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루나무
사시나무속 중에서는 우리 자생종을 제치고 외래종인 미루나무가 가장 널리 알려진 이름이 아닌가 한다.
지금은 도로확장으로 많이 사라졌지만 시골에 가면 신작로(新作路)를 따라 끝도 없이 늘어선 가로수가 있는데 이게 포플러라는 것은 다 안다. 그런데 그게 포플러가 아니고 미루나무라는 사람도 있고 둘이 같은 나무라는 주장도 있고 다른 나무라는 주장도 있어 설왕설래한다. 그러고보니 이태리포플러라는 말도 많이 들었는데 그건 또 뭘까? 그 뿐만아니라 '사시나무 떨 듯이'라고 말할 때의 사시나무도 익숙한 이름인데 알고보니 나무 모양이 뭔가 포플러와 비슷하다. 게다가 주로 역사가 깊은 학교에 심어져 있다는 백양나무라는 것도 있는데 이게 사시나무나 은사시나무 또는 은백양과 같은 것인지 아니면 무슨 차이가 있는지도 궁금하다.
정말 헷갈리는데 우리나라 도감들은 항상 해당 나무의 특성만 나열하지 유사종에 대한 설명이나 서로간의 관계에 대한 설명은 부족하여 답답하다. 따라서 지금부터는 이들 모두가 속한 버드나무과 사시나무속을 파헤쳐 본다. 버드나무과는 최신 식물 분류체계인 APG시스템에서는 50여 개의 속으로 구성된 방대한 과이지만 우리나라 버드나무과는 버드나무속과 사시나무속 그리고 새양버들속 등 3개 속으로만 구성되어 있다. 이 중 이번에 탐구할 포플러 즉 사시나무속에는 모두 15 수종이 등록되어 있는데 그 중 8종이 자생종이고 나머지 7종이 외래 재배종이다.
새양버들
버드나무과 새양버들속
이름은 버들이지만 사시나무속은 물론 버드나무속도 아니고 별도 독립된 새양버들속으로 분류된다.
포플러는 사시나무속 수종 전체를 통칭하는 용어이다.
사시나무속을 학명으로는 Populus로 표기하는데 이걸 영어로 poplar라고 하므로 우리도 따라서 포플러 또는 포푸라, 포풀라 심지어는 뽀뿌라 등으로 한글표기하는 것이다. 그럼 결국 포플러는 특정 수종의 이름은 아니고 속명인데 이를 우리나라에서는 사시나무속이라고 하는 것이다. 그렇다고 사시나무가 포플러라는 의미는 아니다. 그냥 우리나라에서는 포플러속을 대표하는 수종이 사시나무라고 판단하고 속명을 사시나무속이라고 부르는 것 뿐이다. 그러므로 우리나라에 등록된 사시나무속 수종들 중에서 포플러라는 정명을 가진 수종은 없다. 다만 이명으로는 xx포플러 하면서 여기저기 많이 기재되어 있다. 과거 신작로 가로수로 심어진 양버들을 보고서 흔히들 포플러로 불러 양버들이 마치 포플러의 대명사인양 인식되었으나 요즘은 양버들을 보기 힘들다.
사시나무
우리나라에서는 포플러속을 사시나무속이라고 한다.
사시나무
우리 자생종이다.
전세계 포플러속에는 25~35종이 주로 북반부에 분포하는데 속명 Populus는 원래 people이라는 뜻으로 이 나무가 예로부터 주로 사람들이 많이 있는 곳에 많이 식재되었기 때문에 붙은 이름이라고 한다. 영어로는 poplar, aspen 또는 cottonwood로 다양하게 불린다. 사시나무속은 6개의 절로 세분되는데 우리나라 자생종들은 모두 사시나무(백양)절과 황철나무(청양)절 두 개에 속하며 외래종들 중에서는 주로 미루나무(흑양)절로 분류되지만 특이하게 대엽양절로 분류되는 중국산 나무도 있다. 절 구분명은 영어나 우리말 보다는 중국명이 더 이해하기 쉬워서 중국명으로 표기하여 표를 만들면 다음과 같다.
우리나라에 등록된 사시나무속 수종들
Section |
종분류 |
학 명 |
국 명 |
중국, 일본명 |
백양(白杨) |
자생식물 |
Populus davidiana Dode | 사시나무 |
산양(山杨) |
자생식물 |
Populus davidiana f. laticuneata Nakai |
긴잎사시나무 |
설엽산양(楔叶山杨) |
|
자생식물 |
Populus davidiana f. tomentella (Schneid.) W.T.Lee |
털사시나무 |
용모산양(茸毛山杨) |
|
자생식물 |
Populus glandulosa Uyeki |
수원사시나무 |
사시나무 x 은백양 |
|
재배식물 | Populus tomentiglandulosa T.B.Lee | 은사시나무 | 수원사시 x 은백양 | |
재배식물 |
Populus alba L. |
은백양 |
은백양(銀白杨) |
|
재배식물 |
Populus sieboldii Miq. |
일본사시나무 |
ヤマナラシ |
|
청양(靑杨) |
자생식물 |
Populus maximowiczii A.Henry |
황철나무 |
요양(辽杨) |
자생식물 |
Populus maximowiczii var. barbinervis Nakai |
털황철나무 |
|
|
자생식물 |
Populus koreana Rehder |
물황철나무 |
향양(香杨) |
|
자생식물 |
Populus simonii Carrière |
당버들 |
소엽양(小叶杨) |
|
재배식물 |
Populus cathayana Rehder |
중국황철 |
청양(靑杨) |
|
흑양(黑杨) |
재배식물 |
Populus deltoides Marsh. |
미루나무 |
미주흑양(美洲黑杨) |
재배식물 |
Populus nigra var. italica Koehne |
양버들 |
찬천양(钻天杨) |
|
재배식물 |
Populus x canadensis Moench |
이태리포푸라 |
意大利214杨 |
|
대엽양(大叶杨) |
재배식물 |
Populus lasiocarpa Oliv. |
라시오카르파포플러 | 대엽양(大叶杨) |
학명을 국표식에 등록된 그대로 옮겼으므로 최근 변경되거나 통합된 부분은 수정 반영이 안되었음.
백양조 = Populus(Aspens and White poplars) = 사시나무절
청양조 = Tacarnahaca(Balsam poplars) = 황철나무절
흑양조 = Aigeiros(Black poplars, Cottonwoods) = 미루나무절
대엽양조 = Leucoides(Necklace poplars or Bigleaf poplars)
황철나무
황철나무가 속한 청양조의 수피가 진하게 푸른 것은 아니고 상대적으로 녹색을 띤다는 것이다.
서양에서는 청양조를 맹아와 잎에서 발삼향이 난다고 발삼 포플러라고 한다.
백양은 사시나무속 백양조에 속한 수종의 통칭이다.
이렇게 정리하고 보니 이제는 좀 이해하기 쉬워진다. 앞에서 포플러는 사시나무속 수종 전체를 통칭하는 용어라는 것을 알았고 이번에는 또 하나의 의문이 풀린다. 즉 백양(白杨)이라는 것은 특정 나무를 지칭하는 것이 아니라 사시나무속 중에서 주로 표피가 하얀 Populus 또는 Aspens와 White poplars로 세분하여 불리는 section에 속하는 사시나무나 은사시나무 또는 은백양 등 수종들을 통칭하는 용어이다. 따라서 미루나무나 황철나무 등을 보고 백양이라고 하면 안된다는 것이다. 그리고 우리나라는 백양과 청양만 자생하고 흑양 등은 외래종이라는 것이다. 즉 가로수로 많이 식재하였던 미루나무나 양버들 그리고 이태리포푸라는 모두 서양에서 온 흑양(黑杨)이라는 것이다. 그런데 우리나라에서는 좁은 의미로 백양이 사시나무의 이명으로 기재되어 있기는 하다.
은백양
전세계 사시나무속(포플러)의 모식종은 이 은백양이다.
식물분류학의 아버지 린네가 잎 뒷면이 희다고 Populus alba L.로 명명한 것이다.
은사시나무
우리나라 사시나무와 서양에서 들어온 은백양의 유전자가 교잡된 종이다.
신작로의 가로수는 거의 모두 양버들이다.
그럼 이제 나머지 미루나무도 의미가 명확해 진다. 포플러는 수피나 꽃을 약으로도 사용하고 잎은 가축의 사료로 그리고 줄기는 목재로도 사용하지만 무엇보다 그 성장이 매우 빨라 황폐화된 지역을 메우거나 새로 닦은 신작로에 속성 가로수로 심기에는 제격이었다. 따라서 우리나라에는 개화기에 선교사들에 의하여 백양인 은백양과 흑양인 양버들이 들어왔는데 이 생소한 이름인 양버들이 주로 가로수로 많이 식재되었다. 따라서 비포장 시골길가의 좁고 키만 삐죽하게 자라는 나무는 거의 모두 양버들이라고 보면 된다. 그렇게 많이 심어져 있었던 이 나무의 양버들이라는 이름이 생소한 것은 모두들 그냥 포플러라고 흔히 불렀기 때문이다.
양버들
좁고 높게 자라는 수형은 거의 모두 양버들이다.
버들이 아니지만 양버들로 명명한 것은 일본이름 서양상류(西洋箱柳)에 영향을 받은 것으로 판단된다.
미루나무는 미국산이고 이태리포플러는 양버들의 원종인 유럽 흑양과 미루나무의 교잡종이다.
그 뒤 일제강점기에 미국에서 미루나무가 들어왔는데 그 이름이 미국에서 온 버들이라고 美柳(미류)나무라고 하였는데 발음도 어려워 주로 미루나무로 불리게 된다. 그러자 최근에 어차피 버들도 아닌데 류(柳)를 고집할 이유가 없었던지 그냥 많이 발음되는대로 미루나무로 맞춤법을 개정하여 이상한 언어가 되어 버렸다. 외래종 포플러의 도입은 여기서 그친 것은 아니고 해방 후 1962년 부터 시작된 조림녹화사업의 일환으로 1980년까지는 주로 이태리에서 유럽 흑양과 미루나무를 교잡시켜 개발한 종인 이태리포플러 I-214 품종을 많이 식재하였으나 1981년 하천법에 의하여 하천부지에는 나무식재를 금지하여 그 이후로는 더 이상 식재하지 않게 된다.
미루나무는 좁게 자라지 않아 양버들과는 수형이 많이 다르다.
이태리포플러
그럼 다음 포스팅에서부터 버드나무와 포플러의 관계와 차이점 그리고 사시나무속 개별 수종들의 탐구가 계속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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