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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93 감자와 고구마 이름이 바뀌었다.

낙은재 2025. 2. 1. 19:54

감자와 고구마(우)
감자와 고구마(우)

 

 

 

가지과 가지속은 전 세계 무려 1232종이 분포하는 거대한 속이다. 이 중에서 우리나라에는 20종이 등록되어 있다. 가지속은 목배풍등 같은 목본도 있지만 대부분 초본인데 이 중에는 가지와 감자 그리고 토마토 등 우리 일상생활에 중요한 채소들도 포함되어 있다. 가지속은 가지과의 모식속으로 가지과를 대표한다. 그리고 동양 3국에서는 가지가 바로 가지속을 대표하는 것처럼 속과 과의 이름을 붙이지만 서양에서는 까마중을 모식종으로 삼는다. 여하튼 이번 탐구 대상인 감자는 학명을 Solanum tuberosum으로 표기하는데 속명 Solanum은 진정이나 안정을 뜻하는 라틴어에서 온 것으로 일부 종에 그런 진정제 성분이 있기 때문이며 종소명 tuberosum은 줄기나 뿌리의 덩이를 말한다. 그런데 이 감자가 가지나 토마토와 같은 속으로 분류되는 종이라는 사실 즉 식물분류학적으로 형제관계에 비유할 수 있는 매우 가까운 관계에 있다는 점은 생소하게 느껴진다. 게다가 더욱 놀라운 것은 땅속의 굵은 덩이를 식용한다는 점에서 여러모로 감자와 매우 흡사하고 원산지도 같은 미주대륙인 고구마는 알고 보면 전혀 다른 식물이라는 사실이다. 고구마는 학명을 Ipomoea batatas로 표기하는데 속명 Ipomoea는 꽃망울이 마치 벌레처럼 꼬여있기 때문에 붙은 이름이고 종소명 batatas는 원산지 아이티에서 고구마를 지칭하는 이름에서 온 것이다. 고구마는 메꽃과(科) 나팔꽃속(屬)으로 분류되는 즉 나팔꽃과 형제 관계에 있는 또 다른 초본 식물인 것이다. 들여다보면 감자는 줄기 끝에 산방화서로 백색 또는 홍자색 꽃이 피지만 고구마는 잎 겨드랑이에서 분홍색 백색 자색 등 다양한 색상의 꽃이 취산화서로 핀다. 그리고 감자는 까마중 열매나 방울토마토 같이 생긴 지름 1.5cm의 둥근 장과(漿果)이지만 고구마는 나팔꽃 열매 같은 난형 또는 편원형 삭과(蒴果)이므로 열매에서 차이를 보인다. 게다가 식용하는 부위도 겉보기에는 비슷하지만 실제로는 감자는 덩이줄기이고 고구마는 덩이뿌리이므로 서로 다르다. 하지만 그 형태가 워낙 흡사하게 인식되어 동서양을 막론하고 둘을 혼동하여 과거부터 그 명칭을 헷갈려 왔다. 그러니까 전혀 다른 과(科) 다른 속(屬)으로 분류되는 두 식물을 매우 유사한 근연 관계에 있는 식물로 인식한 정도가 아니라 아예 이들 둘을 혼동하여 그 명칭이 뒤바뀌기도 했다는 것이다. 서양과 바로 우리나라에서 말이다.

 

방울토마토 같은 감자 열매와 나팔꽃 열매 같은 고구마 열매(우)
감자(좌)와 고구마(우)의 덩이를 비교한 외국 자료 - 감자는 줄기이고 고구마는 뿌리이다.

 

 

 

우선 16세기 후반 신대륙에서 이른바 콜럼버스의 교환 즉 Columbian exchange의 일환으로 감자와 고구마가 스페인에 도입되고 17세기 초에 영국 등 중부 유럽까지 전파된 서양에서는 감자를 potato라고 부르고 고구마를 sweet potato라고 부르는데 알고 보면 영어 potato의 어원이 스페인어 patata에서 왔는데 이는 원산지 batata에서 온 것이므로 위에서 언급한 바와 같이 원래는 고구마를 지칭하는 용어인 것이다. 그러니까 비슷한 시기에 서양에 도입되자 원래는 고구마를 지칭하는 용어 potato가 유럽에서는 감자로 변한 것이다. 이렇듯 유럽인들이 헷갈려하니 유럽인들을 통하여 16~17세기에 도입된 동양에서도 당연히 두 식물의 명칭이 헷갈릴 수밖에는 없었다. 이 새로운 먹거리 식물을 처음 접한 중국인들은 이들의 땅 속 덩이줄기 즉 괴경(塊莖)이나 덩이뿌리 즉 괴근(塊根)을 닮은 동양 식물의 이름을 죄다 갖다 붙이게 된다. 도입 시기와 경위가 명확하지는 않지만 중국에서는 감자를 토란 즉 우(芋)나 마 즉 저(藷), 서(薯) 또는 말방울 즉 마령(馬鈴)이나 새알 즉 단(蛋) 그리고 콩 즉 두(豆)를 닮았다고 지역마다 각기 다른 이름으로 부른다. 마령서(马铃薯) 외에도 지단(地蛋) 산약두(山药豆) 산약단(山蛋) 하란서(荷薯) 토두(土豆) 양우(洋芋) 지두(地豆) 양우(芋) 등이 바로 그들이다. 이들 중 과거 중국식물지에서는 양우(芋)를 정명으로 삼았으나 현재는 마령서(马铃薯)를 정명으로 삼는다. 그리고 16세기 후반 스페인 식민지이던 필리핀에서 베트남 등 동남아시아를 통하여 도입된 나팔꽃속의 고구마는 중국에서 감자보다 더 다양한 명칭으로 부르지만 대표적인 명칭은 번서(番薯)와 감저(甘藷) 또는 붉은색이라고 주서(朱薯) 등이다. 서(薯)와 저(藷)는 모두 마를 닮았다는 뜻이고 번서(番薯)는 외국(番)에서 도입되었기 때문이고 감저(甘藷) 단 맛이 나기 때문이며 주서(朱薯)나 홍서(薯)는 고구마 껍질이 붉은색이기 때문에 붙은 이름이다.

 

마(薯, 藷)인데 감자와 매우 흡사하다.
토란(芋)인데 이 또한 감자와 비슷한 면이 있다.
말 목에 다는 마령(馬鈴)

 

 

 

일본에서는 감자가 17세기 초 네덜란드 선박에 의하여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에서 도입된 토란(芋, イモ)이라고 쟈가타라이모(ジャガタライモ)라고 하다가 현재는 쟈가이모(ジャガイモ)라고 부르며 한자로는 중국과 마찬가지로 마령서(馬鈴薯)라고 쓴다. 일본은 기후가 한랭한 홋카이도와 혼슈 북부 토후쿠지방에 적극적으로 재배를 장려한 기록이 있다. 특히 가와다류치가(川田龍吉) 남작(男爵)은 미국서 도입한 신품종을 자신의 농장에 심어 지금도 홋카이도에 가면 단샤쿠(だんしゃく) 즉 남작(男爵)이라는 감자 품종이 있다. 반면에 고구마는 사츠마이모(サツマイモ)라고 부르고 살마우(薩摩芋)라고 쓴다. 일본에서는 17세기 초 중국에서 류큐를 거쳐서 살마국(薩摩國) 즉 현재의 가고시마현에서 처음으로 도입하여 재배하였기 때문이다. 그래서 일본에서는 고구마를 중국 이름 그대로 번서(番薯)나 감저(甘藷)라고 하거나 중국에서 왔다고 당우(唐芋)라고도 하며 경유지를 따서 유구서(琉球薯)라고도 한다. 따라서 중국은 감자와 고구마 둘 다 서(薯)라 부르고 일본에서는 둘 다 이모(イモ) 즉 우(芋)라고 부르는 것이다.

 

우리 이름 감자는 중국에서 고구마를 지칭하는 중국 한자어 감저(甘藷)에서 온 것이 분명하다. 어떻게 하다가 보니까 영어 potato의 원래 의미와는 부합할지 몰라도 실제로 감자 어디에서 그렇게 단 맛이 강하게 난다는 것인지 의문이다. 뭔가 어떻게 와전된 이름이 분명한데 어디서 잘못되었는지 궁금하다. 그리고 고구마는 18세기 후반 일본 대마도를 통하여 도입되었는데 대마도 원주민들이 부르던 이름 효행우(孝行芋) 즉 코우고우이모(こうこういも)가 변해서 된 이름이라고 한다. 조선 영조 39년인 1763년 일본통신사로 갔던 부제학 조엄(趙曮, 1719~1777)이 남긴 해사일기(海槎日記)라는 보고서에 현지인들이 감저(甘藷)를 별명으로 고귀위마(古貴爲麻)라고 부르더라는 상세한 내용이 들어 있다. 나중에 이조판서에 오른 그는 고구마 몇 말을 들여와 부산과 제주도 등에 처음으로 재배하게 만든 사람이다. 초창기에는 고구마의 재배도 쉽지 않아서 실패를 거듭했는데 이 과정에서 중국 정보에 의하여 감저(甘藷)의 정체를 알고서 이의 도입 및 재배에 관심이 무척 많았던 이광려(李匡呂, 1720~1783)라는 사람의 조언도 큰 도움이 되어 결국 재배에 성공한 동래부사(東萊府使) 강필리(姜必履, 1713~1767)라는 분은 감저보(甘藷譜)라는 고구마 재배에 관한 책을 남기기도 했다.

 

다음은 조엄선생의 해사일기 중에서 일부를 소개한다.

島中有草根可食者。名曰甘藷。或謂孝子麻。倭音古貴爲麻。其形或如山藥。或如菁根。如瓜如芋。不一其狀。其葉如山藥之葉。而稍大而厚。微有赤色。其蔓亦大於山藥之蔓。其味比山藥而稍堅。實有眞氣。或似半煨之栗味。生可食也。炙可食也。烹亦可食也。和穀而作糜粥可也。拌淸而爲正果可也。或作餠或和飯。而無不可。可謂救荒之好材料也。此物聞自南京流入日本。日本陸地諸島間多有之。

이와 같이 조엄선생은 “대마도에는 감저(甘藷)라고 부르는 먹을 수 있는 풀뿌리가 있던데 일명 효자마(孝子麻)라고 하며 발음을 고귀위마(古貴爲麻)라고 하더라는 내용이다. 그 모양은 마(山藥)를 닮았고 혹은 무(菁根) 또는 참외(瓜)나 토란(芋)을 닮아 형상이 일정하지 않다. 잎은 마를 닮았지만 좀 더 크고 두터우며 연한 붉은색을 띤다. 덩굴줄기 또한 마보다 더 크며 맛은 마보다 약간 단단하며 알차며 반쯤 익힌 밤과 같은 맛으로 생식도 가능하고 구워서도 먹고 익혀서도 먹는다. 곡물과 함께 죽을 쒀도 좋다. 버무려서 정과를 만들어도 좋고 떡과 밥을 지어도 좋아 뭐든 할 수 있다. 따라서 좋은 구황 식재료라고 할 수 있다. 이를 중국 남경에서 일본으로 유입되었다고 하며 이를 일본 열도 여러 섬에서 재배한다고 한다.”라고 보고하고 있다. 바로 여기의 고귀위마(古貴爲麻)에서 우리 이름 고구마가 탄생한 것이다.

 

도입시기와 도입과정에 대한 상세한 공식 기록이 있는 고구마와는 달리 감자는 언제 우리나라에 도입되었는지 명확하지는 않다. 다만 조선 후기 실학자인 서유구(徐有榘, 1764~1845) 선생이 펴낸 백과사전인 임원경제지(林園經濟志)에 고구마 즉 감저(甘藷)편의 부록으로 감자가 북저(北藷)라는 명칭으로 수록되어 있다. 그리고 비슷한 시기에 실학자 이규경(李圭景, 1788~1856)이 펴낸 백과사전인 오주연문장전산고(五洲衍文長箋散稿)에도 감자를 북저(北藷)라고 하며 순조 24년인 1824~1825년 사이에 북쪽 변방 즉 만주에서 온 것으로 일명 토감저(土甘藷)라고 부른다고 설명하고 있다. 그에 따르며 청나라 인삼 도둑이 국경을 넘어와 머물면서 식량으로 심어서 먹은 것에서 출발하였다고 한다. 아마 그래서 제대로 된 정보가 따라오지 못하여 중국에서 부르는 이름 즉 마령서(馬鈴薯)나 양우(陽芋, 洋芋) 등의 이름을 몰라서 북방에서 온 고구마 즉 감저(甘藷)와 유사한 것이라고 인식하고 북감저(北甘藷)라거나 줄여서 북저(北藷)나 북감(北甘) 아니면 아예 감저(甘藷)라고도 불렀던 것으로 추정된다. 그 이유는 그 당시에는 감자도 단맛이 나는 것으로 알려졌기 때문이다. 실제로 감자도 가열하면 단맛이 조금 나기는 하지만 그래도 고구마에 비할 바는 아닌데도 초창기에는 그렇게 인식하였던 것이다. 중국 한의학에서도 감자의 맛이 달다고 표현하고 있으며 최근에 일본에서는 당도가 특별히 높은 감자 품종을 많이 개발하고 있지만 과거 그 당시의 감자의 맛이 그렇게 달았을 리가 없다. 하지만 초창기에는 고구마와 감자를 거의 같은 식물로서 품종만 다른 것쯤으로 파악하였던 것 같다.

 

그래서 이규경선생은 오주연문장전산고(五洲衍文長箋散稿)에 감자의 맛을 미감담윤(味甘淡潤) 즉 달고 담백하며 수분이 많다거나 미차감미(味且甘美) 즉 맛 또한 감미롭다라고 묘사하고 있다. 바로 이 점 때문에 나중 사람들이 감자를 거의 고구마와 같은 달다는 뜻의 감(甘)이 포함된 명칭 감저(甘藷)라고 표기하기에 주저함이 없었다. 중국과 일본에서는 전혀 쓰지 않는 명칭이다. 감자가 조금 단 맛이 있다고는 하더라도 고구마와 비교하면 결코 달다는 말을 할 수 없는 것이 당연한 것인데도 국내서는 고구마는 남쪽 대마도에서 온 것이므로 남감저 감자는 북쪽 만주에서 온 것이므로 북감저 또는 남감(南甘) 북감(北甘)이라고도 하거나 둘 다 감저(甘藷)라고 불러왔다. 그러다가 19세기말에 와서 한불자전과 한영자전을 편찬하면서 그 명칭이 분리되기 시작한다. 우선 1880년 발간된 한불자전에서는 고구마를 남감자로 감자를 감자로 풀이하여 감저(甘藷)에서 변형된 감자라는 이름을 단 맛도 없는 potato가 결국 차지하게 된다. 그리고 1890년에 발간된 한영자전에서는 고그마를 sweet potato라고 하여 드디어 고구마라는 이름이 조엄선생의 고귀위마(古貴爲麻) 이후 다시 등장하고 potato는 감자 또는 북감자라고 수록하고 있다. 이렇게 하여 진짜 감저(甘藷)는 고그마에서 고구마로 변했고 달지도 않는 potato 즉 중국의 마령서(馬鈴薯)가 국내서는 감자로 둔갑한 것이다. 그동안 조선시대에 주로 감저(甘藷)라고 하던 sweet potato를 고구마라고 부르는 것은 이해할 수 있다. 하지만 potato는 조선시대에 쭉 감저(甘藷) 또는 북감저(北甘藷)라고 했다고 이걸 그대로 감자라고 한 것은 아쉽다. 그 당시 한 번쯤 검증을 했더라면 결코 이런 이름을 붙일 수는 없었을 것으로 판단된다. 이제는 감자라는 이름이 굳어져 버려 어떻게 할 수도 없는 상황이다. 참고로 감자라는 또 다른 한자어 柑子(감자)는 귤을 말하고 甘蔗(감자)는 사탕수수를 말하여 potato와는 거리가 먼 식물들을 말한다.

 

감자의 다양한 모습인데 정말 고구마를 닮은 품종도 매우 많다.

  

 

 

 

등록명 : 감자

과거명 : 북감저(北甘藷)

학   명 : Solanum tuberosum L.

분   류 : 가지과 가지속 다년생 초본

원산지 : 남아메리카 안데스산맥

영어명 : potato, spud

불어명 : pomme deterre (대지의 사과)

중국명 : 마령서(马铃薯) 양우(芋)

일본명 : ジャガイモ(馬鈴薯)

높   이 : 30~80cm

열   매 : 지름 1.5cm, 녹색에서 성숙하면서 황색 적색으로 변하나 완숙은 귀함

종   자 : 번식은 가능하나 작게 자라서 산출을 위해서는 3대의 시간이 소요

영양분 : 전분, 비타민C, 칼륨

독   성 : 노출된 껍질이나 싹 열매에 특히 많음 

보전성 : 매우 양호

재   배 : 3~4개월, 봄 파종 여름 수확, 여름 파종 가을 수확

내한성 : 영하 45~ 영상 7도

 

 

 

대부분의 사람들이 동양인들은 쌀을 주식으로 하고 서양인들은 감자를 주식으로 삼는다고 인식하고 있지만 실제로 파악해 본 결과 전혀 사실과 다르다는 것을 알게 된다. 감자를 주식으로 삼았던 사람들은 오히려 우리가 옥수수를 많이 먹었다고 알고 있는 잉카제국 사람들이었다는 것이 잉카 유적지에서 발견되었다고 한다. 1570년 이후 유럽 스페인에 도착한 감자는 초창기에는 그 당시 품종의 모양이 다소 흉측한 데다가 종자가 아닌 씨감자 즉 무성 생식으로 번식한다는 점 그리고 성경에 없는 식물이라는 점을 들어 심지어는 악마의 작물이라며 거부하기도 했다. 여기에는 무엇보다도 덩이줄기 즉 감자를 제외한 나머지 전체 식물에 독성이 있어서 아무렇게나 식용하다가 부작용이 발생한 것이 큰 몫을 했을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중부 유럽으로 전파되는데 상당한 시일이 걸렸으며 오늘날과 같은 주 식량 자원으로 재배하게 된 것은 바로 1618년부터 1648년까지 벌어진 가톨릭과 개신교들 간의 이른바 30년 전쟁 이후라고 한다. 참혹한 전쟁으로 농토가 황폐화되어 기근이 발생하자 프로이센국왕이 농민들에게 감자의 재배를 강제적으로 장려하면서 점차 그 진가를 알게 되어 인근 프랑스와 아일랜드 등으로 퍼져 나갔다고 한다. 그리고 흥미로운 것은 신대륙 미국도 가까운 남미에서 도입한 것이 아니라 17세기 초반에 유럽 이민자들에 의하여 도입하였으나 초기에는 가축 사료 등으로 사용하다가 제대로 재배되기 시작한 것은 1719년 아일랜드 이민자들에 의해서라고 한다. 물론 나중에 발생한 미국의 남북전쟁 당시 군인들의 식량으로 감자가 매우 요긴하게 사용되었음은 말할 것도 없다. 이와 같이 세상 어디서든 감자는 덩이줄기 외에는 전초에 독성이 있으므로 식용방법을 제대로 몰라서 많은 부작용이 발생하였기에 초기에는 쉽게 보급되지 못하였던 것이다. 그래서 동양에서도 고구마와는 달리 감자의 도입 시기와 과정에 대한 명확한 기록이 잘 없는 것이다. 달고 맛이 좋은 고구마에 비하여 감자는 그만큼 첫 모습이 매력적이지 않았다는 말이다.

 

녹색 부분인 감자의 원산지와 잉카인들의 감자 식재도
밀레의 감자 수확도와 고흐의 감자를 먹는 모습 그림

 

 

하지만 현재 전 세계 생산량을 보면 감자가 고구마를 압도한다. 우선 데이터를 보면 고구마는 2020년 기준 전 세계 90백만 톤이 되며 이 중 절반 이상인 55%를 중국이 생산하고 아프리카에서 약 20%를 차지하고 유럽이나 다른 나라는 미미하다. 하지만 감자는 2021년 기준 전세계 376백만 톤을 생산하였고 이 중 중국과 인도가 약 40%를 차지하고 나머지 우크라이나와 미국 그리고 러시아가 각각 약 5% 생산하고 있어 양적으로도 많고 재배국가도 더 많다. 그만큼 고구마에 비하여 감자가 더 소비량이 압도적으로 많다는 것이다. 이는 아마 고구마에 비하여 감자의 재배 기후나 토양 조건이 매우 넓고 무엇보다도 보관이 쉽고 보존 기관이 길기 때문으로 보인다. 여하튼 감자는 한랭한 지역에서도 잘 자라며 연간 여러 번 수확도 가능하여 서민들의 식량으로 폭발적인 수요를 보여 곧 쌀과 보리 그리고 옥수수와 더불어 세계 4대 식량 작물로 평가받고 있으며 특히 밀과 비교하면 무려 3배의 생산량이 가능하다고 그 유명한 애덤 스미스가 국부론에서 평가한 적도 있다.

 

늦봄의 꽃이 피기 시작할 무렵에 땅속에서는 새로운 덩이줄기 즉 감자가 생기기 시작하며 덩이줄기는 뿌리처럼 땅속의 수분이나 양분을 흡수하는 기능은 없고 지하에 있는 줄기가 비대해진 것으로 낮에 잎에서 광합성된 양분이 밤에 지하 줄기에 저장되어 생긴 것이다. 덩이줄기는 땅속에 묻힌 씨감자에서 자란 줄기 6~8마디에서 분지 한 포복성 줄기의 끝이 점점 비대해져 감자가 된다. 밤낮의 기온차가 클수록 양분의 이행이 원활해져 감자의 전분량이 많아지며 덩이줄기가 크게 자라려면 낮에는 약 20도 밤에는 10~14도가 적정온도이며 낮에 20도를 넘으면 덩이줄기는 형성되기 어려워지는 특성을 가지고 있다. 그래서 우리나라도 감자는 북한지역에 먼저 도입되어 북감저(北甘藷)라고 했던 것이고 일본도 홋카이도에서 처음 재배한 것은 결코 우연은 아니다. 감자는 전초에 포테이토 글리코알칼로이드(Potato Glycoalkaloids)라고 총칭하는 독성 물질이 있다. 그래서 특히 독성이 많은 녹색 껍질 부분이나 싹 그리고 열매는 절대 식용하면 안 되는 것이다. 그리고 잎과 줄기 등에도 독이 있으므로 지하 덩이줄기 즉 감자 외에는 식용하면 안 되는 것이다. 이 독성은 가열하더라도 완전 분해되지 않기 때문에 감자는 싹이나 녹색 부분 그리고 장기 저장된 감자는 껍질을 두텁게 제거하고 먹는 게 좋다.  

 

감자
감자
감자밭
감자는 덩이줄기이다.
열매(좌)나 햇빛에 노출되어 녹색이 된 감자는 독성이 특히 강하다.

 

 

 

등록명 : 고구마

과거명 : 감저(甘藷)

학   명 : Ipomoea batatas (L.) Lam.

분   류 : 메과 나팔꽃속 다년생 덩굴성 초본

원산지 : 멕시코 과테말라 등 중앙아메리카

영어명 : sweet potato

불어명 : patate douce

중국명 : 번서(番薯) 감저(甘藷)

일본명 : サツマイモ(薩摩芋)

줄   기 : 평와 상승 간혹 엉키는 덩굴성

환   경 : 고온 단일성

토   질 : 건조하거나 척박한 토양에서도 잘 자람

유독성 : 독성 무 

내한성 : 영하 6도 ~ 영상 7도

 

고구마
고구마 등 나팔꽃속은 꽃망울이 나선으로 벌레처럼 생겼다고 속명이 Ipomoea가 되었다.
고구마 농장
고구마의 꽃과 열매 그리고 종자
고구마
녹색 부분이 고구마 원산지이다.

 

 

고구마는 온도는 높고 일조량은 짧아야만 꽃이 피기에 우리나라에서는 꽃을 많이 피우지 않는다. 감자와는 달리 씨감자 그대로가 아닌 씨고구마에서 싹을 틔운 모종을 만들어 밭에 심으며 여름에 심는데 생장 소요기간은 4개월이다. 균들과 공생으로 질소고정능력이 있기에 감자와는 달리 콩과 마찬가지로 연작을 싫어하지 않는다. 고구마는 채소 중에서는 가장 고온성으로 생육 적온은 25~30도 이상이며 발아 적정 온도는 20~30도이고 이모 비대의 적정 온도는 20~30도가 필요하다. 즉 고온과 강한 빛을 좋아하며 건조에도 잘 견디고 생육한다. 너무 비옥한 토양에서는 줄기와 잎만 무성하게 자라므로 고구마가 크게 되지 않는다. 따라서 비료를 많이 주는 것은 금하고 통기성이 중요하다.  

 

감자(좌)는 씨감자를 직파하지만 고구마는 대부분 모종을 키워서 밭에 심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