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버드나무과에는 3속 96종의 식물이 등록되어 있다. 이 중 새양버들속이 1종 1변종이고 사시나무속이 모두 12종 3변종이고 나머지 79개 원변종은 버드나무속으로 분류된다. 버드나무과와 그 아래 3개 속들의 학명과 중국명은 다음과 같다.
버드나무과 Salicaceae 양류과(杨柳科) 3속 96종
버드나무속 Salix 유속(柳属) 79종 - 충매화
사시나무속 Populus 양속(杨属) 15종 - 풍매화
새양버들속 Chosenia 찬천류속(钻天柳属) 2종 - 풍매화
이 중 새양버들속은 우리나라와 중국과 몽고에 자생하는 세계적인 희귀식물인 새양버들 단 한 종과 그 변종 하나로 구성된 1속 1종 식물로서 버드나무와 사시나무의 중간 형질을 가지고 있다. 그리고 버드나무와 사시나무는 세계적으로 널리 매우 많은 종들이 분포하며 우리나라 삼국사기에도 백제 무왕이 궁남지를 축조할 때 못가에 양류(杨柳)를 심었다는 기록이 있다고 한다. 이를 버드나무만으로 해석하면 안되는데도 온통 능수버들을 심어 궁남지를 복원하였다고 일부에서 지적하기도 했다. 그러면 우리 문헌에 나오는 양류(楊柳)가 버들과 사시나무라면 그들을 어떻게 분리하여 인식하였을까? 그리고 현대적인 식물분류체계에서의 버들과 사시나무의 차이점을 무엇일까?
조선 중종 때인 1527년 최세진이 어린이들 한자 교육용으로 쓴 훈몽자회에서 양과 유의 설명이 들어 있다. 즉 楊은 揚起者요 柳는 下垂者로 되어 있다. 즉 가지가 치솟는 것은 양(楊)이고 가지가 처지는 것은 유(柳)라는 것이다. 얼핏 들으면 매우 명쾌한 설명 같다. 따라서 지금도 많은 사람들이 이를 인용하여 버드나무와 사시나무의 차이점을 설명한다. 하지만 현대적 관점에서 양을 사시나무속으로 보고 유를 버드나무속으로 보면 위 설명이 반드시 옳은 것은 아니다. 왜냐하면 처지는 포플러는 흔하지 않지만 처지지 않는 버들은 많기 때문이다. 양은 한자로 楊으로 표기하는데 황당하게도 요즘 포털 한자사전에는 버들 양이라고만 되어 있다. 그렇다면 훈몽자회의 해설이 문제가 없다. 같은 버드나무속 중에서 처지는 수양버들이나 능수버들은 유(柳)요 직립하는 그냥 버드나무나 왕버들 같은 나무들은 양(楊)이라고 최세진은 인식하였을 수도 있다.
그러면 옛날 옥편에서는 양을 어떻게 설명하고 있을까? 그래서 50년 전에 발간된 옛날 옥편을 찾아봤다. 버들 양, 회양목 양, 왕버들 양이라는 풀이와 함께 정확하게 사시나무 양이라는 풀이가 있다. 그렇다. 우리 선조들은 유(柳)는 버들만을 양(楊)은 직립하는 즉 처지지 않는 버들과 사시나무와 회양목을 지칭하는 것으로 인식했다. 그래서 최세진이 그렇게 한자를 풀이하였던 것이다. 그럼 한자의 본고장 중국에서는 양(杨)의 의미가 뭔지 알아보자. 아직도 더러 혼용되기는 하지만 중국에서는 버들은 유(柳)로 표기하고 포플러를 양(楊)으로 간자체로는 杨으로 표기한다. 따라서 우리나라에 널리 알려진 수양버들은 중국에서는 수류(垂柳)라고 하지 수양(垂楊)이라고는 하지 않는다. 그리고 중국에서는 버드나무과를 양류(杨柳)과라고 하고 버드나무속을 유속(柳屬) 사시나무속을 양속(杨屬)이라고 분명하게 분류를 한다. 그러나 이것은 어디까지나 식물 분류체계가 확립된 다음의 의미이다.
실제로 중국에서는 과거 오랫동안 양과 유를 혼용하여 헷갈리게 사용하였으며 아직도 중국 사전에서 양류(杨柳)는 1. 양과 유를 말한다고 하면서도 2. 유를 지칭한다. 라고도 설명하고 있다. 시경이나 백낙천의 억강류(憶江柳) 등 중국 고문서에서 등장하는 양류는 거의 모두 유(柳)만을 지칭한다고 중국에서도 설명하고 있다. 그러나 현재 사전에서 양(楊)에 대하여는 정확하게 유(柳)와는 다른 나무라고 분명하게 설명하고 있다. 중국에서 이런 혼란이 온 이유 중 하나는 양은 주로 추운지방에서 자라므로 남방에서는 잘 볼 수가 없었기 때문이다.
당나라 시인 백낙천의 억강류(憶江柳)라는 시이다. 물론 비유법으로 사용하였지만 일단 여기서 양류는 버들을 지칭하며 강남에 두고온 여인을 추억하며 노래한 것으로 보인다.
曾栽楊柳江南岸(증재양류강남안)
一別江南兩度春(일별강남량도춘)。
遙憶青青江岸上(요억청청강안상)
不知攀折是何人(부지반절시하인)。
양과 유에 대하여 중국 명나라 명의 이시진이 본초강목에서 설명한 내용을 보자. 역시 그는 정확하게 양과 유가 다른 종이라는 것을 인식하고 있었다. 다만 유에도 처지지 않는 직립 관목이나 교목도 많다는 점은 간과한 것 같다. 참고로 이시진의 본초강목은 훈몽자회보다 늦은 1596년 발간된 중국 최고의 의학서이다.
杨枝比较硬, 通常往上扬起所以称为杨,
而柳枝柔弱下垂,故得名为柳.
它们其实是属于一个大类的两个不同品种,
但在南方,人们常把杨和柳并称为杨柳.
양의 가지는 비교적 단단하고 주로 위를 향하여 치솟아 양(杨)이라고 하며 유는 가지가 연약하여 아래로 처지므로 유(柳)라고 불린다. 이들은 기실 같은 대분류에 속하지만 두 개는 다른 품종이다. 다만 남방에서 사람들이 흔히들 둘을 합하여 양류하고 부른다.
그리고 중국에서 시를 쓸 때 운을 맞추려고 한 글자인 유보다는 양류를 쓰는 경우도 있었으므로 우리 선조들은 양을 버들이라고 인식할 수 밖에 없었을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삼국사기에 나오는 백제 궁남지의 양류(楊柳)도 버드나무와 사시나무를 합하여 지칭하였다기 보다는 버드나무 한 종류만 지칭하였다고 볼 수 있다. 이는 다분히 수양제가 운하를 건설한 다음 제방에 양류를 심었다는 것을 흉내내려는 것인지도 모른다. 이 때 수양제가 운하 제방에 심어진 유(柳)가 좋아 직접 한 그루를 심고 그 나무에 양(楊)이라는 성을 하사하였기 때문에 이때부터 버들을 양류(楊柳)라고도 불렀다는 설이 있다. 그렇다면 백제 궁남지에 심어진 나무는 더더욱 버들 그것도 수양버들일 가능성이 높다. 왜냐하면 수양제 당시 수류(垂柳)를 심었기 때문이다.
다만 과거 옥편에서 양(楊)을 버들과 사시나무를 병기하였다면 지금 현재의 포탈 한자사전은 버들을 제외한 사시나무만으로 풀이하여야 할 터인데 거꾸로 사시나무를 없애고 버드나무로만 풀이하고 있다는 점은 조속히 바로잡아야 될 것이다. 그리고 현대 사시나무속에 등록된 우리 자생종이라면서 중국 당나라 버들이라는 뜻의 이름을 가진 당버들과 서양에서 들어온 포플러를 무작정 일본을 따라서 붙인 양버들이라는 엉터리 이름은 그 어떤 이유로도 변명이 안될 것 같다.
사시나무와 버드나무의 차이점
그럼 여기서 간단하게 버들과 사시나무의 차이점을 알아보자. 개별 수종의 차이점이 아니라 버드나무속 전체의 공통된 특성과 사시나무속 전체의 공통된 특성의 차이점이므로 개별 수종과는 약간 다를 수도 있다.
사시나무속
1. 어린 가지의 속 줄기가 오각형이다.
2. 정아가 있다.
3. 맹아의 비늘이 많다.
4. 암수꽃차례 모두 아래로 처진다.
5. 포편의 끝이 갈라진다.
6. 화반이 잔 모양이다.
7. 잎이 주로 넓고 크다.
8. 잎자루가 길다.
버드나무속
1. 어린 가지의 속 줄기가 원형이다.
2. 정아는 없다.
3. 맹아 비늘은 하나이다.
4. 암꽃차례는 바로 뻗거나 옆으로 비스듬하게 나간다.
5. 수꽃차례는 곧바로 뻗는다.
6. 꽃에 샘점이 있다.
7. 수수대의 밑부분과 꽃받침이 떨어져 있다.
8. 꽃받침조각에 거치가 없다.
9. 화반이 잔 모양이 아니다.
10. 잎은 주로 좁고 길다.
11. 잎자루는 짧다.
가장 중요한 포인트 하나를 들라면 꽃차례가 사시나무는 아래로 처지며 버드나무는 암꽃차례만 가끔 옆으로 전개되고 그외에는 직립한다는 것이다. 훈몽자회(訓蒙字會)에서 풀이한 楊은 揚起者요 柳는 下垂者라는 것의 반대로 '처지는 것은 사시나무요 치솟는 것은 버들이다.' 라고 생각하면 되겠다. 다만 가지가 아닌 긴 꼬리같이 생긴 미상화서를 기준으로 구분하는 것이다. 그 외에도 잎이 버들은 대개 좁고 길며 사시나무는 넓고 둥글다는 점과 잎자루가 사시나무는 길어서 작은 바람에도 많이 떨지만 버드나무는 대부분 짧다는 차이점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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