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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96 갈매나무의 어원

낙은재 2025. 3. 9. 17:01

갈매나무속의 모식종인 아마갈매나무인데 갈라진 가지 사이의 짧은 가지 끝에 가시가 있다.

 

 

 

갈매나무는 우리 자생종으로 장미목(Order Rosales) 갈매나무과 갈매나무속으로 분류되는 낙엽 소교목이다. 갈매나무과(family)는 전 세계적으로 65속(genus) 1,222종(species)으로 구성되어 있지만 우리나라는 현재 11속 32종만 등록되어 있는데 모두 다 목본이다. 등록된 수종은 겨우 32개에 불과하지만 11개 속으로 구성되어 있어 다양한데 그 중에서 대추나무속을 제외하면 거의 대부분 일반인들에게는 매우 생소한 이름들이 많아 흥미를 끈다. Rhamnaceae과 즉 갈매나무과는 모식속인 갈매나무속과 국내에 흔한 대추나무속을 제외한 나머지 먹넌출속 망개나무속 헛개나무속 까마귀베개속 상동나무속 묏대추나무속 등 6개 속은 비록 우리 자생종이라고는 하지만 무척 생소한 이름이다. 나머지 외래 3개의 속은 닻나무속과 케아노투스속 그리고 포마데리스속이다. 그럼 먼저 갈매나무속의 우리나라 대표 수종인 갈매나무는 우리나라 외에도 중국과 몽고 그리고 극동러시아에서 자생하는데 중국에서는 鼠李(서리)라고 부르며 우리와는 달리 매우 귀한 나무로 취급한다. 왜냐하면 개화기간이 길어 중요한 밀원식물이 되며 수피와 잎으로 접착제를 만들며 열매로는 기름을 짜고 잎과 열매 뿌리 등은 해열제와 설사약 그리고 각종 피부병을 치료하는 특효약인 데다가 황색이나 녹색의 염료로도 쓰이고 목재는 단단하여 농기구나 조각에 쓰이는데 특히 마리흘탑(麻梨疙瘩)으로 불리는 울퉁불퉁한 혹(疙瘩)같이 생긴 뿌리는 색상이 아름답고 재질이 매우 단단하여 북방의 자단(黄花梨)으로 불리며 염주나 담뱃대 지팡이 호로병 등 각종 공예품 조각에 활용되기 때문이다. 특히 이 마리흘탑으로 만든 담배 파이프가 한때 중국에서 무척 인기 높았다고 한다. 중국명 서리(鼠李)는 쥐 자두라는 의미로서 중국에서 가장 오래된 본초서인 신농본초경(神農本草經)에 근거하는데 쥐는 작다는 의미도 있지만 일반적으로 열매의 색상이 쥐색 즉 자흑색이기 때문에 붙은 이름인 것으로 본다. 따라서 자두를 닮은 작은 쥐색 열매가 달리는 나무라는 뜻이 된다. 갈매나무의 속명 Rhamnus는 1753년 린네가 명명한 것으로 가시(rabdos)가 있는 관목이라는 뜻이다. 우리나라와 중국은 학명 Rhamnus davurica인 갈매나무를 속의 대표수종으로 인식하여 각각 갈매나무속과 鼠李(서리)속이라고 하지만 갈매나무가 자생하지 않는 일본의 경우에서는 그들 고유종인 Rhamnus japonica var. decipiens를 대표수종으로 삼아 짝퉁 흑매라는 의미로 쿠로우메모도키(黒梅擬き)속이라고 부른다. 서양에서는 유럽에 자생하는 학명 Rhamnus cathartica를 모식종으로 삼는데 이 수종을 국내서는 아마갈매나무라고 부른다.

 

갈매나무 혹뿌리로 만든 공예품 한때 담뱃대의 인기가 매우 높았다.

 

 

 

갈매나무는 기후조건에 따라서 상록인 경우도 있고 때로는 거의 교목수준으로 키가 10m까지 자라기도 하지만 우리나라에서는 3~5m까지 자라는 낙엽 활엽 관목 또는 소교목으로 분류하는데 그 이름 갈매의 어원에 대하여는 아직 명확한 설이 없다. 그런데 우리나라에서 녹색(綠色) 즉 초록색(草綠色)을 뜻하는 다른 말이 몇 개가 있는데 그 중 하나가 갈매색이다. 갈매색은 짙은 초록색을 뜻한다. 참고로 파란색(청색, 남색)과 노란색(황색)을 섞으면 초록색(草綠色)이 되고 파란색과 초록색의 중간이 청록색(靑綠色)이라고 하고 초록색과 노란색의 중간을 연두색(軟豆色)이라고 한다. 따라서 청록색에서 연두색까지가 녹색이라고 할 수 있는데 여기에는 짙은 초록색인 갈매색과 그 다음 짙은 초록색인 수박색이 있고 짙은 연두색인 풀색이 있다. 바로 이 갈매색을 자연에서 얻는 나무가 바로 갈매나무의 열매와 잎 그리고 뿌리인 것이다. 그래서 갈매나무속으로 무려 57종이나 자생하는 중국에서는 오래 전부터 이들 갈매나무를 녹색 염료로 사용하여 서리(鼠李)를 정명으로 삼는 갈매나무를 별명으로 대록(大绿)이라고 부르며 일부 갈매나무속 수종 중에는 아예 정명이 동록(凍綠)인 경우도 있다. 동록(凍綠)이라고 부르는 이유는 갈매나무 잎이나 열매를 냉동시킨 다음 저온에서 염료를 추출하기 때문인데 그렇지 않고 고온에서 추출하면 엽록소가 황색으로 변하기 때문이라고 한다. 이런 냉염법(冷染法)은 특히 명청시대에 성행하여 외국에서는 이런 녹색을 중국록색(中國綠色) 즉 Chinese green으로 불렀다고 한다. 바로 이 색을 언제부터인지는 몰라도 우리는 갈매색 또는 갈맷빛이라고 하는 것이다. 따라서 이런 염색법이 우리나라에도 도입되어 조선시대 관리들의 제복인 녹포(綠袍)의 제작에 사용되었다고 한다.

 

갈매색 - 광주시에 있는 전남고등학교에서는 갈매색을 교색으로 삼는다. 녹차밭과 중국록(中國綠)

 

 

 

그렇다고 갈매색 염료로 사용되었기 때문에 이 나무를 나중에 갈매나무라고 불렀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다. 왜냐하면 갈매색이나 갈맷빛이라는 용어는 갈매나무보다도 더 생소한 용어로서 일상에서 거의 쓰이지 않는 용어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갈매나무는 녹색뿐만 아니라 황색 염료로도 사용되기 때문이다. 따라서 오히려 그 반대로 갈매나무 원료로 염색한 그런 독특한 짙은 초록색을 갈매색이라고 불렀다고 이해하는 것이 더 타당해 보인다. 즉 갈매나무가 먼저이고 색상의 이름이 나중일 것이라는 말이다. 갈매나무가 우리 문헌에 처음 나타나는 것은 1433년 조선 세종 때 의학자 유효통(兪好通) 등이 향약의 모든 방문(方文)을 수집하여 간행한 의서인 향약집성방(鄕藥集成方)인데 거기에 산리자(山李子)와 우리자(牛李子)로 기록되어 있다. 둘 다 중국에서 온 이름이다. 산리(山李)는 중국 당나라 유우석(刘禹锡, 772~842)이 818년 편찬한 의서인 전신방(传信方)에 근거를 둔 명칭으로 산에서 자라는 자두(李)라는 의미이므로 그 크기나 품질이 떨어지는 자두라는 말이다. 향약집성방은 한글창제 이전의 문헌이므로 당연히 한글 이름이 없다. 그러다가 허준(許浚, 1593~1615)선생에 의하여 1610년에 쓰여진 동의보감(東醫寶鑑)에는 우리자(牛李子)가 정명으로 서리자(鼠李子)를 별명으로 기록하고 있으나 아쉽게 여기에도 한글명은 없다. 동의보감은 가끔 널리 불리는 한글 이름을 본초명과 병기하지만 우리자(牛李子)는 그렇지 않았다. 동의보감에서는 갈매나무의 잎과 줄기가 자두나무를 닮았고 열매는 오미자를 닮았다고 묘사하고 있다. 하지만 중국에서는 산이스라지나 산옥매 같은 지름 1cm 안팎의 작은 열매들도 욱리(郁李)나 맥리(麦李)라고 부르기 때문에 갈매를 이(李)라고 부르는 것에는 거부감이 없다.

 

그러다가 갈매나무라는 한글 이름이 처음 나타나는 문헌은 조선 후기 학자인 이만영(李晩永, 1748~1817)선생이 1798년에 엮은 재물보(才物譜)이다. 거기에 한자명 작매(雀梅)와 한글명 갈매나무를 나란히 기록하면서 似梅而小(사매이소)라고 즉 ‘매실을 닮았지만 작다.’라는 설명까지 기록되어 있다. 하지만 왜 참새를 뜻하는 작(雀)이라고 했는지에 대한 설명이 없다. 그리고 이 이름 작매(雀梅)는 중국에는 없는 이름이다. 중국에서는 모두 자두라고 리(李)라고 했지만 여기서는 매(梅)라고 한 것인데 이는 우리만 그런 것은 아니다. 일본도 매실이라고 한다. 다만 일본에서는 갈색이 아니라 흑색 매실을 닮았다고 갈매나무속을 黒梅擬(흑매의)속이라고 부른다. 왜 갈매나무라는 한글명을 기록하면서 작매(雀梅)라는 이름을 만들어 썼을까 하고 가만히 생각해 보니 다음과 같은 추론에 도달한다. 작은 새라는 의미에서 참새라고 불리는 우리나라에 매우 흔한 이 새는 다갈색(茶褐色)이다. 따라서 서리가 작은 쥐색 자두라면 작매는 작은 다갈색 매실이 되므로 결국 갈매가 된다. 실제로 갈매는 녹색에서 다갈색으로 변했다가 최종적으로 자흑색으로 성숙한다. 만약 이게 맞는다면 정말 재치 있는 작명법이다. 그러니까 이만영선생도 민간에서 불리는 이름 갈매나무의 갈매가 순수 우리말인지 아니면 한자어인지 확신이 없어서 직접 갈매(褐梅)라고 쓰지는 않았지만 갈색을 참새에 비유하여 작매(雀梅)라고 칭하여 서리(鼠李)에 대비되게 기발하게 명명한 것으로 추정된다는 말이다.

 

 

다갈색인 참새(좌)와 녹색에서 처음에 다갈색으로 잠시 변했다가 자흑색으로 성숙하는 갈매(우)

 

 

 

선생이 이렇게 갈매를 갈색 매실로 독자적으로 추정한 데에는 나름대로 근거가 있었을 것이다. 그게 바로 향약집성방과 동의보감에 기록된 우리자(牛李子)일 것으로 추정된다. 이 명칭 또한 중국에서 2천년 전부터 사용한 이름인데 그 정확한 어원을 현대 중국에서도 모른다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소를 뜻하는 우(牛)를 식물이름에 붙이는 것은 그 모양이 소의 일부분을 닮았거나 그 색상이 소와 같은 색상 등일 때 붙이는 것인데 갈매나무의 어느 부분이 소의 어떤 부분과 비슷하다는 것인지가 명확하지 않다. 하지만 이 이름은 중국 삼국지에 나오는 전설적인 명의 화타(华佗, 약145~208)의 제자인 오보(吴普)가 3세기 중엽에 신농(神農) 황제(黃帝) 기백(岐伯) 뇌공(雷公) 동군(桐君) 편작(扁鹊) 등 과거의 이름난 의사들의 자료를 모두 취합하여 편찬한 오보본초(吴普本草)에 근거를 둔 매우 역사가 긴 이름이다. 이는 동한(東漢, 25~220)때 편찬된 신농본초경(神農本草經)에서 기록한 서리(鼠李)와 한말에 편찬된 것으로 추정되는 명의별록(名医别录)에서 지칭한 패(稗)와 더불어 갈래나무를 지칭하는 가장 오래된 중국 이름 중 하나이다. 우리(牛李)라는 이름은 중국에서 뽕나무과 Artocarpus속 특정 교목과 윤노리나무속 특정 관목을 지칭하는 명칭으로도 사용되는데 이들 둘은 그 열매가 타원형으로 우심장(牛心臟) 즉 소의 심장을 닮았다는 공통점이 있다. 하지만 갈매나무의 열매는 구형이라서 다르다. 그렇다면 혹시 누렁소의 털 색상 즉 황갈색(黃褐色)과 관련된 것은 아닐까 하는 의문을 가져본다. 중국에는 갈매나무 별명으로 우리(牛李) 외에도 우근자(牛筋子) 우조자(牛皂子) 우초자(牛诮子) 등이 있어 결코 우(牛)가 어떤 이유도 없이 그냥 붙여진 이름이 아님을 시사하고 있다. 만약 우(牛)가 황갈색을 의미한다면 갈매나무의 열매는 처음 녹색이다가 자갈색으로 잠시 변했다가 최종적으로 흑자색으로 성숙하기에 잠시 갈색이기는 하다. 그리고 종자의 색상이 황갈색이며 줄기와 잎자루가 갈색이다. 하지만 이걸 보고서 나무 이름을 붙였다고 보기는 어렵다. 하지만 황우와 같은 색상의 황색 염료를 추출하는 나무이기에 그렇게 불렀을 가능성은 있다. 실제로 중국에서는 갈매나무들에서 황색과 녹색 염료를 추출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우리나라도 갈매나무속 수종 중에 황색 염료로 사용하기에 산황(山黄)나무로 불리는 수종도 있다. 그렇다면 우리 이름 갈매나무를 (황)갈색 염료를 얻는 매실나무라는 뜻으로 풀이하는 것과 일맥상통하게 된다.

 

 

중국에는 우리(牛李)라고 부르는 수종들의 열매인데 둘 다 타원형으로 우심장을 닮았다고 한다.

 

 

 

또 다른 가능성은 고대 중국에서는 갈매나무의 잎을 짓찧어 반죽을 만들어 소나 말의 고질적인 피부병인 우마창중생충(牛马疮中生虫)에 붙여서 치료하는 약으로 썼기에 붙인 이름일 수도 있다. 그 당시 우마는 농업이나 전쟁에 매우 중요한 존재인데 대상포진 비슷한 고질병을 고치는 특효약이 바로 이 수종이라면 소 병을 고치는 자두나무라는 의미로 우리(牛李)라고 불렀을 수도 있다는 말이다. 이 병의 치료용으로 사용되었다는 것은 후세 청나라 명의 장로(张璐, 1617~1699)가 1695년 저술한 본경봉원(本经逢原)에 나온다. 처음 우리(牛李)라는 이름이 등장한 문헌도 중국 의학서이라는 점에서 약 효능과 관련된 이름일 가능성이 전혀 없지는 않지만 원전인 오보본초(吴普本草)나 훗날의 본경봉원(本经逢原) 그 어디에도 이를 명칭의 유래라고 설명하고 있지는 않다. 그리고 이 우마창중생충(牛馬瘡中生蟲) 치료제 유래설은 아직 국내외 그 누구도 주장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여하튼 그러다가 국내서는 다산 정약용(丁若鏞, 1762~1836)이 저술한 것으로 추정되는 백과사전인 물명괄(物名括)에 한글명은 갈매나무로 한자명은 서리(鼠李)와 조리(皂李)로 기록하고 있다. 조리는 한자로 皂李 또는 皁李로 쓰는데 검다는 뜻이므로 결국 서리와 대동소이한 의미이며 이 또한 중국에서 갈매나무를 칭하는 별명들이다. 갈매가 만약 갈색 매실이거나 진녹색(津綠色) 염료를 추출하는 자두라는 의미라면 잘못된 말의 어원을 찾아서 바로잡으려고 아언각비(雅言覺非)라는 책도 펴낸 다산 정약용이 그냥 지나치지 않고 뭔가 언급을 하고 갔을 터인데 아쉽게도 다산의 물명괄에서도 아무런 언급이 없다.

 

그리고 1880년에 발간된 한불자전에는 해당 프랑스어를 갈매나무와 염청목(染靑木)이라고 풀이하고 있다. 염청목(染靑木)이란 청색 즉 녹색 염료를 얻는 나무라는 의미이므로 갈매색 염료로 쓰이는 나무라는 의미로 해석될 수도 있다. 그렇다면 갈매의 어원은 짙은 초록색이라는 설에 무게를 실어 준다. 여기서 한자 靑을 현재 우리는 파란색 즉 blue로 인식하지만 과거에는 blue와 green을 구분 없이 의미했다. 과거 한자 靑을 푸를 청자로 綠을 푸를 녹자라고 같은 뜻으로 푸르다고 했다. 지금 현재 한자사전에서도 그렇게 풀이하고 있다. 그러니까 우리 선조들은 파란색과 초록색을 잘 구분하지 않았던 것이다. 우리 선조들의 색감이 둔해서 그런 것은 아니고 원래 중국에서부터 청(靑)은 녹(綠)색과 남(藍)색의 중간으로 봐서 심록색(绿色) 혹은 천람색(浅蓝色)이라고 정의하였기 때문이다. 그리고 녹색으로 된 모든 사물을 청(靑)이라고 불렀다. 그래서 신호등의 초록색을 아직도 파란불이라고 하며 green grass를 푸른 초원이라고 하는 것이다. 그러므로 염청목이 바로 갈매색 염료 나무이므로 갈매나무라고 해석될 수 있다는 논리이다. 하지만 이 용어는 영조시대 실록이나 승정원일기 외에는 보이지 않는다. 영조 19년 즉 1743년 4월 20일 실록과 승정원일기에 다음과 같이 기록되어 있다. 이 문단은 과거에 우리 토종 흑우(黑牛)가 존재하였음을 입증하는 것으로도 널리 인용되고 있는 내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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上曰: "親耕時 靑牛以染靑木衣之。而宗廟有靑、紅蓋, 所謂靑蓋, 卽黑蓋也。 以此推之, 則靑牛之非靑而黑, 亦可知也。今此五禮儀修正時, 靑牛條, 以黑牛懸註可也。"

“임금이 이르기를, "친경(親耕) 때 청우(靑牛)는 푸른 색으로 염색한 무명을 입히고 있다. 그런데 종묘(宗廟)에 청개(靑盖)와 홍개(紅盖)란 것이 있으니, 이른바 청개란 곧 흑개(黑盖)이다. 이로 미루어 보면 청우는 청색이 아니라 흑색이라는 것도 알 수 있다. 이번 오례의(五禮儀) 청우조(靑牛條)는 흑우(黑牛)로 주(註)를 달아 넣는 것이 옳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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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위 국역문에 나오지만 여기서 염청목(染靑木)이란 결코 갈매나무가 아니라 청색으로 염색한 광목(廣木)을 뜻한다. 한자 木은 원래 나무를 뜻하지만 무명을 뜻하기도 한다. 고려시대에 있었다는 청우(靑牛)가 영조시대에 실제로 존재하지 않았으므로 청색 광목으로 덮개를 만들어 소에게 입힌 것으로 해석된다. 따라서 염청목(染靑木)은 나무가 아니고 피륙이므로 이를 한불자전에서 갈매나무로 해석한 것은 아무래도 오류인 것으로 보인다. 이렇게 오해한 이유는 중국에서 갈매나무들을 녹자(綠子)나 대록(大綠) 동록(冻绿) 또는 녹피자(绿皮刺) 등 녹색과 관련된 여러 별명으로 부르기 때문이다.

 

현재로서는 갈매나무는 일단 그 어원을 모르는 순수 우리말 이름이라고 보는 수밖에는 없다. 현재 국어사전에서도 한자어로 인정하지는 않는다. 과거 문헌을 살펴보아도 1798년의 재물보(才物譜)를 제외하면 실마리가 될 만한 근거가 전혀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한자어에 기반한 이름이라면 재물보에서 작매(雀梅)라고 기록한 것을 보거나 중국 이름 우리(牛李)를 감안할 때 갈매는 황갈색 염료를 추출하는 작은 매실을 닮은 열매가 달리는 나무라는 의미에서 붙여진 이름이라고 보는 것이 현재로서는 가능성이 높은 추론으로 판단된다. 일각에서는 재물보(才物譜) 작매(雀梅)/갈매나무에서 언급된 사매이소(似梅而小)를 근거하여 갈(小)+매(梅)라는 풀이를 시도한다. 우리말 ‘갈’이 작다는 의미로 쓰인 사례는 갈까마귀의 ‘갈’이 ‘작다’는 의미라는 일부 주장이 있기는 하지만 그 외에는 없는 것 같다. 한자 雀(작)은 小와 새를 뜻하는 隹(추)가 결합된 한자이므로 작다는 의미가 내포되어 있다. 따라서 작매(雀梅)는 (작은) 갈색 매실을 뜻하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만영(李晩永, 1748~1817)선생 이후 조선시대 실학자들이 갈매나무를 작매(雀梅)라거나 갈매(褐梅)나 소매(小梅)로 직접 표기한 기록은 전혀 없는 데다가 나중에 갈매나무로 염색한 짙은 초록색을 갈매색이라고 부르는 것도 갈매가 갈색 매실이라고 널리 인식하고 있었다고 추정하기 어렵게 만드는 요인이 된다. 왜냐하면 갈매의 어원이 황갈색 염료에서 온 것이라면 특수한 냉염법(冷染法)으로 진한 초록색 염료를 얻었다 하더라도 이를 갈매색이라고 부르지는 않았을 것이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진녹색(津綠色)을 지칭하는 갈매색이라는 순수 우리말 용어가 원래부터 있었기에 그런 색상의 염료를 추출하는 나무이므로 갈매나무라고 했다는 설도 수긍하기 어렵다. 만약 그렇다면 중국의 수많은 갈매나무 별명 중에 녹색과 관련된 이름인 녹자(綠子)나 대록(大綠), 동록(冻绿) 등의 이름을 우리(牛李)나 조리(皂李) 대신에 실학자들이 기록하였을 터인데 그런 이름이 전혀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갈매의 색상 변화
말린 갈매와 종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