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지는 가지과 가지속으로 분류되는 직립으로 자라고 가지가 갈라지는 식용 및 약용 식물로서 우리나라와 같은 온대지방에서는 일년생 초본이라고 하지만 열대지방인 원산지에서는 다년생 초본 또는 아관목이라고 한다. 가지의 원산지에 대하여는 명확하지 않지만 대부분 인도라고 인정하고 있으나 일부에서는 동남아시아 및 중국 남방지역도 포함한다. 그러나 중국에서는 인도와는 달리 5000년 전의 화석이 발견되지도 않았고 야생에서 자생지가 발견되지도 않아서 자국이 원산지라고 주장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재배기록은 아마 중국 남북조시대인 533~544년에 북위(北魏, 386~534)의 산동성 고양(高陽)태수였던 가사협(賈思勰)이 편찬한 중국 최초의 농업서인 제민요술(齐民要术)에 가지의 재배방법과 식용방법에 관하여 기록된 것이 최초가 아닌가 한다. 문자가 일찍 발달된 덕분에 이렇게 다른 나라에는 없는 1500년 전의 문헌이 남아 있으니 중국도 원산지 중 하나로 인식하게 만드는 것이다. 그러나 정작 중국에서는 이 기록은 단지 중원지역에 가지가 도입된 시기로 판단한다. 그리고 알고 보면 중국의 남서방이 지금은 중국 영토이지만 과거에는 서역(西域)이라고 불렀던 외국이었던 것이다.
여하튼 가지는 인도에서 중국을 통하여 우리나라와 일본으로 전파되었는데 일본에는 놀랍게도 나라시대(奈良時代, 710~784)인 750년에 가지를 황실에 진상하였다는 기록이 있다. 중국에서 우리나라를 건너뛰고 바로 일본으로 먼저 갔다는 말인데 이런 경우는 드물다. 우리 기록에는 고려시대 대표적인 문인인 이규보(李奎報,1168~1241)선생의 문집인 동국이상국집(東國李相國集)에 간화식실막여가(看花食實莫如茄)라고 즉 “꽃을 감상하고 열매는 먹기에 가지만한 것이 없네.”라는 내용이 있다. 채마밭에서 오이(苽)와 가지(茄) 무(菁) 파(葱) 아욱(葵) 그리고 박(瓠) 등 6종류의 채소를 기르면서 읊은 가포육영(家圃六詠)이라는 시에 포함된 구절이다. 우리나라는 이규보선생이 없었으면 어쩔 번 했나 싶다. 하기야 현재 우리나라 식물학계에서는 허준선생의 동의보감이나 과거 식물에 관심이 많았던 이규보선생이나 유희선생 같은 실학자들이 남긴 식물 관련 기록들은 전혀 쳐다보지도 않고 있으니 더 있다고 한들 뭐가 달라질까 싶기는 하다.
이규보선생 덕분에 고려시대 재배기록은 확인되지만 일본에 비하면 한참이나 늦은 시대의 기록이라서 다소 아쉽다. 지리적으로 보나 정치적인 관계로 보나 우리보다 일본에 먼저 가지가 전파되었을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생각되기 때문이다. 아니나 다를까 우리 기록은 아니지만 중국 당나라 문인 단성식(段成式, 803~863)이 854년 경에 저술한 이야기 책인 유양잡조(酉陽雜俎)에 신라에도 가지를 재배하고 있었다는 내용이 있다고 조선 말기의 사서인 해동역사(海東繹史)에 기록되어 있다고 한다. 이걸로 일본보다 앞선다고 확신할 수는 없지만 그렇다고 일본보다 늦게 도입되었다고 단정하기도 어렵다. 아마 최소한 일본과 비슷한 시기이거나 아니면 조금 더 이른 삼국시대부터 가지가 국내에 도입되어 재배된 것이 아닌가 한다.
가지의 서진(西進)은 생각보다 느렸다. 스페인과 로마를 포함한 지중해 연안까지는 우리와 비슷한 시기인 7~11세기에 도달하였지만 거기서 한참 머물다가 서유럽 영국 등에 전파된 것은 17세기 무렵이라고 한다. 그리고 유럽에서 곧 미주대륙으로 건너갔다고 한다. 원래 인도에서는 이를 vātiṅ-gaṇa라고 했는데 작고 둥글다는 뜻이라고 한다. 이게 아랍에 가서는 bāḏinjān 즉 배진젠이라고 변했고 거기서 al이 앞에 붙어서 (al-)bāḏinjān이라고 하다가 스페인에 가서는 alberenjena라 했는데 이게 변하여 오늘날 영어 이름 aubergine이 되었다고 한다. 그리고 다른 한편에서는 아랍의 bāḏinjān이 그리스로 가서 앞에 melas가 붙어서 melintzana가 되고 다시 로마로 가서 melongena가 되었는데 이게 바로 오늘날의 종소명 melongena이다. 그리고 로마에서 부르던 또 다른 이름 melanzana는 mela insana로 풀이되며 이는 영어로 mad apple이라는 뜻인데 이는 가지과 식물들은 대부분 독성이 있으므로 한때 가지에도 독성이 있어 이를 먹으면 미친다고 잘못 알려졌기 때문이라고도 한다. 그리고 가지를 미국과 호주 등지에서는 주로 eggplant라고 부르는데 이는 초창기 신대륙으로 건너간 품종이 백색에 달걀 모양의 열매를 맺는 거의 원시종에 가까운 품종이었기 때문에 18세에 처음 쓴 용어로서 현재도 널리 사용되는 이름이다. 그리고 라틴아메리카에서는 가지를 주로 Jew's apple이라고 하는데 이는 주로 유대인들과 함께 그 지역에 도래하였기 때문이다.
우리 이름 가지는 중국명 가(茄) 또는 가자(茄子)에서 온 것이 분명하다. 조선 세조때인1466년 발간된 의학서인 구급방(救急方)을 비롯하여 조선시대 15세기의 많은 문헌에서 가지라는 우리말 이름이 나타난다. 그런데 중국명 가(茄)의 어원은 중국에서도 정확한 설은 없다. 다만 일설에는 범어 vatin-ganah의 끝의 ganah의 음을 한자로 표기한 것으로 처음에는 伽(가)라고 쓰다가 나중에 茄(가)로 변한 것이라고 한다. 중국에서는 그 외에도 적채자(吊菜子)나 낙소(落苏) 왜과(矮瓜) 곤륜자과(昆仑紫瓜)라고도 부른다. 적채자는 요리할 때 매달아서(吊) 익히는 채소이기 때문에 붙은 이름이다. 낙소(落苏)는 茄(가)가 절름발이라는 뜻의 瘸(가)와 발음이 비슷하여 채소 장수가 “가지 팔아요!”라고 외치는 소리를 듣고서 오왕 합려(闔閭)가 다리가 불편한 왕자를 비웃는 것으로 오해하여 그 이름을 금지시키고 다른 이름을 찾다가 마침 후궁의 처소에서 장식용 술(苏)이 늘어진 것을 보고서 가지를 닮았다고 생각하여 낙소(落苏)라고 부르게 했다는 전설이 있는데 합려는 기원전 5~6세기 사람이기에 시기적으로 부합하는 것 같지는 않다. 왜과(矮瓜)는 작은 과(瓜)라는 의미이고 또 다른 이름 곤륜자과(昆仑紫瓜)는 수양제(隋煬帝, 569~618)가 붙였다는 이름으로 곤륜산 즉 서역에서 온 자색 과(瓜)라는 의미이다. 중국에서 과(瓜)는 원래 덩굴식물에서 늘어져 달리는 조롱박(葫芦)처럼 생긴 오이 참외 수박 호박 등 매우 다양한 과실을 지칭하는 말이다. 가지의 이름에 왕들의 이름이 거론된다는 것 자체가 그만큼 가지가 귀한 채소였다는 것을 말한다.
원산지 인도의 가지는 원래 작고 둥근 거의 달걀모양이었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래서 인도명 vatin ganah가 소원자(小圓子)라는 의미라고 중국에서 설명하고 있다. 그런 가지가 서기 5~6세기에 중국의 황하유역에 도입되어 당나라(618~907) 말기까지는 아주 귀한 수입 채소로 대접받다가 송나라(960~1279)에 이르러 중국 전역으로 널리 퍼졌다고 한다. 그 과정에서 원래 가시가 많고 열매가 작으며 맛이 쓰던 야생종에서 점차 가시가 줄어들고 열매가 커지면서 단 맛이 나는 재배종으로 진화하게 된다. 그리고 원나라시대인 13~14세기에 와서 오늘날 같은 길쭉한 모양으로 개량되었다고 한다. 이렇게 보면 우리나라에 맨 처음 도입될 당시에도 가지는 아마 둥근 모양이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일본에서는 가지를 어원이 분명하지 않은 나즈(ナス)라고 부르며 한자로는 가자(茄子) 또는 가(茄)라고 쓴다. 일본에는 1804년 발간된 농업서인 성형도설(成形図説)에 가지가 그림과 함께 수록되어 있는데 가자(茄子)와 수가(水茄) 그리고 발해가(渤海茄)라고 품종명이 기록되어 있어 흥미를 끈다. 이는 아마 원대 과학자인 왕정(王祯, 1271~1368)이 1313년 저술한 왕정농서(王祯农书)의 ‘백곡보(百谷谱) 3 라속시해(蓏属诗解) 7 가자(茄子)’편에 실린 내용을 참고한 것으로 보인다. 그 원전의 일부는 아래와 같은데 우리 신라가지는 연한 자색에 꼭지가 길고 맛이 달다고 묘사하고 있다. 다른 나라 품종과는 달리 우리나라의 가지가 유난히 길쭉한 모습에 연한 자주색을 띤 것은 이미 신라시대부터 그랬다는 말이다.
新罗国者 其色微紫 蒂长味甘
有一白者 谓渤海茄 又一白花
又一水茄 其形稍长 甘而多水
신라가지는 연한 자주색이고 꼭지가 길고 달다.
발해가지는 흰 열매에 흰 꽃이 핀다.
물가지는 모양이 약간 길고 달며 수분이 많다.
가지에는 단백질과 각종 비타민과 미네랄 그리고 식물성 알칼리 등의 영양소가 풍부한 데다가 맛도 좋아서 중국과 일본에서는 매우 인기가 높은 채소이지만 우리나라에서는 그렇게 대단한 인기는 누리지 못하고 호불호가 갈리는 채소로 대접받는다. 거기에는 중국이나 일본과는 다른 우리나라의 요리법이 한 몫을 했다고 한다. 즉 가지는 지용성이기에 기름에 볶거나 튀겨야 제 맛인데 우리나라만 물에 삶거나 데쳐서 먹기 때문에 그렇다고도 한다. 여하튼 가지는 그 뿌리와 줄기 그리고 잎을 수렴제 이뇨제 마취제 소종약 자극제 위장약 변비약 등으로 쓰며 생 가지는 식중독을 해소하는 효과도 있다고 한다. 게다가 칼로리가 낮아 다이어트 음식으로 적합하고 항암효과가 높다는 안토시아닌이 풍부한 건강 식재료이므로 중국에서는 대표적인 약식동원(藥食同源) 식물로 인식되어 인기가 높다. 우리나라에서도 최근에 가지 요리에 대한 관심이 높아져 다양한 요리법을 개발되어 점차 소비가 늘어나는 추세에 있다. 가지의 잎과 꽃 그리고 덜 익은 열매에는 솔라닌이라는 약한 독성 물질이 있으나 대량으로 생식하지 않는다면 큰 문제가 되지 않고 맛이 좀 아릴 뿐이다.
등록명 : 가지
학 명 : Solanum melongena L.
분 류 : 가지과 가지속 초본 아관목
원산지 : 인도 동남아시아
중국명 : 가(茄) 가자(茄子)
일본명 : 나즈(ナス, 茄子、茄)
영어명 : eggplant, aubergine
높 이 : 1m
꽃색상 : 백색 자색
열매색 : 백색 자색 홍색
식 용 : 열매
약 용 : 뿌리 줄기 잎 종자 열매
꽃가지는 가지의 원예품종으로서 태국에서 오래 전부터 재배하던 재래종으로서 일찍이 서양으로 건너가 미국 3대 대통령을 지낸 토마스 제퍼슨(1743~1826)이 1806년 프랑스에서 처음 가져와 그의 몬티첼로 정원에 심었기에 세계적으로 유명한 품종이 되었다. 이 품종은 열매가 처음에는 백색이다가 점차 황색으로 익는데 식용이 가능하지만 맛이 쓰기 때문에 주로 관상용으로 재배한다.
등록명 : 꽃가지
학 명 : Solanum melongena 'Golden Eggs'
분 류 : 가지과 가지속 일년생 초본
원산지 : 인도
선종지 : 태국에서 발견된 재래종
영어명 : Yellow Aubergine
특 징 : 난형 황색 열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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