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목탐구이야기

물푸레나무과/목서(계화)속

288 목서의 열매는? 그리고 양성화인가 자웅이주인가? 품종간 구분법

낙은재 2017. 2. 25. 14:36

계화의 열매

중국에 철수개화(铁树开花)라는 사자성어가 있는데 그 뜻은 보기 드문 일이라는 것이다.

그런데 계화의 열매에 비하면 소철의 개화는 오히려 흔하다는 뜻의 이래와 같은 속담도 있다.

铁树开花常见 桂花结果稀奇(철수개화상견, 계화결과희기) 철수(铁树) = 소철(苏铁)


이제까지 목서속 특정 수종을 지칭하는 협의의 목서를 앞의 무려 6개의 연속된 글에서 알아봤다. 이는 전세계 목서속에 속하는 약 30 종의 수종 그리고 우리나라에 등록된 8종의 목서 수종 중에서 겨우 하나를 탐구한 것이다. 그러나 2천 5백년 이상의 재배 역사를 가지며 중국인들이 가장 좋아하는 10대 꽃 중에 하나로 선정되었으며 무려 150여 종의 다양한 품종을 가지고 있는 중국을 보나 일본의 3대 정원수로 꼽히며 시즈오카현의 현화로 그리고 수많은 도시의 시화로 지정되어 많은 사랑을 받는 일본을 보나 이 목서(계화)의 중요성은 여타 목서속 모든 수종들을 합한 것보다 훨씬 중요하다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원산지 중국과 일본 가운데 있는 우리나라에서는 목서가 그 정도로는 사랑받지 못하는 이유가 뭘까? 그건 간단하다. 우리나라에서는 남쪽 일부지역을 제외하면 노지에서 월동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화분에 키우기에는 사이즈가 좀 큰 편이다. 그러나 중국은 도시 이름이 아예 계화의 숲이라는 남부의 계림은 말할 것도 없고 중부의 상업중심 도시 상해 인근에서도 얼마든지 계화의 숲을 볼 수 있으며 일본에서도 동경에서 얼마든지 노지월동이 가능하기 때문에 마음껏 최고의 천연 향기를 배출하는 이 목서를 재배하는 것이다. 참고로 일본에서도 협의의 목서는 자생하지 않지만 목서속 수종으로 구골나무, 박달목서 등 6종이나 자생하여 25종이나 자생하는 중국만큼은 아니라도 겨우 박달목서 하나만 자생하는 우리보다는 많다. 


동경 시내 규시바리큐온시(旧芝離宮恩賜)정원의 목서

동경의 날씨는 상해와 비슷하여 웬만한 남부수종은 노지월동이 가능하다.


어느 식물이던지 우리 자생종이 아니면 그 원산지 정보를 기준으로 하여 탐구하고 있지만 이 목서에 와서는 일본을 자주 언급하는 것은 두 가지 이유가 있다. 하나는 우리의 식물분류체계를 정립한 것이 바로 일제강점기의 일본학자들이었기 때문에 무시만을 할 수 없는데다가 특히 이 목서의 이름 혼란은 중국의 단계를 단목서라고 하지 않고 금목서라고 하는 등 일본식 잘못된 이름을 그대로 도입한데서 비롯되었기 때문이다. 또 하나 일본 정보를 참고하는 것은 이 목서의 학명 부여를 거의 모두 일본에 체제하던 서양학자 또는 일본학자들이 하였기 때문이다. 그러니까 비록 중국 원산이기는 하지만 일본 학자들에 의하여 최초로 묘사되고 학계 보고되었기 때문에 일본 정보의 정확성을 세계에서도 인정하는 것인데 지난번의 개나리, 미선나무에 이어서 이 목서도 이상한 부분이 보인다.


그게 바로 목서의 성별 구분이다. 모든 일본 도감에서 목서는 자웅이주라고 설명하며 이를 따라서 우리나라에서도 모두 자웅이주라고 말하는 것 같다. 그래서 일본에서는 목서의 열매가 달리지 않는 이유를 일본에는 암그루가 없고 수그루만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그렇다면 중국에 가서 암그루를 얼마든지 가져오면 되지 왜 여태 그걸 안했을까? 그 사이 2차대전 때 상해까지도 점령했던 사람들이 도대체 무슨 이유로 암그루 하나 못 구한단 말인가? 상해 부근에 널린 것이 목서인데. 이건 말이 안되는 궁색한 설명으로 보인다. 그런데 이상하게 서양의 자료를 봐도 일관성이 없다. 대부분의 도감은 아예 언급이 없다. 대개 언급이 없는 경우는 양성화를 의미한다. 그러나 일부 자료에서는 자웅이주라고 분명하게 묘사를 한다. 그러나 가끔 양성화라고 명시하는 경우도 있다. 


상해 계림공원에 금목서가 만개했다.


그럼 원산지 중국의 자료는 어떨까? 중국의 표준인 중국식물지에는 협의의 목서에 대한 정확한 언급은 없으나 암술과 수술에 대하여 묘사하고 있는 것으로 봐서 양성화로 인정하고 있다. 목서의 상위 분류인 목서속은 양성화와 수술이나 암술이 퇴화한 단성화 그리고 자웅이주 혹은 웅주 또는 양성화이주라고 매우 복잡하게 복합적인 특성을 보이는 것으로 묘사하고 있다. 그리고 중국의 여타 도감에서도 양성화라는 표현과 자웅이주라는 말이 섞여서 언급되고 있다. 그럼 결국은 뭐란 말인가. 그런데 참고로 목서의 꽃은 사진으로 보기와는 달리 매우 작아서 그냥 육안으로는 꽃술이 잘 보이지도 않는다. 그래서 구분이 잘 안되기 때문에 더더욱 정보가 혼란스러운 것 같다.


금목서로 왼쪽은 암술이 퇴화하였고  오른쪽은 수술이 퇴화한 것으로 보인다. 


은목서로 보이는데 가운데 암술이 퇴화되었다.


은목서로 보이는데 가운데 암술이 잘 발달되어 있다.


그런데 어느 나라나 공통된 관찰결과는 목서는 열매를 잘 맺지 않는다는 것이다. 일본은 아예 일본에는 암그루가 없다라고도 말하고 중국도 '소철개화는 보기 쉬워도 계화 열매는 신기하다.'(铁树开花常见 桂花结果稀奇)라는 속담이 있을 정도로 계화 즉 목서가 열매를 맺으면 거의 기적이라고 지방 신문에서 다룰 정도로 매우 이례적인 길조로 여긴다. 엄청나게 많은 목서가 자라는 중국에서 그 열매보기가 이렇게 어렵다면 이건 단순히 일정 지역에 암그루나 수그루가 부족하여 발생한 현상은 아닌 것이 분명해 보이다.   


계화의 결실을 아예 대자연의 기적이라고 표현한다.

세상에 별 일도 다 있다며

중경시 무산현 어느 집에 5년 전에 심은 계화에서 2cm 길이의 청록색 열매가 주렁주렁 달렸으니 한번 구경오세요. 라고 하고 있다.


이 나무는 40년 생인데 처음으로 결실한 것이며 주위에 다른 목서가 많아도 이 나무만 열매가 달렸다고 한다.


여러 중국 자료를 살펴본 결과는 다음과 같다. 현재로서는 목서의 꽃은 양성화인데 거의 대부분 암술이나 수술 중 하나가 특히 주로 암술이 퇴화하여 꽃잎으로 변하거나 발육이 부실하여 그 구실을 못한다. 그리고 퇴화하지 않더라도 자방의 발육이 부실한 경우가 대부분이다. 게다가 설혹 양성화의 모양을 갖추고 있더라도 자가수정을 하지 않는 것으로 보여 이래저래 결실에 이르기까지는 매우 어렵다. 그러나 그 이유에 대하여는 무리한 전정과 영양부족과 일조량 불충분 등 생장환경을 들고 있으나 아직 정확하게 파악하지 못하고 있어 앞으로 연구 과제라고 판단된다. 다행히도 삽목이나 접목으로 번식에는 별 문제가 없으며 접목의 대목으로는 같은 물푸레나무과인 광나무 쥐똥나무 이팝나무 등을 이용한다고 한다.



위와 같이 가운데 암술이 퇴화하여 짧게 뾰족하게 보이며 수술 두 개만 보인다.

자웅이주라고 설명하는 쪽에서는 이를 웅화라고 한다. 


간혹 목서의 품종에 따른 향기의 짙음과 옅음 즉 농담(濃淡)에 대한 비교 설명들이 보인다. 실제로 일반인들 입장에서는 어차피 꽃은 매우 작아서 눈에 잘 뜨이지도 않지만 향기는 저 멀리서도 느낄 정도로 강하므로 이에 대한 관심이 지대할 수 밖에 없다. 그러나 이는 한 마디로 말할 수는 없다. 왜냐하면 목서의 4대 품종은 단일 수종이 아닌 그룹이기 때문에 원예종 품종에 따라서는 얼마든지 그룹 특성과는 다를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일반적인 평가는 금계가 가장 짙으며 다음 금계와 거의 비슷한 수준의 단계이며 그 다음이 은계이다. 그리고 사계계는 아무래도 사시사철 개화하므로 그 향기가 제일 약하다고 할 수 있는데 이 또한 품종에 따라서는 향기가 매우 강한 것도 얼마든지 있다. 


개화기가 아닌 때에 잎과 줄기 등만 보고서 목서의 품종을 구분하기는 매우 어렵거나 거의 불가능한 것으로 보인다. 특히 단계, 금계, 은계는 오로지 색상으로 구분하는 것이므로 색상외에 뚜렷한 변별점이 거의 있을 수가 없다. 그래서 원산지 중국에서도 공식적으로는 목서의 하위 변종들을 구분하지 않는 것이다. 그러나 민간에서는 정확한 색상 구분 기준을 설정하고 있는데 그 것이 바로 영국원예협회에서 정한 색상 번호(RHS Color Chart)로 그 범위를 명확하게 다음과 같이 정하고 있다. 은계 : RHS 2~12,  금계 : RHS 13~22,  단계 : RHS 23~35. 


사계계는 색상의 범위가 없이 백색부터 주홍색까지 다양하다.


이것이 영국원예학회에서 꽃의 색상 구분을 위하여 제정한 색상카드이다.

좌 2와 12 은계, 중 13과 22 금계, 우 23과 35 단계


그러나 사계계는 여타 가을에 꽃피는 추계 즉 단, 금, 은계 그룹과는 나름대로 약간의 구분점은 있다.  

1. 사계계는 주로 1~3m, 최대 5~6m까지만 자라는 소교목인 반면에 최대 15m까지 자라는 추계는 교목이다.

2. 사계계는 봄에 나오는 잎과 가을에 나오는 잎이 다르다. 봄잎은 넓고 밋밋하며 끝이 갑자기 좁아지지만 가을잎은 좁고 톱니가 있으며 끝이 서서히 뾰족해 진다.

3. 사계계 화서는 두 가지가 있다. 

봄 개화시에는 총화경이 있는 소상화서 또는 원추상화서에 가까우며 주로 가지 끝에 정생하며 가끔 액생도 하지만 가을에 개화할 때는 총화경이 없이 모여서 취산화서로 액생하여 여느 추계와 비슷한 모습을 한다. 

4. 사계계는 개화기가 매우 길지만 가을과 봄 개화기에만 꽃이 무성하며 겨울이나 여름에는 다소 성글다. 단 원예종에 따라서는 사계 무성한 꽃이 피는 품종도 있음.

5. 추계 즉 단, 금, 은계는 관목상으로 자라기도 하지만 큰 교목까지도 자라며 모여서 취산화서로 주로 8~11월에 집중하여 액생하며 꽃 색상으로 3개 그룹으로 분류한다.


사계목서(사계계)

가지끝에서 나온 총화경이 분명하게 보이는 원추화서 같은 모습이다.


사계목서(사계계)로 추정되는 우리집 화분인데

지난 초겨울부터 오늘 2월 25일 현재까지도 계속 개화하고 있다. 먼저 핀 꽃이 말라비틀어진 옆 가지 끝에 또 다시 꽃이 핀다.

그러나 화서는 총화경이 없이 족생 취산화서로 주로 정생하며 액생도 한다.  


사계목서(사계계)

아래 잎은 넓고 거치가 없는 것으로 봐서 작년 봄에 나온 잎이고 위 좁고 거치가 있는 것은 작년 가을에 나온 잎이다.


사계목서(사계계)

여기는 그 반대로 아래의 잎이 좁고 나중에 나온 위의 잎이 넓고 거치가 없다.

아마 이 가지에는 가을잎은 안 나왔나 보다.

하나 분명한 것은 먼저 나온 잎이 무조건 큰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