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명 Spiraea blumei
산조팝나무의 학명 Spiraea blumei G.Don은 일본에 오랫동안 머물면서 동양 식물을 탐사하였던 독일 식물학자 겸 의사인 필리프 프란츠 폰 지볼트(Philipp Franz von Siebold, 1796~1866)가 그의 1차 일본 체류기간(1823~1829) 중에 발견한 개체를 대상으로 1832년 스코틀랜드 식물학자이자 식물 수집가인 George Don(1798~1856)이 명명한 것이다. 여기서 종소명 blumei는 지볼트의 일본 체류 기간에 인도네시아 보고르식물원의 부책임자로 있었던 네덜란드 식물학자인 Charles Ludwig de Blume(1796~1862)의 이름에서 온 것이다. 일본에서는 이를 주로 암석지대에서 자생하며 꽃차례가 산형화서이기에 이와가사(イワガサ) 즉 암산(岩傘)이라고 하며 북방 요녕성과 내몽고에서 남방 사천성 복건성에 이르기까지 매우 광범위한 지역에서 자생하는 중국에서는 꽃모양이 둥근 공처럼 피는 수국(绣球)을 닮았다고 수구수선국(绣球绣线菊)이라고 한다. 중국에서는 수국을 수구(绣球)라고 한다.
갈래조팝나무와 산조팝나무의 구분
산조팝나무는 앞에서 다룬 인가목조팝나무나 갈래조팝나무와 마찬가지로 구년지에서 나온 긴 꽃자루 끝에 산형 또는 산방화서로 꽃이 피는 장산화서조(长伞花序组)로 분류된다. 그 장산화서조(长伞花序组) 중에서 인가목조팝나무와 섬국수나무는 수술이 꽃잎보다 길어 구분되므로 인가목조팝나무계로 세분류되지만 갈래조팝나무와 산조팝나무는 동아의 인편 수가 다수이고 잎에 거치가 있으며 수술의 길이가 꽃잎보다 짧다는 공통점이 있어 같은 갈래조팝나무계로 세분류된다. 참고로 국내 조팝나무속 중에서는 이 갈래조팝나무계 즉 Ser. Trilobatae로 분류되는 수종들이 가장 많다. 우리 자생종 당조팝나무와 아구장나무가 있고 외래종으로는 공조팝나무와 일본바위조팝나무 화관조팝나무 반호우트조팝나무 등이 모두 이 계로 분류된다. 그런 공통적인 특성이 있음에도 뭔가는 또 다른 점이 있기에 각각 별개의 종으로 명명된 것이 아니겠는가? 우선 갈래조팝나무는 잎의 길이와 너비가 거의 같으며 전체 모양이 원형에 가깝고 기부가 드물게 쐐기형인 경우도 있지만 주로 원형 또는 심장형에 가깝다. 하지만 산조팝나무는 잎이 마늘모상 난형 또는 도란형이며 너비보다는 길이가 더 길어 상대적으로 길쭉하고 기부는 쐐기형이라는 차이점을 보인다. 그리고 일각에서는 갈래조팝나무는 기부에 있는 3~5개의 잎맥이 뚜렷하고 산조팝나무는 기부에 명확하지 않은 3개의 맥이나 우상맥이 있으며 잎자루의 길이도 차이를 보인다고 거론하고 있으나 실제로 이 특성들은 구분점으로 활용하기 어려워 보인다. 여하튼 초창기 1860년대에 일본과 중국에서 채집된 산조팝나무의 즉 Spiraea blumei의 표본에 의하면 잎모양이 길쭉하고 잎의 기부가 뚜렷한 쐐기형이라서 1830~40년대에 중앙아시아 등지에서 채집된 학명 Spiraea trilobata인 갈래조팝나무의 원형에 가까운 표본과는 명백한 차이점을 보인다. 그래서 중앙아시아와 러시아 그리고 중국이 원산지인 갈래조팝나무가 존재함에도 불구하고 나중에 일본과 중국에서 발견된 산조팝나무를 별도의 독립된 종으로 분류하는 것에는 별문제가 없었던 것으로 파악된다. 그리고 여기서 그쳤다면 두 종의 구분에 큰 어려움이 없어 보인다.
비합법명 Spiraea trilobata Nakai
하지만 지금부터가 문제다. 우리나라 식물을 조사하기 위하여 한반도에 건너온 일본 식물학자 나카이 다케노신(中井猛之進, 1882~1952)이 1909년부터 1919년 사이에 우리나라에서 산조팝나무 또는 갈래조팝나무와 관련된 유사한 수종을 발견하였다고 3번이나 신종발표를 하게 된다. 그 첫번 째가 1909년 발표한 Spiraea trilobata Nakai인데 이 신종은 조선반도 어디선가 발견하였다는데 그 채집 장소와 표본이 보이지 않는다. 나카이는 당시 린네가 1771년 발표한 학명 Spiraea trilobata L.의 존재를 알지 못하였던 것 같다. 이 갈래조팝나무는 일본에는 자생하지 않고 나중에 황해도에서 발견되기 전까지 우리나라에서도 자생하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기 때문으로 보인다. 그러므로 이 학명은 중복된 명칭이므로 당연히 비합법명이 되었다. 이 비합법적인 학명은 현재 산조팝나무의 원변종인 Spiraea blumei var. blumei에 통합시켜 이명처리하고 있다. 그런데 잎이 세 갈래로 갈라진다는 뜻인 그 이름으로 봤을 때는 갈래조팝나무에 통합되던가 아니면 나중에 발표되는 잎이 주로 세 갈래로 갈라지는 산조팝나무의 변종인 Spiraea blumei var. obtusa에 통합되는 것이 마땅해 보이는데 이를 산조팝나무 원종에 통합시키고 있어 의아하다.
학명 Spiraea obtusa
그리고 1917년 나카이는 우리나라 울릉도와 개성 금강산에서 채집한 표본을 대상으로 Spiraea obtusa Nakai라는 신종을 발표하게 된다. 여기서 종소명 obtusa는 영어로 blunt 즉 뭉툭하다는 뜻으로 잎이 길쭉하지 않고 짧고 둥글기 때문에 붙인 이름이다. 갈래조팝나무와 매우 유사하지만 가지가 크고 단단하며 잎도 크고 혁질인 데다가 3개의 뚜렷한 결각이 있으며 잎자루가 짧다는 점에서 다르다고 신종으로 분류한 것이다. 이 수종은 우리나라 뿐만아니라 일본 혼슈와 시코쿠 그리고 규슈에서도 자생한다는 것이 알려졌다. 잎이 매우 아름다워 일본에서는 분재용으로 인기가 높다. 잎이 대개 세 갈래로 갈라지고 주로 암석지대에서 자생하며 꽃차례가 산형화서라고 미츠데 이와가사 (ミツデイワガサ)라 하고 한자로는 삼수암산(三手岩傘) 또는 삼출암산(三出岩傘)이라고 쓰거나 미츠바 이와가사(ミツバイワガサ)라고 부르고 한자로는 삼엽암산(三葉岩傘)으로 쓰는 등 다양한 이름으로 부른다. 갈래조팝나무의 학명 trilobata와 일맥상통하는 이름이다. 일본에서는 이 수종을 별명으로 산조팝나무라는 의미에서 야마시모츠케 (ヤマシモツケ)라고도 부르고 한자로는 산하야(山下野)라고 쓰는데 우리 이름 산조팝나무가 바로 여기서 온 것이다. 국내서 최초 발견된 이 수종은 당연히 1937년 발간된 조선식물향명집에 산조팝나무로 수록되어 있는데 학명은 Spiraea obtusa Nakai로 되어 있다. 그러다가 일본 식물학자인 수기모토 준이치(杉本順一, 1901~1988)에 의하여 이 산조팝나무가 일본 원산 이와가사(イワガサ) 즉 암산(岩傘)의 하위 변종으로 편입된 학명 Spiraea blumei var. obtusa (Nakai) Sugim.가 1972년 발표된다. 그 이후 현재까지 이 변종명은 세계적으로 인정받고 있다. 그러니까 우리나라에서 발견된 수종은 일본과 중국에서 발견되어 Spiraea blumei로 명명된 원종이 아니고 잎이 더 뚜렷하게 세 갈래로 갈라지고 끝이 뭉툭한 즉 갈래조팝나무를 많이 닮은 변종이라는 말이다. 그리고 우리 산조팝나무의 학명은 원래 Spiraea obtusa이다가 Spiraea blumei var. obtusa로 변경된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재 국가표준식물목록에는 이상하게 산조팝나무의 학명을 Spiraea blumei이라고 표기하고 있다. 1917년 나카이가 울릉도 등에서 발견한 국내 자생종은 원래 변종인데 지금은 원종으로 둔갑되어 있다는 말이다. 그 이유는 아마 우리나라만 독자적으로 산조팝나무의 변종 Spiraea blumei var. obtusa를 원종에 통합시키고 있기 때문으로 보인다.
학명 Spiraea pseudocrenata 긴잎산조팝나무
그 다음 나카이는 1919년 Spiraea pseudocrenata Nakai이라는 또 하나의 신종을 발표한다. 함경북도 명천군에서 채집한 표본을 대상으로 한 것이다. 여기서 종소명 pseudocrenata는 동유럽과 인근 러시아에서 자생하는 Spiraea crenata L.를 닮았다는 뜻이고 crenata는 잎 모양이 부채꼴인 가리비를 닮았다는 뜻이다. 강원 이북 지역에서 자생한다는 이 수종은 잎의 길이가 너비의 약 두 배로 길쭉한 것이 특징이라서 긴잎산조팝나무라는 우리 이름을 얻었다. 그 외에도 잎 끝의 소수의 거치를 제외하면 잎 전체에 거치가 없으며 골돌과 복봉선에 연모가 산생하기도 한다는 차이점이 있다고는 하지만 이게 산조팝나무의 원종 Spiraea blumei와 크게 다를 바가 없어 보인다. 이 수종은 1937년 발간된 조선식물향명집에서부터 수록되어 최근까지도 국내 국가표준식물목록에 별도 독립된 종으로 올려져 있었으며 별명으로 개조팝나무로 불리기도 했다. 그러다가 최근에야 산조팝나무에 통합되어 이명처리 되고 있다. 다만 원종과 변종을 통합하고 있는 우리나라에서는 외견상 문제가 없어 보이지만 원변종을 달리 분류하는 해외에서는 당연히 상대적으로 길쭉한 원변종 즉 Spiraea blumei var. blumei에 통합되어야 할 것 같은데 이상하게 잎이 둥근 Spiraea blumei var. obtusa에 통합되어 있다는 것이 문제다. 여하튼 이 학명의 등장으로 우리나라에는 둥근 세 갈래 잎 개체 외에도 상대적으로 잎이 길쭉한 개체도 자생한다는 것이 20세기 초에 이미 발견되었다는 것이 확인된 셈이다.
관련 학명 현황
그럼 여기서 관련된 학명들을 발표일 순서대로 원산지와 각국 명칭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1771년 Spiraea trilobata L., 넓은잎, 중앙아시아 러시아 중국 황해도, 갈래조팝나무 삼렬수선국(三裂绣线菊)
1832년 Spiraea blumei G.Don, 긴잎, 일본 한국 중국, 산조팝나무 수구수선국(绣球绣线菊) 이와가사(岩傘)
1909년 Spiraea trilobata Nakai – 한반도, 산조팝나무 원종에 통합
1917년 Spiraea obtusa Nakai – 넓은잎, 울릉도 금강산, 아래 산조팝나무 변종으로 편입
1972년 Spiraea blumei var. obtuse - 한국 일본, 산조팝나무 미츠바이와가사(三葉岩傘)
1919년 Spiraea pseudocrenata Nakai – 긴잎, 명천, 회령, 긴잎산조팝나무
1974년 Spiraea blumei var. pseudocrenata (Nakai) H.S.Kim
2017년 Spiraea blumei f. pseudocrenata (Nakai) M.Kim 긴잎산조팝나무
2021년 Spiraea blumei var. obtusa에 통합됨
뒤죽박죽이 된 산조팝나무
여러모로 비슷한 갈래조팝나무와 산조팝나무의 학명들은 아직 제대로 정밀하게 파악한 연구가 없어서 그런지 혼란스러운 점이 많다. 우선 1909년 나카이가 발표한 학명은 비합법명인 데다가 정보가 없으므로 언급하지 않더라도 1917년 발표한 Spiraea obtusa Nakai는 갈래조팝나무를 닮았지만 단단한 가지와 혁질 잎 그리고 3갈래 결각과 짧은 엽병 때문에 독립된 종으로 분류했다고 했는데도 나중인 1972년 일본 학자 수기모토가 이를 갈래조팝나무가 아닌 일본 이와가사(イワガサ) 즉 암산(岩傘)의 변종으로 Spiraea blumei var. obtusa로 재명명한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 바로 이점 때문에 갈래조팝나무와 산조팝나무의 구분이 어려워진 것으로 판단된다. 그리고 나카이가 1919년 명명한 긴잎산조팝나무는 그 외형상 Spiraea blumei 즉 일본 이와가사(岩傘)와 유사한데도 이를 현재 국제적으로 Spiraea blumei var. obtuse에 통합시키고 있다. 이건 결국 나카이가 비슷한 시기인 1917년 발표한 Spiraea obtusa와 1919년 발표한 Spiraea pseudocrenata가 동일종이라는 말인데 이게 이해하기 어렵다는 말이다.
산조팝나무와 갈래조팝나무의 통합 또는 전면 재분류가 요구됨
결론적으로 1771년 명명된 Spiraea trilobata 즉 갈래조팝나무는 잎이 둥글고 세 갈래로 갈라지고 1832년 명명된 Spiraea blumei는 잎이 상대적으로 길쭉하게 생긴 잎모양 외에는 큰 차이점이 없었다. 그러다가 나카이가 신종으로 1917년 발표한 Spiraea obtusa 즉 울릉도 신종은 갈래조팝나무와 매우 유사하게 잎이 둥글고 주로 세 갈래로 갈라진다. 그리고 나카이가 1919년 발표한 Spiraea pseudocrenata 즉 긴잎산조팝나무는 말 그대로 잎이 길쭉하다. 그런데도 국내서 발견된 넓은잎산조팝나무와 긴잎산조팝나무를 잎의 모양과는 무관하게 둘 다 Spiraea blumei에 통합시키고 있어 수긍하기 어렵다는 말이다. 이렇게 무성의하게 분류하여도 갈래조팝나무가 자생하지 않는 일본에서는 상대적으로 잎이 길쭉한 것은 이와가사(岩傘)라 하고 갈라지고 뭉퉁한 것은 그 변종인 미츠바 이와가사(三葉岩傘)라고 구분하여 불러 크게 불편함이 없어 보인다. 그리고 Spiraea obtusa가 자생하지 않는 중국에서는 잎이 길쭉한 것은 수구수선국(绣球绣线菊)이라고 하고 둥근 잎에 갈라지는 것은 삼렬수선국(三裂绣线菊)이라고 불러 이 또한 크게 불편함이 없어 보인다. 다만 이들 셋 모두가 자생하는 우리나라는 황해도에서 발견된 둥근 것은 갈래조팝나무라고 부르고 거의 같은 모습인 다른 지역에서 발견된 개체들은 산조팝나무에 통합시켜 뒤죽박죽이 된 것이다. 따라서 일본 학자의 잘못된 분류를 그대로 따를 것이 아니라 산조팝나무 전체를 갈래조팝나무에 통합시키든지 아니면 최소한 잎이 갈라지고 원형인 개체들만이라도 분리하여 갈래조팝나무로 동정하는 것이 타당해 보인다.
등록명 : 산조팝나무
학 명 : Spiraea blumei G.Don
분 류 : 장미과 조팝나무속 낙엽 관목
원산지 : 우리 자생종, 중국
중국명 : 수구수선국(绣球绣线菊)
일본명 : イワガサ（岩傘）
수 고 : 1~2m
줄 기 : 소지세 개장 초만곡 심홍갈색 암회갈색 무모
동 아 : 소 난형 선단금첨 원둔 무모 외로인편 수매
엽 편 : 마늘모상 난형 도란형
잎크기 : 2~3.5 x 1~1.8cm
잎모양 : 선단원둔 미첨 기부설형 근중부이상 소수원둔결각상 거치 혹 3~5렬
잎면모 : 양면무모 하면 천람록색
잎면맥 : 기부 3맥 우상맥 불명현
꽃차례 : 총경 산형화서 무모 10~25송이
꽃자루 : 6~10mm 무모
포 편 : 피침형 무모
꽃크기 : 지름 5~8mm
꽃받침 : 종상 외면 무모 내면단유모
악 편 : 삼각형 난상삼각형 선단급첨 단점첨 내면단유모소생
꽃 잎 : 관도란형 선단미요 2~3.5mm 길이 너비 동일 백색
수 술 : 18~20 꽃잎보다 단
화 반 : 8~10 엷은 열편 열편선단 미요
자 방 : 무모 복부 미세 단유모
화 주 : 수술보다 짧음
열 매 : 골돌과 직립 무모 화주 배부선단 위치 경사개전 악편직립
개화기 : 4~6월
결실기 : 8~10월
내한성 : 영하 29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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