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목탐구이야기

장미과 아몬드아과/쉬땅나무족

2014 쉬땅나무 그리고 좀쉬땅나무

낙은재 2024. 8. 14. 10:47

쉬땅나무(가리왕산)

 

 

 

이제 우리나라 자생종이라는 쉬땅나무에 대하여 파악해보자. 현재 우리나라 국가표준식물목록에는 쉬땅나무속의 모식종인 참쉬땅나무는 국내에 자생하지 않기에 등록되어 있지 않고 잎의 색상이 컬러풀한 ‘셈’이라는 원예품종 하나가 재배식물로 등록되어 있다. 그리고 우리 자생종인 쉬땅나무와 점쉬땅나무가 참쉬땅나무의 변종으로 각각 등록되어 있다. 그 외에도 외래 재배식물로 좀쉬땅나무와 털쉬땅나무 두 종이 더 등록되어 있는데 이들의 차이점이 뚜렷하지 못한 데다가 우리나라 자생여부도 명확하지 않아서 논란의 여지가 있는 것 같다. 즉 잎 뒷면에 별모양의 털이 있다고 참쉬땅나무의 변종으로 분류되는 쉬땅나무가 과연 변종으로 분리될 만한 차이점이 있는가에 대한 의문의 여지가 있고 또 하나 중국 북부지방이 원산지라서 아직은 국표식에 재배식물로 분류되는 좀쉬땅나무가 서울 아차산부근이나 경기도 양평이나 양주 또는 여주 등지에서 발견되기 때문에 우리 자생종이라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으며 실제로 국내 많은 학자들이 우리 자생종으로 분류하는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일본에서도 청쉬땅나무를 포함한 쉬땅나무만 자생한다고 하는데 이상하게도 일본의 많은 도감에서 쉬땅나무라고 도감에 수록된 사진들을 보면 상당수가 좀쉬땅나무의 특성을 가진 것으로 보여 일본에서도 대다수가 쉬땅나무와 좀쉬땅나무를 혼동하는 것이 아닌가 한다. 따라서 일반인들은 말할 것도 없고 전문가들도 헷갈리는 수종이 바로 쉬땅나무가 아닌가 한다. 그러니까 명확한 종의 구분 기준이 없어서 다시 말하면 도감과 실물이 일치하지 않는 경우가 허다하다는 말이 된다.

 

이런 털을 성상모라고 하는데 왼쪽은 분꽃나무이며 오른쪽은 미상

 

 

우선 우리나라 자생종 쉬땅나무와 점쉬땅나무는 둘 다 원종이 아니고 극동러시아와 중국 내몽고자치구가 원산지인 중국명 진주매(珍珠梅)의 변종으로 분류된다. 우리나라 함경도와 평안도 그리고 강원도 백두대간에서 발견되는 쉬땅나무는 중국에서 길림성과 흑룡강성에 그리고 일본 홋카이도와 혼슈 중부에서 발견되는데 이 변종은 원종에 비하여 꽃차례와 엽축에 성상모 즉 별모양의 털이 밀생하고 잎뒷면에도 성상모가 드문드문 있으며 열매에도 단유모가 드문드문 나는 차이점이 있기에 중국에서는 이를 진주매성모변종(珍珠梅星毛变种) 또는 성모진주매(星毛珍珠梅)라고 부른다. 학명 또한 크게 다르지 않다. 현재 국가표준식물목록에서는 쉬땅나무의 학명을 Sorbaria sorbifolia (L.) A.Braun var. stellipila Maxim.라고 표기하고 있는데 이는 1861년 러시아 식물학자인 Karl Maximovich (1827~1891)가 일본 홋카이도 하코다테에서 채집한 표본을 대상으로 1879년 극동러시아와 내몽고 원산인 참쉬땅나무의 변종으로 명명한 것이다. 여기서 종소명 stellipila는 별모양의 털 즉 성상모(星狀毛)라는 뜻이다. 그 후 독일식물학자인 Camillo Karl Schneider (1876~1951)가 쉬땅나무를 변종이 아닌 원종으로 승격시켜 1905년 Sorbaria stellipila (Maxim.) C.K.Schneid.라는 학명을 발표한다.

 

1891년 하코다테에서 채집한 표본과 쉬땅나무의 잎뒷면 성상모

 

 

 

독일학자 슈나이더는 동시에 일본 홋카이도에서 선교활동을 하면서 식물을 채집하던 프랑스 선교사이자 식물학자인 Urbain Jean Faurie(1874~1915)가 홋카이도 소베쓰초(壮瞥町)에서 1887년 채집한 표본을 이 쉬땅나무의 변종으로 분류하여 Sorbaria stellipila var. incerta C.K.Schneid.라는 학명을 1905년 발표한다. 개화기에 잎 뒷면에 털이 없는 특성을 가진 이 변종이 우리나라 강원도와 황해도 이북에서도 발견되어 국내서는 청쉬땅나무라고 불렀다. 여기서 종소명 incerta는 영어로 uncertain 즉 불명확하다는 뜻인데 아마 잎 뒷면 털의 존재가 명확하지 않다는 뜻으로 보인다. 그러다가 쉬땅나무가 하나의 독립된 종의 신분을 계속 유지하지 못하고 다시 참쉬땅나무의 변종의 신분으로 되돌아 가자 일본 식물학자인 나카이의 사위이자 일본 식물학자인 마사오 키타가와(北川 政夫, 1910~1995)가 1939년 이를 참쉬땅나무의 품종으로 분류하여 명명한 학명 Sorbaria sorbifolia f. incerta (C.K.Schneid.) Kitag.를 발표하였는데 이 것을 우리나라에서 오랫동안 청쉬땅나무의 학명으로 사용하였다. 하지만 최근에는 이 청쉬땅나무는 쉬땅나무에 통합되어 유사학명으로 처리되고 있다. 이와는 달리 참쉬땅나무의 또 다른 변종인 점쉬땅나무는 쉬땅나무에 통합되지 않고 여전히 변종의 신분을 유지하고 있어 대조되는 모습을 보인다. 이 변종 점쉬땅나무는 다음 별도의 게시글에서 파악할 예정이다.

 

1887년 홋카이도에서 채집된 표본과 털이 없는 청쉬땅나무의 잎 뒷면

 

 

일본에서는 이 쉬땅나무를 호자키나나카마도(ホザキナナカマド)라 하고 한자로는 수소칠조(穂咲七竈)라고 한다. 일본에서 칠조(七竈)란 마가목을 말하고 수소(穂咲)는 이삭과 같은 꽃이 핀다는 뜻이다. 따라서 이삭 모양의 꽃이 피는 마가목이라는 말이 된다. 마가목 같은 잎을 가졌으나 꽃은 주로 산방화서인 마가목과는 달리 이삭같이 핀다고 이런 이름을 붙였다고 한다. 실제로 쉬땅나무의 꽃차례는 원추화서이다. 그리고 현재는 쉬땅나무에 통합되었지만 청쉬땅나무는 에조호자키나나카마도(エゾホザキナナカマド)라고 하는데 에조(蝦夷)란 일본에서 이 변종의 자생지인 홋카이도를 부르는 옛이름이다. 그리고 참고로 일본에서는 쉬땅나무의 원종인 참쉬땅나무는 키타나나카마도(キタナナカマド)라고 한자로는 북칠조(北七竈)라고 쓴다. 사할린 등 북방에서 자생하기 때문이다. 그러니까 아직 일본에는 쉬땅나무속은 별도의 이름이 없고 마가목(나나카마도)의 일종으로 부르고 있다는 말이다.

 

 

산방화서인 마가목(좌, 상)와 원추화서인 쉬땅나무(우, 하)

 

 

우리 이름 쉬땅나무는 원래 1937년 조선식물향명집에서는 개쉬땅나무로 수록되었으며 학명은 그 당시 독립된 종으로 분류하던 Sorbaria stellipila Schneider로 되어 있었다. 그러던 것을 서울대 이창복교수가 1980년 대한식물도감에 ‘꽃차례가 수수이삭 같기 때문에 쉬땅나무라고 하며, 개쉬땅나무라고 할 필요가 없다.’라고 주장하면서 쉬땅나무로 변경한 것이다. 쉬땅이란 북한에서 수수 이삭을 말하는 용어인데 이 나무의 꽃모습이 한자로 고량(高粱)이라고 하는 농작물 수수의 이삭을 많이 닮았기 때문에 붙인 이름이라는 것이다. 실제로 수수의 꽃차례는 원추화서로서 쉬땅나무의 화서와 비슷하다. 그러니까 당초에는 쉬땅 즉 수수 이삭을 닮았다고 개쉬땅나무라고 했는데 수수는 일년생 초본이기에 쉬땅나무라고 부르지 않으므로 이 수종을 그냥 쉬땅나무라고 해도 무방하다고 변경하였다는 것이다. 여하튼 꽃차례가 이삭을 닮았다는 점이 특이하다고 인식하는 것은 일본이나 우리나 비슷한 셈이다.

 

수수이삭 즉 쉬땅(좌)와 쉬땅나무의 꽃차례(우)

 

 

그런데 문제는 실물의 동정이다. 북방 극한지방에서 자생하는 원종인 참쉬땅나무와 우리 자생종의 차이가 바로 잎의 뒷면 등에 성상모가 있다는 것인데 그 쉬땅나무의 변종인 청쉬땅나무는 잎뒷면에 털이 없는 것이 특징이라니 이게 결국 털이 없는 원종과 무슨 큰 차이가 있다는 것인지 헷갈리게 만든다. 그래서 우리나라 일부 학자들은 원종인 참쉬땅나무와 우리 자생종인 쉬땅나무를 구분하지 않고서 분류하려는 움직임도 보인다. 게다가 중국 북부지역에서만 자생한다는 화북진주매(华北珍珠梅) 즉 우리 이름 좀쉬땅나무를 현재 국가표준식물목록에서는 외래 재배종으로 분류하고 있는데 이게 우리나라 서울이나 경기도지역에서도 발견되고 있어 우리 자생종이라는 주장이 있다. 이렇게 되면 쉬땅나무속은 원종 기준으로 쉬땅나무와 좀쉬땅나무 두 종이 국내에 자생하므로 이들 둘의 구분이 실질적으로 중요하게 된다. 이들 두 종은 원산지 여부와는 상관없이 한중일 3국 모두에 존재하는데 문제는 이들 두 종의 특성 묘사가 나라마다 조금씩 다르다는 것이다. 하지만 수술의 숫자와 길이만큼은 어느 나라나 중요한 구분포인트로 삼는다. 즉 쉬땅나무의 수술은 40~50개이며 꽃잎보다 훨씬 길지만 좀쉬땅나무의 수술은 20개이며 꽃잎과 같거나 오히려 짧다는 특성 말이다. 그런데 수술의 숫자는 한중일 3국 공히 유효한 구분 포인트인 것 같지만 수술의 길이는 좀 애매하다. 좀쉬땅나무의 수술이 쉬땅나무보다 짧은 것은 분명하지만 그렇다고 꽃잎보다 짧다고 보기는 어려운데 모두들 같거나 짧다고 묘사하고 있어 헷갈리게 만든다.

 

그리고 중국식물지에서는 (참)쉬땅나무는 소엽편이 11~17개인 반면에 좀쉬땅나무는 소엽편이 13~21개라서 더 많다고 묘사되어 있지만 국내서 최근에 발표된 한반도수목지에서는 쉬땅나무의 소엽편이 11~29개로 좀쉬땅나무의 13~21개보다 오히려 더 많다. 그리고 소엽편의 측맥은 중국식물지에서 (참)쉬땅나무가 12~16쌍인데 반하여 좀쉬땅나무는 15~23쌍이라서 더 촘촘한 것으로 묘사되어 있으며 국내 자료들도 대부분 이렇게 묘사하고 있다. 하지만 현실에서는 이 조건을 충족하는 나무를 만나기 어렵다. 실제로 한반도수목지에서도 사진으로 제공한 정보에는 쉬땅나무의 측맥이 16쌍보다는 휠씬 많아 스스로 모순된 모습을 보인다. 아마 어쩐 일인지 한반도수목지에서는 직접 실물을 관찰하지 않고 과거의 내용을 그대로 베낀 것이 아닌가 의심이 든다. 그러니까 소엽편의 숫자나 측맥의 숫자는 통일성이 없으므로 현실적으로는 전혀 유용한 정보가 못된다는 말이다. 그리고 중국과 일본에서는 이런 정보가 없지만 우리나라에서는 둘의 구분 포인트로 쉬땅나무는 꽃차례가 꼿꼿하게 직립에 가깝지만 좀쉬땅나무의 화서는 주로 아래로 처지며 넓게 퍼진다고 하는데 이 또한 국내 일부에서 그런 모습을 보이는 것 같지만 전체에 적용하기는 무리라고 판단된다. 왜냐하면 잎 뒷면에 성상모가 있고 꽃차례에 단유모가 있는데도 불구하고 꽃대가 처지는 경우는 많이 보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국내 쉬땅나무속 수종들은 처음부터 분류가 잘못되었던지 아니면 아직 분류되지 않은 쉬땅나무와 좀쉬땅나무의 자연교잡종이 주변에 많이 존재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의심이 든다.

 

 

중국식물지에서는 쉬땅나무의 소엽편의 숫자나 측맥의 숫자가 이렇게 20개 미만이라고 묘사한다.
하지만 이렇게 소엽편이나 측맥이 20개 이상인 경우도 많다.
쉬땅나무의 꽃차례가 직립하는 경우도 있지만 아래로 처지는 경우도 많다.

 

 

 

한반도수목지

구  분 쉬땅나무 좀쉬땅나무
소엽편 11~29개 13~21개
높  이 1~2m 2~7m
잎크기 11.5~23.8 x 12.4 ~20.2cm 15.8∼27 × 7.3∼13.4 cm
엽측맥 12~16 15~23
잎면모 표면 없거나 성상모 이면 성상모 표면 무 희소 이면 중맥 모
꽃차례 직립 모 9.5∼25 × 3.6∼11.9cm 하수 무모 10.4∼27.4 × 10∼24cm
꽃받침 표리 양면 모 열편 점첨두 예거치 표리 양면 무모 열편 둔두 원두 전연
꽃지름 0.8~1.2cm 0.4~1.0cm
수  술 30~50개 꽃잎보다 길다 약 20개 꽃잎과 같거나 짧다
골돌과 4.3∼8.7 × 3.5∼5.2 mm 유모 2.3∼5.2 × 1.2∼3.5 mm 무모

 

  

중국식물지

구  분 쉬땅나무(珍珠梅) 좀쉬땅나무(華北 珍珠梅)
높  이 2m 3m
소엽편 11~17개 13~21개
잎크기 13~23 x 10~13cm 21~25 x 7~9cm
옆측맥 12~16 15~23
잎면모 표면 무 이면 성상모 무모 단 이면 맥액간 단유모
꽃받침 종상 단유모 악편 선단 급첨 천종상 무모 악편 원둔 절형 전연
수  술 40~50 꽃잎의 1.5~2배 길이 20 꽃잎과 같거나 짧다
골돌과 단유모 무모

 

 

 

등록명 : 쉬땅나무

이    명 : 개쉬땅나무

학    명 : Sorbaria sorbifolia var. stellipila Maxim.

이    명 : Sorbaria stellipila (Maxim.) C.K.Schneid.

이    명 : Sorbaria sorbifolia f. incerta (C.K.Schneid.) Kitag (청쉬땅나무)

분    류 : 장미과 쉬땅나무속 낙엽 관목

원산지 : 함경도 평안도 강원도 백두대간 중국 극동러시아 일본 홋카이도 혼슈 중부

중국명 : 성모진주매(星毛珍珠梅)

일본명 : ホザキナナカマド(穂咲七竈)

수    고 : 2m

줄    기 : 다발성 무모 성상모

뿌    리 : 지하경처럼 전개

동    아 : 난형 정단 뾰족 아린 5~8개 길이 5~9mm

엽    흔 : 삼각형

엽    편 : 호생 우상복엽

소엽편 : 13~23개 6~8 x 1.5~2.5cm 선단 점첨 기부 원형 이중거치

잎면모 : 표면 무모 이면 성상모

잎자루 : 모

꽃차례 : 정생 원추화서 다수 송이 단유모

꽃특징 : 지름 5~6mm 백색 꽃잎 5개 꽃받침 5개

수    술 : 40~50개 꽃잎보다 길다.

씨    방 : 5개 무모 이생

열    매 : 골돌과 종자 5개 길이 6mm 유두상모

내한성 : 영하 43도 (원종 기준)

  

가리왕산 쉬땅나무 중 일부는 아래로 처지고 수술의 숫자도 40개 이상은 되어 보이지 않는다.
중국식물지의 쉬땅나무(좌)와 한반도수목지(우)
쉬땅나무
쉬땅나무
잎뒷면에 성상모는 있지만 예외적으로 잎의 측맥이 매우 많은 경우
쉬땅나무
쉬땅나무의 성상모
꽃받침 열편의 끝이 약간 뾰족한 편이다.
쉬땅나무 열매는 너무 작아서 잘보이지는 않지만 단유모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