곡(兼六園熊谷)이란 품종도 칸잔과 마찬가지로 교잡종이라기보다는 돌연변이로 붉은 색상이 나타나는 품종으로 분석하고 있다. 여하튼 이 품종도 메이지유신 당시 사회적 격변기에 권문세가의 저택이나 신사 또는 사찰에서 마구잡이로 벌채되어 소멸위기에 처했으나 메이지 초년 에도(江戸) 스가모(巣鴨)라는 원예업체에서 아라강변(荒川堤) 즉 현재의 스미다강변에 심으면서 그 명맥을 유지하여 오늘날까지 남아있다고 한다.
칸잔은 키가 3~8m이고 꽃잎 20~50장으로 구성된 지름 5cm에 달하는 진홍색 큰 꽃을 잎과 동시에 아름답게 피운다. 수형은 잔 모양이며 어린 잎은 붉은 색이며 암술 두 개는 잎모양으로 변하여 꽃 가운데에 돌출하는 특징을 보인다. 꽃이 아름다운 데다가 풍성하게 피며 병충해에도 강하고 내한성도 영하 29도로 강하며 사이즈가 대교목인 왕벚나무에 비하면 작은 소교목이므로 일반 정원에서도 심을 수 있는 장점이 있다. 그래서 서양에서는 매우 많은 사랑을 받고 있는 품종으로서 워싱턴 DC에도 왕벚나무 다음으로 가장 많이 심어진 품종이라고 한다. 실제로 겹벚꽃 중에서 칸잔이 세계적으로 가장 인기가 높다. 그 꽃 자체로만 봐서는 백색 외겹으로 피는 왕벚꽃에 비하여 결코 뒤지는 점이 없이 거의 완벽한 모습을 하고 있다. 하지만 일본에서나 우리나라에서나 왕벚꽃의 인기에 못 미치는 것이 사실이다. 실제로 동양에서는 개화시기 때문인지 아니면 너무 색상이 진하기 때문인지 왕벚꽃의 인기에 눌려 크게 각광을 받지 못하지만 서양에서는 오히려 왕벚의 인기를 능가하고 있다고 한다. 그리고 서양에서는 그들이 좋아하는 버건디 색상으로 잎을 개량한 품종인 Prunus 'Royal Burgundy'라는 품종도 보급되고 있다. 서양이 아니더라도 개화시기가 왕벚 등 일반 벚꽃이 다 진 다음인 4월 하순 그러니까 거의 한 달 가량 늦게 피어 시기적으로 봄꽃의 공백기를 메울 수 있는 장점이 있어 우리나라에서도 점차 보급이 늘어가는 추세에 있다.
등록명 : 벚나무 ‘칸잔’
학 명 : Prunus 'Kanzan'
분 류 : 사토벚나무 그룹
원산지 : 일본 에도시대
수 고 : 3~8m
꽃특징 : 지름 5cm, 꽃잎 20~50매, 진홍색
내한성 : 영하 29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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