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기동백나무
애기동백나무를 알아본다. 우리 기록이 아닌 중국의 문헌에 의하면 신라 때부터 우리나라에 많이 있었던 나무라서 우리 자생종으로 알고 있는 경우가 많은데 실상은 일본 원산이다. 대개 일본 원산으로서 애기라는 이름이 앞에 붙으면 원산지 일본 이름이 히메(姫)라던가 소(小)가 앞에 붙는 법인데 이 나무는 일본 이름이 사잔카(山茶花)로서 전혀 그런 접두사가 없다. 실제로 나무 크기가 결코 그리 작은 나무가 아니다. 그렇다고 중국명도 매화꽃이 필 때까지 계속 꽃이 핀다고 다매(茶梅)이다.
그럼 왜 우리만 애기라는 이름을 붙였을까? 그건 아마도 중국 고 문헌에 "大日山茶小海红" 즉 "큰 것은 산다요 작은 것은 해홍이라 한다." 이렇게 되어 있다고 조선 중기의 실학자 이수광의 지봉유설에 기록되어 있기 때문일 것이다. 여기서 산다는 동백나무이고 해홍은 애기동백나무를 말한다. 실제로 자로 측정하면 동백나무에 비하여 잎이 작고 열매가 좀 작다. 물론 높이도 조금 작은 편이기는 하지만 나이에 따라 다르므로 누가 그것을 쉽게 알겠나 싶다. 작다고는 하나 실제로 실물을 보면 거의 구분이 잘 안간다. 꽃 모습도 비슷하고 개화시기도 엇비슷하여 구분하기 어렵다.
그래서 오랫동안 우리 선조들은 거의 동백으로 취급을 했다. 지금도 우리 국민 거의 대다수가 동백과 애기동백을 구분하지 못한다. 아니 애기동백나무의 존재 자체도 모른다. 그래서 그런지 애기동백의 정보를 얻을 만한 백과사전도 그리 많지는 않다. 자생종이 아니라서 그럴 수도 있지만 비교적 최근에 나타난 이름이라서 다루지 않고 있는 것 같다. 우리나라 산림청에서 운영하는 국가생물종정보시스템에 가도 애기동백의 분포지라고는 서귀포와 완주 달랑 두 군데 외에는 없다. 이게 뭔 말인지? 신라 때부터 많았다고 중국 문헌에도 나와 있는데 정작 우리는 거의 없다고 하다니 이건 말도 안된다. 결국 애기동백을 동백과 구분하지 않고 있다는 것을 말해 준다. 그래서 과거에 중국 시인 이태백이 "해홍이 신라에서 왔다."라고 했다고 중국 동백의 원조가 우리나라라고 엉뚱한 주장을 펴기도 했고 지금도 가끔 하는 사람들이 있다.
그리고 동백꽃은 향기가 없는데도 동백꽃 향기 운운하는 글들을 요즘 인터넷에서 많이 본다. 모두 애기동백나무를 두고 하는 말이다. 나 자신을 포함한 우리나라 사람들은 조선조에 쓸데없이 공리공론이나 일삼는 유학자들 보다는 중기 이후 나타난 실사구시를 추구하는 실학자들을 진보실용적이라고 더 숭상하면서도 나 자신은 그렇게 실천하지 않고 있다. 그 좋은 사례가 바로 이것이다. 비슷하게 보이면 다 동백이지 뭘 따져서 애기동백까지 구분해야 하느냐 하고 대충 넘어가 버린다. 그러다가 이렇게 남의 나라 원산의 나무를 우리 것이라고 중국에다가 엉뚱한 소리를 하게까지 된 것이다.
애기동백나무는 학명이 Camellia sasanqua Thunb.인데 학명에서부터 일본 냄새가 난다. 종소명 sasanqua가 바로 일본 이름 사잔카에서 온 것이기 때문이다. 이름 자체가 일본이름으로 되어 있는데 제대로 알아보지도 않고서 이걸 우리 것이라고 하면 안된다. 사농공상이라고 농공상을 천대하고 실사구시를 외면한 결과 우리는 일본학자 나카이에 의하여 금강산에서 발견된 우리나라에서만 자생하는 고유종인 금강초롱 마저 Hanabusaya asiatica (Nakai) Nakai 라고 초대 주한 일본공사인 하나부사의 이름으로 속명을 정하고 종소명도 우리 고유종이므로 당연히 koreana로 붙여서 우리 고유종임을 분명하게 명시할 필요가 있었는데도 asiatica로 붙이는 수모를 겪었다.
궁금하면 관찰하고 의심나면 물어보고 모르면 배워서 우리 스스로 식물에 대한 정보와 지식을 많이 가지고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벚나무가 일본에서만 자라는 나무가 아닌데 이를 거의 광적으로 사랑하여 거의 일본 전역에 심고 나아가 미국 등 세계로 널리 전파하여 봄이면 온 세상을 벚꽃천지로 만들어 벚꽃하면 그 누구도 일본을 떠올리게 일본이 만들 동안 우리는 국내에 잘 심어진 오래된 벚나무를 캐냈다가 심었다가를 반복하고 있다가 이제 와서 벚꽃의 원조는 우리라고 아무도 인정하지 않는 주장을 해봤자 세계적인 웃음거리 밖에 더 되겠나. 참으로 안타깝다. 물론 남부지방 수종이라서 여기 주변에는 없는 나무이지만 그동안 동백과 애기동백에 대한 별 구분없이 동백꽃을 바라봤던 나 자신부터 반성해야 겠다.
등록명 : 애기동백나무
학 명 : Camellia sasanqua Thunb.
분 류 : 차나무과 동백나무속 소교목
원산지 : 일본
일본명 : 사잔카(山茶花)
중국명 : 다매(茶梅), 다매화
수 고 : 5~10m
줄 기 : 어린 가지 모
잎특징 : 혁질, 타원형
잎크기 : 3~5 x 2~3cm
잎모양 : 선단금첨, 기부설형, 가끔원형
잎색상 : 상면심녹색, 광채, 하면갈녹색, 맥상 모
잎측맥 : 5~6조, 상면부명확, 하면보임, 망맥불투명
잎거치 : 세거치
잎자루 : 4~5mm, 털이 조금있다.
꽃특징 : 대소부일치, 직경 4~7cm
포악편 : 6~7, 피유모
꽃 잎 : 6~7편, 활도란형, 근이생, 대소불일치, 최대장5cm, 너비6cm
꽃색상 : 홍색
꽃수술 : 이생, 1.5~2cm
자 방 : 잔털
암술대 : 1~1.3cm, 3심렬
열 매 : 삭과, 1.5~2cm, 1~3실, 과편 3렬
종 자 : 갈색, 무모
방 향 : 좋은 향기
개화기 : 11~3월
결실기 : 8~9월
내한성 : 영하 17도
용 도 : 화장 및 공업용 기름, 가구용 목재
원예종 : 약 300종의 원예종이 있음
사실 일본도 고대에는 이 나무를 같은 동백으로 알았다. 그러나 놀랍게도 일본은 무로마치시대(1336~1573년)에 이미 이를 간파하고 구분한 기록을 남기고 있다. 우리는 아마 일제강점기에 일본학자들이 와서 가르쳐 주기 전까지 구분하지 않았던 것 같다. 애기동백나무의 명명 및 등록은 1966년에 발간된 이창복의 [한국수목도감]에 의하는 것으로 되어 있다. 이 점은 중국이 가장 빠르다. 중국은 이미 당나라때 왕기라는 사람이 978년에 발간된 태평광기(太平广记)에서 "신라에는 해홍과 해석류가 많다."라고 하여 애기동백과 동백을 구분하여 인식하고 있었다.
그리고 위 지봉유설에 있다는 그 문구는 1200년대 남송 진경기(陈景沂)란 사람이 전방비조(全芳备祖)란 책에 기재한 내용으로서 “浅为玉茗深都胜,大日山茶小海红" "얕으면 옥명이고 깊으면 도승, 큰 것은 산다요 작은 것은 해홍이다." 옥명과 도승 그리고 산다와 다매(해홍) 4개의 동백 품종명과 구분법을 설명하고 있다. 경유지일지도 모를 신라는 물론 원산지인 일본도 구분하지 않고 있던 동백과 애기동백을 중국에서는 단번에 그 차이점을 파악하고 있었다는 이야기가 된다. 역시 한의학이 발달한 중국의 식물 관찰 노하우는 하루아침에 이루어진 것이 아님을 보여준다.
그럼 여기서 동백과의 구분법을 알아보자
1. 개화 시기로 구분
워낙 품종이 다양하여 동백과 애기동백의 개화시기도 일정하게 말할 수는 없지만 대체로 동백은 12~4월에 개화하여 빠르면 늦가을부터 피는 애기동백에 비하여 좀 늦다. 애기동백의 개화 시기는 11~2월이므로 개화기간이 동백보다는 좀 짧은 편이다. 일본에서는 원예종을 포함하여 보다 세분하여 다음과 같이 정리하기도 한다.
애기동백나무(山茶花) : 11월 ~ 2월
칸쯔바키(寒椿) : 11월 ~ 2월
동백나무(椿) : 1월 ~5월
하루사잔카(春山茶花) : 2월 ~ 4월
2. 잎모양으로 구분
잎 모양은 비슷하지만 동백이 5~12cm로 3~7cm인 애기동백보다 크다.
동백 나무 잎이 애기동백보다 더 반들거린다. 그러나 실제로는 구분하기 어렵다.
한편 동백은 거의 거치가 없지만 애기동백의 경우 작은 거치가 뚜렷하다.
애기동백은 잎의 밑부분과 뒷면 맥위에 털이 있다.
태양에 비추어 보면 동백 나무의 잎맥은 검고 애기 동백의 잎맥은 하얗다. 그러나 이 또한 다른 경우가 많다.
좌 애기동백나무, 중 원예종, 우 동백나무
따라서 원종은 구분이 쉬우나 원예종들 때문에 잎만으로는 구분 불확실하다.
좌(상) 애기동백나무, 우(하) 동백나무
좌(상) 애기동백나무, 우(하) 동백나무
좌(상) 애기동백나무, 우(하) 동백나무
좌(상) 애기동백나무, 우(하) 동백나무
애기동백나무는 어린 가지와 잎자루 그리고 중륵에 털이 있다.
3. 꽃 모습으로 구분
동백은 반쯤 열리는 반개화이지만 애기동백은 다 열리는 평개화이다. 그리고 꽃 내부를 들여다 보면 애기동백은 수술 밑부분에 털이 있으나 동백은 없다.
좌(상) 애기동백나무, 우(하) 동백나무
좌(상) 애기동백나무, 우(하) 동백나무
애기동백나무
수술이 방사형이고 짧다.
동백나무
수술이 길고 통형이며 밑부분이 붙어 있다. 그리고 꽃잎도 밑부분이 붙어 있는 것이 다르다.
4. 꽃이 떨어지는 모습
동백 나무는 꽃이 한꺼번에 통째로 떨어지지만 애기동백은 꽃잎 하나하나 떨어져 확실하게 구분된다. 이 모습이 마치 사무라이 목이 잘리는 꼴이라고 일본 에도 시대 무사들은 경원시 하였다고 하며 우리나라 제주도에서도 불길하다고 울타리 안에는 심지 않았다고 한다.
애기동백나무
여느 꽃들과 마찬가지로 이렇게 꽃이 진다.
동백나무
꽃 전체가 통째로 떨어지는 특유한 모습을 보인다.
5. 꽃향기
동백꽃은 일부 원예종을 제외하면 향기는 거의 없다. 하지만 애기동백나무는 그윽한 향기가 수술에서 나는데 꽃의 빛깔에 따라서 달라 흰색 꽃은 부드러운 향기가 나고 분홍색 꽃은 진한 재스민 같은 향기가 난다.
흰색 계통의 향기는 주로 부드럽고 은은하다.
분홍색 계통은 자스민 같은 진한 향기가 있다.
6. 열매로 구분
동백 나무 열매는 더 크고 반들반들하지만 애기동백은 작고 열매에 털이 있다. 애기동백나무는 결실율이 낮다.
좌(상) 애기동백나무, 우(하) 동백나무
좌(상) 애기동백나무, 우(하) 동백나무
동백나무 열매는 반들반들하다.
7. 씨방으로 구분
동백의 씨방에는 털이 없으나 애기동백의 씨방에는 잔털이 있다.
좌(상) 애기동백나무, 우(하) 동백나무
8. 신아로 구분
애기동백나무의 신아에는 털이 있다.
좌(상) 애기동백나무, 우(하) 동백나무
그 외에도 내한성 면에서는 동백나무가 애기동백나무보다는 더 강하여 동백나무는 옹진군까지 올라와 자생하지만 애기동백나무는 중부지방에서는 노지월동이 어림없다. 또한 동백기름을 활용하는 면에서는 애기동백이 좀 더 좋다고 한다.
애기동백의 원예품종 분류
애기동백군(山茶花群)
야생의 애기동백나무에서 육성된 원예 품종. 11월경에 개화. 홑겹꽃 또는 복겹, 나무 모양은 자생종과 비슷
칸쯔바키군(寒椿群)
애기동백의 원예 품종으로서 "겨울철에 피는 동백꽃(사자형)"으로 육성된 품종. 꽃잎의 수가 많은 겹꽃으로서 사자형 등 매우 화려함. 11월 중반부터 2월까지 개화.
칸쯔바키(寒椿)
하루사잔카군(春山茶花群)
2월 중순부터 4월 중순의 따뜻한 시기에 개화. 애기동백과 동백의 교잡종들로서 홑겹과 겹꽃 등 다양한 모양의 꽃이 있으며 꽃의 크기도 다양하다.
하루사잔카(春山茶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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