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7 푸베스켄스 라일락(Syringa pubescens) - 털개회나무의 원종인 중국 교령화의 해부

푸베스켄스 라일락(교령화)

이 수종은 다시 세 개의 아종이 세분된다. 그 중 아종 중 하나가 바로 우리나라 털개회나무이다.

털개회나무

중국에서는 이 나무를 관동교령화라고 부른다.

이번에는 우리나라와 중국에서 자생하는 Syringa pubescens라는 종을 파헤쳐 본다. 이 종은 중국에서만 자생하는 중국의 교령화(巧玲花)라는 종인데 우리나라에서는 푸베스켄스 라일락이라는 국명을 가지고 등록되어 있다. 우리나라에 등록된 수종 중에서 학명을 Syringa pubescens로 시작하는 종은 7개이지만 그 무질서하게 등록된 학명을 APG 분류체계로 바꾸어 정리하고 보면 모두 15종이나 된다. 결국 우리나라 수수꽃다리속 55종 중 15종이 바로 이 하나의 푸베스켄스라일락(교령화)과 그것에서 비롯된 아종 및 변종 및 원예종들이라는 말이 된다. 

참고로 전세계 수수꽃다리속에는 모두 12종의 수종들이 분포하는데 우리나라에는 그 중 10종이 등록되어 있다. 그 중 이제까지 서양수수꽃다리(Syringa vulgaris)와 우리 수수꽃다리의 원종인 중국 자정향(Syringa oblata)과 개회나무의 원종인 들정향나무(Syringa reticulata) 모두 세 종의 탐구를 마쳤다. 이번이 그 네 번째 순서인데 그동안 수수꽃다리속 수종들의 파악이 매우 복잡하게 느껴졌다면 이번 탐구로 거의 모두 정리되어 간단해 진다. 그러나 그 느낌은 시원한 것이 아니라 허탈하다. 왜 일까?  

앞에서도 언급한 바와 같이 우리나라 등록명 개회나무와 정향나무 그리고 라일락은 그 차이점이 전혀 없이 동일한 용어라고 판단해도 무방하다. 그것을 이 종에서도 어김없이 보여주고 있다. 모두 15종인데 그 중 개회나무가 7개 라일락이 5개 정향나무가 3개 종이다. 같은 종의 나무들 이름이 이렇게 그때그때 달리 붙여진 것이다. 이를 마치 사과나무속에서 사과나무, 능금나무 또는 꽃사과나 야광나무로 불리는 것과 같은 맥락으로 생각할 지도 모르나 그것은 아니다. 사과나무는 같은 속에서 종들의 이름이 다양한 것으로 그것은 매우 자연스러운 것이다. 하지만 이 중국의 교령화 즉 푸베스켄스 라일락은 같은 종 안에서 그 변종이나 아종의 이름이 각기 다른 것이므로 납득이 잘 안된다. 

게다가 털개회나무같은 경우 이미 독립된 종의 신분이 아닌 중국의 교령화의 아종인데 여기서 지나치게 더 세분하여 여러 변종으로 등록되어 있지만 국제적으로는 하나도 독립변종으로 인정 받지 못하고 모두 유사종으로 인정받아 털개회나무의 이명으로 처리되고 있다는 것이다. 결국 전문가들도 더 이상 세분할 필요가 없다고 통합하여 인식하는 것을 우리 일반인들은 당연히 다른 수종으로 파악하고 그 차이점을 찾으려고 그 부실하기 짝이 없는 국생정이나 도감들에만 매달려 왔다는 것이다. 

그럼 뭐가 어떻게 되어 있길래 이렇게 넋두리를 길게 하는지 지금부터 들어가 보자. 우선 학명 Syringa pubescens Turcz.로 표기되는 원종은 우리나라에서는 자생하지 않고 중국에서만 자생하는 종으로 중국 이름은 아름답고 영롱한 꽃이라는 의미의 교령화(巧玲花)이다. 중국의 정향속 중에서 유일하게 xx정향이라는 이름을 안쓰는 종이다. 그만큼 역사가 길다는 이야기가 된다. 학명의 종소명 pubescens는 솜떨이 보들보들하다는 뜻이다. 그래서 중국 별명으로 모정향(毛丁香)이라고도 부른다. 이 원종의 우리나라 등록명은 푸베스켄스 라일락이다. 그런데 이 교령화는 아래와 같은 아종으로 다시 분류가 된다. 설명의 편의상 원산지인 중국의 이름이나 학명을 기준으로 삼는다.

푸베스켄스 라일락(교령화)

Syringa pubescens

Syringa pubescens subsp. pubescens(교령화, 원아종)

Syringa pubescens subsp. patula(관동교령화)

Syringa pubescens subsp. microphylla(소엽교령화)

중국에서는 위에다가 Syringa pubescens subsp. julianae(광악교령화)를 추가하여 4분하지만 APG 체계에서는 광악교령화를 소엽교령화에 통합시켜 3분한다.

이중 원아종과 소엽교령화는 국내 자생하지 않으므로 우리의 관심사는 아무래도 우리나라에서도 무려 11종이 등록되어 있고 그 중 자생종만도 6종이나 되는 관동교령화이다. 학명이 Syringa pubescens subsp. patula로 표기되는 관동교령화는 중국의 산해관 동쪽 즉 동북 요녕성이나 길림성 등에서 자생하는 교령화라고 그런 이름이 붙었는데 이 수종이 우리나라에서도 자생하는데 우리 이름이 바로 털개회나무이다. 아마 우리나라에는 중국의 교령화의 다른 아종은 국내에 자생하지 않아서 관동교령화에 교령화 전체의 특성인 털이라는 접두사를 붙인 것 같다. 아종명 patula는 옆으로 퍼진다는 뜻이다.  

털개회나무 외에도 우리나라에는 정향나무와 흰정향나무 그리고 섬개회나무와 흰섬개회나무 그리고 둥근정향나무라는 것이 등록되어 있는데 놀랍게도 이 다섯 종 모두가 독립된 변종으로 인정받지 못하고 털개회나무의 유사종으로만 인정을 받아 국제적으로는 털개회나무의 이명으로 처리되고 있다는 사실이다. 이것은 분명 뭔가는 차이점이 있으므로 나카이를 비롯한 국내외 식물학자들에 의하여 독립된 변종으로 보고 되었겠지만 그 특성의 지속성이 없거나 그 차이점이 애매하기 때문에 유사종으로 취급받은 것은 아닌 것 같고 이미 종에서 하위 분류군인 아종으로 세분되어 있는데 거기서 더 이상 구분할 필요가 없다는 뜻으로 보인다. 여기에는 요즘 지나치게 세분된 식물명을 통합하려는 국제적인 추세도 한 몫을 했을 것이다. 

그렇지만 결국 국제식물분류학계에서도 구분점이 애매하여 더 이상 세분할 필요가 없다고 유사종으로 인정하여 통합한 것을 우리 일반인들은 그들의 전혀 다른 우리나라 이름 때문에 털이 있나 없나 하면서 털개회나무와 정향나무의 차이점을 찾으려고 무진장 애를 쓰고 있었던 것이다. 헐! 그렇다면 털개회나무와 정향나무가 결국 같은 것이라는 말인가? 그리고 흰정향나무는 물론 섬개회나무나 흰섬개회나무까지도 게다가 전혀 다른 모습의 학명인 Syringa velutina var. kamibayashii로 등록된 둥근정향나무까지도?

털개회나무와 그 유사종들

구  분	등록명	등록된 학명	신 학 명
자생식물	털개회나무	Syringa patula (Palib.) Nakai	Syringa pubescens subsp. patula
자생식물	정 향 나 무	Syringa patula var. kamibayashii (Nakai) M.Y.Kim	Syringa pubescens subsp. patula var. kamibayashii
자생식물	흰정향나무	Syringa patula var. kamibayshii f. lactea (Nakai) M.Y.Kim	Syringa pubescens subsp. patula var. kamibayshii f. lactea
자생식물	섬개회나무	Syringa patula var. venosa (Nakai) K.Kim	Syringa pubescens subsp. patula var. venosa
자생식물	흰섬개회나무	Syringa patula var. venosa f. lactea K.Kim	Syringa pubescens subsp. patula var. venosa f. lactea
자생식물	둥근정향나무	Syringa velutina var. kamibayashii (Nakai) T.B.Lee	Syringa pubescens subsp. patula

물론 위 수종들이 완전하게 동일한 것은 물론 아닐 것이다. 하지만 마당에 정원수를 키워보면 동일한 나무가 가끔 어떤 해는 전혀 다른 모습을 보여 줘 놀란 적이 한두 번이 아니다. 그럼 그때마다 다른 이름으로 부를 수는 없지 않겠는가. 최소한 전문적으로 연구하는 학자가 아니라면 일반인들 입장에서는 위 모두를 국제적으로 널리 인정을 받는 APG 분류체계를 따라서 하나로 통합하여 인식하여도 무방할 것 같다. 물론 나중에 아종이 독립된 종으로 승격하고 그들이 다시 변종으로 세분될 수는 있겠지만 그건 그때 가서 다시 파악하면 될 일이다. 

그 외에도 우리나라에는 털개회나무의 원예종으로 다음과 같은 종들이 등록되어 있다.

털개회나무의 원예종들

구    분	학        명	등  록  명
재배식물	Syringa pubescens subsp. patula 'Annaelli'	털개회나무 '아나일리'
재배식물	Syringa pubescens subsp. patula 'Aureo-Variegata'	털개회나무 '아우레오바리에가타'
재배식물	Syringa pubescens subsp. patula 'Miss Kim'	미스김라일락
재배식물	Syringa pubescens subsp. patula 'Paul Thirion'	털개회나무 '폴 티리온'
재배식물	Syringa pubescens subsp. patula 'Sensetion'	털개회나무 '센세이션'

여기서 흥미로운 것은 바로 미스김라일락이라는 존재가 여기에 포함되어 있다는 것이다. 미스김라일락을 우리나라 등록명 체계로 봐서는 털개회나무 '미스김'이라고 하여야 될 법 하다만 여기에서는 라일락이라는 용어를 사용하고 있어 헷갈리게 한다. 여하튼 미스김라일락은 우리 자생종 털개회나무에서 비롯된 원예종이라는 사실이다. 참고로 국내에 미스김라일락이라는 이름으로 많이 유통되고 해외에서도 코리안 라일락이라는 이름으로 널리 알려진 메이어리 라일락 '팔리빈'(Syringa meyeri 'Palibin')은 미스김라일락과는 다른 종으로 이는 털개회나무가 아닌 중국 교령화 즉 푸베스켄스 라일락의 또 다른 아종인 소엽교령화의 원예종으로서 우리나라와는 별 연고가 없는 종이다. 이에 대하여는 나중에 다시 자세히 알아보기로 한다.

그 외에도 이 푸베스켄스 라일락 관련 종으로 두 개가 더 등록되어 있는데 그것이 바로 소엽교령화의 유사종인 Syringa julianae C.K.Schneid.(율리아내 라일락)과 원예종인 Syringa pubescens subsp. microphylla 'Superba' (미크로필라 라일락 '수페르바')이다.  이들 모두 15종을 정리하면 아래와 같다. 

Syringa pubescens

Syringa pubescens subsp. pubescens(푸베스켄스라일락, 원아종)

Syringa pubescens subsp. patula(털개회나무 - 아종)

Syringa patula var. kamibayashii (Nakai) M.Y.Kim (정향나무 - 유사종)

Syringa patula var. kamibayshii f. lactea (Nakai) M.Y.Kim (흰정향나무 - 유사종)

Syringa patula var. venosa (Nakai) K.Kim (섬개회나무 - 유사종)

Syringa patula var. venosa f. lactea K.Kim (흰섬개회나무 - 유사종)

Syringa velutina var. kamibayashii (Nakai) T.B.Lee (둥근정향나무 - 유사종)

Syringa pubescens subsp. patula 'Annaelli' (털개회나무 '아나일리' - 원예종)

Syringa pubescens subsp. patula 'Aureo-Variegata' (털개회나무 '아우레오바리에가타' - 원예종)

Syringa pubescens subsp. patula 'Miss Kim' (미스김라일락 - 원예종)

Syringa pubescens subsp. patula 'Paul Thirion' (털개회나무 '폴 티리온' - 원예종)

Syringa pubescens subsp. patula 'Sensetion' (털개회나무 '센세이션' - 원예종)

Syringa pubescens subsp. microphylla (미등록종, 소엽교령화 - 아종)

Syringa julianae C.K.Schneid. (율리아내라일락 - 유사종)

Syringa meyeri 'Palibin' (메이어리라일락 '팔리빈' - 원예종)

Syringa pubescens subsp. microphylla 'Superba' (미크로필라라일락 '수페르바' - 원예종)

이상 모두 15종

미스김라일락

이 종의 인기 원예종이다.

다음부터는 그 중요한 수종들을 중심으로 상세하게 파악해 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