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목탐구이야기

장미과 아몬드아과/쉬땅나무족

2016 좀쉬땅나무 – 최근에 편입된 우리 자생종

낙은재 2024. 8. 22. 13:40

꽃 수술의 수가 20개이고 길이가 꽃잎보다 짧거나 약간 길거나 같다.
잎 뒷면에 털이 없거나 맥액에만 털이 있고 열매에는 털이 없다.

 

 

 

좀쉬땅나무는 지금 현재에도 우리나라 국가표준식물목록에 외래 재배식물로 기록되어 있지만 최근에 국내 학자들의 연구결과 국내 경기도 양평 여주 포천 등지에서도 자생하는 것이 확인되어 이제는 우리 자생종으로 편입된 종이다. 이 수종은 독일 식물학자인 Eduard August von Regel (1815~1892)과 러시아 출신 식물학자인 Heinrich Sylvester Theodor Tiling (1818~1871)가 극동 러시아 오츠크(Okhotsk)해의 Ajan(Ayan) 지역의 식물을 조사하여 1858년 발간한 Florula Ajanensis라는 책에서 처음 발표된 것이다. 당초에는 조팝나무속으로 분류하여 Spiraea kirilowii Regel & Tiling라고 명명한 것인데 여기서 종소명 kirilowii는 러시아 식물학자이자 식물 채집가인 Ivan Petrovich Kirilov(1821~1842)의 이름에서 온 것이다. 아마 Kirilov가 표본을 채집한 것으로 추정되는데 정확한 채집장소는 확실하지는 않지만 러시아 Ajan지역은 아닌 것 같다. 그 당시 Kirilov가 속한 시베리아 탐사대는 1841년 카자흐스탄을 출발하여 동쪽으로 중소 국영을 넘나들면서 식물을 채집하였는데 21세의 나이에 콜레라로 요절한 키릴로프는 오츠크해까지 도달하지 못하고 러시아 Arzamas라는 도시에서 1842년 그의 인생의 여정을 마쳤기 때문이다.  

 

Florula Ajanensis에 처음 발표되었지만 러시아 원산은 아니다.

 

 

 

그러다가 러시아 식물학자인 Karl Maximovich (1827~1891)에 의하여 쉬땅나무속으로 변경되어 1879년 발표된 학명 Sorbaria kirilowii (Regel) Maxim.가 현재까지 사용되고 있다. 그 후 1900년에 일본 학자 이토우 토쿠타로우(伊藤 篤太郎, 1866~1941)가 중국 원산인 참쉬땅나무의 변종으로 분류한 학명 Sorbaria sorbifolia var. kirilowii (Regel) T.Itô를 발표한 바 있으나 널리 인정받지는 못했다. 그런데 이 이토우 토쿠타로우(伊藤 篤太郎)는 본인보다도 그 할아버지인 이토우 케이스케(伊藤 圭介, 1803~1901)가 매우 유명한 사람이다. 일본 최초의 이학박사(理学博士)인 그는 유학자이면서 본초학과 서양의학에 관심이 많아서 지볼트에 앞서 일본에 체류하면서 식물을 탐구하였던 린네의 직계 제자로서 의사이자 스웨덴 식물학자인 칼 페테르 툰베리(1743~1828)가 쓴 일본식물지를 일본어로 번역한 태서본초명소(泰西本草名疏)라는 도감을 1829년에 펴낸 사람이다. 바로 이 서적의 영향으로 서양 식물분류학이 일본에 널리 보급되어 일본이 동양에서 가장 앞서게 된 것이다. 이토우 케이스케(伊藤 圭介)는 그 당시에 이미 학명의 명명자로서 Ito라는 약칭을 사용하였다니 정말 놀랍기만 하다. 그는 그 외에도 서양종두법을 도입하여 천연두 퇴치에 힘쓴 의사이기도 했다.  참고로 일본이 이렇게 열심히 서양문물을 수용하고 있던 1829년 그 당시 우리 조선은 어땠을까? 재위 기간은 길지만 존재감이 없던 임금 순조가 29년째 통치하던 시절이고 곧이어 헌종 철종 고종으로 이어지지만 병자호란 이후 실시된 쇄국정책을 굳건히 지속한 데다가 외척들이 발호하여 국정을 좌지우지 하던 암울한 시기였던 것이다. 반면에 서양 식물학자들에 의하여 서양식물학을 도입함과 동시에 덤으로 서양의학까지 전수받은 일본은 식물분야에서 한중일 3국 중에서 가장 막내에서 단숨에 선두의 지위로 올라갔던 것이다.  

 

쉬땅나무들의 꽃망울이 진주와 같다고 쉬땅나무속을 진주매(珍珠梅)속이라고 부르는 중국에서는 이 좀쉬땅나무가 하북(河北) 하남(河南) 산동(山东) 산서(山西) 섬서(陕西) 감숙(甘肃) 청해(青海) 그리고 내몽고(内蒙古)지역에 자생한다고 하북진주매(华北珍珠梅) 또는 길씨진주매(吉氏珍珠梅)라고 한다. 여기서 길씨란 Mr. Kirilov를 말한다. 이 수종이 자생하지 않는다는 일본에서는 이를 흔히 정원에서 볼 수 있는 마가목이라고 니와나나카마도(ニワナナカマド)라고 하며 한자로는 정칠조(庭七竈)라고 쓴다. 일본에서는 쉬땅나무속은 별도의 이름이 없고 마치 마가목속인 것처럼 xxx마가목이라고 부른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맨 처음 명명한 러시아도 그렇고 흔하게 보인다는 일본에서도 그렇고 우리나라에서도 경기도 일대에서는 어렵지 않게 보이는데 이 수종을 그동안 모두들 중국에서 도입된 종이라고 인식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러다가 2002년 서울대 장진성교수 등의 논문에서 이 수종의 국내 자생설이 제기되었고 2010년에는 송준호 장진성 홍준표교수가 공동으로 발표한 미기록식물 좀쉬땅나무라는 제목의 논문에서 이 수종이 경기도 일원에서 자생한다는 것을 밝혀내 이제는 국내 자생식물로 인정하게 된 것이다. 그리고 우리 이름을 좀쉬땅나무라고 명명한 것은 꽃과 열매의 사이즈가 쉬땅나무에 비하여 작기 때문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그리고 2020년 발간된 한반도수목지에서는 이 수종의 원산지를 과거 중국 하나에서 일본과 우리나라가 추가되어 한중일 삼국이라고 표기하기에 이르렀다. 자연스러운 결과인 것으로 보인다. 좀쉬땅나무가 뭐 그리 대단한 정원수라고 중국에서 우리나라나 일본으로 건너와 그렇게 널리 보급되었다는 것이 쉽게 수긍되지 않았는데 이제는 이해가 된다. 원래부터 우리나라와 일본에서 자생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래서 쉬땅나무도 아니고 좀쉬땅나무도 아닌 마치 자연교잡종 같은 수종이 우리 주변에 많이 보이는 것인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이런 현상은 일본도 마찬가지인 것으로 보인다.

 

한반도수목지 좀쉬땅나무

 

 

 

한반도수목지에서 묘사하는 우리나라에서 발견된 좀쉬땅나무가 중국에서 자생하는 좀쉬땅나무 즉 하북진주매(华北珍珠梅)와는 대체로 유사한 특성을 가진 것으로 묘사되어 있지만 일부는 다른 점을 보인다. 우선 나무의 키는 우리 자생종이 최대 7m로 중국식물지의 3m보다 크고 꽃차례가 27 x 24cm로 중국 하북진주매의 20 x 11cm에 비하여 가로로 넓게 퍼지는 차이점을 보인다. 그리고 꽃차례도 우리 자생종은 아래로 처지지만 중국 하북진주매는 약하게 직립하거나 사선으로 뻗는다고 묘사하고 있다. 이점은 우리 자생종 쉬땅나무가 중국에서 자생하는 참쉬땅나무의 변종인 성모진주매(星毛珍珠梅)와 많은 점에서 차이를 보이는 것과는 대조를 이룬다. 이는 실제 국내에서 보이는 수종들이 쉬땅나무인지 좀쉬땅나무인지 구분하기 애매한 특성을 가진 경우가 많은데 국내서 이들을 쉬땅나무쪽으로 폭넓게 수용한 것이 아닌가 한다. 하지만 실제로는 쉬땅나무와 좀쉬땅나무의 특성이 섞인 개체들이 많이 보인다. 예를들면 잎 뒷면에 분명 성상모가 있는데도 소엽편의 숫자가 많으며 측맥의 수도 많고 꽃차례에 털이 없고 아래로 처지는 경우는 쉬땅나무인지 좀쉬땅나무인지 애매하다는 말이다. 따라서 이들은 자연에서 발생된 자연교잡종이 아닐까 한다. 이 부분에 대한 연구가 더 필요해 보인다.

  

쉬땅나무와 좀쉬땅나무 비교

구  분 중국식물지 한반도식물지 한반도수목지
수  종 쉬땅나무 쉬땅나무 좀쉬땅나무
높  이 2m 1~2m 2~7m
잎크기 23 x 13cm 23.8 x 20.2cm 27 × 13.4 cm
소엽편 11~17개 11~29개 13~21개
엽측맥 12~16쌍 12~16쌍 15~23쌍
꽃차례 20 x 12cm 25 x 12cm 27 x 24cm
수  술 30~50개 40~50개 20개
꽃지름 1.0~1.2cm 0.8~1.2cm 0.4~1.0cm
골돌과 길이 3mm 8.7 x 5.2mm 5.2 x 3.5mm
꽃받침 둔두 급첨두 점첨두 둔두 원두

 

중국식물지의 좀쉬땅나무

 

 

 

등록명 : 좀쉬땅나무

학    명 : Sorbaria kirilowii (Regel & Tiling) Maxim.

분    류 : 장미과 쉬땅나무속 낙엽 관목

원산지 : 한중일

중국명 : 화북진주매(华北珍珠梅) 길씨진주매(吉氏珍珠梅)

일본명 : 니와나나카마도(ニワナナカマド, 庭七竈)

수    고 : 2~7m

줄    기 : 직립 원통형 다간 총생

노    지 : 갈색 회갈색 2.1~6.4mm 지름 무모

신년지 : 밝은 갈색 적갈색 0.8~3.4mm 지름 무모

엽  편 : 호생 기수우상복엽 15.8∼27 × 7.3∼13.4 cm(엽병 3~6.4mm 포함) 무모

소엽편 : 13~21개 엽병 무

잎모양 : 피침형 난상 피침형 예두 점첨두 설저 원저

잎크기 : 3.1∼6.5 × 1∼2 cm

잎거치 : 예거치 복예거치

잎색상 : 표면 녹색 무모 희소 이면 연록색 무모 중맥 모

잎측맥 : 15~23쌍

탁    엽 : 선형 피침형 5.3∼14.2 × 0.2∼1.9 mm 예두 둔두 예거치 무모

꽃차례 : 원추화서 지정단 하수 10.4∼27.4 × 10∼24 cm 무모

소화경 : 길이 0.1∼0.5 cm로 무모

포    편 : 피침형 점첨두 3.5∼10.4 × 0.3∼5.8 mm 무모

악    통 : 쟁반형(천종상) 녹색 무모

악    편 : 5개 반원형 0.5∼1.3 × 0.6∼1.4 mm 둔두 원두 전연 무모

꽃크기 : 백색 지름 4~10mm

화    판 : 5장 도란형 2.2∼5.1 × 1.6∼4.8 mm 원두 요두 둔저

수    술 : 20개 화판과 같거나 약간 짧음

암술대 : 길이 0.8∼2 mm

열    매 : 골돌과 통형 위쪽으로 열개 2.3∼5.2 × 1.2∼3.5 mm 무모

종    자 : 피침형 선형 2.1∼4 × 0.5∼0.6 mm 암갈색

내한성 : 영하 45도

 

수술의 수가 약 20개로 적고 길이가 짧다.
꽃차례에 털이 없고 꽃받침 열편의 끝이 뾰족하지 않고 뭉텅하다.
잎 뒷면 맥액에만 털이 조금 보인다.
일본의 좀쉬땅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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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잡종으로 추정되는 사례 1

 

수술의 숫자가 30개가 넘고 길이 길어 쉬땅나무 특성을 보인다 하지만 꽃차례가 아래로 처진다.
소엽편의 숫자가 23개이고 측맥은 21쌍인 것으로 보여 좀쉬땅나무의 특성을 보인다.
성상모가 분명하게 보여 쉬땅나무의 특성을 보인다.
꽃받침 조각 끝이 다소 뭉텅하여 좀쉬땅에 가깝지만 수술은 꽃잎보다 확실히 길다.
총화경에 털이 있고 포편이 길어 쉬땅나무의 특성을 보인다.

 

 

 

교잡종으로 추정되는 사례 2

 

수술의 숫자는 적지만 매우 길어 헷갈린다.
소엽편의 숫자와 측맥은 쉬땅나무의 특성이다.
하지만 성상모는 전혀 없다.
수술의 숫자는 적지만 30개는 넘고 꽃받침이 뾰족한 편이어서 쉬땅나무 쪽에 가깝다.
잎모양은 쉬땅나무 특성에 가깝다.
수술의 숫자가 중국식물지의 쉬땅나무 기준을 충족하지는 못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